애시 콜리 소포모어 앨범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



여러가지로 바빠서 결국 일 안 잡힌 앨범은 한 주가 지나서 듣게 됐는데...
음...
음...
으음...

그러니까....
음...
이걸 뭐라고 해야하지?

아니, 데뷔 앨범에서도 그랬지만,
이 커플은 내 '좋은 앨범'에 대한 관점을
미친듯이 두들겨 해체해버린다.

이 앨범에는 좋은 트랙들이 많아.
반면 곡배치는 개 쓰레기야.
그런데 있잖아, 곡 배치를 손 보잖아?
그럼 저 좋은 트랙들이 더 이상 좋은 트랙이 아니야.
이건 쓰레기 같은 곡배치인데,
그게 키 트랙들의 매력을 살려줘.

Criminal 같은 경우, 이게 싱글로 나왔을 때, 얼마나 밋밋했냐고?
그런데 앨범에서는 2번 트랙인 Don't Give up on Me를 죽여놓고
그 시체를 거름 삼아 Criminal을 확고한 3번 트랙으로 살려 내고 있어.



자 보라고, 이건 어떻게 봐도 스탠덜론으로 잘 뽑힌 노래가 아니야.
밋밋하고, 진부하고, 뭐 딱히 딱 꼬집어 좋다 나쁘다 할 게 없을 정도로 특색 없어.
그런데, 이게 앨범에선 어떻게 살아나는지 알아?
이네들이 만든 스탠덜론으론 최고의 트랙인 발명가 매리보다 더 좋은 트랙이라니까?

..footage: Mary the Inventor


저 밋밋한 트랙을 살려내는 건 좋은 곡배치가 아니야.
저 범죄자년이 1번트랙 Dangerous Words의 조력을 받아
자기 앞뒤 트랙을 참혹하게 찢어 발겨놓고 그 시체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고.
사람을 아주 갈아 짓이겨놓고는, '나 잘했죠?' 하고 웃고 있어.
그런데, 그 환한 웃음이 너무 예쁜 거야.

7번트랙인 Spark는 얌전히 가라앉은 피아노 보컬 곡인데,
이게 그러니까, 바네사 칼튼 같은 피아노 팝 전문가들이 만든 것에 비하면 진짜 밋밋하고 수준 떨어지는 노래야.
뭔가 긴장감도 부족하고, 중간중간 다른 악기도 들어가는데도
피아노 소품곡에 비해서 소리도 많이 비어 있고, 수수하다보단 못생겼다가 어울리는 노래라고.

근데 예뻐.
6번트랙 Drive In 찔러 죽여 버리니까 예뻐.
그저 조용하고 얌전한, 평범하고 아무 매력 없는 아가씨가,
지나가는 행인 하나 찔러 버리고 '내가 안 그랬어요' 하는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거야.
그게 예뻐.

10번 트랙 Pins & Needles는 아직 누군가 죽이지는 못했지만,
특히 뒷 트랙을 죽여버리려는 계획을 꾸미고는 음흉하게 웃고 있는데,
역시, 그 음험한 웃음이 이 매력 없어야 마땅한 트랙에 커다란 매력을 가져다준다고,
그리고 트랙이 끝나기 5초 전에 박자 한 번 접으면서 당기는 게
그것 때문에 곡 전체가 허술하게 비틀거리는 게 그 매력을 완성시켜주기까지 해.

그리고 커버 말이야.
저 표정. 저 미묘한 표정.
이 노래들의 섬뜩한 웃음을 지켜보다 저 커버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소름이 돋는다고.

...
이 커플은 소시오패스야.
틀림 없는 소시오패스야.
제정신이라면 이렇게 자기 아이들을 서로 죽고 죽이라고 내밀어 놓을 수는 없잖아.
그게 아무리 자기들이 만들 수 있는 것 이상의 뭔가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말이야.
응 데뷔 앨범때도 그랬는데, 그 때는 이 사악함과 음험함 대신 유쾌함이 있어서
이렇게 소름 돋지는 않았지.
뭐랄까 그 때는 제리가 나무 망치로 톰의 뒷통수를 빡 때리면 눈과 이빨이 튀어 나가는... 종류의 잔혹함이었다면,
지금은 그걸 실사로 찍고 있는 거야.
그리고 난 이 두 소시오패스가 만드는 잘 디자인 된 살해극이 예뻐서 어찌해야할지를 모르겠고.

덧글

  • 2016/06/13 16:05 # 삭제 답글

    톰돠 제리가 아니라 이치와 스크래치 쇼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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