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사람들은 포르노 배우에게 배우 데뷔의 길을 열어 주는 걸 받아 들일 수 있어요.
심지어 80년대, 90년대부터 그건 용납이 됐죠.
하지만 그래서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그걸 받아 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실제로 그렇게 했더니,
배우가 되기 위해서 포르노 배우로 데뷔하는 아이들이 생겨났고,
그건, 사람들이 받아 들일 수 없었죠.
포르노 배우에게 배우 데뷔의 길을 열어준다는 건,
배우가 되기 위해서 포르노 배우로 데뷔하는 아이들도 용납해야한다는 뜻이에요.
저걸 견딜 수 없다면, 애초에 그 문을 열어서는 안 되는 거죠.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너는요?
밀레니얼들은 그걸 다 봤고,
그래서 저 네가 말하는 밀레니얼 ‘꼰대’들이 그걸 반대하는 거예요.
나는 그 밀레니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뭐 별 건가, 개인의 선택이지. 싶어요.
하지만 너는요?
아직 저들이 꼰대로 보이나요,
아니면 내가 윤리적 파산상태에 있는 개자식으로 보이나요?
적어도 내게 저들을 꼰대라 칭하려면,
저들이 자라면서 보고 듣고 생각한 맥락을 다 알아야 해요.
결국, 나처럼 저들과 함께 자라온 사람이 아니고선,
그건 쉽지 않은 일이죠.
너희끼리는 그래도 돼요.
너희는 너희가 보고 듣고 생각한대로 저들을 재단해도 되죠.
하지만 나에게 저들을 욕하려면,
나와 저들이 보는 세상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난 늘 시끄럽게 떠들라고 했죠.
하지만 그건 네 의견을 떠들라는 거지,
네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뒷담하는 소리를 높이라는 게 아니에요.
그럴 거면 그냥 입 다물고 있는 편이 백 번 나아요.
67.
저번에도 얘기한 거 같은데,
아니 진짜 왜 소설에 밥 먹는 이야기를 넣는 거야?
응,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팬터지야.
그 때는 걸게 차려진 밥상에 대해 논하는 게
뭐랄까 액션이나 섹스 장면 같은 거였지.
그런데 지금은 의미 없잖아.
대체 뭔 필요냐고.
수요가 있다고 해도 영상이 해야할 일이야.
소설에서 액션 시퀀스 묘사가 의미가 있냐는 말도 나오는 판에,
요리요?
응, 섹스는 나가 있어. 그건 언제나, 모든 방향으로 수요가 있어.
그러니까, 요리요? 섹스도 뺄까말까 고려는 해보는 세상에서,
얼마나 먹음직스러운 요리가 있는지 묘사하는데 종이를 낭비한다고?
68.
야구를 언제부터 봤냐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좀 애매하다.
내게 가장 오래된 기억은 89년에 무등경기장에서 본 한대화의 3루타다.
3루 쪽 최후열에서 경기를 봤기 때문에 선수들은 그냥 그 시절 야구게임의
도트 캐릭터처럼 보였었는데, 3루로 달려오는 한대화 얼굴은 제대로 볼 수 있었고,
한대화와 눈이 마주쳤었다.
대체 한대화는 왜 그 상황에 주루 코치를 보다 말고 관중석 끝을 쳐다봤는지 모르겠지만,
여튼 그랬고, 그 날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한대화였다.
그리고 내가 그 때 3루타란 게 뭔지, 얼마나 보기 힘든 건지 잘 알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적어도 88년에는 야구를 보고 있었다는 거겠지.
그리고 아마도, 태어나서부터 보고 있었을 거다.
8말9초 광주에서, 해태 타이거즈는 종교였다.
그것도 장식품처럼 겉에 다는 동아시아식 종교가 아니라
생활에 밀착되어 있는 유럽식 종교였지.
그렇기에 언제부터 야구를 봤냐는 질문은 좀 의아하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건,
언제 야구를 보지 않았냐지,
언제 보았냐가 아니야.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난 저 야구에 과몰입하는 소위 ‘진짜 팬’들을 이해를 못하겠다.
야구는 라디오로 듣고, 기록지로 읽는 게임이다.
보지 않아도 볼 수 있고, 나아가서는 보지 않아야 볼 수 있다.
1년에 400시간, 500시간을 박아 전경기를 본다고?
버릴 경기를 빠르게 버리는 것에 분노한다고?
그건 야구를 보는 게 아니라 뭔가로부터 도망칠 곳을 찾고 있는 거 같은데?
69.
내게 있어서 후한사는
광무제-장제에 이르는 후한 성립사와
환제부터 시작하는 중후기 막장 깽판사라서,
장제-환제 사이의,
어린 황제 전성기 역사를 잘 몰랐다.
대충 화희황후와 양기 얘기를 듣기는 했어서
그 어름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대충은 알고는 있었지만 세부사항은 몰랐어.
(그러니까 태후들이 갓난애 황제로 올리고 ㅈㄹ하다
권신한테 공이 넘어가서 왕망 꼴이 날 번 했다… 정도)
그래서 화희황후가 전소제의 어머니인 줄로 알았다.
그게…. ‘소제’잖아.
화희황후 아들은 두 돌도 못 보고 죽긴 했지만
어쨌든 화제 죽은 다음해까지 살아 있어서
연호 내리고 시호 받은 정식 황제고 소제는 아니란 걸
뭐 딱 상상하긴 힘들었지.
한 황후 시호야 보통 황제 시호를 따라가니
화희황후는 화제의 황후라는 거야 당연하긴 한데,
뭐 그냥 아, 화희황후니까 화제 황후겠구나.
화제 황후가 이런저런 일을 했겠구나…라고 상황을 정리할만큼
저쪽에 관심이 없었던 거지.
어쩄든 그래서 난 화희황후가 자기 갓난 아들이 죽은 뒤로
그 자리를 대신할 방계 황족을 수배하다
그 ‘자기 아들의 배다른 형’인 전 태자한테 역공을 받아 쫓겨났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러니까 화희황후의 며느리격이고, 전소제의 어머니인 안사황후가 겪은 일이
화희황후가 겪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양기가 전 태자를 옹립한 게 아니라,
전 태자가 스스로 황후와 싸웠다고 생각했어.)
+
어라? 이거 왜 뒤가 짤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