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GA 2018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18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EUT Fool for the Vibes
Jinx Sinks to the Brinks Lucy Swann Blue, Indigo, Violet and Death
Not an Image, but a Damage Taken by Trees
Lucy Swann
Yellow to Blue
Blue, Indigo, Violet and Death
Mytube Likable Taken by Trees Doin’ Time
Carpet Bombing Missed Bryde Like an Island
Needed to be Needed Gretta Ray Here and Now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18년의 종말의 시작은 네덜란드의 인디 팝락 밴드 EUT에 수여됩니다.
2018년은 네덜란드 음악가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였죠.
네덜란드의 문화 시장 구조에 대해서는 벨기에보다도 아는 게 없는 고로,
이게 대체 무엇 때문에 촉발된 현상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쨌든 핍 블롬과 나즈를 필두로 한
네덜란드 얼터너티브 팝락의 새 물결은 그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개중 가장 먼저 열매를 맺은 게 이 EUT의 데뷔 앨범이죠.
EUT는 어느 장르라고 구별해 말하기 모호한 입지:
얼터너티브라기엔 별로 대안적이지 않고, 팝이라기엔 별로 대중적이지 않고,
락이라기엔 당장 대부분의 노래가 ‘처진3박’이고,
그렇다고 3박이 흔한 포크나 루트계통에 발을 들이고 있지도 않은,
리드믹하면서 말랑하고, 부드러우면서 거칠고,
조용하면서 시끄럽고, 가녀리면서 힘 있는 노래를 붙들고는
그 모든 모호함을 선명하게 대표 이미지로 새겨냈죠.
사실 2018년에는 에이미 샤크나 펜 릴리처럼
내게 더 높은 평가를 받은 데뷔 앨범을 내놓은 음악가들도 있죠.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에이미 샤크나 펜 릴리와 달리,
EUT는 결코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할 가시밭길을 가고 있어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내게 가장 어필하는 게
바로 그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는 미친년놈들이라는 거죠.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18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8년만에 데뷔 앨범의 오점을 완벽하게 교정한 소포모어 앨범을 내놓은,
노르웨이계 영국인 일렉트로팝 가수 루시 숸에게 돌아갑니다.
네, 이건 이견의 여지 없이, 지난 수 년 간 나온 소포모어 앨범 중,
‘최고의 소포모어 앨범’입니다.
네? 모니카 헬달이요? 아뇨, 모니카 헬달의 소포모어는 그냥 ‘최고의 앨범’이죠.
이건 소포모어 앨범이 소포모어 앨범으로서 해야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수행한 앨범이에요.
그게 8년이나 걸렸다는 건 좀 반칙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아니요, 이렇게 완벽하게 데뷔 앨범의 오점을 교정할 수 있다면,
그깟 8년, 걸려도 됩니다.
99%의 음악가들은 그 8년간 세번째, 네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그 오점을 교정하지 못하는 걸요.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18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루시 숸과 스웨덴의 프릭 포크 가수 수목에 이끌려의 공동 수상입니다.
사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의 후보는 너무 많았죠.
그리고 루시 숸이 JSttB의, 수목에 이끌려가 Mytube Likable의 수상을 확정한 뒤에,
이 둘을 배제한 다른 후보중에서 수상자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WfGA에 중복 수상 불가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만고만한 선에서 비교가능한 급이라면
다른 상을 받지 못한 후보가 받는 게 나을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많은 후보들 중,
이 둘은 특별히 한 급 높은 위치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래서, 결국 공동 수상을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아직 부상도 없는 상이렇게나 영예로운 상을, 두 개 주면 뭐 어때요!?
루시 숸의 Blue, Indigo, Violet and Death의 커버 아트는
앨범의 속성을 굉장히 잘 지시해줍니다.
흑백으로 가라앉은 기본 이미지에 원색의 페인트 덧칠을 통해,
이 앨범의 노래들이 어떤식으로 화사한 색채를 드러내는지를
간략하면서도 정밀하게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죠.
특히 루시 숸 본인의 얼굴을 지워버린 카민 덧칠은
이 앨범이 루시 숸 본인의 특색을 어떻게 가리고
다른 색을 입혔는지를 완벽하게 그려내줍니다.
반면 수목에 이끌려의 Yellow to Blue의 커버 아트는
앨범의 각 트랙들에 새로운 관점을 입혀주는, 정반대 속성의 표지입니다.
이 open-casket 장례의 이미지를 받아 쓴 커버 아트에서
빅토리아 베리스만은 삶을 상징하는 연노랑색과
죽음을 상징하는 군청색의 보색 대비를 통해,
앨범 안에서 따로 노는 트랙들의 메시지를 하나로 말끔하게 기워내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난 아래에서 얘기할 Doin’ Time의 뮤직비디오를 찾기 전까지는
이게 BIVaD의 커버보다는 한 급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Doin’ Time 뮤직비디오와 이 커버 아트의 시너지는
이 커버를 BIVaD 이상의 뭔가로 만들어줍니다.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18년의 Mytube Likable은 수목에 이끌려의 Doin’ Time에 돌아갑니다.
지난 예비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Mytube Likable의 후보는 정말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 이 제대로된 후보를 찾느라 작년에 나온 뮤직비디오들을 전수검사했죠.
정말 말 그대로 모든 후보군 음악가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며
수천개의 뮤직비디오를 하나 하나 훑어봤어요.
그리고 마침내, 안구건조증, 편두통, 멀미를 유발하는 100시간 넘는 사투 끝에,
이 꽁꽁 숨겨져 있던 수목에 이끌려의 새 채널에 올라와 있던 뮤직비디오를 찾았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대한 오마쥬/이미지 대여로 시작하는 첫부분에서
난 사실 바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려고 생각했어요.
근래 플로리다 프로젝트 베껴쓰기에 대해서 딱히 좋은 시선을 유지하기 어려웠으니까요.
그리고 0초와 8초에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연노랑색 화면 채우기를 22초에서는 제대로 지각했죠.
그리고 그게 저 앨범의 커버아트와 어떤 연결점을 갖는지를 깨닫고는,
숨죽이고 뮤직비디오를 지켜봤죠.
네, 그리고 바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건 내가 전수검사-_-한 수천개의 2018년 뮤직비디오 중, 최고의 뮤직비디오입니다.
물론 평년 같으면 뭐가 최고다 하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울 테죠.
하지만 2018년은 다릅니다. 진짜 저 수천 개를 전수 검사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괜찮은 뮤직비디오가 없어요. 그리고 이것 하나만이 특출납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빌려서 이야기를 확장하고 빈 공간을 채우는 것도 놀랍고,
앨범의 반대 방향으로 군청에서 연노랑을 끄집어내는 게 자연스럽고 뭔가 거스르는 게 없죠.
네, 연노랑에서 군청을 끄집어 내는 것과,
군청에서 연노랑을 끄집어 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작업입니다.
누구나 어떻게 삶에서 죽음으로, 활성에서 안정으로,
열의에서 냉소로 향하는지 알고, 그걸 쉽게 그려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에서 삶으로, 안정에서 활성으로,
냉소에서 열의로 향하는 길은 억지를 쓰지 않고는 그려내기 쉽지 않아요.
당장 그 모든 게 최소 액션 원리에 배치 되는, 자연스럽지 않은 일들이란 말이죠.
그런데 그걸 이렇게 자연스럽게 성공시켜
앨범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순환을 완료시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거죠.
네, 이 뮤직비디오는 이 노래의 존재하지 않았던 절반을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앨범 전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쥐여주고 있죠.
난 이 수목에 이끌려의 작년 앨범에 8-1.3점을 줬죠.
이 뮤직비디오를 발견하고는,
저걸 어떻게든 8포인트로 올려야하지 않을까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결국은 뮤직비디오를 보아야만 의미를 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앨범에
정수부 9점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내버려뒀지만,
이건 그만큼 훌륭한 뮤직비디오입니다.
(* 이 뮤직비디오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단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빅토리아 베리스만이 지정한 연노랑과 군청,
션 베이커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지정한 물색과 라벤더가
이 뮤직비디오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유심히 뜯어 봐야 합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모두가 봐야만 하는’ 2017년 최고의 영화이니 일단 보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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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18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새러 하웰스의 새 프로젝트,
브라이드의 데뷔 앨범 Like an Island에 돌아갑니다.
이건 내가 평할 수 없는 앨범이라는 평가는 유효하고,
그래서 따로 더 말을 덧붙이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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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18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호주의 팝 가수, 그레타 레이에게 수여됩니다.
그레타 레이의 두 번째 EP, Here and Now는 EP 만점은 8+0.9점이라는 내 규칙을 깨게 만든,
그야말로 완벽한 7트랙 구성을 가진 EP입니다.
네, 이건 언제나 어중간하다고 볼멘 소리를 들어온
바로 그 7트랙 앨범이 어떤 구성을 가져야 하는지 정답을 제시한 ‘앨범’입니다.
난 EP를 앨범이라고 부르는 것을 웬만해선 기피하는 편이지만,
이건 그 어떤 풀앨범보다 더 나은,
완벽한 구성을 가진 앨범이라고요.
그레타 레이는 지금까지 이 NtbN을 받아간 음악가 중 가장 성공한 음악가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앨범에 고작 이 정도 인지를 받은 것을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모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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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A 2017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17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Norma Jean Martine Only in my Mind
Jinx Sinks to the Brinks Tina Dico Count to Ten (Ten Years and Counting)
Not an Image, but a Damage Lilly Among Clouds Aerial Perspective
Mytube Likable I Am Harlequin Hooked
Carpet Bombing Missed Frida Sundemo Flashbacks & Futures
Needed to be Needed Shelly Fraley The Beat Goes On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17년의 종말의 시작은 미국의 팝 블루스 음악가 노마 진 마틴에게 수여됩니다.
노마 진 마틴은 이미 2년 전에 이 WfGA의 한 자리를 예약했고,
그게 2016일지, 2017일지,
종말의 시작일지, Needed to be Needed일지만 남아 있는거나 다름 없었죠.
이 최소한의 기악과 최소한의 멜로디로 최대의 효과를 내놓는 미니멀리스트는,
당연히, 그해 최고에 근접하는 앨범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대단함을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정말로, 노마 진 마틴은 2016년의 최고에 근접하는,
2017년 최고의 앨범을 내놓았고,
당연하게도, 그 대단함을 전혀 주목 받지 못했답니다.
그러게 2년 전부터 내 주시를 사지 말았어야죠 :p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17년에 나온 소포모어-비스무리 앨범들 중 내가 높이 평가한 것들은,
라킨 포의 Peach, 대도의 Capacity,
시지 로켓의 Hot Summer, 케이 플레이의 Every Where is Some Where 정도가 있죠.
굳이 꾸역꾸역 몇 개 더 집어넣으면 마고 프라이스, 마리카 핵먼,
도리 프리먼, 백해의 소포모어 앨범 정도가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 중 어느 하나도 ‘날 만족시킨 소포모어’는 아니었다는 거죠.
라킨 포는 워낙 여러번 커리어를 갈아 엎었기에, Peach은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서
이 아가씨들의 여섯번째 앨범(모든 풀앨범 다 카운트)일 수도 있고,
다섯번째 앨범(2EP 2LP 합본 자가 앨범 Band for Every Season을
첫 풀앨범으로 카운트)일 수도 있고,
네번째 앨범(자가 앨범은 카운트 하지 않음)일 수도 있고,
세번째 앨범(톰 헬 작업에 참여한 앨범, 혹은 리팩키지인 resKINned을
풀앨범으로 카운트하지 않음)일 수도 있고,
두번째 앨범(KIN과 이 앨범만을 풀 앨범으로 카운트)일 수도 있고,
첫번째 앨범(대부분의 스트리밍에서 내려진 KIN도
풀앨범으로 카운트하지 않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커버 앨범이에요.
(고로 TP 기준에 따르면 이 아가씨들은
‘아직 풀앨범을 한 장도 내지 않은 14년차 신인가수’입니다!
로벨 시스터스에서도 프론트/메인 보컬이
라킨 포에는 빠진 언니님 제시카 로벨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적용될 밴드 프론트/메인 보컬의 커리어 리뉴얼에 대한 제약도 받지 않는…
생짜 신인가수 취급이에요.
내년에 TP 기준 더 손봐야 한다는 경고 같은 느낌이네요-_-)
대도의 Capacity는 대도의 두 번째 앨범이지만,
이 밴드의 주축인 에이드리엔 랭커는 이미 기존 커리어가 있습니다.
시지 로켓의 Hot Summer은 공식적으로 믹스테입입니다.
케이 플레이의 Every Where is Some Where은 공식적인 소포모어 앨범이지만,
케이 플레이는 공식 커리어 이전에 2개의 앨범과 2개의 믹스테입을 내놨죠.
마고 프라이스와 마리카 핵먼은 ‘내가 높이 평가한’ 보다는
‘내가 마음에 들어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WfGA의 성향상 적당하지 않습니다.
도리 프리먼은 커버 앨범이고,
백해의 모건 키비는 이미 10년전에 내 탑라이너였던 중고 음악가죠.
그래서 결국, JSttB를 받아갈만한 소포모어 앨범이, 2017년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포모어가 아닌 앨범은 있었죠.
2017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내 9.6점 앨범 중 하나인 Count to Ten을 어쿠스틱 라이브로 다시 녹음한
Count to Ten 10주년 기념 에디션 보너스 디스크: Ten Years and Counting에 수여합니다.
네, 이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음악가’가 아니라
앨범, 혹은 디스크에 수여하는 JSttB일 겁니다.
굳이 두번째 기회를 만들어 다시 녹음한 라이브 앨범이,
또 다시 내 마음에 쏙 들게 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17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독일의 챔버 팝 가수 구름 속의 릴리의
데뷔 앨범 Aerial Perspective에 돌아갑니다.
자연스러운 웨이브의, 빨간색이 튀지 않는 오번 머리칼,
빨간머리 특유의 탁하고 창백한 피부와 주근깨,
굳게 다문, 불만이 가득한 입,
살짝 숙인 고개와 치켜뜬 틸 블루 눈,
두텁고 빳빳한 소재의 연 코발트 계통 셔츠,
굵은 내로우 산세맆 폰트, 둥근 점선 가로 구획선.
모두 내 위크 포인트입니다.
이런 외모와 성향을 가진 게 죄는 아니죠.
하지만 저렇게 모든 요소가 내 약점을 파고드는 사진을
앨범 커버에 박아놓고 성공을 바란다면 파렴치한 겁니다.
그리고… 실제론 저렇게 안 생겼잖아요.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17년의 Mytube Likable은
독일계 얼터너티브 음악가 어릿광대올시다의 Hooked에 돌아갑니다.
좋아요, 이건 내가 싫어하는 영상효과들을 수도 없이 집어 넣은 뮤직비디오입니다.
프레임 글리치, 색상맵 글리치, 카메라 회전 등을 비롯한 ‘MTV식’ 화면 전환,
하여튼 이 영상에 아주 떡칠 된 기초적이면서도 과한 영상 효과들은
모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하고 보잘 것 없는 영상 효과를 통해,
이 뮤직비디오는 꽤 정밀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해냅니다.
마치, 이런 거 대체 어디다 쓰는지 궁금했지? 여기다 쓰는 거야.
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p프레임 글리치의 활용은 정말로 밑줄을 그어둘 법 합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p프레임을 여러장 날려서
중간 중간 가볍게 깨지는 프레임 글리치 노이즈로
정적인 영상에 역동성을 부여하거나
보통은 색분열로 만들곤 하는 고스팅 효과를 대체하는 것은
정말로 화려하면서도 효과적입니다.
이런 저예산 뮤직비디오가, 이렇게 노래와 잘 어우러지면서
압도적인 기능을 해내는 것은 정말 보기 쉽지 않은 일이죠.
더군다나 이렇게 굉장한 손품이 들어가지 않는 한 싼티가 날 수 밖에 없는
기초적인 영상효과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그 ‘싼티’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정도로 형용하기 힘든 일입니다.
오랫동안 나에게서 미친년의 상징이자 정수로 언급되어온 어릿광대올시다가,
그 노래의 격에 맞는, 이렇게 제대로 미친 뮤직비디오를 뽑아왔는데,
내가 그걸 전폭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수상 목록으로 ▲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17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스웨덴의 신스 팝 가수 프리다 순데모의 Flashbacks & Futures에 수여합니다.
프리다 순데모는 정말로 내가 싫어할 법한 모든 요소를 집어넣은,
뻔하디 뻔한, 지독하게 ‘스웨덴스러운’ 신스팝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난 주마다 쏟아져 나오는 트로피컬 하우스와
여타 레퍼런스 하우스들의 상지랄에 지쳐가고 있었고,
이 ‘스웨덴스러운’ 안전한 신스팝을 오히려 신선하게 느낄 수 있었죠.

수상 목록으로 ▲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17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미국의 팝 가수 셸리 프랠리의 The Beat Goes On에 수여합니다.
긴 말 하지 않을래요.
아무리 12월에 나왔고, 영상에는 별 가치가 없다고 해도,
이 Words Can 공식 리릭 비디오의 조회수가
150회도 안 된다는 건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중범죄입니다.
그래요, 쉽게 잘 만든, 듣기 편하고 가벼운, 대중들이 들으면 분명히 좋아할 법한 노래가
홍보 부족과 미디어 외면으로 아무도 모르게 묻혀 있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흔하디 흔한 일이죠.
하지만 5개월간 145회요? 진짜로? 이건 너무하잖아요.
2014년 Needed to be Needed의 강력한 후보였던 셸리 프랠리가 마침내
더 외면 받아서 이 상을 받아간 건 좀 아프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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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A 2016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16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Angelica Garcia Medicine for Birds
Jinx Sinks to the Brinks Monica Heldal The One in the Sun
Not an Image, but a Damage Ash Koley Elements
Mytube Likable Playing Savage Bigger
Carpet Bombing Missed K.Flay Blood in the Cut
Needed to be Needed Vivie Ann Flowers & Tigers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16년의 종말의 시작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블루스 음악가
안젤리카 가르시아에게 수여됩니다.
지난 준비 스레드에서 언급했듯, 안젤리카 가르시아는 좋은 ‘신인가수’이지만,
그리 질높은 데뷔 앨범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당돌하고 신인다운 패기가 넘치는 아이지만,
그걸 노래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but,
어쩌겠어요. 저 but이 내 영혼을 사로잡아버렸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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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16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노르웨이의 비사팝 가수 모니카 헬달에게 바칩니다.
모니카 헬달의 소포모어 앨범, The One in the Sun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내 마음에 든 앨범입니다.
개별 트랙의 완성도, 앨범의 주제를 다루는 방식, 주목을 끌어오는 기술적 트릭들.
모니카 헬달은 오직 나같은 사람만이 그 가치에 주목해줄,
지나치게 영리하고 지나치게 잘 정련된 앨범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한줄기 남아 있던 대중과의 연결선을 스스로 끊어냈죠.
일반적인 경우에는, 난 이 모니카 헬달에게 쏟아지는,
기존 팬들의 비난을 우려스럽게 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그렇지 않아요. 이건 ‘훌륭한 시도’가 아니라, 완성작입니다.
더는 여기에 뭔가 할 필요가 없어요.
다시 데뷔 앨범처럼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말갛게 가라앉은 비사팝을 한다고 해도 난 딱히 안타깝지 않을 거예요.
다만 데뷔 앨범에서처럼 그 의도를 순진무구하게 봐줄 수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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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16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캐나다의 얼터너티브 팝 듀오 애시 콜리의
소포모어 앨범 Elements에 돌아갑니다.
이 앨범은 이 듀오의 소시오패스적인 면모가 확연하게 드러난 앨범으로,
팩업 트랙들을 단순히 메인트랙의 매력을 강조하는데 사용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메인트랙이 팩업 트랙의 매력을 말살하게 하여,
메인 트랙들을 빛나게 해주는 앨범 구성을 만들었죠.
그리고 이 앨범아트는 그러한 앨범의 속성을,
미묘하지만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사악하고 악랄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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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16년의 Mytube Likable은
오스트리아 얼터너티브 팝 가수 미개실연자의 Bigger에 돌아갑니다.
Bigger의 가사는 요즘 흔해빠진 ‘4세대 페미니스트 독립여성의 스웨거 송’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뭔가 좀 이상해요.
어딘가 좀 여리고, 나약하고, 처연합니다.
특히 노래가 가장 쎈척-_-해야하는 부분에서,
이 처연함은 더 처절하게 드러나요.
문제는, 저 ‘스웨거 송’이란 것들 자체가 참 한심한 노래들이기에,
이게 의도한 건지 아닌지가 긴가민가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뮤직비디오는 이 노래의 의도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내줍니다.
다 무너진 저택에서 분명히 마약중독자로 보이는 화자가
온갓 ‘스웩’의 상징물들을 두르고
거들먹거리는 이 뮤직비디오는,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를,
그리고 무엇이 그 이야기를 우습게 만드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음을 밝히고 있죠.
이 노래는 삶의 밑바닥에 있는 화자가,
스스로에게 떳떳하게 고개치켜들고 성공하고 말리라 다짐하며 선언하는 노래입니다.
네, 당연히 여리고 나약할 수 밖에 없죠. 두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노래는 그 여리고 나약한 사람이
믿는 구석이라고는 자신의 가까스로 꺾이지 않을 결의 하나만 가지고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노래입니다.
난 해낼 거라고. 그리고 더더욱, 이렇게 말했으니 얼굴 팔지 않기위해서라도
꼭 해내야만 한다고.
이 짐짓 가장된 뻔뻔함은, 그 부족한 용기와 결의를 채워 넣기 위한 도구이고,
그렇다보니 처절한 처연함이 드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took my thunder’같은 슈도페미니즘 용어를 빌려 온 건, 정말 세련된 조롱이죠.
그리고 이게 자기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이해 못하는 흔해 빠진 멍청한 노래인지,
아니면 그런 이들을 세련되게 비웃는 영리한 노래인지를 명확하게 해주는 게
바로 이 뮤직비디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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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16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얼터너티브 힙합 가수 케이 플레이의 Blood in the Cut에 수여합니다.
네, 케이 플레이는 내 라이브러리에 최초로 입성한 힙합 가수입니다.
내 힙합에 대한 심각한 알레르기를 고려하면,
내가 이렇게 ‘얼터너티브한’ 물건이나마
힙합을 마음에 들어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일어나기 힘든 일이죠.
하지만 케이 플레이는 그걸 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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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16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독일의 신인 팝 가수 비비 안에게 돌아갑니다.
내 취향의, ‘멜로딕하고 정석적인 보컬 위주의 팝 음악’이
독일에서 자취를 감춘 지가 꽤 오래됐죠.
그런 노래를 부르던 레나가 (하던 노래 말고 굉장히 ‘독일스러운’ 노래로)
유로비전을 거머쥔 뒤로 상황이 좀 달라지나 했지만,
그 첫 반향인 엘리프나 미아 디코프 등의 반잉여들은 별 성과 없이 물러났죠.
그리고 난 독일의 팝 음악에 대한 기대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내가 기대를 잃은 동안, 독일에서는 두번째, 세번째 반향이 있었죠.
비비 안은 바로 이 세번째 반향과 함께 찾아온 신인가수였어요.
그리고 내가 실종냥 세번째 앨범, 마들린 쥬노 소포모어,
새러 하트만 데뷔 EP 등의 이 세번째 조류 앨범들 사이에
이 아가씨의 데뷔 앨범을 언급해줬어야만 했습니다.
당시 토글에서 이 주변부의 미미한 물결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난 이게 이탈리아의 근본없는 DJ, Vivie-ann의 앨범인 줄로 알고
들어보지도 않고 넘겼죠.
십수년 간 이런 노래를 만들어본 경험이 없기에,
이 ‘정석적인 보컬 위주 팝’을 어떻게 프로듀싱해야하는지 모르는
프로듀서 진의 삽질로 가득찬 앨범은,
(‘보컬 위주의 팝’에서 보컬을 묻어버리는)
그 어처구니 없는 믹싱과 마스터링을 제외하면
정말 놀라운 완성도를 지닌 앨범입니다.
마땅히, 이런 신인 가수는 더 많은 주목을 받았어야만 했습니다.
적어도 내가 태만하지 않았다면,
몇몇 평론가들에게 이 앨범의 존재가 알려질 수 있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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