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어에서 무게는 ‘저울에 올렸을 때 눈금 값’인가요, ‘들어 올릴 때 드는 힘’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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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처음에는 간단한 오류에서 시작했다.
C가 ‘얼음은 녹으면 무거워진다’라고 말한 것에서였지.
당연히, 얼음이 녹아셔 물이 된다고 질량이나 무게가 늘어나지 않는다.
단지 얼음은 무게 중심이 고정되어 있지만,
물이 되면 무게 중심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이리저리 토크를 걸어대기 때문에
들어 올리는데 더 큰 힘이 필요할 뿐이지.

문제는, 이건 물리량으로서 무게를 말하는 거란 말이다.
일상어 무게는 무엇이지?
일상어 무게는 물리량 무게와 같은 말인가? 적어도, 완전히 같지는 않아.
적어도 우리가 무겁다 가볍다를 말할 때는
그게 단순히 저울에 올렸을 때 측정 되는 중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체나 인사불성인 사람이 의식이 있는 사람보다 무겁다,
20kg 시멘트 포대는 20kg 나무판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같은 말은 쉽게 들어 볼 수 있지.

그리고 저 두 번째 용례로 볼 때,
일반 언중은 기본적으로 저울이 측정하는 중량을 무게로 인식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부차적으로 들어올릴 때 드는 힘을 염두에 두고 있기도 한 거지.
‘무겁다’와 ‘무겁게 느껴진다’가 구분되지 않고 같은 자리에 쓰인다는 건 그 증거다.

세대간 언어 인식을 취재하긴 귀찮으니
그냥 단순 변화 모델을 가정하여 할머니 세대의 언어 습관을 떠올려 보자면,
할머니들은 좀 더 저울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게, 할머니 세대에서는 모든 농가에 저울이 필요하여 보급되어 있었고,
특히 그 저울의 눈금에 따라 돈을 받는 일이 많았으니,
즉, 생계와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었으니, 오히려 우리세대보다
물건을 드는데 필요한 힘보다는 저울의 눈금 쪽에 가까웠을 거다.
증조, 고조 세대라면 저울이 아니라 됫박이 주류가 될테니, 거긴 다를 수도 있겠지.

그리고 그렇다면, 저 할머니 세대가 멀어질 수록,
도시화 되어 농업 등 1차산업 종사자가 줄어들고, 저울이 좀 덜 익숙해질 수록,
일상어로서 무게의 의미는 들어 올리는데 필요한 힘에 가까워질 거다.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얼음이 녹으면 더 무거워진다’가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는가?
거기에 대답을 달았다면,
이제 좀 더 나아가서,
C는 저기에서부터 ‘얼음이 녹으면 무거워지기 때문에,
냉매 아래 놓인 물건이 냉매가 녹으면서 점점 눌린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당연히, 압력은 얼음이 녹으면서 생기는 무게 중심 불안정과 큰 관련이 없으니 대놓고 틀린 결론이지.
그냥 그 무게의 얼음 아래에 오래 방치했으니까 눌리는 거다.

하지만 저 C의 잘못된 결론은, 분명히 ‘얼음이 녹으면 더 무거워진다’는 생각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다.
저 전제가 틀리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같은 오류를 일으키겠지.
그렇다면, 저게 틀렸다고 규정하는 게 옳을까?

105.
몇 달 쉬었다고 또 글 개같이 안 써지는 거 보니
드릴링 좀 해야겠다.

106.
한국의 독립운동이 장제스의 마음을 움직였다니 그게 뭔 개소리예요?
장제스 마음 같아선 한국은 당연하고,
실질적으로 350년전에 합병했지만 명목상으론 70년전에 합병한 류큐는 물론,
150년전에 완전 점령한 홋카이도도 뱉으라고 하고 싶었을 걸요?

독립운동은 장제스한테 명분을 준 거지,
마음은 움직인 적이 없어요.
아니, 진짜로 장제스 마음 같아서는
시고쿠 주고쿠 그거 다 나라잖아, 너희 유럽 놈들은 이쪽 사정 잘 모르겠지만,
이 동아시아에서 국자 붙으면 다 나라임.
하면서 일본을 아홉 조각으로 쪼개놓고 싶었겠지.

모니터 케이블을 바꿨더니 서버가 접속 불가 된 이유를 논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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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서버 모니터 케이블을 바꾸면서,
아파치 서버가 있는 하드랙 연결 선을 건드렸는데,
그 이후로 외부 접속이 안 되는 걸 확인했다.
난 당연히 저 아파치 서버가 제대로 인식이 안 되는 걸거라 생각해서
이것저것 두들겨 보는데,
아무리 봐도 서버는 제대로 돌아가고 있고,
외부 접속만 안 되는 거다.

공유기 문제인가?
선 바꾸느라 이것저것 당기다보니 공유기 선도 당겨졌나?
초기화라도 눌러졌나?
일단 공유기 포트 포워딩을 전부 끊고 DMZ를 켜봤는데,
역시… 외부 접속은 안 돼.
그렇다면 방화벽이 문제겠지.
아, 하드가 끊어졌다 돌아오면서 방화벽 예외 설정이 적용이 안 된 건가?
그렇지, xampp 아이콘도 깨진 걸 보면 뭔가 프로그램 인식에 오류가 있나봐.
방화벽 예외규칙 삭제 후 재 등록했는데,
역시…

아… 몰라, 일단 xampp 밀고 다시 깔아서 등록해보지.
백업하고 밀고 다시 깔고 백업 내용 골라 붙이고,
서비스 등록하고 예외규칙 재등록…

왜… 안 되지?
아니지, 왜 프로그램을 새로 깔았는데 방화벽 예외 규칙 등록창이 안 떴지?
전에는 당연히 등록창이 떴지, 수동 등록을 했을 리가 없잖아.
그렇지? 뭔가 방화벽 구성에 문제가 있는 거지?
방화벽 관리 페이지를 열고 한참을 이것저것 들여다보는데 보이는,
“허용되는 앱 목록에 있는 연결을 포함하여 들어오는 연결을 모두 차단합니다.”에
걸려 있는 체크 표시.
왜………..?
왜 저게 켜져 있어요?

체크 끄고 해결은 됐는데,
진짜로 왜?
뭘 하다 저게 켜진 거지?
뭘해야 저게 켜질 수가 있지?

102.
잠깐 프라임비디오 다윗을 훑어 보면서
다윗이 기원전 11세기 사람이란 걸 깨닫고는 뭔가 멍한 충격을 받았다.

그러니까…. 난 다윗이 대충 기원전 8세기,
그러니까 네부카드네자르 2세보다 200년쯤 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지?
근데 11세기라는 걸 알고 나니까 드는 의문이,
대체 예수는 뭔 근거로 다윗의 후손이라고 주장하고, 그렇게 믿어졌던 거지?
아니, 바울이 ‘종교적으로 개선’한 기독교에서야 예수가 다윗의 후손이란 게 별로 안 중요하지만,
유대교에서, 특히 유다파 애들의 예수는 다윗의 후손이고 예언자 왕이란 게 중요하잖아.
걔네 그래서 예수 따라오다 예수가 예언자 왕으로서 권리를 주장하는 걸 망설이니까
등떠밀듯이 팔아 치운 거잖아.
그런데 1000년 차이가 있는데 뭔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지?
유대인들이 중국마냥 집성촌 중심으로 족보가 잘 관리되던 동네도 아니고,
그 중국조차도 족보에 구멍 뻥뻥 뚫려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이 보증해서 돌아가는 경우 많은데…
천년? 천년 뒤에 그 후손이라고 주장한다고?
그게 먹힌다고?

이걸 써놓고 생각해보니, 족보 관리가 안 되니까 저렇게 우길 수 있는 거구나.
동아시아에선 누가 후손 사칭하면 종중에서 족보 주르르 대조해서 개소리죠 ㅅㅍ? 하는데
유대인들은 3대 단위로 여기저기 퍼졌다 모였다 해대면서 족보 관리도 안 하니
저 따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도 딴지 걸 사람이 없는 거지.

그나저나 이거 더럽게 못 만들었네.
좀 예쁘게 뽑을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메시아 꼴 나겠지?

103.
아니, 트럼프가 되면 미국 주식이 오를 줄 알았다고요?
….?
…. 폐쇄 경제를 하겠다고 염불 외우던 사람인데,
왜 주가가 올라요…?
…??????

아니 정말로.
왜 오른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야?
어떤 사고 구조를 가져야,
폐쇄 경제를 하는데 경제 규모가 커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
뭐, 회사의 가치는 그대로인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니까 오르나?
그럴 수는 있겠네.

언어는 현상을 지배하죠.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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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애덤 커너버가 영어에 00년대와 10년대를 지칭하는 말이 없다는 이유로
21세기의 문화 지체 현상을 설명하는 영상을 보고…
한참을 저게 뭔 개소리야 하는 생각을 했다.

응. 딱 잘라 말할 수 있어.
저 말은 틀렸어.
한국어에는 00년대와 10년대를 지칭하는 말이 있고, 실제로 쓰였지만,
문화 지체 현상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강하게 형성됐거든.

한국의 문화 지체 현상의 원인은 간단해.
소비층의 노령화.
창작자의 노령화.
레거시 미디어의 권력 해체로 인한 시장 선도 압력의 소멸 정도를 생각할 수 있지.

그런데 저 얘기를 듣다보니까,
기존의 앞쪽의 사회 노령화에 무게를 두던 해석도 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쪽이 훨씬 영향이 커.
예전에는 TV에는 항상 새로운 걸 올려야 했어.
원래 하던 건 남들이 다 하니까
새로운 걸 찾아서 10대 20대를 공략해야만
그 10대 20대가 채널 돌리는 게 귀찮아서 한 방송국을 계속 틀어놓는 50대가 될 때까지
이 방송국의 먹거리를 책임져 주는 거지.

그래서 90년대까지는 방송국이, 잡지가,
새로운 거, 더 정확히는 앞으로 팔릴 거 찾아서 올리려고 노력했어.
너희 독자들도 그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따라와,
못 따라오는 촌스러운 애들은 버리고 갈 거야.
하면 촌스럽게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독자들도 우르르 따라왔으니까.
물론 KBS처럼 남이 시행착오 겪으며 찾아 놓으면
그거 따라가면서 이삭줍기만 전문으로 하는 병신들도 있었지만,
어쩄든 그랬다고.

근데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의 독점 권력이 해체 된 지금은?
새로운 거 하면 판매량 반토막 나고 망하지.

한국에서 문화 지체 현상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사회 노령화보다는 기존 문화 체계가 훨씬 더 레거시 미디어에 의존하는
일원적 체계였기 때문인 거지.
다른 나라에 비해 방송국이 멱살 잡고 앞으로 끌고 가는 경향이 강했는데,
그 영향력이 사라져 버리니 길잃고 멈춘 자리 맨 땅에 머리 박고 파고 들어가는 양들이 잔뜩인 거야.

응. 단순히 나이를 먹었다기보다,
이게 더 큰 문제인 거 같아.
더 이상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대중을 양떼 몰이를 할 수 있는 권위를 가진 매체가 없다.
그러니까 20년이 넘게 변화 없이 정체되고 있는 거지.

99.
근래에 계속 이것저것 숙제를 하느라 바쁜데,
한참 숙제하다보니 정말 의아한 게 생겼다.

그러니까, 그, ‘창고 건축’류의 연재 소설, 만화 얘긴데 말이야.
음, 이게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떻게 독자에 대해 어필을 하는지 그 포인트는 알겠어.
그리고, 빈손에서 첫번째 창고를 올리는 동안은 그 어필을 확실하게 한다는 것도 알겠어.

그래, 그리고는 이게 갈등 구조나 플롯은커녕 스토리도 존재할 수 없는,
그런 인포메이션 0의 이야기가 되는 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겠어.
저런 종류의 이야기가 크게 어필하는 독자들이 갈등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는 거야.
새 창고 올리고, 새 창고 올리고, 안 팔릴 것 같으면 창고에 재화 대신 여자를 채워 넣고,
그것조차 안 팔리는 날이 오면 접는 게 최선의 활용이겠지.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건,
대체,
왜,
저런 창고 건축 놀이가 연재되는 걸 3년이고 4년이고 지켜보는 독자가 있는 거지?

1년은 이해 해. 첫 창고를 완공시키고 거기에 물자를 채워 넣는 건 재미있을 수 있을 거야.
2년도 그런 독자를 이해하긴 어렵지만 그런 독자가 있다는 건 이해 해.
하지만 3년?
그걸 어떻게 지켜보지?
이미 창고는 다섯채 쯤 완성 되어 있고,
이제 다른 재화를 채워 넣을 또 다른 창고를 짓기 시작하는 이야기를….
시발 어떻게 지켜보는 거야?
심지어, 돈까지 내면서?
아니 진짜로,
돈까지 내면서?

난 이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P가 공짜로 던져 준 P네 출판사 출판작을 제외한,
이 장르에서 비교적 인기 있는 편인 장기 연재작 10여종을 사서 읽어 봤는데,
단 한 푼도 아깝지 않은 게 없었어.
10원에 한 편씩을 팔아도 돈 아까울 거야.
숙제라서 시간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정말로 저걸 읽으려고 읽었다면 돈에 앞서서 시간이 아까웠을 거야.
아니, 이야기가 아예 똑같이 반복되잖아.
또 창고 짓고 있잖아.
또 창고 채우고 있잖아.
채워 넣는 재화의 종류만 바뀌지 완전히 똑같은 이야기잖아.
아니 정말로 똑같다고, 비슷하다가 아니라 진짜 법적인 표절이 성립할 수준으로 똑같단 말이야.
3권하고 11권하고 재화 종류와 등장인물 면면만 약간 바꾸고 그대로 갖다 붙여도
아무도 이상한 걸 못 느낄 정도로 똑같다고.

아니 당연히, 위기도 없이 차곡차곡 창고를 지어 채우는 이야기니
뭐가 다를 수가 있겠냐만은….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 됐으면 아, 그만 봐야겠다. 해야하지 않아?
왜 저걸 사서 보는 독자가 있는 거야?
어떻게 그런 독자가 한 명이라도 존재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대체 뭘 놓치고 있는 거지?

정말로 여기에, 돈 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100.
결국 예전에(10년전 아닌가?) K가 던져 줬던 나태의 마녀 초안 잡기를 시작했는데,
마법 설정이 생각보다 엄청 어렵다.
일단 지금 초안 내용은…

“네, 9교 중 명교의 가르침을 따르는 명명가들이 쓰는 기술입니다.
만물과 이치에 마땅한 이름을 붙이는 기술이죠.
그 이름을 찾고, 바꾸고, 격을 높이고 떨어트림으로써 대상의 본질조차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유교와 음양교를 전공했기에 그 기술적인 영역은 잘 모릅니다만,
어쨌든 명명가들은 이렇게 바퀴에 ‘돌아가는 바퀴’란 이름을 붙임으로써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바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아…, 그쪽 세계의 종교와는 좀 다릅니다.
저도 정확히 둘을 비교하긴 힘들지만 일단 유교는 조금 익숙하실 겁니다.
그쪽에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 세계의 유교는 저 명교처럼 실제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게 다릅니다.
유생들은 대의를 따름으로써 자신의 덕망을 높일 수 있는데,
이 덕망을 써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제약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 특정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자격을 규정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덕망 높은 선비가 침략해 온 장군을 꾸짖자
상대가 부끄러워하며 군사를 물렸다 같은 이야기가
선생님의 세계에서는 동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겠지만,
저희 세계에서는 실제로 가능한 일입니다.
단순히 부끄러워서 군사를 물리는 게 아니라,
군사를 지휘해 침략할 자격이 없어진 거라서
퇴각 말고는 아예 명령을 내릴 수 없는 공황 상태가 됩니다.
물론 저 정도 행동에 제약을 주기 위해서는
정말 엄청난 덕망을 쌓아야 하긴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그 공황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공격을 지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꺼림칙한 게 아니라 정서에 실질적인 타격을 받고,
이러한 자격 없는 행위를 계속 하는 것은
꾸준히 대상의 정신을 갉아먹어 피폐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당연히, 대의의 흐름을 좇지 못하고 벗어나 버린 유생은 덕망을 잃어 무력해집니다.
그렇기에 대의를 좇아 자신의 덕망을 쌓는 법을 연구하고 익히는 게 유교입니다.”

“그리고 아마, 법교도 법가란 이름으로 어느 정도 익숙하실 겁니다.
다만 역시, 이쪽에선 특별한 힘을 갖습니다.
아마 그쪽의 법가도 세를 두르고 술을 통해
법을 만들어 통치하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을텐데, 여기서도 비슷합니다.
이쪽에서 법술이란, 법을 만들어 대상의 행동을 구속하는 겁니다.
유교가 덕망을 통해 상대의 자격을 부여하거나 박탈한다면,
법교는 세와 술을 통해 상대를 법으로 구속합니다.
세라는 건, 권세, 매력, 지성 등, 술자 본인이 갖추고 있는 사람을 지배하는 힘 자체를 말합니다.
술이란 상대를 설득하거나 속이는 화술이나 술책 같은 것을 말하죠.
그래서 법교의 제자들은 자신의 세를 키우고 술을 연마하여
많은 사람한테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그렇게 자신의 세에 끌리고 술에 홀린 사람들을 구속하는 법을 만들어
자기의 수족처럼 움직이는 이들을 늘리려고 합니다.
다만 이 법이라는 건, 선생님 세계에서 쓰는 말로는 계약에 가깝습니다.
법의 술자와 대상 사이에는 어느 정도 동의가 필요하고,
그저 상대를 속여 지배하는 술법은 아닙니다.
물론, 저희 세계에서도 법술을 상대를 속여 지배하는 것으로 생각해 접근하고
그런식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마녀 역시 법술을 그런식으로 배워 사용하는 이입니다.”

“선생님은 도교라고 하셨는데,
사실 이쪽에는 도교에 해당하는 가르침이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습니다.
음양교……는 유교와 도교에 두루 갈려 있지만, 여기서는 따로 존재합니다.
그쪽 세계에서는 물리학, 언어학, 법학 정도의 영역에 속하는 학문입니다.
단약교는 의학, 생물학, 생리학, 심리학 정도의 영역에 속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도교에 해당하는 쪽은 도덕교, 태평교, 태역교의 셋인데,
이 셋은 천연의 상태를 중요시하며 법교, 명교, 유교의 술법에 대해 비판적입니다.
실제로 그 효과를 무효화하는 것도 가능하죠.
셋이 아예 다른 가르침으로 갈려지는 이유는
저 ‘천연의 상태’라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접근 방향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덕교는 법술을 무효화하는 쪽에,
태평교는 명명술을 무효화하는 쪽에,
태역교는 유학을 무효화하는 쪽에 성과를 보입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저는 문외한인지라 정확히는 모릅니다.”

“묵교는 조금 복잡한 게, 그 역사 때문에 9교 중 하나로 꼽히기는 하지만,
이게 실재하는지조차 애매합니다.
묵교는 스승이 직접 제자를 데리고 다니며 입에서 입으로 가르침을 전한다고 합니다.
그 제자들은 은거하거나 떠돌아다니며
스스로 도움이 되는 곳을 찾으며 세상의 균형을 추구합니다.
무술에 능하고, 건축에도 소양이 있다고는 하지만 전설에 가깝습니다.
묵교의 가르침이란 게 무엇인지도, 사실 정확히는 모릅니다.
선생님의 세계에서 묵가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잘 전해져 오지 않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심합니다.
사실 이 묵교라는 이름 자체가 그쪽 세계의 묵적에서 따온 것이기에,
애초에 묵교는 저희 세계의 가르침이 아니고 그쪽 세계에서 넘어온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실제로 현재 묵교에 대한 연구 기반은 대부분
5-60년전의 어느 개영가가 직접 그림자를 열고
그쪽 세계의 묵자 연구 자료를 가져와서
저희 쪽의 묵교와 공통되는 영역을 따로 정리한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저희에겐 완전히 전설 같은 존재이고,
가끔 묵교의 제자를 자처하며 사람들을 도와주고 떠났다는 사람은 보고가 되고 있지만,
실제로 묵교의 제자가 확인 된 적은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제대로 설명을 못 드렸네요.
유학과 법술은 그 본질과 기능이 완전히 다릅니다.
법술이 개인 간의 법, 그러니까 계약을 만드는 거라면,
유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의의 흐름에 따르게 하는 겁니다.
앞에서 얘기한 침략한 장군을 회군시키는 예시에서라면,
만약 법술로 적장을 구속하여 회군을 하게 만든다면,
특별히 다른 제약을 걸지 않는 이상
그 장군은 돌아가서 자기 주군에게 목이 잘리는 신세가 될 겁니다.
하지만 덕망 높은 유생에게 침략할 자격이 없음을 선언 받아 회군했다면,
그 어떤 군왕도 그 장군을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뭐 처벌을 하려고는 할 수 있겠지만,
그걸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천명을 잃고 자리에서 끌어내려질 위험이 큽니다.”

“‘대의를 따른다’는 개념은 그렇게 어떤 고정된 진리가 있고,
그걸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유생은 항상 자신의 도덕, 사회의 윤리, 국가의 법을 초월하여
‘진정한 옳음’이 무엇인지 쉬지 않고 고민하고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진정한 옳음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대의를 따른다는 것입니다.
유학은 어떤 종류의 우회로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세상 모두를 속여도, 거짓된 주장으로는 그 무엇의 자격이건 논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속여가며 만든 논리로 덕망이 쌓이지는 않습니다.
특히 유생들은 종종 자신의 덕망이 쌓이지 않는 것으로,
자기가 스스로를 속이고 거짓 옳음을 쫓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입니다.
‘진정한 옳음’이 하나는 아닙니다.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접근법이 모두 옳을 수도 있죠.
그래서 유생들끼리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며 싸울 수도 있습니다.
간혹 견문이 좁고 판단이 미숙하여 말도 안 되는 자격을 논하는 유생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정당한 논박을 인정하지 않고
설득되지 않은 척 억지를 쓰는 유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태생이 남의 생각에 관심이 없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아예 들은 적이 없는 부류는 있을 수 있어도,
남의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부류는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의 생각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덕망을 쌓기가 좀 많이 힘든 편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성향으로 엄청난 덕망을 쌓은 유생이 없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꾸준히 사고치고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결코 교정되지 않는 덕망 높은 유생이… 한 명….
아니, 아닙니다. 못들은 걸로 해주세요.
그냥 이론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정도입니다.”

“어쨌든, 그래서, 대체적으로, 유생들은 믿을만한 사람들입니다.
거짓말을 아예 안 하지야 않겠지만,
거짓말로 상대를 해하려는 건 시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물론 쌓은 덕망을 죄다 버릴 생각이라면, 할 수 있겠지만,
아마 그런 건 정말로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따위의 이유가 있을 겁니다.
상대를 속여서 함정에 빠트려야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면,
속여도 덕망을 잃고, 속이지 않아도 덕망을 잃을 상황일 테니까요.”

이 정도가 마법 설정 관련 인용인데, 법, 유, 특히 유교는 지금 설정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법교는 좀 빈약하긴 하지만, 매력 있는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고 악용되는,
쉽게 사도로 흘러 들어가는 술법이라는 속성이 잘 구현 된 것 같아서 좀 보강만 하면 될 것 같아.
문제는 명교인데, 이걸 좀 확실히 정비해야 할 것 같은 게…
일단 당장 영구기관이 가능하단 말이지?
이거 제어 해야하잖아.
간단하게는 명명술의 유지에 계속 자원이 필요하다는 쪽일텐데,
명명술이 약해지는 건, 사람들이 그 의미를 받아 들이지…
아니야. 이거 아니야. 유학이나 법술은 술자 본인의 대의와 법에만 의존하잖아?
갑자기 명명술에 와서는 일반 대중의 명실 파악이 문제되어선 안 돼.
아. 음… 회륜을 수레로만 한정한다면? 이건 되지 않나?
응. 회륜은 오직 수레에 달려서 땅 위를 구르는 것만이 허락된 바퀴야.
저 이름에 정의된 용도가 그것이기에 다른 용도로 바퀴를 굴리는 게 불가능해.
하나의 이름에는, 오직 하나의 용도만이 존재할 수 있어.
아무렇게나 확장하는 건 명명술에선 불가능해.
이거면 막 말도 안 되는 제약도 달아 붙일 수 있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맞아도 달 그림자 세계와 해 그림자 세계의 사고 방식이
그렇게나 다르다고 우기면 돼.

문제는 도교 쪽이다.
아직 설정이 적긴 한데,
도덕(노)/태평(장)/태역(열) 사이에 좀 더 명확한 차이를 둬야 해.
법가 카운터, 명가 카운터, 유가 카운터로만 존재한다면,
저게 존재의 이유가 없잖아.

도덕은 무위, 모든 작위성을 틀어 막아 버리기 때문에
특히 작위성이 강한 법술을 확실히 카운터칠 수 있고,
다른 작위적인 변형들을 무효화 하는 능력이 있을 거야.
화산 폭발, 폭풍, 지진, 해일 같은 대규모 재해도 그 규모를 줄일 수 있다… 정도?
도덕가가 ‘지진을 잠재워 약하게 오래 떨리게 만든 적이 있다’ 정도는
미랄이 알고 전해줄만한 내용이기도 하니 이건 언급하게 해야겠네.
(+ 도덕가가 지진을 ‘예방’하기 위해서 약한 지진을 일으킨다… 같은 게 가능한가?
아니지. 이건 유노적 무위지.
비록 자연적인 것일지라도, 한쪽을 짓눌려 쌓인 에너지가 뒤틀려 풀려 나오면서 생기는
강력한 자연재해를 막아 잠재우는 것은 도덕가답지만,
미리 예방을 한다면… 그 뒤틀림을 풀… 음, 단층의 압력을 풀면 지진 일어나겠네?
거시적으로 봤을 때는 안 맞는 것 같지만, 미시적으로 봤을 때는 맞는 얘기였군.
뒤틀린 것을 순리대로 풀어 놓는 것은 무위의 기본 속성이니까.
응. 그래, 도덕가들은 화산, 지진 등을 잠재우고 다니고,
주위에선 저게 뭔 무위여… 하고 의아해하니까 설명하는 이벤트를 넣어야겠네.)

태평은 이것도 저것도 모두 관점의 문제이기에
파라켈수스의 장미 형식의 마법이 필요해.
태평가들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것도 맞는 말 아니겠소?’하면서
농담 따먹기만 하고 다니지만, 그 관점을 바꿔서 실제로 이치를 뒤집어 엎을 수 있는 능력.
하지만 그렇게 뒤집어 엎는 게 아무 의미도 없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아야 할 수 있기에
아무도 쓰지 않는 능력.

태역이 진짜 문제네. 아무 분별도 정오도 없는 도 그 자체인 태역이기에
유교 카운터인 설정인데… 그거 말고 뭘 시킬 수 있지?
열자가 바람 타고 다니는 거야 장자의 장난질이니까
오히려 이건 태평 쪽이고.
아, 얘넨 좀 사이비처럼 그려줘야겠다.
풀뿌리 캐 먹으며 풀뿌리나 진수성찬이나 본질은 태역으로 같으니
진수성찬을 먹는 것과 다름 없는 행복을 느끼는 미친놈들로 그리는 거.
아. 이 그림 마음에 드는데?
막 바늘판 위에서도 침대 위처럼 편안하겠네? 하고 바늘 판 위에 눕게 하는데,
실제로 바늘이 피부를 파고 들지 못하고 편안하게 눕는 거 같은 거.
그냥 항우울제 맞은 사이비 교도처럼 굴다가 갑자기 그런 물리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그림 좋다.
물 위도 걸을 수 있나?
음, 정말 대단한 태역가라면, 물 위가 아니라 허공도 걸을 수 있지.
(+ 이게 장자의 바람 타고 허공을 떠 다니는 열자 조롱과도 결이 맞는 게,
딱 태평가들이 태역가들한테 ‘그렇다면 허공도 걸을 수 있어야지’하고 조롱할만한 내용이잖아.)
이거 좋다. 그런 경지에 오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서
대부분의 태역가들은 그냥 고행을 감내하며
어차피 본질은 같기 때문에 자기는 행복하다고 주장하는 멍청이들인데,
진짜 대단한 경지에 오른 태역가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는 거야.
도덕은 고점이 재액을 막아내고 아이들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태평은 높이 올라갈 수록 도술 사용 자체를 무의미하게 여기기에,
그걸 무의미하게 여겨야만 높이 올라갈 수 있기에 고점이 아무 의미가 없지만,
태역은 그냥 미친 신선 놀음이 가능한 수준으로 고점은 높은 대신
아무도 그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고 아니야 풀뿌리 맛있어! 맛있어야만 해! 하는 수준에 머무는 거.
+
파티에 제대로 된 태역가가 있을 필요는 있나?
그게 있는 편이 재미있는 그림은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텐데,
태역은 마녀가 저항하면 안 되지 않나?
태역은 태초 이전의 정의를 이용하는 술법이기에
마녀나 주인공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물론, 그걸 모른다는 건 가능한데… 아, 좀 어중간한 레벨의 태역가면 쓸만하겠는데?
그러니까, 여기도 주인공 말고 마녀에 대한 공격책이 있긴 있어야 하잖아.
보험으로 태역가 하나 달고 가는데,
이 놈의 태역가가 아주 간혹 허공도 걸을 수 있는 수준이면,
보험 주제에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면 괜찮을 것 같아.
완벽한 수준의 태역가면 그냥 모든 술법을 무효화하는 수준을 넘어서
그 근원부터 지워버리는 게 가능하고…
잠깐, 시간 돌릴 수 있나?
시간은… 안 되지?
시간의 속도를 바꿀 수는 있는데, 시간을 돌리는 건 불가능해.
아, 순간이동 가능해. 스스로의 위치를 바꿀 수는 없지만,
세계 전체를 이동시키는 거 가능해.
근데 이건 세계 전체를 소멸시키고 이동할 위치에 새로 만드는 거라서
이론적으로나 가능한 거긴 하네.
음… 태역가는 진짜 어렵긴 하네.
그냥 사이비 짐짝 새끼, 저런 잉여놈을 왜 데리고 가야하는 거지? 수준의 캐릭터로 끌어 내려 놓고,
거의 끝무렵에 갈 때까지 태역술의 무서움을 보여주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파티 전멸 위기에서 자기를 제외한 전원을 탈출 시키고 죽는 역할 정도가 좋겠네.
응. 태역술이 뭘 할 수 있는지 알려진 다음에는 죽어야 해.
이건 어쩔 수 없네. 주사위 뜨길 기대하고 도박하는 대안을 남기면 안 되니까.
++
아 이거 생각 못했는데, 저기서 주인공한테 태역술 걸어서 탈출시킴으로써
마녀한테도 태역술을 걸 수 있었다는 걸 처음 알게 되는 게
그림이 예쁘게 나오네.
마녀도 죽일 생각이 없었는데,
주인공한테 태역술이 걸리는 걸 실제로 보고 당황해서 바로 죽여 버리고
(아 이거 관찰자가 없는 거 개 아깝네? 마녀가 나중에 직접 왜 죽여야만 했는지를 설명해야 하잖아.
마녀가 엄청나게 당황한 건 보여줘야하는데, 정작 주인공이 전장 이탈하기 전까지는
마녀가 당황할 이유가 없다는 게 문제야.
음. 그래, 미랄을 마지막으로 남겨서 미랄이 주인공한테 전해주는 게 맞겠다.
미랄은 마녀와의 싸움에서는 가장 무의미하니까 태역가가 마지막으로 전장 이탈을 시키고,
태역가가 마녀한테 갈갈이 찢겨 죽는 걸 보면서 날아간 미랄이 전달하면 깔끔하진 않지만
어쨌든 구성은 될 듯.)
이제 저 태역가가 죽은 이후로는,
거기에 근접이라도 하는, 실제로 태역술을 쓸 수 있는 태역가는 단 한 사람도 안 남아 있는 거지.

도덕가들이 마녀의 법술을 제대로 카운터 못 치는 명확한 이유도 만들어야 해.
물론 둘의 싸움은 논리 싸움이지만, 그냥 논리에서 밀렸다는 말이 안 되지.
마녀가 한비 해노를 인용하며 싸우게 하는 것도 말이 안 돼.
정작 내가 해노에 동의를 못하는데…

음. 마녀가 법술만이 아니라 명명술도 쓰게 하는 게 좋나?
아, 법술로 마인드 컨트롤 하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명명술로 얘는 진짜 영구기관도 만들고 막 그래서
실리로 꼬드겨 설득하는 거였다?
어… 일단 체크해 둘 필요는 있겠다.
마녀 캐릭터 반전에도 나름… 써먹을 수 있겠고.
+
마녀 캐릭터를 몇 번 꼬아야 하느냐에 따라서 이걸 어떻게 쓸 지 결정될 듯.
한 번만 꼬면…, 법술인줄 알았는데 명명술이었네요!여야 하는데 좀 재미없어지고,
두 번 꼬려면 법술이어야만 하고,
세 번 꼰다면, 법술 명명술 둘 다 할 줄 아는 게 좋겠네.
미랄이 ‘그 나쁜년은 법술 사용자예요’라고 말하는 건 정해져 있는 거고,
미랄은 유생이라 거짓말 못하니 적어도 미랄은 마녀를 법술 사용자라고 알고 있어야 해.
공조참의(캐릭터명 미정)의 배신에 치를 떨어야 하는데,
그게 법술에 의한 배신인지, 아니면 공조참의 본인의 판단에 따른 배신인지 못 알아차리는 건….
상황이 급박했으니까 그럴 수 있어. 미랄은 공조참의의 배신을 겪고도
그게 법술이라는/법술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지 않아도 돼.
미랄과 공조참의 사이 거리는 어떻게 해야하지?
가까운 게 좋지 않나? 일단 공조참의는 음양가여야 하고….
몇 안 되는 개영가이기도 하니까,
아예 미랄에게 개영과 물리학을 가르친 음양가 스승으로 하는 게 나을 듯.
그나저나 그림자가 닫힌 연대는 언제로 쳐야 하지?
이쪽은 조선의 체계를 모사하는데, 조선까지는 소통이 있어야 하지,
음. 문종한테 뭔가 당했다는 설정 괜찮을 것도 같다.
문종한테 대규모 군사 침략을 받고 그림자를 때려 막았다.
달그림자와 해그림자가 바뀌는 순간에 그림자를 여는 것까지는 막지 못했지만,
어쨌든 그 이후로 두 세계의 소통은 끊겼고, 그림자를 건너갈 수 있는 사람도 확연히 줄었다.
중국쪽은 진 소양왕 때 끊겼고, 한반도는 연결이 이어지다 문종 때 끊겼다.
일본은… 남북조 시작 즈음에 끊겨야겠네.
류큐가 좀 더 오래 유지 되어야 할 듯. 사쓰마가 류큐 정벌하는 1600년 무렵에 끊기는 게 맞는 듯.
근데 이럼 문종 이후에 만들어진 제도나 직급이 영향을 안 주도록 싹 검토해야하잖아?
어… 그냥 한나라 관제로 갈까? 아니… 숭례문하고 흥인문은 있어야 하잖아?
아… 성은 똑같이 지어야 해. 연결이 끊긴 이후에도, 성은 똑같이 존재해야 의미가 있는 게,
그림자를 넘어서 액신이 들어오는 걸 막으려면 양쪽 세계에 같은 위치에 성벽이 있어야 해.
현재 이쪽에 성벽이 없어도 버티는 건 문으로 액신을 속이고 있는 거야.
그래서 이쪽에도 남아 있는 숭례문과 흥인문이 아주 중요해.
숭례문 방화, 흥인문 방화 미수, 다 여기에 얽힌 거로 밀어 붙이면서 썰풀면,
대충 세부 설정 안 해도 독자는 속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
그럼 관위는… 한나라로 가는 거야?
이럼 공조참의는… 공부시랑…이나 공부낭중이 되어야 하고,
공부시랑이 맞지? 고려 때 시랑 쪼개서 참판 참의 나눈거니까.
2000년전 관위니까 정밀할 필요 없어. 엄청 많이 바뀌었다고 하면 되지.
+
마녀는 달 그림자 세계의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명명술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는 거…. 좋다.
마녀의 명명술을 보면서 달 그림자 사람들은 그게 명명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주인공은 저건 명명술이잖아… 하는 거지.
처음에는 자긴 이 세계의 마법은 모르고, 미랄이 아니라고 하니까 아닌갑다 하다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명명술인데? 하는 방향.
+
기본적으로 우리 세계의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술법을 더 쉽게 배운다는 설정을 넣어야겠다.
뭐, 아예 안 깔아둔 설정은 아닌게, 기본적으로 마녀나 주인공이나 다
술법 감수성이 높았으니까.
그냥 다 그렇다고 해두지.
술법 면역에 술법 감수성은 더 높아.
왜 그렇지? 아예 다르다는 걸 아니까.
달그림자 세계의 주민은 평생 술법의 영향력을 느끼며 살았기 때문에
술법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피부로 느끼지 못해.
그런데 해그림자 주민은 아는 거지. 평생 자기가 겪어 온 것과는 다르니까.
그리고 그렇게 술법이 엮이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면…
술법을 쓰는 동안에는 술법에 저항할 수 없어야 해.
그렇지? 아… 그리고 술법 면역 상태에서는 주위 환경 변화에 둔감해져야 해.
그리고 면역 상태의 해그림자 주민들끼리는 서로의 존재를 느껴야하고.
처음에는 그 느낌이 뭔지 몰랐지만, 점점 서로 알아차려 가는 이벤트가 필요하겠네.
마녀가 주인공한테 법술 사용을 시도할 필요는 있을까?
아님 그냥 평범한 미인계로 때울까?
법술을 실패하고 미인계로 전환하는 건 안 돼. 그 상황에 플랜B까지 들고 오면
마녀 캐릭터가 너무 조악해져.
아, 공조참의… 아니, 공부시랑이 배신해야하니까 마녀는 이 계획을 알고 있어야지.
법술을 시험삼아 걸어보면 정말 안 걸리는지 확인하는 이벤트는 있어도 괜찮겠다.
++
이렇게 되면 술법 면역이 아니라
높은 술법 감수성 때문에 술법 저항이 높다는 쪽이 더 말이 되는 거 같아.
특히 마녀의 술법이 달그림자 주민들은 인지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서
술법 저항을 무시하고 박혀 버리기 때문에 위협이고,
주인공은 마녀의 술법도 인지할 수 있는 거지.
그럼 주인공을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술법 저항에 대한 교육하는 파트가 있어야겠네.

묵교는 등장 안 시키고 떡밥도 안 던질 테니까 그냥 저 상태로 내버려두면 되고.
(나 아직 묵자는 완역본 한 번 안 읽어 봐서 정설 쪽에 속하는 해석도 모름.)
음양교랑 단약교는 그냥 자연과학으로 내버려두지.

+
K가 던져 줄 때, 마법 설정 복잡하면 그냥 열린우주 마법으로 때우라고 했었는데,
하다보니 진짜 개 ㅈ같네.
이걸 어떻게 열린우주 마법으로 때워?
통찰이 그냥 개 같이 긁어 대는 데다, 예언도 문제고 직감도 문제잖아.
++
열린우주 마법에서 통찰, 예언, 직감은 모두 변수를 심하게 줄이고 우주를 안정화 하는 마법이라서
열린우주처럼 불안정함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세계가 아니면 좀 구성을 긁어 댄다.
생각해보면 저거 디벨롭 할 때 매력만 변수를 늘리는 형태로 굳어졌는데,
대칭을 좀 제대로 잡아야 했어.
통찰, 직감이 변수를 줄이고 예언, 매력은 변수를 늘리는 쪽으로 만들었어야 했어.
대칭 신경 쓰는 건 나뿐이니까 내가 태만했던 탓이지.
예언에 통찰과 직감이 영향을 못 미치게 했어야 했는데,
(매력은 잘도 통찰을 핀포인트로 가지고 노는 형태로 만들면서,
예언이 직감이 붙들리게 만든 게 큰 실수….
어… 생각해보니 이것도 대칭이 맞기는 하구나.)
뭔가 좀 꼼꼼하지 못했어.

101.

연애 만화는 힘들어요…

Categories 기예가 미란다에게 미친 영향Posted on

92.
근래에 숙제하느라 연애 만화들을 몽창 몰아보게 됐는데,
(그 뭐랄까, 10대 남자애들의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관점을 좀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근데 라노벨은 진짜 한 줄을 읽는 것도… 하, 시발. 레 미제라블 코제트 묘사 깐 거 반성합니다.)
진짜 대부분은 진행해 나가는 게 너무 너무 힘든데…
오히려 생각보다 괜찮은 게 ‘있어서’ 놀랐다.

많지는 않은데, 그냥 그런 게 있다는 게.
세팅만으로 어… 극혐. 무슨 망상이 투영되고 있는지 뻔히 보이잖아…
싶었던 것 중에서, 나름? 어? 싶은 것들이…

대충 생각 외로 훌륭한 주제의식이 있기도 하고,
어쨌든 깔끔하고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있기도 하고,
그냥 다 때려 치우고 저 세팅을 무시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퀄리티가 있기도 하고.

특히 놀라운 건 저 압도적인 퀄리티 쪽인데,
그 대표적인 게 슈퍼 뒤에서 담배 피우는 두 사람.
뭐랄까.
그림을 잘 그린 것도 아니고, 대사를 잘 뽑은 것도 아냐.
근데 슥슥 그려낸 느낌의 간략한 그림과 컷 템포로 하는 감정묘사가 정말 촘촘하면서도 깔끔하다.
세팅? 어 별로긴 하지. 20살 차이 남녀의 연애 감정은 좀 그래.
캐릭터도 설득력 없고, 사건은 작위적이야.
근데, 그런 거 신경 쓸 의미가 없게 만드는 전달력이 있어.

이게 진짜 처음 보는 형태의 장점이라 어느 정도 급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강철의 연금술사의 액션 동선 구성 같은 장점과 비빌 수 있는 느낌 같아.
강철에서 액션 동선 구성은 그 만화의 빈약한 액션 연출을 제대로 덮어 씌워서
작가 본연의 단점을 장점으로 전환하잖아?
마찬가지로 이것도 저 설득력 없는 캐릭터를 이 전폭적인 감정 전달로 덮어 씌워서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줘.
캐릭터가 설득력 있을 필요가 없지. 나 자신에게 ‘내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설득할 필요는 없잖아?
난 그런 사람이야. 얼마나 설득력 없고 기반이 빈약한 캐릭터일지라도,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나 스스로 부정할 수는 없잖아.
그렇지, 창작물은 그래선 안 돼.
하지만 이 정도 전폭적인 감정 전달이 가능하면 그래도 된다는 거야.
오히려 설득력 없는 캐릭터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니 더 각별해 지지.
난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야,
있을 법 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야.
이해할 수 없고 있을 법 하지 않은데도 나 자신처럼, 내 소중한 친구처럼 지켜보게 되는 거야.
심지어 표정 묘사도 제대로 안 해주고
시선처리, 턱의 각도, 이런 단순한 벡터로 감정을 전달한단 말이지?
저 주동 캐릭터의 시선 진행 방향과 컷 진행 방향이 일치하지 않는 곳이 많은 게
콘티도 잘 짠 건 아닌데…. 저게 된다니까? 그냥 신기해.
(사실 이게 타야마는 항상 안쪽인 왼쪽에 앉아서 자기 오른쪽을 보며 말해야 하고,
(처음 사사키를 초대할 때는 자리를 비워두지 않아서 반대로 앉는데,
이후에는 사사키를 기다리면서 바깥쪽 자리를 비워둔다.)
야마다도 카운터에서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손님을 왼쪽으로 내보내기에,
두 개의 주 무대가 전부 방향이 한정 되어
저 시선 방향 맞추는 게 쉽지는 않은 만화긴 하다.
(‘2번 계산대의 야마다’라고 캐릭터를 만든 게 성대한 실패이긴 하다.
그걸로 만들어지는 캐릭터는 미미한데 반해서, 방향이 다른 계산대를 넣어서
필요한 경우 반대 방향 계산대에 세울 수 있는 우회로를 날려 버렸어.)
근데 타야마가 자기의 오른쪽 위, 만화 컷 기준으로는 왼쪽위를 째려보는 컷으로
한 줄이 끝나고 오른쪽 아래로 컷이 넘어가는 건 심하잖아.
거기다 그 타야마의 시선을 따라가는 게 그 순간의 몰입에 중요한 만화에서 말이야.
당연히 옆 컷들을 잡아 늘려서 째려보는 컷을 아랫줄로 내렸어야지.)

+ 다시 생각해보니, 저게 시선 트래킹보다 컷 템포가 중요한 건가? 싶어서
한 번 더 훑어 봤는데… 어, 아닌데, 저긴 컷 템포 조금 희생해서
시선과 진행 방향 맞추는 게 더 중요한 장면인데?
아니 작가는 못 볼 수 있다 쳐도, 편집자도 저걸 못 보고 넘어갈 수가 있나?
이 작가 손 느리지도 않을 거 같은데….
음… 저게 잡히는대로 빠르게 슥슥 그려낸 게 아니라
정성을 다해 그렸는데 저거일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하나?
아? 얘 로쿠레이 작가야? 응. 같은 그림체긴 하네.
근데 그럼 이건 로쿠레이보다 빠르게 그리는 거 맞을 텐데?
로쿠레이가 훨씬 복잡하고 선도 많이 쓰지 않나?
아 그… 로쿠레이 생각하면 그냥 콘티를 겁나 못 짜는 거구나.
그렇네. 로쿠레이는 이렇게 못 만들잖아.
감정 전달이 중요한 극이 아닌데다 캐릭터 갈등 구도도 식상하고,
종종 액션도 넣어야 하니 컷템포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게 불가능하고…
그러니까 콘티 개판으로 난장판 되는 게 매번 문제가 되잖아.
아… 그래. 로쿠레이는 이런 게 팔리겠지? 하고 존나 힘 빡주고 자기가 못 그리는 만화를 그리는 거고,
뒷담배는 이런 게 팔리겠어? 하고 대충 슥슥 자기가 잘 그리는 만화를 그리는 거… 같네.

+
그러고보니 요즘 간간은 편집자들이 방임 하나?
점프도 예전처럼 목줄 짧게 잡고 ㅈㄹㅈㄹ하지는 않는다고 듣긴 한 것 같은데,
간간은 강철 시절에도 좀 방임이었는데…
그 때보다 더 내버려두는 것 같단 말이지?
원래도 편집색 옅고 작가 개인 기량에 많이 맡겨두는 잡지긴 했는데,
요즘은 로쿠레이처럼 기술적인 영역에서 많이 손봐야 하는 만화도
별 수정이나 발전 없이 꾸준히 연재되는 게….

++
아니 근데 다시 생각해도 신기하네?
로쿠레이 저거 콘티 문제…
저거 내버려 둘 수가 있다고?
아니…. 그…. 그러니까….
아니 그래.
자, 로쿠레이 정도의 콘티 문제를 가진 만화는 많아.
그걸 다 교정할 수도 없고, 콘티를 편집자가 끌고 가는 건 안 돼.
하지만 저 작가는 저 정도로 처박혀 있을 작가가 아니잖아.
뒷담배에서 보여주는 걸 보면,
콘티 정돈하고, 캐릭터 구도 좀 쳐내고, 구성 좀….
….
아…. 그건 새로 그리는 거구나.
….
그렇네.
아.
네.
이러고 생각해보니까, 저게 그리고 싶어서 그리는 거란 생각도 든다.
그러니까, 뒷담배는 내가 말한 편집자적 정련이 다 들어간 작품이야.
캐릭터 구도 못 잡으니까 두(세) 명의 주역을 제외하고는 다 선을 엷게 연결하고,
구성 못하니까 사건보다 장면에 힘 줘서 에피소드 끌고 가고…
오히려 편집자가 이런 거 팔리니까 이렇게 해 봐 하면 로쿠레이 같은 거 안 나오지.

93.
지금 생각해보면 딱 하나 바꿨어야 할 게 있다면,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했던 일들이다.
난 보통 다른 사람들에게 부고를 많이 알리지 않는 편인데,
그게, 대게 내게는 별 일이 아니고,
괜히 내게 부고를 들을 사람들이 날 신경 쓰면 그게 귀찮기 떄문이다.

그런데, 외할아버지 때는 좀 알리고 위로를 받았어야 했고,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는데 날 위로해준 사람들에게 값을 더 제대로 치뤘어야 했다.
도망가지 말았어야 해.
그걸 회복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낭비했다.

그… 혹시나 이걸 보고 있다면,
미안해요.
그 때 신경 써준 걸 내가 더 제대로 감사해야 했어요.
내가 그리 능동적이지 못하게 널 끊어 낼 때,
그 감사를 잊지 않았어야 했어요.
그런데 난 나만 생각했고, 그 생각조차 게으르게 했고,
그래서 나 스스로에게도 더 큰 손실을 남겼네요.
미안해요.
오랜만에 연락해서 이 말을 하고는 싶었는데,
그건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서 여기에 써요.
이것도, 미안해요.

94.
컴플먼트가 대충 18/21+a 정도 만들어졌는데,
저 +a가 좀 걸리적 거린다.
21개 딱 자르면 좋은데,
지금 자리 못 찾은 게 레나랑 페리스와 실베스터, 되씨 정도인데,
21번째에서 애비 세이지/애비게일 오스본/일사 드랑어/올라 가틀란드 중 하나가 뱉어질 거라서
….
하나 더 만들긴 해야할 것 같아.
레나나 되씨 정도는 그냥 빼도 될 것 같긴 한데,
21번째에서 뱉어질 후보들은 도저히 못 빼잖아?

근데 그래서 저기서 뱉어진 애 중심으로 플레이리스트가 하나 제대로 나오긴 할까?
그냥 좀 확신이 안 들어.

95.
저 숙제를 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천재’가 등장하는 거였다.
너무 힘들어서 설마하고 내 소설 중에서 천재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들도 다 다시 읽어 보기까지 했어.
그러게,
일반인들은 천재를 볼 일이 없고,
보더라도 피상적으로 파악할 뿐이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냥 기본적인 지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건 너무 하잖아.
잘 외운다고 머리가 좋은 게 아니야.
물론 내가 지지리도 암기능력 없는,
휘발성 메모리만 써서 퍼포먼스를 올리는 타입의 고지능자라서 더 눈에 밟히는 거긴 하지만,
내 주변의 다른 고지능자들을 봐도, 지능이 높다고 뭔가를 잘 외우지 않아.
로씨 메소드는 오히려 지능이 낮은, 좀 더 정확히는 정보 연계 능력이 낮은 사람만 쓸 수 있는 거야.
정보를 연계해 묶을 매듭 없는 끄트머리가 남아 있어야 쓰는 건데,
정보 연계 능력이 좋은 사람은 그게 남아 있질 않다고.
수십초만에 집중해서 남의 말이 들리지 않게 되는 사람은 없어.
그런 사람을 봤다면 그건 못 들은 척 하는 사기꾼이야.
남의 말이 들리지 않는 집중 상태에는 전두엽을 풀로 활용하는 공상이 필요하고,
저기에 진입하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려.
그리고 애초에 수십초만에는 그걸 시작하기 위한 소재도 못 건져.
텍스트를 읽다, 전개가 막히고, 아 이게 무슨 말일까 정보를 크로스체크하고,
거기서부터 새로운 개념을 이리저리 이어 보는 시도가 시작 돼야 시동이 걸리는 건데,
어떻게 책 잡은 지 수십초만에 남의 말이 안 들리겠어?
상황 전개에 대한 계산이 빠른 사람은 어떤 특정한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게 아니라
변수를 좁혀 나가는데 능한 거야.
그래서 자기가 배제한 영역으로 사건이 전개되면 대응 능력을 오래 잃어야 해.
임기응변이 좋은 거하고는 오히려 반대 타입이야.
반대로 임기응변이 좋은, 흐름 읽는 감각이 좋은, 낚시꾼 타입은 그렇게 머리가 좋아 보이지 않아.
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소 퍼포먼스를 상당량 희생해야 해.
물론 기본 퍼포먼스가 높으면 그만큼 희생하고도 일반인들한테는 빠릿빠릿해 보이겠지만,
비슷한 고지능자 사이에서는 얼빠진 놈으로 밖에 안 보여.
‘천재들 간의 싸움’을 그리려면 그렇게 같은 눈 높이에서 장단점이 있어야지.
그렇게 하는 게 현실적일 뿐 아니라, 밸런스도 좋아지잖아.

근데, 그나저나,
난 내 소설에 생각보다 다양한 타입의 천재를 묘사했었구나.
나나 C랑 비슷한 타입만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여기 저기서 많이 베껴왔네.
s는 T를 스펙업 한 거고, y는 L이랑 비슷하고, i는 P타입이구나.
어… P는 대학 2년차 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한 사람인데도
(학과 개강회 때 말고는 말은 딱 두 번 나눠봤다.
웃긴 게, 말 할 때 입꼬리가 움직이는 방식*이나 논리 전개 양식은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나 출신 고등학교는 기억도 안 나. T랑 같은 대구과학고였나? 같은 동아리였나?
같은 동아리였던 것 같지? T가… 스팍스였나? 아닌데? 로코 운영하던 동아리가 어디지?
아, 그것도 기억 안 나.
* 이게 좀 많이 독특하긴 했다.)
생각보다 꼼꼼하게 특징을 잡고 베껴내긴 했다.
+ 아니 잠깐만? 나 이거… i 초안을 대학 2년차때 잡았나?
어…. 잠깐? 그런…가? 아. 이거 2년차 때 쓴 단편에서 발전시킨 캐릭턴가?
그렇…지? 아니, 아…. 그, 이럼 개인정보를 너무 까놓는건가?
음. 아냐. 이걸로는 내 소설을 전부 읽어 봤다고 해도 추측 못해.
습작 단편까지 다 읽은 게 아니고서야.

+
아 그리고, 하나 더 이해 안 되는 게,
요즘 어린 만화가들은 4컷 만화가 뭔질 모르나?
콘티 안 짜고 그냥 1열로 4컷씩만 끊으면 그게 4컷 만환 줄 알아?

무슨44 조랍시고 이지랄해 놓고자빠 졌어진짜.

96.
저거 숙제 하느라 그 비스크돌은 사랑을 한다와
2.5차원의 유혹을 보면서….
코스프레 하는 애들이 어떤 정신 상태인지를 드디어 이해하게 됐다.

아…. 이 새끼들 창작을 얕보고 있구나.
창작이란 게 캐릭터만 만들면 굴러 가는 줄 아는구나.

응. 저걸 알게 되니까 쟤네들이 보여주는 작태들이 한 큐로 쫙 이해가 돼.
아하, 그래서 이걸… 그래서 저걸…
응응.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아니라 캐릭터에 천착하는 성향이니
저렇게 엉터리 같은 짓들을 하는 거지.

그러니까 이야기에 신경 쓰는 사람은 당연히 캐릭터에도 신경 써.
내 이야기와 딱 맞물려서 완벽하게 전달하는 도구여야 하는 게 우선이지만,
어떻게하면 캐릭터가 내 이야기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을까를 엄청나게 연구한다고.
하지만 캐릭터에 신경 쓰는 사람은 이야기에 신경을 안 쓰는 거야.
그냥 이 캐릭터가 이런 저런 포즈를 지어 보이는 것에만 관심 있어.
이야기는 단순히 이 포즈에서 저 포즈로 옮기는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일 뿐이지.
그런데 이야기는 일단 독자를 끌어다 앉혀 놔야만 어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더 새끈하게 뽑아서 내 캐릭터의 매력을 더 어필한다 같은 선택지는 나올 수가 없는 거야.

그러니 코스프레 하는 애들이 저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거지.
맥락을 쌓는 법을 모르는 거야. 그걸 쌓으려는 훈련도 안 했고,
왜 쌓아야 하는지도 몰라.
재미없고 쓸모 없는 노가다처럼 보이는데,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그거 해야 된다고 하는 거야.
거기다 그 업계 사람들엔, 자기가 좋아하는 코스프레를
아무 생산성 없이 작품의 이미지를 착취하는 기생충 같은 존재라고 얘기하는 경우까지 있어.
그러니 이렇게 난 그런 쓸모 없는 노가다 안 하겠다고 나서는 거지.

선생님들,
노가다 하셔야 해요.
그거 존나 들어파고 짜맞추고 제대로 된 위치로 배치했을 때
그 캐릭터가 빛나는 거예요.
그냥 아무것도 없이 포즈만 팔고 싶다면 저기 모바일 게임 시장으로 가세요.
여긴 존나 노가다 안 하면 작품성 안 갖춰지는 걸 둘째치고 팔지도 못하는 시장이에요.

97.
세상에, 나한테 이런 추천목록을 바란다니 뭐하는 거야?
알았어요. 써줄게요. 진짜-_-

슈퍼 뒤에서 담배 피우는 두 사람 9+
장점: 대부분의 단점을 덮어 지워버리는 압도적인 감정 전달
단점: 빈약하고 구조적 고려가 적은 콘티, 아직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는데, 시작하면 무슨 얘기를 하지?

내 마음의 위험한 녀석 8++
장점: 꼼꼼하고 설득력 있는 여성 심리 묘사, 촘촘한 구성, 빈약한 그림을 효율적인 데포르메로 극복하는 기술
단점: 설득 되기 전까지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들, 과하고 설득력 없는 (주인공 외) 남성 심리, 굳이? 싶은 극초반 남주인공 캐릭터 설정, 구성에서 단발성 갈등요소로 소모되고는 갈등이 삭제된 뒤에도 치워지지 않고 오히려 기존 관계망에 억지로 끼어드는 조연 캐릭터, 덕분에 계속해서 비대화되는 불필요한 인간 관계 관리 이벤트들, 세부에 신경 쓰다 큰 줄기를 놓치는 구성.
+ 적체되는 조연 캐릭터 문제가 좀 심각한데,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연재가 계속될 수록 점수가 까일 듯. 적어도 스토커 모델과 누나 밴드의 드러머 캐릭터는 구성을 계속 좀 먹기 때문에 빨리 정리해야 함. 최소한 출연 빈도를 지금보다 한참 낮춰야 함. 또 억지 해석을 해대는 친위 독자층에 의한 과대 평가로 평론이 심하게 오염 되어 남의 평론에서 내가 놓친 장점 뽑아 먹기가 어렵다는 것도 큰 문제. 이 정도 잘뽑았으면 내가 놓친 장점도 꽤 있을 텐데, 다른 사람 평론을 보면 억지 찬양이 많은 추천을 받아서 제대로된 평가를 보기가 힘듦.

그리게 된 이상 8+
장점: 최고급 콘티, 그 콘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좋은 프레이밍, 훌륭한 투시 구도 이해, 1권을 버린 뒤에 확연하게 성장하며 매력을 갖추는 주인공들.
단점: 내마위의 아류로 시작해서 확실하게 내다 버린 1권 플롯(스토리는 나쁘지 않은데 플롯이 개 쓰레기, 캐릭터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스토리가 변경되어 플롯 충돌이 생긴 것 같음.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전혀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다’라는 2권 이후의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기반이 제대로 드러났으면 플롯 구성이 합당해지는데, 이게 1권 플롯에서는 오락가락하고, 그나마 남주인공의 인식에 따라서 그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 자체가 오락가락함.), 사오거나 사진 트레이싱으로 만든 배경이 프레이밍을 따라가지 못해 투시 구도가 뒤틀리는 문제, 직접 그린 배경은 투시선을 따라서 직선적으로 배치되어 단조로움, (투시 구도의 이해는 철저하고, 복잡한 인체 포즈를 그 투시 구도에 딱딱 맞춰 그리는 건 잘 하는데, 그래서 오히려 그 투시구도에서 곡선 오브젝트 배치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배경에서는 곡선 오브젝트를 아예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함. 이게 지나쳐서 배경이 단조로움.) 직접 그린 근경에 사온 원경이 들어가는 경우 그림이 완전히 뒤틀림.
+ 격주 24페이지, 휴재 합쳐서 실 연재량은 월간 36페이지 수준인데, 월간 24페이지 수준으로 배경을 전부 그리는 쪽을 택하는 게 만화 퀄리티 유지에 좋아 보이지만…. 그럼 흥행 망하겠지, 이런 만화가 8개월에 한 권씩 나오면 뭐. 3D 툴을 좀 배우면 사온 배경을 투시구도에 맞게 변형하는 게 가능하겠지만, 이걸 연재 중에 배우라는 건 미친 소리고…. 적어도 원경의 고층 빌딩 같은 건 좀 더 단순화 하더라도 사서 붙이지 말고 직접 그리는 쪽이 좋아 보이긴 함.

철야의 노래 9–
장점: 좋은 소재, 소재에 주제를 녹여내는 기술, 훌륭한 콘티, 그 콘티를 소화해내는 잘 가다듬어진 그림, 좋은 분위기 연출, 어반 팬터지에서 중요한 꼼꼼한 배경 그림.
단점: 식상한 주제, 삐걱거리는 구성, 목적을 감추고 분위기를 만드는데 열중하다 목적을 잃어버린 캐릭터들, 작가 본인도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는 길 잃은 스토리, 장면 연출에 집중하다 전달력을 상실해 버린 플롯, 빼어난 그림 솜씨에 비해서 투시 구도를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해서 생기는 원근 불일치, 그 구도의 문제를 극대화시키는, 프레임을 많이 움직이는 콘티.
+ 컨셉과 느슨하면서도 긴장감 있는 분위기가 최고 툴인 만화라서 원근 불일치가 그림 분위기를 해치는 게 다른 만화(이를테면 나가토로양)에 비해 아주 큰 단점임. 다른 만화에선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배경에서 사다리 투시 각도가 잘못된 것 같은 게 이 만화에서는 고즈넉하지만 어째선지 모를 불안감이 천천히 죄어 들어오는 그 분위기를 박살 내 버림. 물론 그 분위기는 탐정 에피소드 갈등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그냥 퉁쳐버린 이후로 플롯과 스토리가 대신 박살 내 주기 때문에 뒤쪽 반토막에선 원근 불일치 따윈 문제가 안 되긴 함.

사정을 모르는 전학생이 거침없이 다가온다. 9–
장점: 그냥 정수부 9점 박고 시작하게 만드는 주제의식.
단점: 같은 주제를 계속 이끌고 나가지만, 정작 주제에 대한 다각적 시각과 탐구 의지가 없음, 그로 인해 4권 만에 끝난 이야기가 아무 진전 없이 계속됨.

결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8+
장점: 좋은 주제, 주제에 대한 다각적 탐구, 큰 장점도 없지만 단점 없이 깔끔한 그림.
단점: 식상한 소재, 주제 연구를 위해 소모되는 극단적인 캐릭터, 기묘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갈등구조, 주제와 어긋나는 작가 본인의 세계관, 절망적인 이야기 구성, 의미 없이 깔린 맥거핀.

괴롭히지 말아요, 나가토로 양 7++
장점: 빼어난 구성, 나쁘지 않은 주제와 전달 방식, 잘 만든 개성 있는 캐릭터.
단점: 복잡한 포즈와 액션이 많이 나와야 하는 만화인데도 매번 무너지는 원근, 콘티 구성을 무너뜨리는 수준의 풀프레임과 근접프레임의 원근 괴리, 리액션 자판기에 불과한 조역 캐릭터들. 처음 기획에서 벗어나 이야기 전체를 발산시키는 주제.
+ 초기 기획이 지나치게 느슨했고, 1년 반 타이머 걸린 이야기에 구성을 만들고 매듭을 짓기 위해서는 주제가 이야기를 발산시키는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음. 조역 캐릭터들도 지나치게 생각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이미 두 주역 캐릭터가 확고하게 주제를 붙들고 있는 이상, 굳이 생각 있는 조연들이 다른 관점을 제시할 필요는 없을 듯함. 적절하게 생각 있는 행동을 해준다면 더 좋겠지만, 깔끔하게 필요한 수준으로 생각을 갖출 가능성보다는 사족이 될 가능성이 확연히 높아 보임.

오늘부터 시작하는 소꿉친구 8–
장점: 좋은 아이디어, (초반에는) 좋은 수행.
단점: 2권만에 이야기가 끝났는데 뭘 어떻게 할 거죠? 그리고 할 이야기가 없으면서 단점이 되는, 장점도 단점도 없는 깔끔하고 특별할 것 없는 그림.
+ ‘새로 사귄 소꿉친구’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없는 세상과 그 개념을 밀어 붙이는 여주인공, 거기에 질질 끌려가며 동조하는 남주인공의 갈등 구도를 만들었어야 이야기가 만들어 지는데, 이 갈등을 만들지 않고 아예 개념을 세상으로부터 숨기는 선택을 해버리니 이야기가 만들어지지도 않고 끝나 버렸어. 이걸 진짜 어떻게 할 거지? 뭐? 한국 수입이 4권으로 끊긴 거지, 이게 12권이나 나왔다고? 뭐?????? 어떻게 했구나…. 어떻게 할 건지 진짜 모르겠는데, 어떻게 하긴 했나 보구나…..

여기까지가 대충 이번 숙제의 7,8,9포인터.
대부분은 3포인터 수준이고, 5점 6점도 몇 개 안 될 거 같은데 그 정도 레벨은 옥석 가리기가 귀찮음.
대략 200종 정도 만화를 훑어 봤고, 1권 구매는 62종, 후속권 구매는 23종 했는데…
거기서 7포인터 이상은 저렇게 일곱개 뿐.
솔직히 뭐랄까 다들 5등분의 신부 같은 만화들일거라 생각해서 저것도 없을 줄 알았음.

내마위는 개 호들갑에 비해서는 못하지만, 호들갑 떨만한 이유가 있는 만화였고,
나가토로양은 저게 제대로 되어 있을 거라고 진짜 상상도 못했음.
철야의 노래는 들어는 봤는데, 듣던 거랑 아예 다른 만화.
그리게 된 이상은 1권 보고 콘티 구성이 너무 너무 아까워서 연재분 털어 보게 만들었는데,
2권 분량부터 플롯 퀄리티가 수직 상승하는 거 보고 어이가 없었음. 이거 후속권 정발 나올까?
…. 2권 종이책 작년 11월에 나와 있구나. 계속 나오긴 나올 듯?

아무리 그래봤자, 탄핵은 불가능해요, 저 개뻘짓 중에 확고한 탄핵 요건이 성립되는 게 없다는 게 어이없죠.

Categories 기예가 미란다에게 미친 영향Posted on

80.
….라고했죠.

…. 내가 무슨 저지할 긴급사태조차 없는 12월 한밤중에
계엄령을 선포할 줄 알았나?
그냥 존나 하기 싫은 건가?

시발 나 베스트 플레이리스트도 만들어야 하고
컴플먼트도…
굳이 이 블로그 연재물 말고도 해야 할 일 존나 많은데….
자폭 같은 건 좀 다들 한가할 때 하면 안 되나, 좀?

아니 진짜 말이 안 되잖아.
그냥 진짜로 말이 안 되잖아.

81.
P가 한동훈을 “개새끼인데, 김건희가 싫어하는 개새끼”라고 말하곤 했는데,
정치판 떠난지가 오래인 난 그 말을 잘 못 알아 듣고
‘성격이 개같다는 건가?’하고만 있었다.

그런데 아… 그 개 말이지?

82.
정치인들이 우리를 계산기로 밖에 안 본다는 말을 듣고 조금 의아해졌다.
그럼 대체 뭘로 봐주길 바란 거지?
난 정치인들을 컴파일러로 밖에 안 보는데….?
그것도 명령한 대로 컴파일 안 하고 자꾸 이상한 오류 내뱉는 수준 낮은 컴파일러.

그리고 그냥,
물리학과 응수과 수학과 나왔으면 어디서든 계산기 취급 당할 각오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좀 더 넓은 영역의 ‘계산’을 하는 내 입장은 조금 다를 수도 있긴 한데…
그래도 전혀 모르겠어.

그냥, 이제 K도 없고 해서 그쪽 일이 나한테 넘어오는 일도 거의 없다보니
맥락을 잘 따라가고 있는 것도 아니라서
요즘은 또 분위기가 다른지도….. 모르겠네.

83.
근래에 화장실에서 보는-_- 만화로 아만츄를 보다가
도무지 이걸 왜 보는지 이해가 안 돼서
다른 단락 짧게 끊기는 만화가 없나 하고 찾아보다
예전에 사둔 한자와씨를 훑어 보기 시작했는데…

….

….

음…..

……. 그냥 이해가 안 돼.
이게 재밌어?

아니 그러니까,
범인들의 사건부는 뒤로 가면서 힘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첫 몇 부는 진짜 미쳐 날뛰었잖아?
“할 일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같은 압도적인 퍼포먼스까지는 안 바라더라도,
굳이 범인의 시선을 취했다면 범인들의 사건부처럼
응당 범인으로서 애환이 있어야 할 거 아냐
베이커가 주민으로서의 애환이 아니라.
범죄예비자가 평범한 주민에 불과하다-라는 게 개그 포인트라고?
그게…. 웃겨?

아니 그러니까,
난 요 몇 주간 아만츄를 보면서 이해가 안 됐어.
이게…. 재밌어? 웃겨?
아무 곳으로도 가지 않는 이야기가 발조차 떼지 못하고
옷 매무새만 정리하고 있는데,
재밌어?
갈등도 없고 긴장감도 없고 시발 애초에 사건이 없는데,
이걸 이야기라고?
이게 어떻게 17권이나 나왔지?

근데…
이 한자와씨보다는 아만츄가 더 재밌어.
응. 확실하게 잘라 말할 수 있어.
그냥 예쁘장한 애들 나와서 옷매무새만 정리하고 있는 아만츄가 몇 배는 더 재밌어.
평소에 존재 의미가 없는 만화라고 존나 깠던 그랑블루는 아만츄에 비교하면 명작이고,
바라카몬은 신이야.

그런데 그 존재 의미가 있고 없고 언급할 가치조차 없는 아만츄가
이것보단 몇 배는 낫다고.
이게 뭐야?
이런 만화를 왜 그리고, 왜 봐?
코난도 유치하고 멍청한데,
그것보다 더 멍청……

아.
아….
아……..!
그렇지, 코난이 걸러주니까.
코난을 좋다고 보고,
시발 그 3권에서 수명 다한 만화를 100권 넘게 다 뜯어 보고는
그 파생작까지 찾아보는 애들은 대체 얼마나 멍청하겠어?

응.
내가 잘못했구나.
그냥 작년에 리디에서 100만원 채우면서
아무 생각 없이, 어 이것도 재밌다고 들었어. 하고 장바구니에 집어 넣은
내 잘못이구나.

84.
시발 텐서는 커녕 기본 벡터맵도 못잡았는데 어떻게 계산해요?
계산기가 입력 값 없이 답이 왜 나와?
계산기 취급 상관 없다니까 뭔 점쟁이 취급을 하고 있어…
+
이 글타래는 욕 많아질 예정이니 미리미리 피하세요.

85.
사실 제일 궁금한 건 조경태다.
대체 뭔 계산이 나왔길래 저러는 건지.
뭔가 근거가 있다면 그 로 데이터 좀 보고 싶고,
다른 거래에 의한 거라면, 대체 뭔 거래로 저걸 잡을 수 있지?
그것도 상상이 안 가.
처음에 머릿수 셀 때 맨 먼저 뺀 게 조경태, 안철수고,
특히 안철수는 맥락 없는 멍청한 짓 하는 변수도 고려를 했지만
(진짜 시발 우리 정도 안철수 선생은 정치판에서 몇 년인데 아직도 이걸 고려해야 하냐?
오 이제는 그래도 계산도 제대로 하고 셈도 빨라진 편이야! 할 때마다
거하게 허튼짓을 해대서 안심할 수가 없다니까?)
조경태는 단 한 번도 상수로 안 남긴 적이 없는데
대체 뭐가 있어서 저러는 건데?

86.
“나는 합리적인 사람이고, 내가 이런 판단을 했으니까, 합리적인 사람은 모두 이런 판단을 할 거야.”는
틀린 논리 전개이며, 근본적으로 옳기 힘든 유사 명제입니다.
만약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애초에 그건 합리적인 사람이 아니기에,
전제부터 잘못된 엉터리 생각이죠.
사실 이건 자신이 속한 사고 집단 모두를 엘리베이션시켜서
본인이 그 일부로서 무임승차를 하고자 하는
집단 자위행위에 불과해요.
존나 병신 같으니까 제발 자위행위는 남들 안 보는 데서 좀 하세요.

물론, “나는 머리가 좋고,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멍청이라서,
그 멍청이들이 뭔 생각을 할 지야 내가 알 수는 없다.”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 멍청이들아.

87.
이번 베리타시움 무지개 영상은 진짜 잘뽑혔네.
보통 베리타시움이랑 스티브 몰드 비교하면 난 항상 스티브 몰드 손을 들어줬는데,
이번 영상은 스티브 몰드가 웬만큼 잘뽑은 영상들:
뭐 이를테면 스프링 패러독스 같은 거랑 비교해도 꿀리지 않아.
근데 현실은 저런 건 안 팔리고 또 쥐뿔도 모르는 애가 설명하는 양자역학 따위나 팔리겠지.
(근데 스프링 패러독스 오랜만에 찾아보니 900만뷰 찍었네.
확실히 계속 언급하면 조회수가 쌓이긴 쌓이는구나.
2021년 말에 체인분수 논쟁 영상들 200만뷰 찍을 때 저거 100만뷰 고작 찍고 있다고
현실이 그렇지 뭐…했었는데, 체인분수 논쟁은 여전히 250만뷰 정도인데 저건 900만뷰네.)

그냥.
궁금한 건,
어떻게 그런 영상을 만들면서 그게 대중이 과학에 친숙해지길 원해서라고 하는 걸까?
그건 과학이 아니라 그저 마법적 신비주의잖아.

88.
벡터맵을 뽑아보면, 결국 가장 유효한 아이겐벡터아이겐텐서는
(+ 이거 벡터 형식으로 기술하니까 자꾸 아이겐벡터라고 말하네-_-
1차라도 진짜 1차가 아니라 다차 텐서의 프로젝션이니까
아이겐텐서라고 말하는 게 더 엄밀하다.)
‘독재에 우호적인 지지자’축이다.

상대를 악마화하지 말라는 말이 우스운 건 그래서이다.
이미 다들 악마가 들어차 있는데,
서로가 모두 악마이면서 서로를 악마화 하지 말라고?

계산기 알바는 사실 좀 재미있다.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지도 못한 접근법이 보이고,
그게 심지어 누가 가르쳐줘서 보이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서 저 사람들을 가르치는 입장이니…. 뭐 여러모로…
그런데, 결국 계산 결과를 마주할 때마다 혐오감만 쌓인다.
사람들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악랄하다.

89.
베스트 트랙을 대충 추려봤는데,
하드풀이 84트랙 딱 떨어지는 게 베스트 플레이리스트 6개 만들라는 계시 같긴 한데…
그것보다 3개 만드는 게 좋아 보인다.
AC EB DF로 3개? 이거 조합 좋아 보이네.

+
AC DF EB 3개에,
DF에 빼기 아까운 트랙이 좀 많아서
DFca로 서플르먼트 베스트(작년처럼 컴플르먼트 취급할건지,
평소처럼 베스트 취급할지는 모르겠다.
아무래도 작년은 베스트의 거울상으로 서플르먼트를 만들어서 그런 거니,
이번에는 베스트 취급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나오긴 할 것 같아.) 하나 정도.

근데 제목 어떻게 하지?
뭔가 생각나는 게 하나도 없는데?

++
DF: at first sight, AC: on second thought, EB: in hindtaste 생각중.
DFca는 with last rest겠네. 의미는 rest보다는 repose나 pause가 맞긴 한데,
last <=> rest인 게 마음에 들어.

90.
— deleted —-은 좀 놀랍네.
저기 지지자들한테는, 저런 개 빡대가리 같은 논리가 먹힌단 말이야?
아니 전략 자체가 확장성은 아예 버리고
저런 빡대가리 논리로도 자기 명분을 갖출 극우 꼴통들만 데리고 가겠다는 건가?
잠깐 뗌빵만 하느라 로 데이터 제대로 다 못 훑어 본 게 아쉽네.

91.
리디 연말 행사를 쭉 훑어 보면서 새삼 느끼는 게…

용랑전은 왜 아직도 나오고 있어요?
……

용랑전은 내가 국내 잡지 연재 1화를 실시간으로 봤던 만화라고.
그게 30년전이야! 코난이나 원피스보다 오래됐잖아.
이게 왜 아직 완결이 안 난 건데?
대충 99년부터 ‘어 그 만화는 스토리가 완전히 산으로 가서 수습이 안 돼’했던 만화가
왜 25년이 지난 지금도 나오고 있냐고?

완결 나면 대체 어떤 씹창이 났길래 평이 그 모냥인가 들여다는 봐야겠다
했는데, 아니 뭔…

나 일본식 한자 못 읽는구나?

Categories 기예가 미란다에게 미친 영향Posted on

75.
평소에 일본식 약자를 못 읽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 없었다.
외할아버지는 한자를 쓸 때 일본식 약자를 종종 섞어 썼고,
외가 사촌들 중에서 그걸 제대로 읽는 건 나뿐이었다.

굳이 외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난 일본식 약자를 섞어 쓰는,
일제시대에 기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꽤 많이 겪었고,
딱히 그 사람들이 쓰는 한자를 ‘읽는데는’,
그러니까 정확히 무슨 한자인지는 몰라도 그 음을 찾는데는 어려움을 겪은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간체 중국어 문장을 일본식 한자로 변환해 놓은 걸 보면서,
(고대 중국어는 읽지만 대충 송대 넘어가면서부터는 못 읽기 때문에
내게 현대 중국어 문장은 언어로 인식되지 않고 그냥 해독이 필요한 복합 정보체다.
그것도 간체로 되어 있으면 아예 정보로 인식도 안 되는.)
한참을,
괴린이 뭐지? 하고 있었다.
무슨 처음보는 단어도 아니고 경제였는데 말이다.

経済를 怪悋으로,
모르는 자니까 변은 떼고 방의 음만 추측해 읽으면서
한참을 이해 못하고 있었지.

그러니까 저 단어가 한국어 문장에 섞여 있었다면,
난 저걸 경제라고 읽었을 거다.
그냥 문맥에 맞춰서 대충 글자 생긴 모양만 봤을 테니까.
근데 문맥이 안 잡혀서 글자를 하나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게 괴린으로 밖에 안 읽힌다는 거다.

응. 그건 못 읽는 거지.
한국어 문장에 쓰인 일본식 약자만 읽을 수 있다는 건,
그냥 한자 섞인 한국어 문장을 읽을 때
자잘한 오타나 잘못 쓴 글씨를 정정해 읽을 수 있다는 거지,
일본식 한자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아니지.

76.
그냥 좀 싫다.
한국어 가사가 강약 조절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어 노래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생목질 해야하는 노래가 많다는 건 이해해.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목질로 일관하는 가수가 많은 거나,
생목질을 ‘꾸밈 없이 담백한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한국인을 종종 마주하게 되는 건…

시발 생목질은 노래가 아니라고요.

77.
그러고보니 뒤늦게 알아차렸는데,
난 体을 단 한 번도 한번에 체로 읽은 적이 없다.
물론 분도 아니고 본으로 읽고는,
어…. 음…. 이거 체랍시고 써놓은 거구나 하고 한 박자 늦게 알아차리지.

體 쓸 때는 처음 외우던 그 아홉살 때처럼, 여전히 골곡두, 골곡두 하고 되뇌면서 쓰면서도
體를 体으로 써 본 적도 없어.

웃긴 건 방금 体 입력하려고 한자 불러내면서도 분이 아니라 본이라 치고는
왜 없지? 아니 바로 위에 쓸 땐 있었는데 왜 없지? 하고 있었다.

78.
근래에 스물다섯 살 먹은 애새끼 하나를 나도 모르게 눈여겨 보고 있었다.
그냥 이상하게 신경 쓰이고, 뭔가 필요한 게 있어 보이면
아무 생각 없이 ‘약간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챙겨주는 일이 몇 번 있었다.
평소에 화장 잘하고 잘 꾸미고 다니는 아이인데,
사실 일에 치여 제대로 씻지도 않고 맨 얼굴로 뿌루퉁해 있을 때 눈에 들었고,
그 이후로도 그럴 때만 오히려 알 수 없는 친근감에 반갑게 인사하곤 했다.

연애 감정 같은 것일 리는 없는데,
그렇다면 뭐지? 하며 스스로 꼴이 우스웠는데…
그냥 얘기하다 뭔가 가슴속 깊은 곳을 아프게 찌르고 지나갔다.
별 것 아니라고 양팔을 흐느적거리며 휘젓는 모양,
그 때 오른쪽 어깨가 들썩여 열리는 모양이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익숙했다.
이 아이에게선 처음 보는 제스쳐였는데 말이야.

M이었구나.
저 화장 안 한 맨 얼굴이 그냥 M이랑 똑닮았고,
많이 큰 키 때문에 그 긴 사지를 움직이는 모양새가 비슷하구나.
저기서 그냥 죽은 옛친구의 그림자를 보고 있는 거였구나.

사실 기억도 안 난다.
20년이나 됐어.
M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 ‘텍스트’는 기억나지만,
이미지나 분위기, 강세와 동세 같은 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M이 어떤 몸짓으로 어떻게 말하는지,
기억하고 있지 않다.
기억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 깊숙한 곳 어딘가에는 그게 여전히 새겨져 있고,
그 때 그 나이 어름의 어린애에게 겹쳐 보기까지 하고 있다니.

차라리 연애감정이면 이렇게 민망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건 내 의식이 아니라 (이제는 말라 비틀어진) 호르몬이 하는 병신짓이라기도 하지.

79.
약사의 혼잣말이나 사서정 같은 일본의 여성향 베이스,
중원풍 팬터지 만화를 보다보면 당혹스러운 게,
이 일본인들은 실무행정직이 세습 되는 걸 좀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거다.

한국인이나 중국인은 (베트남인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베트남이 과거 도입은 한 박자 느렸어도 가장 늦게까지 과거 시험을 본 동아시아 국가니
아마 베트남인들도 한중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거다.)
영의정이나 승상 같은 재상직,
혹은 도승지나 상서령 같은 행정 사무 총책이 세습된다는 말을 들으면
뭔 미친 나라냐, 나라꼴이 얼마나 개판이 났길래
그런 미친 권문세도 병신질이 벌어지냐라고 반응을 할 거다.
(물론 실제로 그런 병신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실무행정직은 재상 같은 권력의 중심에 있는 직위라도
원래는 세습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그런데 일본인은,
중국 역사를 잘 알아서 저런 직위가 세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게 아니라면,
저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지.
심지어 저런 직위가 세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
뭔가 한 박자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인들이 가업이나 직위 세습을 다른 동아시아인들에 비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 집안에서 해당 업무의 얼개를 파악하고 자란 후계자가
다른 사람보다 더 그 업무의 적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알려진 오류 목록에 올라간지 한참 된 일이긴 한데….

그렇다고 실무행정직을? 어째서? 란 생각이 바로 팝업 되는 걸
과거 제도가 당연했던 동아시아인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내가 일본의 관직과 위계 구조를 잘 몰라서 확신은 없지만,
(뭐 헤이안 시대 초기라든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휘저어 놓은 관위 구조라든가
이런 단편적인 부분은 알지만, 한-송대 중국 관직이나 조선의 관직처럼
어떤 일을 하는 직위가 어떻게 신설, 분리되고 다시 통폐합 되면서
실권이 어디로 옮겨 다녔는지 이런 걸 파악하고 있지는 못하지.)
모르긴 몰라도, 일본에서도 결국 실무직은 세습 못 시켰을 거다.
세습시킨다면 처음에는 실무직이었더라도 몇 대를 거치면서 명예직, 혹은 단순 관리직화 됐겠지.
당연히, 실무직을 세습시켰다간 행정 대응이 붕괴한다고요.
특히 입법과 행정이 맞물려 돌아가게 해야하는 동아시아 중앙 정부의 고위 행정 관료는
그 인간이 업무 파악을 못한 그 순간 모든 정부 활동이 정지 해버리는 수준인데
뭔 수로 몇 대를 거쳐 세습 시키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