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얘 왜 이렇게 잘해?

Categories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Posted on

지난 달에 이 노래가 싱글로 나왔을 때는 좀 실망했었다.
재미있는 노래지만 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고,
지금까지 보여준 완성도 높은 싱글들에 비하면
좀 많이 퀄리티가 쳐지고, 발전 없고, 반복적이었어.

그런데 앨범에서는 6번자리(10트랙 중 5번)에 들어가더니,
그 다음 노래가

이 하드 투 텔이 시작할 떄 약한 클릭이 있기 떄문에,
난 저 전환을 들으면서 좀 많이 실망하기도 했다.
하드 투 텔이 어떤 노래였는지는 까마득히 잊어버렸고,
저 클릭으로 두 트랙을 완전히 구분지어 분절시키는 거에 기분만 상했지,
어, 그대로 이어지는 노래인데 저런 클릭을 내버려둔다고?

그리고 38초 후에 터져 나오는 하드 투 텔의 클라이막스에
그냥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으로 재생을 멈추고 이 전환을 예닐곱번 다시 돌렸어.
미쳤잖아.
하드 투 텔은 지나치게 급한 노래였다.
좀 더 뜸을 들일 필요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40초만에 클라이막스가 터져서 저 약한 전주와의 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냥 인상 자체가 하드락 흉내내는, 잘 만들었지만 뻔한 노래였지.

그런데 거기에 170초짜리 인트로를 달아준 거야.
클릭까지 살려가며, 자, 이제 시동 걸어요, 하며 알려주기까지 하며.

아니, 그냥 개 잘했잖아.

뭐랄까 호주 애들은 좀 이런 게 있는 거 같아.
상상하지도 못한 조합으로 극단적이지 않게 신선…보다 생소함을 끌어내는 기술,
이런 게 좀 남다르다. 엄청 뻔해야할 것 같은데 안 뻔해.
어, 그거 별로일 것 같아, 하고 넘겼는데 완성품 보니까 재미있어.
그레타 레이도 그렇고, 우즈도 그렇고,
새러 블래스코나 샐리 셀트만, 맥주양도 그렇지.
뉴질랜드 인이지만 진 위그모어도 그렇고,
뭔가 시선이 향하는 방향 자체가 다른데,
그게 나 이런 창의적인 생각을 해냈어! 하기보다는
응? 이게 정석 아니야? 하고 있는 느낌.
문화적인 기반 자체가 좀 애매한 자리에 있어서인 것도 같고,
남반구에서 계절 반대로 돌아가는 것도 영향이 좀 있는 것 같긴 한데,
남아공이나 남 아메리카에 저런 느낌이 또 있는 것도 아니고…
(+ 생각해보니 남아공도 좀 경악스러운 창의성이 있긴 하고,
남 아메리카도 단순 라틴계 특징이라고 보기 힘든 괴이한 접근법이 있긴 하다.
남 아메리카는 그게 남반구라서…. 하는 느낌은 확실히 아니긴 한데,
남아공은 좀 그렇긴 하네.
머리를 거꾸로 박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창의적인 병신소리가
일본급으로 많이 나오는 나라니.)

어쨌든 이번 주도 첫 앨범부터 8포인터 하나 추가하고 갑니다.
그리곤 전멸일 것 같은 느낌 진하게 들긴 하지만,
(앤지 믹머흔은 싱글 잘 뽑은 게 좀 있지만 앨범 개 삽 떴을 것 같고,
리디아 루스 좀 기대해보는데 솔직히 별볼일 없을 거 뻔하고,
아네타 아스퀵이나 엘리나는 뭐 원 트랙 앨범이겠지.)
그래도 정말로 이렇게 주 마다 8포인터 하나씩 나와주면
2017년 같지는 않을 듯.
7포인터 없다고? 뭔 상관이야.
머리만 제대로 달려 있으면 몸통은 사실 튼튼하든 아니든 별 의미 없어.

+
아니 근데 앤지 믹머흔은 Fireball Whiskey 체급이 진짜 미쳤는데?
이거 스탠덜론으로도 미쳤던 노래인데
원래부터 마무리가 너무 옅게 흩날리는게 아쉬웠던 Saturn Returning으로
인트로 깔고 들어가니까
그냥 전주 첫음부터 무게감이…

++
아니 진짜야?
앤지 믹머흔이 터졌다고?
1년에 수공예품 한 트랙씩만 깎아내던 앤지 믹머흔이 정말로 터졌다고?
갑자기 소포모어 앨범에 미친 퀄리티의 트랙들을
말도 안 되는 배치로 시너지를 일으키게 만들어온다고?
또 Fireball Whiskey, Exploding 수공예품 2개만 노는 앨범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스로 letting go 정도 괜찮으니 그거뿐이겠지 했는데,
Fish랑 Divine Fault Line은 그냥 미쳐 날뛰고
Mother Nature랑 Serotonin도 신기하네.
이거 9포인터잖아.
9포인터야. 9+0.2 주면 대충 맞으려나?
앤지 믹머흔이?
앤지 믹머흔이?
왜 디지한테 기대하던 걸 네가 하고 있어요?
아니, 앤지 믹머흔도 호주 애 아닌가?
맞지? 맞네.
………….

+++
어우, 앤지 믹머흔 듣고 아네타 아스퀵 듣는데
체급 차가 너무…. 아니 이거 그래도 I am the Sea인데….
나름 뮤직비디오로긴 해도 WfGA도 받아간 노랜데…
이렇게 볼품 없다고?
뭐랄까 너무 애처롭다.
누구는 그냥 정상 코드, 정박으로 탁탁 맥만 잡아 채도 저런데,
여기는 하이 스트링으로 잡아 뻈다 넣었다
보컬 접고 드럼 올렸다 기악 줄이고 보컬만 잡았다
별 ㅈㄹ을 다하는데 저만큼 흥미롭지가 않아.
하이고 잉여년아…
아 진짜, 어쩌다….
내가 꼭 아네타 아스퀵 앨범만 나왔다 하면 이지랄 해놓고
나중에 ‘내가 해놓은 짓이 있어서…’하면서 뭐 하나 챙겨주는 걸 반복하는데,
이게 뭐랄까, 이 아가씨 기대치가 딱 이 레벨에 있어서 그런 거 같아.
하이 실링이라서 앨범 나오면 제일 먼저 꺼내 듣는 애들 바로 다음의,
실링은 낮지만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쥐어짜고 노력하는 스타일의 2선 1번.
그러니 앞에서 누구 하나 뻥 터뜨리고 거기 정신 다 팔린 와중에
앨범을 붙들게 되는 거지.
그리고는 ‘와, 열심히 한다. 조낸 열심히 하는데…. 저렇게 열심히 해도 안 되는구나’
같은 소리만 잔뜩 하는 거.
이번주처럼 바로 앞에 저런 핵폭탄이 떨어질 필요도 없어.
그냥 한 트랙만 자기 실링 가까이 뽑아온 애 있으면 비교당하는 거야.
와, 쟤는 실링이 높으니까 대충해도 저기까지 가는데,
얘는 죽어라 땅파도 천장이 머리에 닿네….
(아, 그래, 이 비유 좋다. 보통은 실링이 낮아도 그 천장을 치기 위해
자기 강점을 갈고 닦는데, 아네타 아스퀵은 천장 치는 건
너무나 당연하게 정해져 있기 떄문에
허리라도 펴기 위해서 땅을 파는 느낌이다.
모든 단점을 하나 하나 제거하고 최선을 다해 쥐어짜지만…….)
웃긴 건 개 잘만들었다는 거다.
지금 4번 트랙 듣고 있는데 이것도 이대로 가면
(이 퀄리티로 계속 간다는 게 아니라
대충 4번까지 이 레벨인 앨범 수준에서 크게 뻘짓 않고 마무리한다면)
7++로 8포인터 될 것 같아.
그런데 죽었다 깨어나도 7++, 6++이라는 거지.
이 아가씨가 정수부 8점을 받을 수 있을까?
늘 말하지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다니까?
++++ 결국은 7+0.8 정도인 것 같다. 8포인터는 쉽지 않네.

++++
그리고 그 놈의 7++, 엘리나는 발로 하고 받아가죠?
진짜 엘리나는 대놓고 게을러 터진 앨범을 만들어왔는데,
노래마다 100초 넘기면 지루해지기 시작해서
끝날 때쯤에는 시작할 땐 뭐가 그리 매력적이었지? 하는 노래만 채워 왔는데
(심지어 I should’ve danced more도 그런 노래다.
진짜 그 매력이 깎이고 또 깎인 뒤에도 남아서 경쟁력이 있는 거지.
잘 가다듬은 노래는 전혀 아니지.)
그냥 음색 하나로 다 해먹네.

+++++
리디아 루스도 6포인터 정도는 돼고,
이번 주는 진짜 오랜만에 기대한 것 이상 건지는 듯?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