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조그만 녹색차, 현 탄산 금발이 좀 뜬금없는 시점에 싱글을 던졌고,
뭔가 첫 소절 끄트머리 프리콰이어에 확 떙기는 맛이 있어서
거기서부터 가사를 신경 쓰며 들었다.
어, 괜찮은 이별노래네…
그런데 첫 소절에서 뭐가 the saddest thing이라고 했지?
….
뭐요?
내가 I haven’t met you yet의 의미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내가 영어를 못하나?
아님 이 아이리시 년이 영어를 못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둘 중 하나가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면 이 상황이 성립하질 않는데?
아니 잠깐만요. 아니, 그렇네.
뒤의 가사를 다시 죽 읽어보니,
이 only as a distraction으로 상상한 ‘몇 년 간의 연애’가
그저 상상일 뿐이라는 게 the saddest thing이라는 거네.
마지막
but I only like you because I need to가 진짜 미친 결론이구나.
개 잘 만든 가사였네?
근데 이럼 또 가사 완성도에 비해 곡이 심심한 게 좀 그렇네.
아니 심심해야 하는 노래는 맞는데,
뭔가 이 골계미가 제대로 강조되지 못하는 느낌?
+
음, 그러니까, haven’t met yet은
‘아직 만나지 못한 이상형’에 대한 사랑 노래를 할 때 흔히 나오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 사랑이 얼마나 삐걱거려 왔는지에 대해 얘기하는 이별 노래에서
저 표현이 나오니까 머리가 멎는 거지.
이건 결국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이상형을 그리는 것조차
그저 그럴 필요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에,
정말로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희생하고 노력하고 나 스스로를 ‘완벽하게 사랑에 빠진 연인’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을 그리지만,
결국 그 완벽한 사랑에 바치는 희생과 노력에 대한 상상이
스스로를 짓눌러 아예 사랑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노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