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노래를 못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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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미건 스미스라고?

이게 미건 스미스라고?

이게, 미건 스미스라고?

세상에.

이건 그냥 노래를 못하는 거잖아?
전처럼 대단한 노래를 쓰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노래를 할 줄 모르게 된 거잖아?

이게 감정을 절제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끝까지 밀어 넣어야지.
음정이 무너져도 좋고,
목소리가 갈라져도 좋으니까,
그냥 끝까지 두들겨 박아야지.

넌 그래야만 의미 있는 보컬이란 말이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13년 전의 미건 스미스는 정말로 어디로 갔어?
불안한 음정, 빈약한 성량, 가까스로 무너지지 않는 음역에 흔들리면서도,
그 절벽끝에서 망설임 없이 온 힘을 다 쏟아 노래 부르던 그 미건 스미스는 어디로 갔냐고?
진짜 같은 사람이긴 한 거야?

+
괜히 미건 스미스 데뷔 앨범을 다시 돌려보며 훑어 보니,
2009년의 8포인터, 9포인터 목록은 진짜 무시무시하다.

레나 마를린, 눈썹에 붙일 박쥐, 버티 블랙먼, 브랜디 칼라일,
샨탈 크레비어적, 에린 믹칼리, 플기계, 진 위그모어, 레드라 채프먼, 광휘양, 리사 미첼,
미건 스미스, 레베카 카리유드.
각기 다 다른 스타일로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레베카 카리유드를 제외한 전원이 자기 커리어 문 닫았….-_-

와…
어쩌면…
와…..

10년차+ 중견, 소포모어, 신인…
가리지 않고 펑펑 터뜨리고는 스스로도 펑펑 터졌….
………..
……………

++
(2015-2016년 전까지는) 이런 성취 높은 앨범이 많이 나온 해도 드물었고,
저 8포인터들도 다른해들은 7점이냐 8점이냐를 고민한 게 많은데,
2009년은 9점이냐 8점이냐를 고민한 게 많다.
9- 포인트 받아간 앨범들 말고도,
눈썹에 붙일 박쥐, 에린 믹칼리, 리사 미첼, 미건 스미스가 전부 8+1.0이나 8+1.1 주냐마냐를 놓고 많이 고민했지.
그리곤 진짜 다 터졌어.
스스로 할 일 다 했다고 내려놓은 레나 마를린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9포인터 후보였던 넷은 다 당연히 커리어가 눈부시게 빛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
데뷔 앨범(박쥐는 소포모어)만 반짝하고 다 터질 줄이야.
사샤 시엠은 앨범 두 개라도 냈지.
-_-

+++
이게 당황스러웠던 건, 저 중에 안정적인 수행 능력으로 완성도 높은 노래를 뽑아낸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다만 에린 믹칼리는 그게 순전히 프로듀서 빨이었고,
진 위그모어는 성공의 축배를 마시다 보니 자기가 좀 더 대중적인 노래를 만들면 돈을 더 벌 수 있을 거란 한심한 착각에 빠졌고,
광휘양은 노래 좀 듣는다고 자부하는 멍청이들의 혐오와 악플에 지쳐서 스스로를 부정하게 됐고,
레드라 채프먼은 그냥 스스로 자아낼 수 있는 멜로디가 다 떨어졌다. 다음 EP에 바닥까지 긁어다 쏟아 붓고는 끝나 버렸지.
미건 스미스는 당시에는 고전적인 곡에 취해서 착각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여러가지 면에서 굉장히 불안정했다.
리사 미첼은…
리사 미첼은…
리사 미첼은….
시발 리사 미첼은 왜지?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저게 이 모양 이 꼴이 될 수 있는 거지?
아니 시발 말이 안 되잖아.
데뷔 앨범에서 리사 미첼의 장점은,
실로폰, 토이 피아노 등의 소품 악기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말도 안 되게 개성 있는 음색으로 그 진부한 멜로디에 개성을 부여하고,
능란한 기악 배치로 지루함 없이 곡을 끌고나가는 거였는데….
….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쓸 클리셰가 더 이상 없어? 아니.
음색이 나갔어? 아니.
기악 배치 감각이 무뎌졌어? 아니.
근데 왜…. 왜지?
왜 리사 미첼은 저 바닥에서 허덕이고 있는 거지?

++++
내가 리사 미첼 데뷔 앨범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 사이드킥은…
저게 클리셰가 몇 개야?

클리셰로 시작해서, 클리셰 인서트, 인서트, 인서트…. 이 지랄을 한 30번 하는데,
하나도 안 진부하잖아.
정말로 어떻게 저런 노래 만들던 아가씨가 지금처럼 의미 없게 내려앉냐고요!?

++
사실 이렇게 된 건,
2009년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업을 한 음악가들은,
결국 그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없었다는 이유가 크겠지.
자기서 유일하게 생존한 레베카 카리유드도 가수가 아니라 작곡가라서
3년 후에 그 작곡 기본기 다 쏟아부은 앨범 하나 내고 리타이어 한 거지, 살아남았다고 하기 뭐하지.

+++
이 ‘새로운 시대’의 주된 환경 변화는….
스트리밍의 보급,
유튜브의 약진,
중대형 레이블들의 대량 도산-인수-통폐합,
수 없는 개인 레이블들과 함께
쏟아져 들어온 인디 가수들과,
프로듀서와 레이블의 여타 지원 없이 혼자서 노래를 완성해야 하는 위치로 내려온
입지 모호하던 가수들인데…
저 사람들이 저 시장 변화에 적응 못할 이유가 다 하나씩은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