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연간 베스트 정리하면서 롤 엘의 Burning Out을 여러바퀴 돌리다 보니,
뭔가 이상한 게 왜 이 노래의 클립트 노이즈는
케이시 힐 때처럼 거슬리지 않는지 의아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케이시 힐 재작년 앨범을 훑어 봤는데…

응. 진짜는 다르구나.
예고 없이 시작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해서 훅훅 넘어지는 저게
어떻게 의도대로 완벽히 제어된 연기라고 생각이 돼?

반면 이건 노래 시작하고 2분이나 지나서, 넘어지기 15초 전부터
자, 넘어집니다. 넘어질 거예요. 비틀거리는 거 보이죠, 넘어질 수 밖에 없겠죠?
…하고 있으니 당황을 할 리가 있나?

사실 생각해보면,
케이시 힐이 날 일깨워-_- 주기 전까지는,
난 저런 노이즈를 칭찬해 왔다.
그런데 이제 돌아보면,
저건 가짜야.
모든 방향에서 거짓말이잖아.
“엄마, 나 파산했고, 개인회생은 이래서 안 된대.”가 충격적인 거지,
“엄마, 놀라지마, 놀라지마, 놀라지마, 나 학교 연극에서 거지 역할을 하게 됐어.”가
어떻게 충격적일 수 있겠어.

그건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연기잖아. 거짓말이잖아.
“그게 정말이니?”가 아무 의미도 없는 의문이잖아.

난 케이시 힐 이전에는 아무 자각도 없이 안전망 안에서
거짓말이든 정말이든 아무 의미도 없는 헛소리를 칭찬하고 있었던 거야.

근데 케이시 힐 재작년 앨범에서도 저 노래는 진짜
신경을 제대로 거스르는 뭔가가 있다.
정말 정밀하게 전기적, 전자적, 코드적 노이즈 하나 하나가 툭툭 치고 지나가는데,
오랜만에 들을 때마다 흠칫흠칫 놀란다.
막 엉터리로 쏟아 부어 넣은 게 아니라 특정한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 노이즈를 정밀한 위치에
살짝 들려주고, 살짝 들려주고, 어? 문제 있나? 싶을 때 제대로 한방씩 떄리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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