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oF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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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hievement케이틀린 스칼렛Romance Til Death
Boldness염소녀On All Fours
Creativity이삭Roasut
Developability골다 메이Rotten
Expertness리사 엑달Grand Songs
Fascination바랬잖아 새러Ain’t It Tragic

+
리사 엑달은 내 A to F의 단골 손님이라서,
다시 한 번 능숙을 리사 엑달에게 주는 게 좀 많이 거슬렸다.
하지만 한나 미왼이 의외성(신인 가수가 자기 전문분야를 제대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덕에
꽤나 좋은 후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리사 엑달을 밀어내기는 힘들었다.

가장 큰 문제는 리사 엑달처럼 꾸준히 30년을 활동하고도
아직도 접지 않고 경쟁력 있는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가수가
내 라이브러리에 없다는 거다.

레나 마를린, 티나 디코, 새러 슬린, 태러 맥레인 같이 9말0초에 데뷔해
내 라이브러리의 중심을 잡아준 가수들이 슬슬 저 자리를 채워줘야하는데,
접었고, 다 타버렸고, 돌아섰고, 눈이 멀었다.

t’s been years, deca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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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이, 몇 십 년이 지났죠는
9말0초 내 CDP에서 몇백 바퀴씩 돌고 있던 앨범들의
대표곡들로 만든 플레이리스트입니다.

레이첼 세이지의 the spirit we는
morbid romantic 버전이 들어가야 할 테지만,
해당 앨범이 유튜브에 없는 관계로
FFMM의 컬렉션 디스크 버전입니다.

2004년의 감성에 충실하도록 일부러 우울한 곡만 골랐는데,
14트랙이 한 시간으로 끊기는 거 보고 조금 당황함.
요즘은 14트랙으로 50분 못 채우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저 때는 조금 삐끗하면 저렇게 한 시간씩 찍혔다.
지금은 ’14트랙 50분’이란 플레이타임 제약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 편인데,
저 때는 50분 끼워 맞추느라 긴 노래 있으면
짧은 노래를 찾아 맞추는 걸 좀 신경 썼었다.
특히 피아노팝, 포크팝 계통에는 4분 넘는 노래가 흔하디 흔했으니.

+
몇 바퀴 돌리며 깨달은 것들:

1. 라하 파비앙은 기억하는 것보다 노래를 못한다.
물론 지금이 전성기에 비해 정말 폼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뭔가 기본부터 박살난 느낌이란 건 내 착각이었다.

2. 다이도 데뷔 앨범은 기억하는 것보다 좋은 앨범이다.
다이도 새 앨범 나올 때마다
‘그래서 이번엔 데뷔 앨범 발끝이라도 핥을 수 있어?’
/ ‘그럼 그렇지.’를 반복하며
데뷔 앨범에 대한 평가도 차근 차근 내려앉고,
hunter 원 트랙 앨범으로 기억이 됐는데,
thank you는 물론 here with me, isobel,
my lover’s gone 같은 트랙들도 완성도가 굉장히 좋다.

3. 시셀의 2000년 앨범이 기억하는 것보다 퀄리티가 많이 빠진다.
근래에는 거의 90년대 앨범만 들어서 몰랐는데
시셀 목소리도 기억보다 맛이 가 있고,
완성도도 레나 마를린이 작곡한 노래들 말고는 확 쳐진다.

4. 리오나 내스 노래를 왜 이렇게 못하지?
이게, 예전에는
리오나 내스가 노래를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는데,
mexico, blue eyed baby 정도만 계속 듣다보니
그걸 잊어 버렸었다.
weak strong heart를 돌리니
저 보컬 능력 부족에 허덕이는 모습이 너무 잘 드러난다.

5. 안티아 듀버캇은 대체 왜 자기가 작곡한 beauty를
자기 앨범에 갖다 쓰면서 제목을 the bridge로 바꾼 거지?
저게 셰이 데뷔 앨범에 들어갈 때는
the bridge가 앨범 타이틀로 쓰였기 때문에,
2005년에 안티아 듀버캇 데뷔 앨범 들으면서는
그걸 별로 이상하게 생각 안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저 노래 제목이 the bridge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한 노래만을 지칭하는 게 아닌,
좀 더 포괄적인 공통요소를 지시하는 앨범 타이틀일 수는 있어도,
저 노래 제목은 무조건 beauty여야 하지.
the bridge는 말이 안 되잖아.

WfGA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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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20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Woodes Crystal Ball
Jinx Sinks to the Brinks Dizzy The Sun and Her Scorch
Not an Image, but a Damage Matilda Mann If That Makes Sense
Mytube Likable MIA GLADSTONE CHANGE THE CHANNEL
Carpet Bombing Missed Tally Spear Tally
Needed to be Needed Laura Fell Safe from Me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0년의 종말의 시작은 호주의 팝가수 우즈의 Crystal Ball에 수여합니다.
우즈의 데뷔 앨범은 정석적인 팝 음악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완성도 높은 대중적인 멜로디와 보편적인 상황에 대해 깊이 성찰된 가사로 구성된,
모난 곳 없이 미려한 앨범이죠.
물론, 내가 선호하는 진취적이고 무서운 것 모르는 어린애의 앨범은 아니죠.
하지만 결국 작년 데뷔 앨범 중 우즈의 성취에 근접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20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보컬과 밴드의 불협화음을 정리하고 완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정돈해내는데 성공한,
캐나다의 포크팝, 드림팝 밴드 디지의 The Sun and Her Scorch에 수여합니다.
디지의 보컬 케이티 먼쇼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음색을 타고난 최상급 보컬이었지만,
이 밴드에 갓 들어와서 데뷔 앨범을 내놓았을 때는,
밴드와 겉돌면서 그 훌륭한 음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무의미하게 낭비되었죠.
하지만 이 보컬의 매력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던 밴드는
그로부터 1년 반의 짧은 기간동안 빠르게 스타일을 조정하여
케이티 먼쇼의 보컬을 완벽히 활용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 밴드의 대표곡 Twist이
이 소포모어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는 건 내 분노를 사긴 했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 Twist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다른 소포모어 앨범들을 압도합니다.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20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마틸다 맨의 If That Makes Sense에 돌아갑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20년의 Mytube Likable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팝 음악가
미아 글래스톤의 Change the Channel에 수여합니다.
사실 이 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노가 에레즈의 You So Done이었죠.
기계팔에 조종/유도 되어 정해진 레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가 에레즈의 모습을 그린 이 뮤직비디오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그 어떤 영상보다 더 많은 논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했고,
몇몇 소소한 편집 문제를 제외하고는
작년 뮤직비디오 대부분을 커다란 차이로 압도했습니다.
처음 이 미아 글래스톤의 Change the Channel을 후보로 언급할 때만 해도,
그건 의미 있는 대항마로 생각하다기보다는 그냥 병풍으로 몇 개 꼽아 본 거였어요.
하지만 이걸 Mytube Likable 후보로 언급하다보니,
전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밟히더군요.
이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는 중심에 놓인,
화면을 찢어 돌리고 뒤트는 영상 효과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그레이스 윌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과감함이 뿜어내는 매력이 자꾸 눈에 밟히는 거였죠.
You So Done은 오랜 경력의 영상 감독이
정말 잘 뽑힌 스토리보드를 나쁘지 않게 영상으로 옮긴 것이고,
Change the Channel은 이제 졸업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이
(가장 자신감과 과단성이 떨어지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누구도 하지 않는’ 기법을 과감하고 독창적으로 활용하여
자기가 하고자하는 표현을 해내는데 성공한 영상입니다.
그리고 저런 영상 자체의 속성이 You So Done은 노가 에레즈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Change the Channel은 미아 글래스톤에게 딱 맞아 떨어지죠.
그리고 그렇기에, 이 상은 Change the Channel에 돌아가는 게 맞겠죠.

.. footage: You So Done

수상 목록으로 ▲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20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탤리 스피어의 두 번째 데뷔 EP, Tally에 수여합니다.
2017년, 2018년 고전적인 포크팝 싱글 Just Don’t Know와
(첫 번째) 데뷔 EP Fade to White로 내게 극찬을 받은 탤리 스피어는
이 데뷔 EP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히자,
2019년 초 얼터너티브 팝락으로 장르를 옮겨 경력 세탁을 시작했죠.
내 장르의 꼬꼬마가 팔리지 않는 노래에 절망하여 떠나가는 일은 늘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아이는 정말 포크팝의 정수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건 날 제대로 낙담시켰죠.
하지만, 결코 탤리 스피어가 하는 새 노래들을 싫어하게 되진 못했어요.
오히려, 이 장르에서도 최고급의 성과를 뽑아내 준 덕에,
난 이 아이에게 깊은 애증을 품게 되었죠.
뭐, 이 아이는 결코 자기 노래를 잘 팔 수는 없는 운명인 모양이죠.

수상 목록으로 ▲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20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영국의 포키시 드림팝 가수 로라 펠의 데뷔 앨범, Safe from Me에 수여합니다.
사실 2020년 나온 앨범 중 가장 성취에 비해 대중적으로 실패한 앨범은
카리 하른에샤의의 Deeper / Further입니다.
단순히 이 앨범이 내게 크게 어필을 했다를 넘어서, 그냥 객관적인 스탯들만 봐도
이만큼 잘 뽑아서 이만큼 망한 앨범은 지난 수년 간을 훑어봐도 찾기 힘들어요.
하지만 결코 카리 하른에샤의에게 이 상을 줄 수는 없었어요.
그건 다 2012년부터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리 하른에샤의 본인이 꾸준히
자기 노래를 사 듣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했기 때문이거든요.
네, 여기다도 결국 카리 하른에샤의가 2012년 데뷔 앨범을 내놓았을 때 받았던 기대와,
그 이후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설을 두 문단 넘게 적어나가다
이게 그럴 자리가 아니란 걸 자각하고 다시 지워야 했을 정도로,
난 카리 하른에샤의가 그렇게 잘 만든 앨범을 전혀 못 판 게,
온당하고 공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이 상은 차점자인 로라 펠에게 돌아가야만 하겠죠.
왜 로라 펠이 차점자인지 설명하는 건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

수상 목록으로 ▲

the Complement of 2020 Q: Will This Ever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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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게 끝나기는 할까?는
내가 지금껏 그 출신 성분-_- 때문에 외면하고 있던 틱톡 출신 음악가
리지 믹알파인의 데뷔 앨범을 중심으로 하는 2020년의 마지막 컴플르먼트입니다.

나도 알아요.
숙제 한 번 할 때마다 컴플르먼트를 하나씩 찍어내는 것은 나쁜 버릇입니다.
나쁜 전례를 남기는 거기도 하고요.

하지만 리지 믹알파인 데뷔 앨범을 그냥 넘길 수 없는 걸 어떡하나요?

다만 확실하게 말하건대,
이건 2020년의 마지막 컴플르먼트입니다.
이걸 단정해 말할 수 있는 게,
확실해요. 리지 믹알파인과 로라 펠 같은 수준의 앨범이 하나 더 있을 리가 없거든요.
있으면 어쩔 거냐고요?
해놓은 말 좀 먹으면 되지 뭘 어째요?
내가 언제는 man of his word였나?
식언과 체리피킹을 통한 개인사 왜곡은 내 오랜 취미이자 특기인 걸요.

+
케잇 브래디의 리브랜딩은 참 마음에 든다.
성형과 그로인한 자신감 있는 태도가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어.
그런데 보컬 능력이 그 자신감과 작곡 능력을 못 따라가는 게 좀 문제다.
호흡 관리 못하는 건 커다란 문제지만 봐줄 수 있는데,
성량이 무지막지하게 필요한 노래를 만들어놓고 성량이 모자란 건 용납이 안 된다.

the Complement of 2020 P: On Some Borrowed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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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 Done Homework) On Some Borrowed Time은
지난 12월말에 나온 앨범들과 지난 숙제를 하면서 새로 핀업 된 음악가들의 작년 앨범들,
그리고 저 숙제를 하면서야 내가 트랙을 놓쳤다는 것을 알아차린
로라 펠 데뷔 앨범 트랙들로 만든 2020년의 마지막 컴플먼트입니다.

숙제를 하면서 가장 의아했던 게,
로라 펠이 매치3 요건으로 올라왔다는 거였다.
아니, 아무리 포키시 드림팝의 최대 기대주라곤 해도,
앨범은커녕 공식 싱글 하나 안 내놓아 스트리밍 이력 자체가 없는 음악가에서
무슨 연관도를 뽑아내서 수집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러고 생각해보니,
내가 작년 중반에 로라 펠을 핀업하면서 묘한 생각을 했다는 게,
그 기억이 거의 다 지워진 채로
내 머리 속에 그림자만 몇 개 남기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로라 펠이 그 빌어먹을 11월 20일에 앨범 낸다는 기대주였다는 거지.
그렇지. 이상했어.
11월 20일에 앨범이 안 나왔잖아.
내가 분명히 누구 때문에 11월 15일에 마감을 안 하고
11월 20일까지 기다렸는데,
11월 20일에는 해너 그레이스 앨범 리이슈,
라킨 포 커버 앨범, 피시스 오브 유 25주년판.
이 셋 말고는 지친 사자 소포모어 앨범 하나 밖에 안 나왔어.
지친 사자 소포모어는 올해 나올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작년 내내 찾아보지도 않았어.
그럼 대체 뭐였지? 11월 20일에 앨범 낸다는 강아지가?

로라 펠이었다고!
EoS이 대체 뭘 했는지는 몰라도 내가 굳이 마감까지 늦추게 했던
로라 펠 데뷔 앨범을 놓쳤던 거지.
(그리고 분명히 하나 더 있음.
내가 ’11월 20일에 낸다는 앨범이 잔뜩이고’ 같은 말을 했던 건,
이 로라 펠 데뷔 앨범, 피시스 오브 유 25주년판,
그리고 다른 정규 앨범 하나가 11월 20일 예정이었기 때문이거든.)

그리고, 저 로라 펠 데뷔 앨범을 이제서야 듣고 나니,
이 빌어먹을 컴플르먼트를 하나 더 만들어야만한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래서 만들었음.

+
로라 펠의 TP 데이터베이스 핀업 일자 2020-07-11
로라 펠 유튜브 채널 등록 일자 2020-08-31
-;;; 그냥 두달만 늦게 핀업 했으면 됐을 것을-

+
사실 EoS의 가장 큰 문제가 이거다.
정상 작동 하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추적이 너무 힘들어.
뭔가 버그가 있어서 특정 플랙에 달린 음악가들 새 작업물들을 통째로 건너 뛰어도,
어느 플랙에 문제가 생겨서 어떤 그룹이 날아간 건지 추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간혹 이렇게 빼먹은 음악가들을 챙기면서 소스를 다시 훑어보고,
플랙 구분 스트링을 하나 하나 달아 추적해봐도…
결국 모든 음악가가 주기적으로 뭔가 내놓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추적이 안 된다.

Textbook Exam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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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적 예시들은 내 기준의 각 트랙의 역할을
가장 충실히 행한 트랙들로
2017년 9월에 처음 만들었던 플레이리스트입니다.

가장 1번트랙다운 1번트랙 – 가장 2번트랙다운 2번트랙 –
가장 3번트랙다운 3번 트랙 – …
… 같은 식으로 만들어진 플레이리스트로,
단순히 해당 트랙 위치에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라,
음악가 본인도 내가 받아들인 것과 같은 의도를 가지고
그 트랙을 그 자리에 배치한 것을 기준으로 합니다.

즉, 이 플레이리스트의 1번 트랙은
내 라이브러리의 모든 1번 트랙 중에서
가장 1번 트랙다운 노래이지만,

14번 트랙은 내 라이브러리의
모든 ’14트랙 앨범의 마지막 트랙’ 중에서
가장 마지막 트랙다운 노래입니다.

5/6/7번 트랙은 역시
모든 ‘가장 실험적인 노래를 6번에 배치한 앨범의 5/6/7번 트랙’ 중에서 뽑히고,
13번 트랙은 모든 ‘아우트로 패킹 기능을 하는 13번 트랙’ 중에서 뽑힌 노래죠.
(즉 14번 트랙은 반드시 14트랙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어야만 하지만,
13번 트랙은 13번 아우트로 팩업 – 14번 슈도 아우트로 – 15번 아우트로 같이
기능만 맞게 자리잡으면 꼭 14트랙 앨범일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몇 개 트랙이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은 이유로
유튜브 버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지 않았었는데,
그 후, 해당 트랙들이 대부분 유튜브에 올라왔고,
2016년 이후 발표된 트랙 중에 명백한 상위호환이 있어
이번 플레이리스트 업데이트에 맞춰 새로운 유튜브 플레이리스트로 만들어 공개합니다.

이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질렛 존슨 데뷔 앨범의 무시무시함이다.
1번, 7번, 8번, 9번, 10번, 11번, 12번, 13번, 14번에 전부 후보를 올렸지.
아무리 이게 플레이리스트 특성상 13번 14번은 거의 14트랙 앨범만이 대상이고,
11번, 12번도 12+ 트랙 앨범에서 특히 14트랙 앨범이 유리하긴 하다지만…
11, 12, 14번은 아예 셋 다 가장 강력한 후보라서 하나 고르기가 너무 어려웠다.

뭐 사실, 내 최상의 14트랙 앨범 구성이라는 게 피터 지조의 영향을 엄청 받았으니.
그 피터 지조 키드인 질렛 존슨의 데뷔 앨범이 거기에 딱 들어맞는 건 어쩔 수 없긴 하다.
이미 13트랙이나 완성되어 있는 앨범에 마땅한 12번이 없다고
앨범 메인트랙을 재편곡해서 12번에 박아넣는 건 피터 지조나 하는거지, 누가 저런 개뻘짓을 하겠어?

+
이제 보니 Orange Flower도 Eulogy at a Funeral로 교체하는 게 맞지 않으려나?

++
교체 완료.

+
이거 만들면서 고민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1. 2. 8.

1번 Story, 2번 Kind Man’s Kiss, 8번 Pitter-Pat은
기획과 동시에 결정된 트랙들이다.
여긴 전혀 고민할 게 없었던 게,
가장 1번 다운 1번, 가장 2번 다운 2번은 항상 내가 업데잇 해왔던 거였고,
8번 Pitter-Pat도 8번이 어떤 의미를 갖는 트랙인지 설명할 때
종종 예로 들어왔던 거라서.
물론 다른 후보들도 고르긴 했지만,
그냥 요식행위로 끝났었다.

3.

3번 자리에 가장 잘 맞는 3번은 레나 마를린의 Here We Are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노래는 레나 마를린 앨범이 아닌
그 어떤 플레이리스트에서도 3번이 될 수는 없는 노래라는 거다.
심지어 레나 마를린 베스트를 만들어도
3번은 Unforgivable Sinner이지 Here We Are이 아니다.

다른 자리에서는 이 결정이 복잡하지 않았다.
그 앨범 안에서는 자리잡기만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트랙이라도,
일반적으로 그 자리에 요구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으면 패스해야지.

근데 3번은 문제가,
가장 3번다운 노래들은 3번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니까 3번에 요구되는 대중성을 갖는 노래를 써내는 음악가들은
대부분 앨범 구성에 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극도로 3번다운 노래는 1번에 자리를 잡는다.
피터 지조처럼 아무리 타협해도
메인트랙을 2번으로 밀어 붙이는 프로듀서가 붙지 않는 이상,
3번다운 노래는 3번까지 밀려 내려오지를 않는다.

내 어린시절을 사로잡은 레나 마를린, 태러 맥레인, 피터 지조가 모두
‘앨범의 가장 3번다운 노래를 3번에 배치하는 사람’들이라서
내가 아무 거리낌 없이
‘대중성 있는, 쉽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어필하면서도 파괴력 있는’이라는 뜻으로
‘3번다운’이란 말을 쓰지만,
3번다운 노래만을 듣는 사람들은
저 3번답다는 게 뭔 헛소리인지 이해조차 못한다.

그렇기에 3번 후보가 바네사 칼튼의 A Thousand Miles,
케잇 밀러-하잇키의 Caught in the Crowd 정도의,
사실 정말 3번답다기엔 뭐가 한 자락씩 붙들린 노래들인 판에,
Here We Are를 제껴야하는가 아닌가를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4.

이번에 우즈로 교체되기 전까지 4번이었던
잉그리 울라봐의 Warrior Song은 매우 좋은 4번이지만,
그보다 훌륭한 5번이고, 완벽한 9번인 노래다.
물론 앨범 안에서는 이게 최고의 4번이 맞지만,
밖으로 꺼내놓으면 4번 보다는 다른 자리에 어울리는 노래라는 거.
문제는 다른 4번 중에 Warrior Song보다 더 좋은 4번도 드물다는 거였다.
로마노프 왕가의 Exit Wounds은 Warrior Song과 비슷한 급의 4번이었지만,
역시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Exit Wounds은 좋은 4번이지만 훌륭한 8번이었지.

그런 의미에서 모니카 헬달의 팅카가
워리어 송보다 더 나을 수도 있는 4번이었고,
아주 심각하게 고려했었지만,
팅카의 플레이타임 9분 35초는 언제나 플레이리스트에서 문제가 됐다.

사샤 시엠의 So Polite도 고려의 대상이었지만,
Kind Man’s Kiss이 너무나 압도적인 2번이었기 때문에,
Kind Man’s Kiss을 빼고 So Polite을 넣는 건 무리였다.

결국 이 모든 문제를 우즈가 해결해주면서
사실 기획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고 봐도 무방한
이 플레이리스트를 구제해준 거지.

6.

6번 트랙 역시 3번과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는데,
내 라이브러리에서 실험적인 노래를 만드는 가수들은
트랙오더도 지나치게 실험적으로 짜기 때문에,
6번에 ‘6번다운’ 노래가 들어가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거다.

반면 내가 높이 평가하는 6번들…
사샤 시엠의 Seamy-side, 모니카 헬달의 Warrior Child,
잉그리 울라봐의 Treasure and Pain,
레베카 카리유드의 Multicolored Hummingbird,
에디라 불리는 소녀의 People Used Dream about the Future…
모두 각자 앨범 안에서는 존재감 미쳐 날뛰는 최고의 6번이지만,
다른 플레이리스트로 나가면 7번에 박아 넣어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노래다.

눈썹에 붙일 박쥐의 Siren Song, 버티 블랙맨의 Byrds of Prey,
사이어니드의 Vitorino 등이 후보로 오르내렸고,
저 한심한 완성도의 후보들 덕에 결국 6번이라기보다는
5.5번인 새러 재피의 Don’t Disconnect을 6번으로 썼다.

재밌는 건 저 이후 4년 동안
6번 다운 6번은 그 전의 40년간 보다도 몇 배는 많이 나왔다는 거다.
딜론의 The Present, 안야 가바렉의 Skilful Talker,
어맨다 샤이어스의 Break out the Champagne,
EUT의 Tygo Dex, 나딘 샤의 Kitchen Sink,
그리고 저 자리를 대체한 염소녀의 Cracker Drool까지.

이번에 조정을 하면서 보니 6번 같은 6번 많은데 왜 굳이 새러 재피를 저 자리에 올려놨을까하며
한참 기억을 되새겼어야만 했다.

7.

7번 트랙을 결정하면서 가장 문제 됐던 것은,
내가 주로 사용하는 7번은 중견 포크 음악가의 노래들인데,
이네들은 주로 6번에 팝성향이 강한 트랙을 넣는다는 거였다.
물론 그 팝성향이 이 음악가들에게는 6번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속성이지만,
이 플레이리스트에서는 팝성향 높은 6번을 받는 7번을
7번다운 7번이라고 후보에 올리기는 힘들었다.

율리아 마르셀의 Side Effects of Growing Up이 이 자리를 차지한 건 그래서이다.
내 라이브러리에 널리고 널린 게 ‘7번 다운 7번’인데,
그 대부분이 후보에서 탈락하면서 빈집을 턴 거지.

11. 12. 14.

위에서 언급한 대로, 질렛 존슨은 혼자서 이 세 트랙 위치를 휘저어 놓았다.
기존 버전에서는 11번이 True North,
12번이 후버포닉의
Sit down and listen to Hooverphonic 버전 The World is Mine이었는데,
질렛 존슨의 Cameron 스트립트 버전은 명백하게 더 12번 다운 12번이었고,
Box of Crayons 역시 최고의 14번 다운 14번이었다.
사실 True North가 올라간 건 11번이 가장 약한 고리였기 때문이었다.

애디아 빅토리아의 Dope Queen Blues을 11번으로 밀어 넣은 건 일종의 반칙인 게,
애디아 빅토리아는 실제로 이 트랙을 팩업으로 의도하고 만들었다.
11번으로서 기능성이 저 후보들보다 좋은 편이지만,
사실 이 플레이리스트에서 요구되는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거지.

Cameron 스트립트 버전이 최고의 12번이라는 것도 좀 많이 망설여졌는데,
이건 위에서 설명한대로 이 앨범의 3번인 노래를
(물론 말년에 타협을 좀 한 피터 지조는 이 노래를 2번에 넣었다.)
12번에 마땅한 노래가 없다는 이유로 재편곡해서 집어넣은 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다른 12번 후보들이 약한 가장 큰 이유는,
14트랙 앨범을 만들다보면 10번까지는 가까스로 채울 수 있을 지라도,
12번에는 채울 노래가 없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거든.
거기에 3번 재편곡해서 집어넣는 건 뭔가, 좀, 반칙이긴 하잖아?

이 자리들은 거의 14 트랙 앨범에서만 후보를 골라야했기 때문에,
그리고 그 14트랙 앨범들도
11, 12번은 벌크 트랙으로 취급하는 앨범이 많기 때문에
후보가 빈약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사실 질렛 존슨이 이 세 자리를 ‘휘저어’ 놓았다고 말하는 것보다는,
저 세 자리를 어디든 메꿀 수 있는 질렛 존슨이 있어서
이 적은 수의 후보와 심한 제약 아래서도
보통 플레이리스트 만들 때 11, 12번의 위치를 바꾸는 것 같은
돌려쓰기 비슷한 걸 할 수 있었다는 게 맞겠다.

13.

내가 베스트 플레이리스트에서 보통 13번으로 쓰는 트랙이
7번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노래라서,
여기서는 좀 다른 성향을 가진
13번 다운 13번을 보여줘야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팔룰라의 New York, You’re My Concrete Lover와
사이어니드의 Plan for 1이 그래서 강력한 후보였고,
두 트랙의 완성도 차이가 컸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팔룰라로 결정했었다.

+
사실 아주 오랫동안, 내가 왜
사이어니드의 Dr. Daniel을 그렇게 좋아하며
7++ 포인트나 줬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플레이리스트 만들면서 보니까
저 앨범이 완벽한 내 14트랙 구성이더라.
1번에 시그널, 3번에 아날뤼서, 6번에 뷔토리노, 9번에 원 사이드,
13번에 플랜 포 원, 14번에 스태터스 피아노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