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가 번역가를 완전 대체하진 못하죠, 하지만 그게 번역하기 어려운 표현 때문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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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노래가 나왔을 때, 번역을 해보려고 했었다.
저 콰이어의
“I’m a deep cut, a b side and extended version
a language they don’t speak, a shape that’s emerging
but you, not with you”가
너무 번역해보고 싶은 상승구라서, 저 not with you에 이르러 전부 터져 나가는 이미지를
정말 한국어로 담아보고 싶었는데….
시작하자마자 그냥 높은 벽에 부딪혔지.
“lost my defences, now I’m defenceless with you”

저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아마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들도 알 수 있을 거다.
보이는 그대로의 말이야.
하지만 번역?
그냥 불가능하다.
lost defence와 defenceless with you를 하나로 받아주는 키워드를 찾을 수 없는 건 당연하고,
애초에 defenceless with you를 한국어로 뭐라고 번역한단 말인가?
저 with의 모호함을 한국어에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냔 말이야.
그리고 그 모호함을 정작 내가 번역하고 싶었던 not with you까지 끌고 가야한다.
어떻게 해? 뭘 해봤자 못하지.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다보면,
가끔,
그래서 결국 AI 번역이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는 거죠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난다.

어….
음….
그러니까….

이런 거 걔네가 더 잘해요.
사람은 열심히 머리에서 단어 하나 하나 떠올리며 매치해야하는데,
걔네는 그냥 연관도 정렬해서 하나씩 억지로 집어넣어보고
그 표현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도 그냥 용례 데이터 분석 돌리면 돼요.

저건 어차피 사람은 못하는 번역이고,
저 번역을 가능하게 하는 한 문장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건 기계 쪽이지,
사람 쪽이 아니에요.

사람은 기계가 ‘대충 이만하면 자연스럽지 않나요?’하고 내놓은 표현이
정말로 자연스러운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하는 걸 잘하는 거지.
저런 표현을 찾는 걸 잘하지는 못해요.

언어는 결국 정보를 사람이 이해 가능하게 옮겨 놓은,
‘사람의 도구’이기에,
언어를 언어로 기능하게 만드는 건 사람이 기계보다 잘할 수 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죠. 기계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사람이 어, 그건 이상한데? 하면 끝인걸요?
그 기준을 만드는 게 사람인걸요?
하지만 패턴찾기는 처음부터 기계의 영역이라고요.
거기다 애초에 찾을 패턴이 존재하지 않는 걸 못 찾는다는 게
어떻게 기계의 단점이 되냐고요.

그럼 그렇지, 이 아줌마가 잘 하는 거 할 리가 없지!

Categories 이모젠식 정의Posted on

그럼 그렇지.
매번 강박적으로 스타일 바꿔 온 사람이,
안 바꿀 리가 없지.
그냥 지난 번에 하도 욕 먹고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 불안 하니까
가장 아이코닉하게 성공했던 스타일로 무력 시위 한 번 해준 거지.
‘2017년 이후 첫 리드 싱글’ 같은 드립까지 쳐가며
굳이 그걸 리드 싱글이라고 광고해야할 필요가 거기 있었던 거고.

그럼 그렇지.
당연히 이럴 줄 알았어야지.
그 나이를 먹는다고 타협할 사람이었으면 진작 했지.
아니, 싱글 하나를 기존 스타일로 내는 것조차 타협일 걸?
이 아줌마한텐?

이번 주 목록도 좀 심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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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이니 베일리….. 케이트 페터빈…. 새러 클로즈…..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레드라 채프먼?

딜레이니 베일리도 막 대단히 기대되는 거 아냐.
케이트 페터빈 중간에 싱글 한 두 개 잘 뽑은 거 기억나서 보이는 거야.
새러 클로즈 뭐 했는데 앨범을 내? 싶어서 보이는 거야.
레드라 채프먼은 ㅅㅂ 뭘 더 할 수 있는 게 있으세요? 싶어서 보이는 거야.

… 스물 몇 명 중에 저 네 명 보이는데, 둘은 기대치가 높아서 보이는 것도 아냐.

진짜 모르겠다.
응. 그냥 다음주에 몰아서 살래.

서전 락이나 라커빌리 극찬하는 컨트리계열 평론가들 솔직히 이해 안 갔었는데…

Categories 이모젠식 정의Posted on

이걸 보니까 살짝 이해가 가려고도 한다.
그러니까,
컨트리에 없는 저점이 보장된다는 게 진짜 크구나.

컨트리는 진짜 아래로 내려갈 때 밑도 끝도 없이 내려가는 장르인데,
락 밴드 구성은 일단 드럼과 베이스가 곡 구성을 확실하게 틀을 잡아주니까
그 없는 바닥이 생긴다는 거지.

장르 밖에서 보기에는 ㅅㅂ 그게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 싶은데,
저 장르 안 사람들이 보기에는 확실히 예쁘긴 예쁠 듯.

얘를 봐.
솔직히 얘가 그 와 씨… 또 지가 뭔 노래하는지도 모르는 컨트리 가수야.
하며 패스하게 되는 걔네들이랑 뭐 큰 차이가 있냐고?
거기다 알라나 스프링스틴처럼 틀 제대로 잡힌 꼬꼬마랑 비교해보면
기교쪽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성량부터 콜드 스코어로 처발리잖아?
근데 정작 만들어낸 결과물은 대충 비빈단 말이지?
물론 알라나 스프링스틴의 고점에 갖다 대기에는 민망하지만,
알라나 스프링스틴 앨범에서 제일 거슬리는 트랙보다는,
이 아무것도 안 한 노래가 더 낫다고.
베이스가 노래 제대로 틀 잡고 이 정도 저점을 만들어 주니까.

그렇구나, 포크나 블루스가 워낙 저점이 확실한,
락보다 훨씬 저점 방어에 특화된 장르라서
난 지금껏 이렇게 ‘락을 끼얹으면 없던 저점이 생긴다’를
실감해 본 적이 없었던 건데,
컨트리 애들은 다르겠구나.
늘 앨범에서 그 ㅈ같은 필러 빼라고! 하던
말도 안 되게 꼬라박는 필러 트랙들을
락 끼얹는 것만으로 자동 삭제 해주는 느낌일 테잖아.
그냥 존나 예뻐 보일만 하네.

내가 지켜보는 컨트리 가수들은 어쨌거나
기본은 다 갖춰진 애들이라 컨트리나 서전 락이나 라커빌리나 싶었는데,
이렇게 기본도 안 된 애가 하는 걸 보니 차이가 뭔지 확 와 닿아.
왜 저렇게 얼 빼놓고 지나치게 극찬하는지 이제 알겠어.

“체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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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가사 대충 긁어 봤는데 보격도 안 맞고 라임도 안 맞아?
is랑 two랑 라임이 맞다고 치면 되는 거 아닌가?
you look은 한 보로 two랑 라임이 맞다고 치면 되는 거 아님?
어떻게 한 음보에 3음절을 집어 넣냐고요?
한 음절은 당기고 한 음절은 밀지 않고는 못 넣는다고요?
왜요? 그냥 넣고 대충 허밍으로 뭉개면 되지 않나?
구성? 그게 뭐임?
그런 거 필요함?

가사를 왜 써요?
곡은 왜 써요?
그냥 보컬 체급으로 밀어 붙이면서 대충 뭉개면 웬만한 노래는 다 압살 되는 건데.

…. 와…. 진짜 욕 나오네.
이게 진짠가?
이래도 된다고?
이렇게 그냥 보컬 체급 하나로 깽판쳐도 노래가 된다고?
아니 노래가 되는 정도가 아니라 잘 만든 노래가 된다고?

아니…. 그니까,
이게 지금껏 보컬 하나에 의지해서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야 많았지.
하지만 그래도 다들 그 외줄타기를 할 때는 조심스럽게 다음 발을 내딛었어.
간혹 빠르고 우아하게 예술적으로 줄타기 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그 동작에는 조심성과 절도가 기술적으로 녹아 있는 거였어.
근데 이건 그냥 외줄 위에서 우아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 걸음걸이로
대강 제 멋대로 뛰는 거잖아.
근데 무슨 안 보이는 바닥이라도 깔려 있는 것처럼 균형 한 번 잃지 않고 달려 다니잖아.

이게 된다고?
진짜 음색 금수저 하나 타고 나면
이렇게 개 깽판을 쳐도 된다고?
그래도 되는 년놈 둘이 만나 이 짓거리를 한다고?
막 들었을 때는 충격이 엄청 커서 착각했는데,
다시 들어보니 사라 클랑은 되고 EDJ은 안 되네.
EDJ 음색이 좀 급이 높긴 해도 사기급은 아니니.

Life of the Party를 번역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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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은 문제 없이 완성 됐는데, 콰이어부터 살짝 삐끗하고 2절이 좀 어렵다.

I didn’t wanna doubt a simple life for what it lacked
But when you called out, I stepped off of the beaten track
Melted down my crown into promise rings instead
Tip-toed to town, found you down on a garden bed

뭐가 부족하든, 난 단순한 삶에 의문을 품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불러낸 날, 익숙한 길에서 내려 서고 말았지
내 왕관을 녹여 약혼 반지로 갈음했어
조심스럽게 시내로 내려와, 어느 화단 위에 쓰러진 널 찾았지

I’ve known some lonesome men but you take the cake
You’re the life of the party with a black dog in your wake
I was loud and proud and poised when the poison hit
I fell into your arms again

외로운 남자야 좀 알아왔지만, 개중 네가 최고야
깨서도 악몽을 달고 다니는 네가 없으면 파티도 없지
난 당당하고 거침없었지, 독이 퍼지던 때도 침착했어
하지만 다시 네 품 안으로 빠져들고 말지

콰이어에서 문제가,
저 a black dog in your wake이 영어로는
굉장히 그 의미를 바로 깨닫기 힘든, 재미있는 표현인데
한국어로는 마땅히 그 의미를 숨겨 번역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black dog in your dream = 악몽, 근심거리를
black dog in your wake으로 꼬아 놓은 표현인데,
한국어에선… 음. 못 숨기잖아?
그리고 저 ‘하지만’도 문제다.
이게 이 콰이어가 첫번째에는
take the cake이나 life of the party가 반어임이 확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a black dog in your wake의 의미가 확실하게 전달 되는 한,
저게 반어란 걸 바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는 거지.
그렇다면 굳이 저 ‘하지만’을 빼면서 원어를 따라갈 필요가 있을까?

A fear that I forgot, I found her wandering in your sheets
For somebody I’m not, you crumble to your knees
I don’t know how you can comodify my heart
I’m the whole damn band reduced to the album art

이 두려움을 잊고 있었어, 그 아이가 네 침대 안에 떠도는 걸 알게 됐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넌 무릎을 꿇어 보였어
어떻게 네가 내 심장을 사고 팔 수 있는지 모르겠어
모든 걸 다 알아서 한 빌어먹을 밴드인데 그저 겉 표지만 남았지

2절이 좀 총체적 난국인데,
첫 행은 진짜 개 난감하다.
저 첫 행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her <= fear / fear <= her이라는 거다.
‘잊고 있었던 두려움을 찾았어’에서 her이 마치 fear인 것처럼 받은 다음,
뒤에서 her이 이 남자의 침대 시트 안을 떠돈다 함으로써
her이 fear이 아니라 fear이 her의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는데,
시발 이걸 한국어로 어떻게 하냐고?

2행에서도 지시어 문제가 있지만 뭐 그런거야 대충 넘기고,
다시 4행이 문제인데….
whole damn band 어쩔 거야?
이게 결국 저렇게 whole band이 가진 의미를 풀어 쓰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은데,
마음에 안 든다.

이게 사실 the life of the party 번역어 찾기가 어려워서
(파티의 생명이라고 할 순 없잖아)
처음부터 번역할 생각 않고 있다가,
저걸 ‘네가 없으면 파티도 없어’로 번역하는 게 떠올라서 붙든 번역인데,
어우… 여기저기 지뢰가 너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