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GA 2023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23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Savannah Conley Playing the Part of You is Me
Jinx Sinks to the Brinks Angie McMahon Light, Dark, Light Again
Not an Image, but a Damage Laur Elle Delayed Reaction
Mytube Likable Annie Hamilton Dynamite
Carpet Bombing Missed Emily Vaughn songs i couldn’t write
Needed to be Needed Sahara Beck All Attention on Your Emotions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3년의 종말의 시작은 미국의 포크락 가수 서배나 코늘리에게 돌아갑니다.
뭐, 그냥 뻔히 예상 되는 수상이죠.
서배나 코늘리는 데뷔 이전부터 죽 내 주목을 끌어 온,
내 장르의 적장녀, 정말로 과장 하나 없이
레나 마를린, 마릿 라르셴, 잉그리 울라봐 등의 빈자리를 채워줄
내 장르의 적장녀였고,
그 기대에 걸맞는 완벽한 앨범을 만들어왔어요.
굳이, 후보를 꼽아 볼 필요도 없었죠.
이건 처음부터 서배나 코늘리를 위해 만들어져 있었던 상이고,
서배나 코늘리는 맡겨놨던 이 상을 찾아 가는 수준으론
실끝만한 흠도 없는 앨범을 만들어 왔어요.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23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호주의 포크락, 포크팝 가수 앤지 믹머흔의
소포모어 앨범, Light, Dark, Light Again에 돌아갑니다.
서배나 코늘리가 내 장르의 적녀였다면,
앤지 믹머흔은 데뷔 앨범을 낼 즈음의 개뻘짓으로 호적이 파인-_- 탕녀였죠.
사실 이 블로그에서 앤지 믹머흔의 캐릭터는
‘1년에 수공예품 한 곡씩만 잘 뽑는 수공예가’였습니다.
그래서 굉장한 폭발력을 지닌 이 소포모어 앨범 싱글들이 나오고 있던 중에도
난 그저 시큰둥했어요. 뭐, 또 년마다 한곡씩만 잘 뽑아놓고 앨범 개 삽 뜨겠지.
심지어 같은 주에 나온 서하라 벡보다 기대치 순위가 밀렸을 정도죠.
그리고 앤지 믹머흔은 그 ‘수공예품’으로 보였던 싱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수록곡이 너댓곡씩 더 있는 대단한 앨범을 만들어 왔어요.
뭐 어쩌겠어요. 이게 2023년의 최고의 소포모어 앨범 자리를 차지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23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롤 엘의 Delayed Reaction에 돌아갑니다.
이 앨범 아트는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극도로 정제된,
거짓된 노이즈 요소를 강렬한 명도/색조 대비로 과장한 이미지를 통해
잘 안내하고 있어요.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23년의 Mytube Likable은
애니 해밀턴의 다이너마이트가 차지합니다.
이 게으르기 짝이 없는 촬영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그 최소한의 노력으로 해야하는 표현을 다 한 영상입니다.
물론, 2023년 최고의 뮤직비디오라면 난 서배나 코늘리의 More than Fine을 꼽을 겁니다.
하지만 More than Fine은 누구에게나 높이 평가 받을 영상이에요.
누구에게나 높이 평가 받을 영상이,
어떤 사람들은 저딴 게 뭔 뮤직비디오냐고 화를 낼법한 다이너마이트를 제치고
이 상을 받아가려면, 이것보다는 더 큰 차이가 벌어져야 했어요.

.. footage: More than Fine

수상 목록으로 ▲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23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에밀리 본의 사이드 프로젝트,
songs i couldn’t write에 수여합니다.
네, 이건 ‘빗나간’ 융단폭격이라기보다는,
‘하기 싫은’ 융단폭격에 가까운 앨범입니다.
에밀리 본은 정말로 이런 노래를 하고 싶지 않았고,
자기는 이런 걸 잘 못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팬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우리’의 압박에 굴복해
이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심했고, 이걸 내놨죠.
거 봐, 하니까 잘 하잖아.
에밀리 본이 이 상을 가져가는 것은 다른 마땅한 후보가 없기도 했고,
지금까지 커리어 행보 전체를 조명하면 맥락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내가 싫어하는 노래를 하기 위해 노력 해왔지만,
결국 그걸 실패하여 이런 앨범을 만들게 까지 되었죠.
네, 일종의 평생 공로상 느낌이에요.

수상 목록으로 ▲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23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호주의 얼터너티브 팝락 가수 서하라 벡의
All Attention on Your Emotions에 수여합니다.
솔직히, 난 호주의 시장 상황이 이렇게까지 안 좋은지 몰랐어요.
미국에서 안 팔린다 싶은 중견 포크 가수 안티아 듀버캇과
나름 팔리는 게 당연한 스타일인 서하라 벡의 판매량이 비슷비슷하고,
심지어 서하라 벡이 뒤진다는 건 커다란 충격이었죠.
이 정도 노출도를 지닌, 이 정도 대중성을 지닌 가수가,
이렇게 안 팔린다고요? 그리고 호주의 판매량 데이터를,
그 세부 변화를 면밀히 살펴 보고서야
이게 내가 알던 호주 시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워크맨이 아닌 스마트폰에 익숙한 어린 세대는 더 이상 노래를 듣지 않는다’,
‘스트리밍이 아닌 음반/음원 판매 시장은 완전히 괴사하고 있고,
복구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등,
이 시장의 위기를 지시하는 이야기들을 여럿 들어왔지만,
그게 호주에서는, 특히 호주 로컬 가수들의 호주 내 판매량에 있어서는
다른 시장보다 빠르게 전개 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어요.
호주 로컬 가수는 영미 가수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을 하기에,
오직 지역 사회와 밀착된 공연 문화만이 영미 가수와 구분되는 경쟁력이라서
코로나로 공연이 정지된 동안 다른 나라 시장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았다는 걸….
글쎼, 직접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감을 못 잡았죠.
그렇기에, 사실 이 서하라 벡의 Needed to be Needed 수상은,
어쩌면 서하라 벡 개인이 아니라 호주의 음반 시장 위기 자체에 주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3년 한 해 에이미 샤크, 우즈, 앤지 믹머흔 등의 호주 로컬 가수들이 보여준,
각각 다른 방향으로 기묘한 움직임들도
역시 이 호주 시장의 위기에서 비롯한 것이니까요.

수상 목록으로 ▲

WfGA 후보 선별이나 해봅시다.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올해는 일단 베스트 제작 전에 이것부터 해놓고 가기로 했어요.
베스트는 금방 끝날 거 같은데, 컴플먼트가 올해 안에 안 끝날 거 같아서…

1. 종말의 시작

뭐, 서배나 코늘리 확정이죠?
서하라 벡….은 소포모어야.
다른 데뷔 앨범이 근접도 못해.
이건 확정이네요.

2. Jinx Sinks to the Brinks

여기도…. 앤지 믹머흔 확정이죠?
에멜리아 홀로는 좀 자격이 없어.
어릴때, 잭 리버도… 잭 리버는 후보 가능하긴 하겠구나.
그리고는 서하라 벡.
앤지 믹머흔이야. 그것 밖에 없어요.

3.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후보는 이 정도일텐데,
그냥 이미지 자체가 보기 좋은 건 안티아 듀버캇이고
보기 흉하지만, 앨범의 방향을 정말 잘 표현한 건 라이자 앤,
그리고 롤 엘이 그 중간에 있네요.
매기 마일스랑 흑당밀도 꽤 좋은 후보여서
이번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누가 받아갈지 좀 감이 안 잡히네요.

4. Mytube Likable

서배나 코늘리의 More than Fine 뮤직비디오가 지닌 장점은
노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아트 디렉션과 스토리보드,
그리고 그 스토리보드를 효과적으로 영상으로 옮긴 촬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디 던컴의 다른 촬영에서 이런 잘 정제된 페이싱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건 아무래도 아트 디렉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소피아 머티내자드의 작품 같아요.

그리고, 단점은…. 어…
올해 최고의 노래에 걸맞는, 올해 최고의 뮤직비디오가
2월에 나와버려서 김 새게 만들었다는 거 정도일까요?

제니비브 스톡스의 Book of Memories 뮤직비디오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돈을 쥐뿔도 안 들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쥐뿔도 안 들인 돈이, 제니비브 스톡스 사정에서 최대한의 예산이라는 것도요.

영상에 소소한 단점들은 있어요.
초신성 ‘특수효과’는 특수효과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고,
불길 장면에서 첫번째 풀샷은 마땅히 불이 붙어 있어야
스토리보드가 말이 되는데 안 붙어 있죠.

하지만 영상에서 바로 티가 나는 이 빡빡한 저예산 촬영은
그런 걸 단점이라고 지적하기 민망하게 만들어요.
이게 최선입니다. 이 예산에선 어쩔 수 없어요.
우연히 싼값에 고용한 촬영 감독이 가벼운 특수효과 처리도 잘 해줄수 있다면
같은 값에 훨씬 좋은 영상을 뽑을 수 있었겠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진가요?

물론, 건물 대여 비용을 제외하면 돈 더 적게 들였을게 분명한
More than Fine 뮤직비디오가 그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애니 해밀턴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게으르기 그지없습니다.
노래 제목이 다이너마이트야? 그럼 채석장에 캠퍼 의자 하나 들고 가서
존나 badassy한 클립 몇 개 찍어 오지, 뭐.
영상이 심심해?
그럼 저작권 풀린 옛날 영화에서 관련 장면 좀 잘라붙이지.

그런데, 그 게으르기 그지없는 영상이
이 노래에는 정말로 잘 어우러지죠.
그리고 애니 해밀턴은 저 게을러 터진 촬영에서도
존나 badassy합니다.

네, 어떤 영상은,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어요.
그냥 자연히 자연하죠.

홀리 험버스톤의 안티크라이스트는
다이너마이트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뮤직비디오입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고작 ‘출구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표현하고자
그래픽 작업까지 했어요.
처음에 대놓고 보여주는 씬 말고도 중간중간 비쳐지는 끝없는 복도는
단순히 촬영 트릭으로 소실점이 어긋나게 찍은 게 아니라,
후보정으로 더 길게 늘리고 소실점을 흔들어 놨죠.

서너개 씬은 아주 면밀히 들여다봐야 보정이 됐음을 알아볼 수 있는데
그걸 꼼꼼하게 고쳐놓고 있어요.
대체 뭘 위해서죠?

그냥 돈을 바른 게 아니라
정말 꼼꼼하고 열심히 만든 뮤직비디오죠.
그리고 의도한 바에 제대로 성공하고 있기도 해요.
여전히, 저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에요.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스토리보드가 있는 뮤직비디오를 찍었지만
그 스토리보드의 요구에 맞출 능력도 개념도 없는 하찮음이
이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게 스토리 보드가 요구하는대로 깨진 거울처럼 탁탁 맞아 떨어졌으면
이 가사의 하찮음이 잘 전달이 안 됐을 거예요.

우리는 에밀리 본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떻게 스타일링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싸워 온 지난 8년간의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우리의 위대한 승리를 기리는 승전 기념비입니다.
이번 앨범 판매량을 보면 이겼다기보단 진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겼고, 승전 기념비는 세울 수 있을 때 세워야 하는 겁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에밀리 본의 ‘내가 ㅈ같아서 이런 거 해준다 얼마나 팔릴지 두고보자고’하는 표정이나
‘내가 정상적인 드레스 따위를 입어 줄 것 같아?’하는 의도가 보이는
시스루 드레스야말로
부정할 수 없이 확실한 우리 승전의 증거입니다.

그… 에밀리 본 이번 앨범 좀 많이 들어주세요.
우리가 이 전쟁에 이길 수 있게 해주세요.
여러분의 눈먼 스포티파이 재생 한 번, 유튜브 재생 한 번이
에밀리 본의 저 싫은 표정을 더 오래 볼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줄거랍니다.

아, 좀 이기게 해줘요.
이건 옳고 그름이 확실한 전쟁이란 말이에요.
우리가 지면…..
쟤 또 이상한 반의반토막 탱크탑에 하이라이즈 나팔바지 입고
디스코 뽕짝 하러 갈 거란 말이에요.
키도 조막만한 년이 하이라이즈는 왜 그렇게 좋아해 진짜.

응? 벌써 이 최근 뮤직비디오에서 옷 입은 꼬라지를 봐…
이번 앨범 투어 끝나자마자 원상 복구할 준비하고 있잖아.

음, 그러니까, 이 뮤직비디오 때깔은 곱긴 한데,
난 아직 이 뮤직비디오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안 되니
두 화면에서 이건 딱 맞아 떨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요소도 어긋나는 것도
의도된건지 아닌건지 모르겠고.

.. 코로나가 박살 내놓은 영화시장 인력들이
수도 없이 뮤직비디오 쪽으로 흘러 들어왔기에
2020년 말부터 뮤직비디오의 촬영 수준은 엄청나게 올라왔죠.
그게 작년에 결실을 맺었기에, 더 이상 올해의 촬영상…. 같은 건 없습니다.
(사실 원래 없었고, 있었던 적이 없…)
그 대신,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가 좀 많네요.

제대로 된 스토리 보드를 갖추고, 촬영에도 신경 쓴 마틸다 맨 뮤직비디오요?
그럼 더 이상 (얼굴이)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2)

(조금 붉은기가 덜하긴 하지만) 오번 브루넷과 주근깨는 내 강력한 약점 중 하나,
아니, 둘이죠.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가 mytube likable 후보에 올라간 건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같은 말은 안 할 거예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4)

어,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조금 문제가 많아요.
식상한 아이디어를, 잘 수행했지만, 결과물의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클로이 애덤스의 자기 경멸이 담긴 표정 연기 같은,
부분부분은 좋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 좋은 요소들이 서로 시너지를 못 내고 무너집니다.
갖은 치명적인 척 하는 연기를 ‘잘’ 하지만, 결국 여전히 어린애인
클로이 애덤스의 한계에 더 초점을 맞춰서 더 유머러스한 영상을 만들던가
아니면 제대로 정련해야 했어요.
(신부 역할의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못해서야 어느 방향이고 쉽지 않긴 하죠.)

이런 영상을 만들 때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마히나 케이의 Twisted 정도의 퀄리티는 뽑아 줘야 이야기가 통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 큰 척 하는 어린애는 저 빨간머리에 주근깨도 넘어서는,
내 가장 커다란 취약점이죠.
그래서, 결국,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5)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6)
어쩔 수 없어요. 이공대치고는 여학생이 많고,
과학고 시절부터 거의 6년간
그 여학생들과 생활 대부분을 공유하는 카이스트 출신들은
저런 공대 여학생 의상에
추억과 친근함이 섞인 페티시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아니 심지어 거기에 자전거를 탄다고?
저격인가?

(어째선지 자기 노래에서와는 달리 노래를 존나 잘하는 댄 스미스가)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7)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8)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9)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10)

5. 빗나간 융단폭격

이거…
에멜리아 홀로 단독 후보임?
일단 7포인터까지는 없어.
6포인터를 빗나간 융단폭격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6포인터에는 비치스가…. 아.
7포인터에서 에밀리 본이 뭐랄까,
빗나간 융단폭격은 아니어도 하기 싫은 융단폭격 정도는 되긴 하네

에멜리아 홀로보다는 에밀리 본이 더 적당한 거 같기도?

6. Needed to be Needed

9포인터들은 뭐 잘 팔리진 않았지만,
이 바닥에서 팔만큼 팔았어.
제네비브 스톡스는 엄청 잘 팔았고,
홀리 험버스톤은 이름값에 걸맞게 팔고 있진 못하지만
저런 스탯으로 여기 낄려고 하면 안 되지.
어릴떄가 좀 못 팔긴 했는데, 역시 이거 받아갈 만큼은 아니야.
생ㅇ도 막 나쁘진 않네
안티아 듀버캇이 진짜 미친듯이 못 팔긴 했는데,
홍보 채널도 없는 중견 포크 음악가가 뭘 어떻게 팔겠어.
여기 올리는 건 오버지.
… 서하라 벡이네.
와… 저거 진짜야? 저 숫자가 진짜야?
저렇게 못 팔았다고?
서하라 벡이 안티아 듀버캇보다 실제로 못 팔았다고?
아니 ㅅㅂ 이게 말이 돼?
안티아 듀버캇이 절대치가 엄청 낮을테니까
정 없으면 안티아 듀버캇 줘야지 하고 계산기 두들기기 시작한 건데,
서하라 벡이 절대치가 모자란다고?
와… 그래도 미국이란 건가?
홍보 채널도 없는 미국 중견 포크가수가
그래도 호주 인디 팝 가수보단 사정이 낫단 건가?

WfGA 2022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22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Mia Berg Sleepwalkers at noon
Jinx Sinks to the Brinks Fickle Friends Are We Gonna Be Alright?
Not an Image, but a Damage Bryde Still
Mytube Likable Anette Askvik I am the Sea
Carpet Bombing Missed Alexis Castrogiovanni Someday My Thoughts Will Be Like a Range of Mountains
Needed to be Needed Phebe Starr Heavy Metal Flower Petal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2년의 종말의 시작은 노르웨이의 비사팝 가수
미아 베륵의 Sleepwalkers at noon에 수여합니다.
미아 베륵은 2022년 한 해 동안 이 데뷔 앨범을 준비해 내놓으면서
별 볼 일 없는 뷔 라름 출신 꼬꼬마에서 내 비사팝 라이브러리의 탑 라이너로 올라섰습니다.
기존의 스타일을 버리고, 2년만에 준비해 낸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완성도의,
모니카 헬달 소포모어 이래로 최고의 비사팝 앨범을 만들어 왔어요.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22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기존의 애매했던 자신들의 레트로 타겟에 대한 완벽한 주석과 함께
최초의 걸작 9말0초 레트로 팝 앨범을 만들어온 변덕스런 친구들에게 바칩니다.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22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브라이드의 Still에 돌아갑니다.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22년의 Mytube Likable은
노르웨이의 비사팝 가수 아네타 아스퀵의 I am the Sea에 수여합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이 뮤직비디오는 ‘2022년 최고의 촬영’에 가깝고,
전체적인 완성도가 다른 뮤직비디오보다 빼어난 것이 아닙니다.
심지어 그 촬영에서도, 노을 역광 장면 같은 완성도가 문제 되는 부분이 있죠.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상에 이 상을 주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가장 강력한 후보인 브로큰 베이비의 Make Manager ‘음악 없는 버전’이
Make Manager 원 버전 없이는 성립하지 않는,
의존적인 영상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Make Manager을 후보에서 제외하자니,
저 ‘올해의 촬영상’ 후보들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은 Make Manager이
이미 깽판 쳐놓은 후보 라인업에서 커다란 약점을 안게 됩니다.
‘이거 make manager 하위호환인데?’라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다 이 상을 줄 수는 없는 거예요.
그리고 그렇기에, 결국 다시 한 번 ‘올해의 촬영상’ 수상작에
이 상을 줘야만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거기다 두 번째로, 내게는 아네타 아스퀵에 대한 채무가 좀 있습니다.
여기서 세세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그냥 내가 생각 없이 던진 커멘트들,
별로 대단치 않은 이유로 했던 언급들이
이 아가씨의 커리어에 불필요한 걸림돌이 된 적이 여러번 있어요.
(이 업계에서 내 영향력이 가장 컸던 2015년에도 그게 쥐톨만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아가씨는 그 쥐톨만한 내 영향력에도 크게 흔들리는 입지에 있고,
난 여러 번 이 아가씨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해서 좋을 게 없는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거라도 쥐여주고 싶었어요.
뭐라도 핑계가 하나라도 있으면, 별거 아니라도 뭐든 좋은 언급을 해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아네타 아스퀵은 ‘주석 없이는 의미가 없는 Make Manager 비디오를 제외하면
최고로 꼽아도 내 양심에 거리낄 게 없는 영상’을 만들어 왔어요.
그래서, 2022년의 Mytube Likable은 아네타 아스퀵에게 돌아갑니다.

.. footage: Make Manager music video & musicless video

수상 목록으로 ▲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22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알렉시스 카스트로지오반니의 데뷔 EP,
언젠가 내 사유는 산맥처럼 펼쳐지리라가 거의 단독 후보로 받아갑니다.
사실 2022년의 내 라이브러리에서
‘내 마음에 들지 않을 게 뻔한 시도를 했으나 어쨌거나 내게 어필한’ 노래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전혀 없었어요.
그리고 이걸 수상자 없음으로 돌리려고
마지막으로 작년 라이브러리를 전수 검사 하던 차에,
이 알렉시스 카스트로지오반니의 쓸 데 없이 긴 제목을 단 데뷔 EP가 눈에 띄었어요.
네, 이건 내가 몇 번 얘기했다시피,
‘이미 줄리아 켄트가 다 해 놓은 걸 그대로 따라간 마이너카피’에 불과한,
고작 더 한 거라고 해봐야 거기에다 보컬을 얹기만 한,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컨템포러리 첼리스트의 데뷔 EP입니다.
그리고, 놀랍지 않게도, 어디서 첼로 소리 한자락만 들어가면
모든 사고를 멎어버리는 내 안의 12등급 머저리를 자극했죠.
작년에 후보를 선정할 때는,
이게 빗나간 융단폭격의 후보가 될 수 있는 덕목이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 마지막 전수 검사를 하며 생각해보니,
이건 너무나도 당연한 빗나간 융단폭격 매터리얼이더군요.
내 안에 저 12등급 머저리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오류 목록에 올라간지 한참 된 일인지라
뭔가 좀 더 뻔한 후보가 있었다면 경쟁도 안 됐을 테지만,
아예 다른 후보가 없으니 이게 받아갈 수밖에 없죠.

수상 목록으로 ▲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22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피비 스타의 데뷔 앨범,
Heavy Metal Flower Petal에 바칩니다.
이 앨범이 이 노망주의 오랜 팬들에게조차 외면 받는 건 정말로 슬픈 일입니다.

수상 목록으로 ▲

WfGA 2022 예비 포스트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어우, 작년(?)엔 이걸 2월에서야 했는데,
올해는 12월에 끝낼 수 있어!

1. 종말의 시작

뭐, 이건 아뤼인가? 아니, 무조건 아뤼인 건 아니야.
아뤼는 리오더질한 플레이리스트가 9포인터인 거지,
원래 앨범이 9포인터가 아니야.
그럼
미아 베륵,
피비 스타,
로런 히버드,
테아 왕,
핀들레이,
아뤼…

미아 베륵과 피비 스타의 경합에 아뤼가 조금 그림자를 드리우는 정도겠네.
아니다, 로런 히버드도 가장 데뷔 앨범 다운 데뷔 앨범으로 경쟁력이 있구나.

2. Jinx Sinks to the Brinks

변덕스런 친구들,
그랜트,
미안,
카모디,
로지 카니,
제마 로렌스,
헬렌 가냐

여기가 라인업 개 빡쎄다.
로지 카니는 일단 아웃인 것 같고.
헬렌 가냐도 커리어 세탁이니 빼고,
카모디가 살짝 급이 딸리고,
그러면 9포인터 셋과 8.8점 제마 로렌스가 남네?
그랜트는 확실히 변덕스런 친구들이 수행한 것의 마이너……
하지만 jealous the sky가 있는데?
여기 jealous the sky만한 거 한 사람 있어?
로지 카니랑 제마 로렌스 뿐이잖아?
그래, 근데 그건 그래.
한 트랙 완성도로 따지면 로지 카니한테 다 밟힌다는 게 문제네.
이게 좀, 종말의 시작을 미아 베륵이 받으면 제마 로렌스가 후보 제외 될 거고,
피비 스타가 받으면 변덕스런 친구들과 그랜트가 후보 제외 될 것 같긴 하네.
아뤼가 받으면 미안이 제외 될 거고.
로런 히버드가 받으면 그랜트 혼자 제외 되겠네.

3.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거의 뭐 브라이드 단독 후보 급.
핀들레이랑 리아 노블, 제마 로렌스는 솔직히 그냥 들러리 수준.
제마 로렌스 watchdog 싱글 커버가 앨범 커버로 나왔으면 압살했을 텐데,
그딴걸 앨범 커버로 쓰는 놈은 머리에 총맞은 게 분명할 정도지.
뭐, 그 정도니까 그게 앨범 커버로 나왔으면 다 압살하고 이거 받아가야 하는 거고.

..footage. Watchdog 싱글 커버

4. Mytube Likable

올해는 언급해야할 후보가 많다.
정말 많다.
특히 촬영 수준이 엄청나게 올라왔어.
지난 2년간 질 좋은 촬영 인력이 그나마 쉽게 제작 가능한 뮤직비디오 쪽으로 많이 유입 된 게 가장 크고,
기존 인력에 이 새로 추가된 인력들까지 실내 촬영에 대한 노하우가 꽤 쌓였다.
그리고 그동안 야외 촬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 심리로
대규모 야외 촬영 장면이 포함된 영상이 많이 기획 되었어.
그래서 그냥, 많다.
앞으로는 기준을 더 올려야할 것 같고,
그래서 대충 ‘어째서 앞으로는 이런 수준으로는 후보에 올리기 힘든가’의 논점으로,
단점을 주로 언급할 거임.
뭐, 장점은 웬만해선 그냥 보여지는 그대로일테니까.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기도 하고.

가장 강력한 후보는 브로큰 베이비의 메이크 매니저 뮤지클리스 버전.

그냥 뭐 압도적이다.
그거 나 주세요 하고 공개한 수준.
참고로 원 버전은…

영상은 노래의 의도에 잘 맞지만,
정작 노래가 그 의도를 제대로 다 챙겨 먹기엔 힘이 약하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그 문제의 근원인 노래를 제거하니 완벽한 거잖아? 아닌가?

어릴때의 빨래하는 여인은 저 직격을 맞았다.
이렇게 만들 거면 저것보다 웃겨야 했다.

아뤼의 My Awe Sustains은 잘 만들었지만,
절대로 아뤼의 정면 얼굴을 클로즈업 해서는 안 됐다.
아뤼가 못생겼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아뤼가 이 노래와 뮤직비디오가 전달하는 이야기에 안 어울리게 생겼다는 거다.
이 노래의 화자는 선이 얇지만 표독스러운 결의가 가득해야하는데,
아뤼는 거기에서 너무 거리가 멀다.
childhood dreams의 뮤직비디오에서 아뤼의 정면 얼굴 클로즈업은
그 가사에 담긴 통찰과 후회를 절절하게 전달해주는 훌륭한 도구였다.
하지만 여기서는 노래의 기본 세팅을 파괴해버리는 문제다.

핀들레이의 Ride은 로프레임 활용이 아주 훌륭하고,
이런 스타일 뮤직비디오들 편집하는 감독들에게 예제 파일로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편집 퀄리티가 좋다.
다만, 인털레이스 노이즈를 쓰는 게 문제.
아마도 인털레이스 노이즈를 로프레임과 같은 디지털 노이즈라고 생각해서
같은 맥락으로 활용한 것 같은데,
인털레이스 노이즈는
‘아날로그 화면에선 출력되지 않는 아날로그 노이즈’가
디지털 화면에선 보이는 거지, 디지털 노이즈가 아니다.

케이티 로즈의 Don’t Give up on Me는 2004년의 케이티 로즈를 되살려 놓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저 과한 필름 손상 노이즈와 블러만 넣었지 해상도가 너무 높은 화질에 문제가 있다.
필름 손상 노이즈를 지금의 5% 수준으로 줄이고 화질을 480p로 올려놨으면
이거 줬을 듯.

심지어 이게 (타겟 연대가 10년쯤 더 앞이긴 하지만)
케이티 로즈보다 더 그 의도를 잘 받아 내놓았다는 건…

올해 홀리 험버스톤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저 작년까지의 과오를 모두 한 번에 떠안아야만 했던 계약 문제가 있었을 뿐.

처음으로 실사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는 담배 장면은 놀라웠다.
다시 실사로 돌아오는 전환도 나쁘지 않았고,
하지만 두 번째로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전환하는 장면은
그저 게을러 터졌다.
그 게으름이 이 올해의 노래 뮤직비디오를
올해의 뮤직비디오로 만들 수 있었던 기회를 빼앗아 갔고.

사실 브로큰 베이비가 저 뮤지클리스 비디오를 내놓기 전까지
강력한 후보였는데, 브로큰 베이비의 완벽한 퀄리티 컨트롤이 된 비디오 덕에
이 영상의 경쟁력이 확 꺾였다.
좀 더 퀄리티 컨트롤에 신경 써야했다.
독터 후 올드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어설픈 화면을 보여줬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것도 아니고, 세련되이 잘 다듬어진 것도 아닌 어중간한 물건이다.

잘 만들었지만, 너무 뻔하다.

좀 더 배경의 입체감을 높이고,
인물은 오히려 평면적으로 잡아야 했다.
이질적으로 보여야하는 화면이 하나도 이질적이지 못하다는 게 문제.

훌륭한 스토리보드에 꽉 끼워맞춘 연기, 촬영, 연출이 모두 돋보이지만,
정작 그 스토리보드의 근본이 되는 노래 자체가 별로 재미 없다.
이 영상 속의 딜런이 보여주는 매력을
이 노래 속의 딜런이 반푼이라도 따라가느냐?
라고 물었을 때 생각해볼 것도 없이 고개 저어지는 게 커다란 문제.

매번 돌아오는 올해의 촬영상 섹션 첫 후보는 아네타 아스퀵의 I am the Sea.
자연광 활용을 극대화해야 해서
조명 배치가 상당히 제한된 촬영임에도
어떻게 저렇게 깔끔하게 했는지 감탄 나오는데,
결국 그 제한된 조명의 문제가 노을 장면을 잡아먹었다.
노을 역광을 베일 뒤에서 잡겠다는 건 너무 큰욕심이었다.
저게 성공했다면 정말 예쁜 그림을 만들었겠지만,
촬영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노을 장면에
굳이 베일까지 쓰는 무리수를 뒀어야만 하나 하는 의문은 계속 남는다.
+
이거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로케이션이 노르웨이 북해안이나 섬일 것 같은데,
그럼 백야때 찍어서 노을이 네 시간도 넘게 걸려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네 시간 넘게 찍어서 건진 영상이 고작 저것 뿐이라고?

이 mushroom punch도 올해의 촬영상-_- 후보이긴 한데,
광각 슬로우 모션이 감탄 나오게 잘 찍힌 반면,
나머지 장면들의 퀄리티는 뭐 그저 그렇다.
아네타 아스퀵한테 밟히는 가장 큰 문제는
거의 제한 없이 조명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장면들과
훨씬 밝은 자연광 아래에서 찍은 장면들임에도 불구하고
조명이 제한적이었던 아네타 아스퀵만 못한 화면이 자주 나온다는 거.
그리고 오히려 조명을 많이 쓸 수록 더 무너지는 게 큰 문제이고,
마지막의 집을 향해 뛰어가는 장면에서는
최후의 보루인 광각 슬로우 모션마저 무너진다.
흘러 내리는 꿀 장면 같은 경우는 그 꿀이 내려 떨어지는 라인을 잡으려면
조명을 많이 써야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조명을 더 쓸 수도 있으니 더 멀리서 잡아 왜곡을 줄일 수 있었는데 안 했고,
가까이서 잡을 거면 반사판을 이용해서
젤라 데이한테 쏟아지는 조명 양을 줄여야 했는데 안 했고,
후처리를 더 열심히 해서 날아간 색감을 돌려놔야 했는데 안 했다.
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안 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지.

역시 올해의 촬영상-_- 후보인데,
스토리보드가 빈약하건 어쩌건, 연출이 어설프건 어쩌건,
촬영은 그냥 잡질하지 않고 기본기로 두드려 때리는 게 최고라는
훌륭한 교훈을 주는 뮤직비디오입니다.
근데…
기본기로 두들겨 때리는 건 좋은데,
립싱크는 좀 제대로 맞춰야하는 것 아닐까요?
못 맞출거면 하질 말든가.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그냥 초짜 감독이 만든 걸로 생각하고 후보에 올렸었다.
높은 촬영 완성도에 비해 촬영의 시공간 제어가 전혀 안 되는 문제가 있는데,
초짜들은 경험이 없다보니 실외 촬영에서 일정 늘어져서 시간 뻘로 날아가고
카메라 시야각 라인 틀어지고 이런 걸 제어를 제대로 못하거든.
근데… 맨 처음에 나오는 크레딧을 자세히 보니 거스 블랙이네?
아니… 저기요?
그럼 그냥 찍다가 원하는 장면 안 나오니까
‘아 그냥 대충해. 편집에서 어떻게 살리지’하고 날려 찍은 거야?
경험 부족이 아니라 태만이라고?

로케이션과 촬영이 이렇게 엉성한 게 용서되려면
좀 더 유머러스해야했다.
이걸로는 부족해.

그리고…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1)
… 드디어 늘 얘기하던 모든 장면이 마틸다 맨 클로즈업인 마틸다 맨 뮤직비디오가 나왔,…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2)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3)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4)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5)

5. 빗나간 융단폭격

이게 좀 애매한 게,
‘내가 싫어하지만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건
확실히 므랜대다.
근데 그건 므랜대가 의도한 바 그대로야.
그러니까 빗나간 게 아니라
핀포인트로 저격한 거지.

하지만 그리고는 또 문제가…
올해 앨범들은 그냥 정직하다.
하고 싶은 거 했고, 거기서 성공했고,
나도 그게 마음에 들어.
의도치 않은 방식으로 내 사랑을 받은 앨범 같은 거 없고,
그나마 아뤼가 그 의도를 짐작할 수 없다 정도?

뭐 고르고 고르면
커다란 심경의 변화를 겪고 스타일을 아예 바꿔 온
그레타 아이삭 정도?
근데 빗나간 융단폭격 받을 정돈가?
그건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수상자 없음으로 가야할 것 같지?

6. Needed to be Needed

이건 피비 스타
아니 솔직히 너무하잖아?
정작 이 아가씨 팬들조차 이 앨범을 외면하고
이전에 내놓은 EP나 듣고 자빠졌다고?
말이 돼야지.

WfGA 2021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21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Maria Kelly the sum of the in-between
Jinx Sinks to the Brinks ISÁK Roasut
Not an Image, but a Damage Elizabeth & the Catapult sincerely, e
Mytube Likable Savannah Conley Being Around You
Carpet Bombing Missed Kacy Hill Simple, Sweet, and Smiling
Needed to be Needed Golda May Rotten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1년의 종말의 시작은 아일랜드의 포크팝 가수
마리아 켈리의 the sum of the in-between에 수여합니다.
2021년의 데뷔 앨범들은 참 뭐랄까 다들 이 상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애시, 에멜리아 홀로, 엘라 그레이스 등이
한 해 최고의 앨범 후보에 올라갈만한 데뷔 앨범들을 뽑아왔지만,
뭔가 다들 예상 가능하고 시원치 않았어요.
의외성 없는 데뷔 앨범이란 게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앨범들은 최고의 앨범 후보로는 적합하지만,
최고의 데뷔 앨범 후보로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아 켈리의 tsotib가 눈에 밟힌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사실 예비 포스트를 쓸 때 내가 마리아 켈리를 빼먹었던 것은,
이 아가씨가 안정적인 수행을 바탕으로 한,
신인 답지 않은 노회함이 돋보이는 음악가이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다른 후보들이 오랜 데뷔 전 활동을 통해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다 보여준 반면,
마리아 켈리는 자기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보여주고
이 앨범에서 바로 그 노회함을 완성해왔죠.
네, 다른 음악가들의 ‘신인답지 않음’은 이미 수 년에 걸쳐 소모되었지만,
마리아 켈리의 앨범은 예상하지 못한 능숙함으로 충격을 줬죠.
결국, 그래서, 마리아 켈리에게 2021년의 종말의 시작을 수여합니다.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21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마침내 자신의 문화적 기반인 사미 음악을
완전히 조화시킨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노르웨이의 얼터너티브 루오티 밴드 이삭에 바칩니다.
설명이 필요한가요? 난 필요없다고 봐요.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21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엘리자베스와 사출기의 sincerely, e에 수여합니다.
뭐, 여러 경쟁자가 있는 것처럼 언급해왔지만,
사실 아니에요.
난 저 커버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rgf 카드도 전에 없이 일일이 라인 따가면서 2색 기반으로 만들었죠.
내가 제정신으로 그런 귀찮은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footage. 해당 앨범의 rgf 카드

이게 단순히 짙은 파랑색 바탕 안에 있는 글자만 색반전 한 걸로 보이겠지만,
사실 레이더 차트 안에 들어간 짙은 파랑색 부분 외곽선을 한 올 한 올 잡아서
연한 바탕 위에 올라간 레이더 차트, 짙은 바탕 위에 올라간 레이더 차트 배경,
짙은 바탕 위에 올라간 레이더 차트 오브젝트, 세 개 영역을 다른 레이어로 분리하고
블렌딩 옵션을 따로 줘야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와요.
보통 rgf 카드들을 만들때는 그냥 흰색이나 검은색 반투명 레이어를 대서
별다른 작업 없이 텍스트와 레이더 차트가 잘 보이도록 하죠.
필요하다면 60% 넘어가는 불투명도의 레이어로 덮어가면서까지 만들어요.
하지만 이 앨범 아트는 반투명 레이어로 가릴 수가 없었어요.
나 스스로 용납이 안 됐죠.
저걸 일일이 수작업으로 영역 따서 조절하는 걸 감수할 정도로요.
(심지어 캔버스 텍스쳐가 색을 점점이 흩어 놓은데다
경계선 양쪽에 같은 색상이 섞여 있어서
마법봉으로는 영역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손으로 다 따야 했어요.)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21년의 Mytube Likable은 미국의 포크 팝 음악가
서배나 코늘리의 Being Around You에 수여합니다.
예비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2021년 최고의 촬영’에 가깝지,
전체적인 완성도가 다른 뮤직비디오보다 빼어난 것이 아닙니다.
뮤직비디오 전체를 롱테이크로,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깔끔한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지
감탄이 나오는 촬영은 압도적이지만,
그 외의 요소가 딱히 대단한 건 아니죠.
물론 그 촬영이 진짜 황당할 정도로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상을 받아가는 게 이상하지 않지만,
예비포스트에 강력한 후보로 언급한 마리아네의 Hush이나,
차점자인 그레이시 에이브람스의 Mess It Up이 촬영에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압도적인 촬영만으로 이 상을 받아가는 건 이상합니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Hush에 상을 주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후보를 점검하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 상의 대전제를 다시 떠올렸죠.
‘그래서 망했냐고요’
네.
(그레이시 에이브람스는 물론이고,) 마리아네는 대중에게 외면받지 않았어요.
점점 대중의 관심을 잃어가던 이 2인 밴드는
저 Hush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강렬한 색 대비와
거기서 드러나는 마리아 자도야의 날카로운 매력에 힘입어
다시 대중적 인기를 회복하기 시작했죠.
단순히 대중적으로 실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저 뮤직비디오야 말로 이 밴드가 다시 대중적 주목을 받게 된 주춧돌이에요.
반면 서배나 코늘리는…………..
어, 그냥, 단순히 압도적인 촬영만으로 이 상을 받아가는 건 이상하다는 것으로
언급을 끝내도록 하죠.
뭐 어쨌든, 2021년의 Mytube Likable은 Being Around You에 돌아갑니다.

.. footage: H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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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21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케이시 힐의 Simple, Sweet, and Smiling,
좀 더 정확히는 Simple, Sweet, and Smiling의
마지막 트랙 Another You에 수여합니다.
케이시 힐의 이번 앨범은 전자기 간섭으로 발생하는 왜곡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평생을 디지털 패킹 오류 노이즈와 전자기 간섭 노이즈를 두고 싸워온
일종의 전자 음향기사-_-인 난
이 앨범을 들으면서 끊임 없는 조건반사적 전신 경련에 시달려야 했죠.
그리고 이 마지막 트랙 Another You는
다른 트랙에 비해서도 확고하게 강조된 전자기 소음으로 날 경악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앨범을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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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21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골다 메이의 데뷔 EP, Rotten에 수여합니다.
이건 내가 꼽는 2021년 최고의 산물입니다.
작년 앨범 최고 평점은 염소녀가 가져갔지만,
AtoF 최고 분야도, 댐드시네이터 베스트 크리에이션도 모두 이 EP가 차지했죠.
그리고 2021년 내 라이브러리 안에서 가장 적게 팔린 앨범입니다.
아니요, 손에 꼽히는 것도 아니에요.
내가 판매량 데이터를 아예 얻을 수 없는 로컬 밴드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제일 적게 팔렸어요.
저 잡다한 무명 가수들의 앨범이 즐비한 내 라이브러리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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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A 2021 예비 포스트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1. 종말의 시작

일단 눈에 띄는 데뷔 앨범을 들고 온 음악가는…
에멜리아 홀로
엘라 그레이스
애시
케리 왓
도파
정도인데,

뭐…
음…
그…

없잖아?

대체 누굴 주지?
애시가 맞나?
애시가… 맞나?

2. Jinx Sinks to the Brinks

염소녀
이삭
토리 포사이드
로빈 셔웰

이건 뭐 그냥 이삭이고.

3.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줄리아 스톤과 엘리자베스 지만 정도인가?
골다 메이가 좀 아쉽다.

4. Mytube Likable

가장 강력한 후보는 마리아네.

그냥 미술, 촬영, 연기, 스토리보드 모두 최고급이다.
특히 저예산 제작으로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것도 점수를 더 받을만하고.

그레이시 에이브람스는 마이튜브 라이커블에서 크게 점수를 주는,
영상이 노래 내용을 보강하고 더 메시지를 또렷이하는 비디오를 뽑아왔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1)

(얼굴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2)
사실 모든 컷이 마틸다 맨 클로즈 업이었다면 이거 줬을지도-_-

이게 촬영상이라면 응당 받아가야할 영상.
전에도 말했듯이 이건 촬영상이 아니다….만,
워낙 미친 촬영이라 마리아네나 그레이시 에이브람스 촬영이 조금만 삐끗했으면
주요 후보로 올라섰을 듯.
+
이게 촬영이 정말 미친 게,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뒤의 80초는 편집점이 아예 없는데
(굳이 촬영이 쉬운 앞부분을 끊어서 찍고 미친듯한 짜깁길 하느니
그냥 죽 이어서 찍는 게 더 쉬울테니 3분 전체 롱테이크일거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40초 촬영은 시발 이게 대체 몇 번 찍어야 저런 게 나오는 거야 싶은 수준.
핸드 헬드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피사체와 거리와 방향을 크게 조정하면서,
싸구려 오토포커싱 카메라*로 초점을 꼭 잃어야만 하는 곳에서만 잃으면서
깔끔하게 잡아내는 게…
그냥 순전히 운에 맡기고 찍었는데 저렇게 잘 뽑혔을 수도 있지만…
글쎄다.
* 이게 딱히 많이 근접하지도 않은 특정 거리에서 항상 초점이 나가버리는 거 보면
적어도 오토 포커싱에 커다란 결함이 있는 카메라로 찍은 건데…
촬영자가 그 초점 나가는 거리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때 거리 조절해서 활용하는 게 장난 아니다.

같은 날 찍은 듯한 이 영상을 보면
촬영자가 저 포커스 나가는 거리를 아주 철저하게 지각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고.

보랏빛 나날은 액면만 놓고보면 꽤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었는데,
촬영이 돈을 한참 더 바르고도 저 서배나 코늘리의 하위호환이라 경쟁력이 확 죽어 버렸다.

5. 빗나간 융단폭격

에멜리아 홀로와 케이시 힐의 경쟁인데…
이리스와 줄리아 스톤도 있지만,
이리스는 좀 너무 약하고, 줄리아 스톤은 뭐랄까 음…
아니구나, 줄리아 스톤도 비슷한 급 후보구나.

에멜리아 홀로, 케이시 힐, 줄리아 스톤이라…
셋을 놓고 보니 에멜리아 홀로는 좀 급이 처지는 듯.

+
하지만 케이시 힐과 줄리아 스톤은 좀 마땅치 않은 게,
난 여전히 케이시 힐의 그 전자기 간섭 소음이 싫고,
줄리아 스톤이 이 새 스타일 노래들 때문에 엄청난 가능성을 압류당한 게 싫다.
둘의 융단 폭격은 날 완전히 초토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빗나가지는 않았다.

6. Needed to be Needed

이건 골다 메이 확정.
마리아 켈리 정도를 빼고는 뭐 갖다 댈만한 후보도 없는데,
그 마리아 켈리조차 골다 메이보다 낮은 성취로 골다 메이보다 3-4배 더 많이 팔았음-_-

WfGA 2020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20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Woodes Crystal Ball
Jinx Sinks to the Brinks Dizzy The Sun and Her Scorch
Not an Image, but a Damage Matilda Mann If That Makes Sense
Mytube Likable MIA GLADSTONE CHANGE THE CHANNEL
Carpet Bombing Missed Tally Spear Tally
Needed to be Needed Laura Fell Safe from Me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0년의 종말의 시작은 호주의 팝가수 우즈의 Crystal Ball에 수여합니다.
우즈의 데뷔 앨범은 정석적인 팝 음악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완성도 높은 대중적인 멜로디와 보편적인 상황에 대해 깊이 성찰된 가사로 구성된,
모난 곳 없이 미려한 앨범이죠.
물론, 내가 선호하는 진취적이고 무서운 것 모르는 어린애의 앨범은 아니죠.
하지만 결국 작년 데뷔 앨범 중 우즈의 성취에 근접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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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20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보컬과 밴드의 불협화음을 정리하고 완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정돈해내는데 성공한,
캐나다의 포크팝, 드림팝 밴드 디지의 The Sun and Her Scorch에 수여합니다.
디지의 보컬 케이티 먼쇼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음색을 타고난 최상급 보컬이었지만,
이 밴드에 갓 들어와서 데뷔 앨범을 내놓았을 때는,
밴드와 겉돌면서 그 훌륭한 음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무의미하게 낭비되었죠.
하지만 이 보컬의 매력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던 밴드는
그로부터 1년 반의 짧은 기간동안 빠르게 스타일을 조정하여
케이티 먼쇼의 보컬을 완벽히 활용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 밴드의 대표곡 Twist이
이 소포모어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는 건 내 분노를 사긴 했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 Twist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다른 소포모어 앨범들을 압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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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20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마틸다 맨의 If That Makes Sense에 돌아갑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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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20년의 Mytube Likable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팝 음악가
미아 글래스톤의 Change the Channel에 수여합니다.
사실 이 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노가 에레즈의 You So Done이었죠.
기계팔에 조종/유도 되어 정해진 레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가 에레즈의 모습을 그린 이 뮤직비디오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그 어떤 영상보다 더 많은 논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했고,
몇몇 소소한 편집 문제를 제외하고는
작년 뮤직비디오 대부분을 커다란 차이로 압도했습니다.
처음 이 미아 글래스톤의 Change the Channel을 후보로 언급할 때만 해도,
그건 의미 있는 대항마로 생각하다기보다는 그냥 병풍으로 몇 개 꼽아 본 거였어요.
하지만 이걸 Mytube Likable 후보로 언급하다보니,
전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밟히더군요.
이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는 중심에 놓인,
화면을 찢어 돌리고 뒤트는 영상 효과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그레이스 윌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과감함이 뿜어내는 매력이 자꾸 눈에 밟히는 거였죠.
You So Done은 오랜 경력의 영상 감독이
정말 잘 뽑힌 스토리보드를 나쁘지 않게 영상으로 옮긴 것이고,
Change the Channel은 이제 졸업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이
(가장 자신감과 과단성이 떨어지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누구도 하지 않는’ 기법을 과감하고 독창적으로 활용하여
자기가 하고자하는 표현을 해내는데 성공한 영상입니다.
그리고 저런 영상 자체의 속성이 You So Done은 노가 에레즈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Change the Channel은 미아 글래스톤에게 딱 맞아 떨어지죠.
그리고 그렇기에, 이 상은 Change the Channel에 돌아가는 게 맞겠죠.

.. footage: You So 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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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20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탤리 스피어의 두 번째 데뷔 EP, Tally에 수여합니다.
2017년, 2018년 고전적인 포크팝 싱글 Just Don’t Know와
(첫 번째) 데뷔 EP Fade to White로 내게 극찬을 받은 탤리 스피어는
이 데뷔 EP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히자,
2019년 초 얼터너티브 팝락으로 장르를 옮겨 경력 세탁을 시작했죠.
내 장르의 꼬꼬마가 팔리지 않는 노래에 절망하여 떠나가는 일은 늘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아이는 정말 포크팝의 정수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건 날 제대로 낙담시켰죠.
하지만, 결코 탤리 스피어가 하는 새 노래들을 싫어하게 되진 못했어요.
오히려, 이 장르에서도 최고급의 성과를 뽑아내 준 덕에,
난 이 아이에게 깊은 애증을 품게 되었죠.
뭐, 이 아이는 결코 자기 노래를 잘 팔 수는 없는 운명인 모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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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20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영국의 포키시 드림팝 가수 로라 펠의 데뷔 앨범, Safe from Me에 수여합니다.
사실 2020년 나온 앨범 중 가장 성취에 비해 대중적으로 실패한 앨범은
카리 하른에샤의의 Deeper / Further입니다.
단순히 이 앨범이 내게 크게 어필을 했다를 넘어서, 그냥 객관적인 스탯들만 봐도
이만큼 잘 뽑아서 이만큼 망한 앨범은 지난 수년 간을 훑어봐도 찾기 힘들어요.
하지만 결코 카리 하른에샤의에게 이 상을 줄 수는 없었어요.
그건 다 2012년부터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리 하른에샤의 본인이 꾸준히
자기 노래를 사 듣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했기 때문이거든요.
네, 여기다도 결국 카리 하른에샤의가 2012년 데뷔 앨범을 내놓았을 때 받았던 기대와,
그 이후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설을 두 문단 넘게 적어나가다
이게 그럴 자리가 아니란 걸 자각하고 다시 지워야 했을 정도로,
난 카리 하른에샤의가 그렇게 잘 만든 앨범을 전혀 못 판 게,
온당하고 공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이 상은 차점자인 로라 펠에게 돌아가야만 하겠죠.
왜 로라 펠이 차점자인지 설명하는 건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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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A 2020 예비포스트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1. 종말의 시작

우즈
켈시 카터
스코르
한나 리이스
미안
드림와이프
유니 하벨
조다나

정도가 후보이고,
우즈가 압도적인 퀄리티를 가지고 있지만,
켈시 카터나 드림와이프가 이 상의 테마에 더 잘 어울리긴 한다.
문제는 켈시 카터가 드림와이프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데,
이 아이는 마케팅에도 감각이 있는 편이라 뭘 해도 결국 안 팔릴 리가 없다는 거.
힐다 스코르는 우즈는 너무 안전하다는 쪽에서 의미 있는 후보이긴 한데,
결국 힐다 본인도 너무 안전해.

결선 후보는 우즈와 켈시 카터 정도가 되겠네.

2. jinx sinks to the brinks

디지
걸뢰낯짝
시브 야콥센
해너 그레이스
마히나 케이
로렌 아퀼리나

후보 대부분이 fascination 속성이 강해서 잘라 고르기가 힘들어.
결국 올해 내게 가장 어필한 건 디지이지만,
twist 빼놓은 게 아직도 용서가 안 되기 때문에 뭔가 애매하다.
성과로만 따지면 당연히 해너 그레이스이지만,
해너 그레이스가 만든 이 15트랙 앨범은…
그러니까, 올해 중반에 내놓았다 폐기한 9트랙 앨범은
성과는 대단치 않았지만 잘 뽑힌 앨범이었다.
여기에 6트랙을 덧붙여 다시 내놓은 이 앨범은… 성과는 미쳐 날뛰지만,
앨범으로선 딱히… 그, 벌크트랙이 너무 많아졌다는 거지.
이걸 그냥 단순히 6트랙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5트랙 정도 넣고 2트랙 정도 빼서 12트랙 앨범을 만들었으면 해너 그레이스가 당연한데…
시브 야콥센은 돌아온 탕아라서 여기 있는 거지,
솔직히 올해 최고의 소포모어 앨범 같은 거 만들어온 적 없다.
마히나 케이나 로렌 아퀼리나는 말 그대로 병풍으로 갖다놓은 거고.

디지, 걸뢰낯짝, 해너 그레이스가 결선 후보가 될 거고,
여긴 진짜 누가 받아가도 이상하지 않다.

3.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마틸다 맨, 세인트 세이비어, 매디슨 커닝햄 정도가 최종 후보가 될 것 같고,
다른 둘이 점수깎일 요건들이 하나씩 있어서 (앨범 내용과의 괴리, 커버 EP)
마틸다 맨이 좀 압도적이다.
그랜트가 저 이상한 문양 안 달고 왔으면 여기에 끼일 수 있었을텐데,
저 수은 느낌 문양이 너무 별로야.

4. Mytube Likable

이거 노가 에레즈말고 후보 있나?
이게 뭐 하나 접히는 게 있어야 다른 후보를 언급하지,
촬영 급도 올해 제일 높고, 스토리보드 완성도도 제일 높고,
노래와 비디오의 유기성도 제일 높고…
-_-;;;

어쨌든 병풍이라도 후보를 둘러보자면…

미아 글래스톤은 스토리보드+촬영+편집에서
노가 에레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만한 걸 만들어오긴 했다.
문제는 스토리보드가 비주얼적으로는 잘 뽑혔지만
그 메시지에서는 급이 한참 떨어진다는 거.

케잇 밀러-하잇키의 딜루디드는 잘뽑힌 스토리보드가 어설픈 촬영에 묻혀 버린 게 안타깝다.
좀 더 타이티한 촬영과 말끔한 편집이 필요한 스토리보드였는데.

엉터리 9말0초 레트로의 물결 속에서,
드림 와이프의 제대로된 ‘2000년으로의 회귀’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우즈의 Close은 노래가 다하는 느낌은 있지만,
이 예산 죄다 로케이션에 꼬라박은 비디오가
올해 보기 힘든 방향으로 잘만든 비디오기도 하니.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2)
마지막 아이리스 아웃을 헤다가 아니라 토이 리코더 쪽으로 조였으면 이거 줬을듯.
정말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3)
사실 이건 조명에서 돈 없는 티가 너무나서 안타깝다.
돈 좀 더 있었으면, 조명 조금만 더 박을 수 있었으면 진짜 잘 찍을 수 있었을텐데…

5. 빗나간 융단 폭격

미아 글래스톤
피오나 애플
바네사 칼튼
아우네스 오벨
탤리 스피어
마틸다 맨
딜런

후보 정리해보기 전에는 당연히 아우네스 오벨이나 바네사 칼튼인 줄 알았는데,
탤리 스피어네.
탤리 스피어가 내 애정으로부터 빗겨나고자 하는 작업을 3년째 해왔지.
그냥 너무 당연해져서 저 작업들이 올해에서야 EP로 묶여 나왔다는 걸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

6. needed to be needed

미아 글래스톤
카리 하른에샤의
시브 야콥센
헤다 매
유니 하벨
칼리 페이지

가장 안 팔린 건 물론 카리지만…
카리는 솔직히 본인의 원죄지.
내가 ‘기부한다 생각하고 산’ 카리 하른에샤의 앨범이 대체 몇 장인가?
세 장? 네 장? 그것도 죄다 8트랙 앨범.
노르웨이 음원은 구하기도 힘들었던 2012년부터.
생각해보니까 열 받네? 난 이 앨범을 받아들게 되기까지 150달러를 32트랙에 박았다고.
늘 슬롯 하나 남을 때 마다 그냥 기부한다고 생각하고 샀던 나도 참기 힘들었어.
이 아가씨한테 기대를 해 온 그 누가 지금까지 남아 있겠어?
솔직히 150달러 박은 거 생각하면 이 앨범이 그걸 다 보상해주는 것도 아냐.

그 다음은 유니 하벨과 칼리 페이지.

유니 하벨은 안 팔릴 법해서 안 팔린 거고,
칼리 페이지는 충분히 팔릴 법한데 안 팔린 거.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
유니 하벨이 아예 확연히 덜 팔렸다면 유니 하벨일텐데…
칼리 페이지 저렇게 안 팔린 건 진짜 충격이라서.
예쁘장한 어린애가 가볍게 예쁘게 잘 뽑힌 노래를 내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