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구매가 밀려서 좀 많이 지연 된 전언입니다.

Categories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Posted on

1. 말라 한센 소포모어였나 이게?

레이블 채널에 노래를 올리고 있어서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르긴 했는데,
사실 말라 한센 복귀 이후 스타일이 별로 관심이 안 가기도 한다.

접기전에는 확실히 별 거 아닌 한 소절로도 시선을 확 끌어가는 매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재미 없어.

+
말라 한센이 뭐가 그리 달라졌나 싶어서 데뷔 EP를 복습하고 왔는데,

그냥

체급이

다르잖아.

보컬로서 급도 다르고,
노래를 만드는 감각도 다르고.
그냥 다른 가수라고 봐야지, 뭐.

그렇지, 저기서 발전 가능성을 봤으니
성취 하나 없이 기대치만 가지고 내 탑 라이너였던 거지.
응, 사샤 시엠이나 모건 키비한테 내가 기대를 걸었던 것과는 결이 달라.
거긴 처음부터 미친 성취를 들고 오니까 눈 떙글해져서 지켜봤던 거고,
말라 한센은 진짜 순수하게 발전 가능성만 보고 기대했던 거지.
와 여기에 경험과 기교가 갖춰지면 그건…..
했는데 오랜 잠적 후 복귀한 건 저 모든 재능을 팔아먹고
경험과 기교도 쌓지 못한 무의미한 침전물 뿐인 거니.

2. 키다 알렉산더 데뷔 앨범

키다 알렉산더라면 더 해야 하지 않나?
싶긴 한데, 키다 알렉산더가 뭐 제대로 된 포인트를 올렸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난다.
데뷔 앨범을 이제서야 내고 자빠진 것부터가 문제 아닌가?

얘 데뷔 싱글이 2015년이야?
내가 주목한 게 2015년 12월 31일이겠네?
데뷔 한 해 말일에 보고 ‘아, 얘가 그 유명한 키다 알렉산더야?’했으니까?
근데 그 동안 뭐했지 진짜?

아니 근데 정말로 이렇게 밋밋한 노래만 하고 있으면 안 되지 않아?

3. 로런 히버드 소포모어

음…. 좀 실망스럽지, 확실히?
Honda Civic은 재미있었는데,
그 이후로 뭔가 맥이 빠진 느낌이다.
정작 Honda Civic은 이 앨범에 수록 안 한 거 보면
이제 좀 진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그러면 안 되는데.

4. 세인트 세이비어 새 앨범

뭐랄까, 6-10년전에 보여준 고점 하나 보고
기대하던 가수들이 우르르 무너지는 꼴만 볼 확률이 높아 보이네.
사실 세인트 세이비어도 원래 이 정도 하는 음악가인데 2017-2020 고점이 미쳤던 거지.

뭐, 저 Poetry 아니었으면 그 때 고점 다시 보여줄 거란 기대도 안 했을 거긴 하다.

근데 세인트 세이비어는 이 정도로 넘긴다고 해도…
사샤 시엠에, 스테이브 자매에, 크리스틴 니콜스(38세, 무직)까지…
토마스 뒵달도 실망스러울 것 같고.
아 진짜 목록이 암울하네.

5. 플레쳐 소포모어

원 트랙이긴 한데,
뭐 기대한 것도 없잖아?

6. 이다 라우흐버흐

영어 노래 포기하고 자국어로 돌아가는 애들한테
별로 기대를 하기가 힘든 게, 이런 거 때문이다.
영어로 노래를 부를 때는 니시를 노리고 개성 있는 노래를 하던 애들이
자국어로는 니시에 팔아서는 밥도 못 벌어먹으니까
개성이 탈색 된 노래를 한단 말이지.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그래도 뭔가 구분 되는 노래를 해야 할 거 아냐

4번 트랙까지 듣고서는 도저히 더는 못 들어주겠어서 패스.

7. 밸런시아 그레이스 데뷔 EP

사실 Opera 보고 핀업한 아가씨인데 EP에서 Opera만 툭 튀니까 좀 당혹스럽다.
뭐랄까 ‘디칭할 정도로 못하는 건 아닌데 이럴거면 애초에 핀업도 안 했다’가
적당한 감상일 것 같아.

이런 노래 어따 써?
일단 내가 들을 일은 없어.
그렇잖아.

근데 Opera 같은 노래 하나만 더 뽑아준다고 해도….
어….
어….
그거 놓치면 아쉽지?
그치?

아니 뭐 내 라이브러리에 다른 애들도,
원트랙 앨범이라도 내놓으면 디칭 안 하잖아?
결국 걔네들도 3년에 한 곡 정도 밖에 안 하는데도
어, 한 곡이면 고맙지 하고 내버려두잖아?

이 아가씨는 2년만에 한 곡 했잖아.
뭐, 앞으로 계속 저런 것만 만들면 그 때 다시 보면 되는 거지.

어우 저 아래 목록에 사샤 시엠 토마스 뒵달 스테이브 자매가
한 칸 한 칸 올라오는 거. 압박이 상당하네.
진짜 하기 싫은 숙제 다가오는 느낌이야.
쟤네가 망가진 꼴 보는 건 진짜 싫은데….

8. 자라 레슈 새 앨범

?????????????????????????
누구세요?
아니 진짜 누구세요?
내가 아는 자라 레슈가 아닌데?
아니 진짜 동명이인인가?

…….
아니 그…………….
뭐지 이게?
뭐 제발 디칭해달라고 시위하는 건가?
그런 거 같기도 하지?

“나도 좀 팔고 싶어요. 제발 좀 디칭해줘요.”
하는 느낌인데,
이건 팔리는 거 맞아?

뭐, 모르겠다.
뭐가 팔리는지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지.
내 전공은 어디까지나 뭐가 안 팔리는지라고.

9. 사샤 시엠 새 앨범

솔직히 처음 프로젝트를 접했을 때부터 의문은 그거였다:
사샤 시엠의 피아노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요?
그냥 동생님 불러다 뒤에서 바이올린 연주라도 해주세요 하면 안 되나?

사실, 딱히 흠잡을 곳은 없다.
저 위의 개 잡질들을 보고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망치려면 충분히 더 망칠 수 있는 앨범이었다.
피아노팝이 아니라 댄스팝이라면 어떻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피아노팝을 하려면 노래를 잘해야지.
피아노 연주라도 잘해야지.
사샤 시엠은 평범한 작곡가 수준으로 노래를 하는 가수고,
평범한 작곡가 수준으로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다.
그리고 이 아가씨가 어디에 강점이 있는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세상 모두가 안다.

현악 중심의 대편성 기악의 작곡.
네오 클래시컬 오케스트라.
거기선 세상 누구도 못하는 걸 해낸 사람이라고.
대편성 작곡에서만은 평범한 작곡가가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그게 안 팔린다는 것도 증명되지 않았냐고?

이건, 팔린답니까?
이게 팔릴 이유가 진짜 뭐 하나라도 있으면 이럴 수도 있지 하겠지.
이것도 안 팔리는 거야 매한가지인데,
뭐하러 하냐고요? 잘 하는 거라도 계속 해봐야지.
그거라면 진짜 번개 맞을 확률로 팔릴 수라도 있지.

하지만 대편성 오케스트라는 돈이 많이 들어요….도 이제는 헛소리지.
신스는 뒀다 국 끓여 드실 겁니까?
심지어 신스도 개 잘 쓰는 사람이.

근데 확실히 사샤 시엠은 사샤 시엠이네.
이런저런 이상한 시도할 때는 아예 맛이 갔나 싶었는데,
완전히 시도를 놓고 피아노팝 같은 걸 하면
그래도 6-7포인터 턱걸이는 되는 앨범을 만들어 오는구나.

이렇게 날이 아예 죽은 건 아닌 노래도 만들어 오기도 하고.

10. 스테이브 자매

어….
에밀리 딸 키워야 해서 밴드에서 빠졌다는 말 들었을 때는
사실 세 자매 캐릭터가 확립 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에밀리가 누구지? 싶을 정도로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 앨범 듣고 에밀리가 본체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면
디칭하는 게 맞는 거겠지?

뭔가 그냥 분위기가 달라졌어.
처연한 매력이 아예 지워져 버렸는데,
그게 에밀리가 빠져선지 아님 남은 두 자매 스타일이 바뀌어선지는 몰라도,
어쨌든 내가 스테이브 자매에 바라는 그 느낌이 전혀 없어,

11. 토마스 뒵달

응????????????
어라????
어!????

뭐랄까
전성기 토마스 뒵달 냄새가 나면서도
또 전혀 토마스 뒵달 같지 않은데?

와 진짜 뭐지?
아니 뭐 노래를 잘하고 못하고 잘쓰고 못쓰고
그냥 다 떠나서 재밌잖아
개 흥미롭잖아!

그냥 시작부터 저 Teenage Astronauts이 뭔지 궁금하잖아.
토마스 뒵달은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종알종알 속삭이기만 하는데도
뭔 말 하려는 건지 궁금해서 귀 기울이게 되잖아.

12. 올리비아 체이니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데,
뭔가 킥이 없다.
그래서 이 앨범에 컴플먼트에라도 올릴 노래가 있냐고 하면 글쎄……
아니 그러니까 노래의 만듦새만으로는 그럴 수준의 노래는 있긴 하지만
플레이리스트에 어울리지 않는 노래라서 못 올리는 거긴 한데,
어쨌거나 정말 잘 뽑았으면
(진짜 플레이리스트엔 못 넣을 노래 가져 온 위의 토마스 뒵달처럼)
없는 자리 만들어서라도 넣을 거란 말이지.
그런 노래가 없어.
나름 7포인터 느낌은 나오는데,
진짜 제대로 된 킥이 없어.

엘 콥스
코코 로지
크리스틴 니콜스 (38세, 무직)
오데타 하트먼
모아 리이넬

이름값은 꽤 되는데 건질 건 없어 보이네.

Try to Decipher, Promise to Pretend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Try to Decipher, Promise to Pretend은
2011-2024 메타베스트 플레이리스트입니다.

올해 말에 2018-2024 테트라헤드랄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거 컴플먼트까지 다하고 나면 감당이 될까 싶어서
미리 압력 좀 줄여 놓으려고 만든 14년간의 메타베스트입니다.

2024 베스트 트랙을 벌써 두 곡 욱여 넣는 건 오버 아닌가 싶긴 하지만,
뭐, 오버 좀 하면 또 어때요?

Try to Decipher

Promise to Pretend

+
사실 내가 그레타 레이의 작사 능력에 대해서
특히 단어 선택에 대해서 이래저래 구시렁거리면서도
towers에서는 그 불평을 조금 접어뒀었는데…
이렇게 tidal wave 가사랑 대구를 이루니까 좀 단어 선별이 너무 아쉽다.

try to decipher은 문맥 없이는 대체 뭔 소린지도 모르겠어.
decipher이 ‘이상한 단어’이기에 앞서서,
흔히 안 쓰이기에 스탠덜론으로는 그려지는 이미지가 없어.
반면 promise to pretend은 tidal wave 후렴구가 가지고 있는
그 치졸한 긴장감을 그대로 지니고 있잖아.

저게 try to figure out이었으면,
(대구가 안 되니까 플레이리스트 제목으로 안 썼을테지만,)
훨씬 의미도 명료하고 이미지도 또렸하잖아.

물론 towers은 개념과 구성에 강점이 있는 가사이고,
tidal wave은 형-태-격을 가지고 놀면서
가사 액면과는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강점이 있는 가사다.
한토막 딱 잘라온 구의 표현의 완성도로 따지면
당연히 tidal wave이 towers을 압살해야지.
그렇긴 하지만,
그레타 레이의 단어 선별은 너무 하다는 거다.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잘 전달할 것인가를 고민하며 단어를 고르지 않고,
이런 잘 안 쓰는 단어 쓰면 멋지겠지? 하며
엉뚱한 단어를 욱여 넣는 그 어린애 같은 마인드가
너무 도드라진다는 거.

Textbook Examples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교과서적 예시들은 내 기준의 각 트랙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행한 트랙들로
2017년 9월에 처음 만들었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가장 1번트랙다운 1번트랙 – 가장 2번트랙다운 2번트랙 –
가장 3번트랙다운 3번 트랙 – …
… 같은 식으로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로,
단순히 해당 트랙 위치에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가 본인도 내가 받아들인 것과 같은 의도를 가지고
그 트랙을 그 자리에 배치한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이 플레이리스트의 1번 트랙은
내 라이브러리의 모든 1번 트랙 중에서
가장 1번 트랙다운 노래이지만,

14번 트랙은 내 라이브러리의
모든 ’14트랙 앨범의 마지막 트랙’ 중에서
가장 마지막 트랙다운 노래입니다.

5/6/7번 트랙은 역시
모든 ‘가장 실험적인 노래를 6번에 배치한 앨범의 5/6/7번 트랙’ 중에서 뽑히고,
13번 트랙은 모든 ‘아우트로 패킹 기능을 하는 13번 트랙’ 중에서 뽑힌 노래죠.
(즉 14번 트랙은 반드시 14트랙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어야만 하지만,
13번 트랙은 13번 아우트로 팩업 – 14번 슈도 아우트로 – 15번 아우트로 같이
기능만 맞게 자리잡으면 꼭 14트랙 앨범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몇 개 트랙이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은 이유로
유튜브 버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지 않았었는데,
그 후, 해당 트랙들이 대부분 유튜브에 올라왔고,
2016년 이후 발표된 트랙 중에 명백한 상위호환이 있어
이번 플레이리스트 업데이트에 맞춰 새로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합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질렛 존슨 데뷔 앨범의 무시무시함이다.
1번, 7번, 8번, 9번, 10번, 11번, 12번, 13번, 14번에 전부 후보를 올렸지.
아무리 이게 플레이리스트 특성상 13번 14번은 거의 14트랙 앨범만이 대상이고,
11번, 12번도 12+ 트랙 앨범에서 특히 14트랙 앨범이 유리하긴 하다지만…
11, 12, 14번은 아예 셋 다 가장 강력한 후보라서 하나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뭐 사실, 내 최상의 14트랙 앨범 구성이라는 게 피터 지조의 영향을 엄청 받았으니.
그 피터 지조 키드인 질렛 존슨의 데뷔 앨범이 거기에 딱 들어맞는 건 어쩔 수 없긴 하다.
이미 13트랙이나 완성되어 있는 앨범에 마땅한 12번이 없다고
앨범 메인트랙을 재편곡해서 12번에 박아넣는 건 피터 지조나 하는거지, 누가 저런 개뻘짓을 하겠어?

+
이제 보니 Orange Flower도 Eulogy at a Funeral로 교체하는 게 맞지 않으려나?

++
교체 완료.

+
이거 만들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1. 2. 8.

1번 Story, 2번 Kind Man’s Kiss, 8번 Pitter-Pat은
기획과 동시에 결정된 트랙들이다.
여긴 전혀 고민할 게 없었던 게,
가장 1번 다운 1번, 가장 2번 다운 2번은 항상 내가 업데잇 해왔던 거였고,
8번 Pitter-Pat도 8번이 어떤 의미를 갖는 트랙인지 설명할 때
종종 예로 들어왔던 거라서.
물론 다른 후보들도 고르긴 했지만,
그냥 요식행위로 끝났었다.

3.

3번 자리에 가장 잘 맞는 3번은 레나 마를린의 Here We Are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노래는 레나 마를린 앨범이 아닌
그 어떤 플레이리스트에서도 3번이 될 수는 없는 노래라는 거다.
심지어 레나 마를린 베스트를 만들어도
3번은 Unforgivable Sinner이지 Here We Are이 아니다.

다른 자리에서는 이 결정이 복잡하지 않았다.
그 앨범 안에서는 자리잡기만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트랙이라도,
일반적으로 그 자리에 요구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패스해야지.

근데 3번은 문제가,
가장 3번다운 노래들은 3번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까 3번에 요구되는 대중성을 갖는 노래를 써내는 음악가들은
대부분 앨범 구성에 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극도로 3번다운 노래는 1번에 자리를 잡는다.
피터 지조처럼 아무리 타협해도
메인트랙을 2번으로 밀어 붙이는 프로듀서가 붙지 않는 이상,
3번다운 노래는 3번까지 밀려 내려오지를 않는다.

내 어린시절을 사로잡은 레나 마를린, 태러 맥레인, 피터 지조가 모두
‘앨범의 가장 3번다운 노래를 3번에 배치하는 사람’들이라서
내가 아무 거리낌 없이
‘대중성 있는, 쉽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필하면서도 파괴력 있는’이라는 뜻으로
‘3번다운’이란 말을 쓰지만,
3번다운 노래만을 듣는 사람들은
저 3번답다는 게 뭔 헛소리인지 이해조차 못한다.

그렇기에 3번 후보가 바네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
케잇 밀러-하잇키의 Caught in the Crowd 정도의,
사실 정말 3번답다기엔 뭐가 한 자락씩 붙들린 노래들인 판에,
Here We Are를 제껴야하는가 아닌가를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4.

이번에 우즈로 교체되기 전까지 4번이었던
잉그리 울라봐의 Warrior Song은 매우 좋은 4번이지만,
그보다 훌륭한 5번이고, 완벽한 9번인 노래다.
물론 앨범 안에서는 이게 최고의 4번이 맞지만,
밖으로 꺼내놓으면 4번 보다는 다른 자리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거.
문제는 다른 4번 중에 Warrior Song보다 더 좋은 4번도 드물다는 거였다.
로마노프 왕가의 Exit Wounds은 Warrior Song과 비슷한 급의 4번이었지만,
역시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Exit Wounds은 좋은 4번이지만 훌륭한 8번이었지.

그런 의미에서 모니카 헬달의 팅카가
워리어 송보다 더 나을 수도 있는 4번이었고,
아주 심각하게 고려했었지만,
팅카의 플레이타임 9분 35초는 언제나 플레이리스트에서 문제가 됐다.

사샤 시엠의 So Polite도 고려의 대상이었지만,
Kind Man’s Kiss이 너무나 압도적인 2번이었기 때문에,
Kind Man’s Kiss을 빼고 So Polite을 넣는 건 무리였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우즈가 해결해주면서
사실 기획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한
이 플레이리스트를 구제해준 거지.

6.

6번 트랙 역시 3번과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 라이브러리에서 실험적인 노래를 만드는 가수들은
트랙오더도 지나치게 실험적으로 짜기 때문에,
6번에 ‘6번다운’ 노래가 들어가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거다.

반면 내가 높이 평가하는 6번들…
사샤 시엠의 Seamy-side, 모니카 헬달의 Warrior Child,
잉그리 울라봐의 Treasure and Pain,
레베카 카리유드의 Multicolored Hummingbird,
에디라 불리는 소녀의 People Used Dream about the Future…
모두 각자 앨범 안에서는 존재감 미쳐 날뛰는 최고의 6번이지만,
다른 플레이리스트로 나가면 7번에 박아 넣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노래다.

눈썹에 붙일 박쥐의 Siren Song, 버티 블랙맨의 Byrds of Prey,
사이어니드의 Vitorino 등이 후보로 오르내렸고,
저 한심한 완성도의 후보들 덕에 결국 6번이라기보다는
5.5번인 새러 재피의 Don’t Disconnect을 6번으로 썼다.

재밌는 건 저 이후 4년 동안
6번 다운 6번은 그 전의 40년간 보다도 몇 배는 많이 나왔다는 거다.
딜론의 The Present, 안야 가바렉의 Skilful Talker,
어맨다 샤이어스의 Break out the Champagne,
EUT의 Tygo Dex, 나딘 샤의 Kitchen Sink,
그리고 저 자리를 대체한 염소녀의 Cracker Drool까지.

이번에 조정을 하면서 보니 6번 같은 6번 많은데 왜 굳이 새러 재피를 저 자리에 올려놨을까하며
한참 기억을 되새겼어야만 했다.

7.

7번 트랙을 결정하면서 가장 문제 됐던 것은,
내가 주로 사용하는 7번은 중견 포크 음악가의 노래들인데,
이네들은 주로 6번에 팝성향이 강한 트랙을 넣는다는 거였다.
물론 그 팝성향이 이 음악가들에게는 6번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속성이지만,
이 플레이리스트에서는 팝성향 높은 6번을 받는 7번을
7번다운 7번이라고 후보에 올리기는 힘들었다.

율리아 마르셀의 Side Effects of Growing Up이 이 자리를 차지한 건 그래서이다.
내 라이브러리에 널리고 널린 게 ‘7번 다운 7번’인데,
그 대부분이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빈집을 턴 거지.

11. 12. 14.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질렛 존슨은 혼자서 이 세 트랙 위치를 휘저어 놓았다.
기존 버전에서는 11번이 True North,
12번이 후버포닉의
Sit down and listen to Hooverphonic 버전 The World is Mine이었는데,
질렛 존슨의 Cameron 스트립트 버전은 명백하게 더 12번 다운 12번이었고,
Box of Crayons 역시 최고의 14번 다운 14번이었다.
사실 True North가 올라간 건 11번이 가장 약한 고리였기 때문이었다.

애디아 빅토리아의 Dope Queen Blues을 11번으로 밀어 넣은 건 일종의 반칙인 게,
애디아 빅토리아는 실제로 이 트랙을 팩업으로 의도하고 만들었다.
11번으로서 기능성이 저 후보들보다 좋은 편이지만,
사실 이 플레이리스트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거지.

Cameron 스트립트 버전이 최고의 12번이라는 것도 좀 많이 망설여졌는데,
이건 위에서 설명한대로 이 앨범의 3번인 노래를
(물론 말년에 타협을 좀 한 피터 지조는 이 노래를 2번에 넣었다.)
12번에 마땅한 노래가 없다는 이유로 재편곡해서 집어넣은 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른 12번 후보들이 약한 가장 큰 이유는,
14트랙 앨범을 만들다보면 10번까지는 가까스로 채울 수 있을 지라도,
12번에는 채울 노래가 없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거든.
거기에 3번 재편곡해서 집어넣는 건 뭔가, 좀, 반칙이긴 하잖아?

이 자리들은 거의 14 트랙 앨범에서만 후보를 골라야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14트랙 앨범들도
11, 12번은 벌크 트랙으로 취급하는 앨범이 많기 때문에
후보가 빈약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질렛 존슨이 이 세 자리를 ‘휘저어’ 놓았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저 세 자리를 어디든 메꿀 수 있는 질렛 존슨이 있어서
이 적은 수의 후보와 심한 제약 아래서도
보통 플레이리스트 만들 때 11, 12번의 위치를 바꾸는 것 같은
돌려쓰기 비슷한 걸 할 수 있었다는 게 맞겠다.

13.

내가 베스트 플레이리스트에서 보통 13번으로 쓰는 트랙이
7번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노래라서,
여기서는 좀 다른 성향을 가진
13번 다운 13번을 보여줘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팔룰라의 New York, You’re My Concrete Lover와
사이어니드의 Plan for 1이 그래서 강력한 후보였고,
두 트랙의 완성도 차이가 컸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팔룰라로 결정했었다.

+
사실 아주 오랫동안, 내가 왜
사이어니드의 Dr. Daniel을 그렇게 좋아하며
7++ 포인트나 줬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플레이리스트 만들면서 보니까
저 앨범이 완벽한 내 14트랙 구성이더라.
1번에 시그널, 3번에 아날뤼서, 6번에 뷔토리노, 9번에 원 사이드,
13번에 플랜 포 원, 14번에 스태터스 피아노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