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사, 말라 한센, 사샤 시엠, 토마스 뒵달, 밸런시아 그레이스, 와일즈… 여섯 개나 전역 배급이 아니네.
이게 한 두 개면 그냥 파는 곳 찾아서 사니까 좀 귀찮은 정도인데, 여섯개니까 저 여섯개를 한 번에 파는 곳이 없어. 국내 음원이 발매 된 건 이이사, 사샤 시엠, 밸런시아 그레이스, 총 29트랙이네. 근데 국내 음원 진짜 사기 싫다. 이제 가격 차이도 없고, 뭔 요금제가 월결제 10 트랙 밖에 없어서 저렇게 29트랙이면 세 곳에서 나눠 사야 하는데 그럼 볼륨 레벨 이상하게 만진 음원들 끼어 있어서 다 둘러 봐야 하고… 아… 진짜.
말라 한센은 대체 어디서 파는 건지도 감이 안… 아, 밴드캠프 있네. 토마스 뒵달은 몇 군데 파는 곳이 있는데 국내 카드 받는 곳은 없어서 귀찮고… 와일즈는 이거 그냥 스포티파이 특별 디스크 같은 건지 파는 곳이 아예 안 보이네.
아우하 디오네가 내 라이브러리에 있는 이유? 내 장르가 여러가지 이유로 참 빈약했던 2000년대 중후반, 아우하 디오네는 내 장르 최외각에 있는 감시탑 같은 존재였지. 감시탑의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 일부러 내 장르 밖까지 돌출 되게 박아 놓기까지 한.
그리고 아우하 디오네가 데뷔 앨범을 내놓을 때 쯤에는, 이미 포크트로니카의 폭격과 함께 내 장르가 두터워지기 시작했지. 정작 저 폭격을 주도한 플기계나 욀랑 양은 이제 내게 전혀 어필하지 못하는 노래를 하고 있다는 건 좀 아이러니하지만, 어쨌든 그랬다. 아우하 디오네고, 마리나와 다이아몬드고, 이 댄스 팝 계열 감시탑들은 이미 데뷔 앨범을 내놓기도 전에 의미를 잃었지. 2000년대 초부터 다크 포크 쪽 감시탑이었던 카리 루에슬로텐 정도만 꽤 오래 기능을 했고, 나머지 감시탑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 사실 알고리듬 추천이 제대로 기능하던 게 라스트 에프엠 정도 밖에 없던 시절 감시탑들한테는 큰 기대를 한 적도 없어서 저 ‘감시탑’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한참 나중 일이었다. 저 때는 감시탑이라기보단 중간 중간 훑어 보는 정착민 파견구 쪽에 가까웠다. 누가 휩쓸고 지나가면 바로 피드백을 받아서 찾아보는 게 아니라, 나중에 정기 보고 때 폐허가 된 파견구를 훑어보며 거길 휩쓸고 간 신인을 찾아보는.
어쨌든, 몇 년 간 훑어보지도 않은 감시탑, 어쩌면 파견구의 폐허를 둘러보며, 좀 오래 고민을 해야 했다.
아우하 디오네는 여전히 내게 의미 있는 노래를 만들고 있다. 플기계나 욀랑 양, 심지어 팔룰라조차 무너져 내렸는데, 아우하 디오네만은 여전히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며 굳건히 버티고 있지. 하지만 이 감시탑을 복원하고 쌓인 먼지를 쓸어내기엔 너무 멀다. 이제 내 감시탑은 제이드 버드나 피오나 그레이 같은, 한참 안 쪽에 있는 애들이지.
거기다 이번주에 나온 피오나 그레이의 새 프로젝트 데뷔 EP가
이렇게 제대로 때려 주니 굳이 이 밖으로 감시탑을 박을 필요가 있나 싶긴 해.
감시탑은 결국 내가 그 노래를 자주 들어서 알고리듬에 영향을 줘야 의미가 있는 건데, 저렇게 감시탑 가수가 그냥 잘해주면, 굳이 더 밖으로 빼서 영향력을 높일 필요가 없잖아. 거기다 아우하 디오네를 아직도 듣는 사람들이 새로운 음악가를 찾아 들을까? 그렇지 않겠지. 결국 유지해봐야 감시탑으로선 의미도 없을 거란 말이야. 그리 아무도 안 들어올 거 뻔한데 감시탑을 왜 박아?
그런데 아우하 디오네가 디칭할만큼 못하고 있는 게 아니니 정말 애매해. 저런 노래 하나쯤 간간히 듣는 거? 나쁘지 않지. 그런데 놓쳤다고 아쉽지도 않아. 저거 베스트는커녕 컴플먼트에도 안 넣겠지. 컴플먼트에 억지로 넣으려면 시도는 할 수도 있겠지만, 안 어울려서 결국 못 넣을 거야. 아우하 디오네가 어느날 미쳐서 상상도 못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일은… 15년 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있을 수도 없겠지. 그런데 결국 아우하 디오네를 디칭한다고 해서 뭐 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가?
응. 하드 디스크 용량 확보하려고 열심히 뒤졌는데 23메가 바이트 짜리 동영상 파일을 놓고 고민하는 느낌이야. 그, 더 이상 코덱도 제대로 안 맞아서 화질도 형편 없이 떨어지는 영상, 놔둬도 보지도 않을 거야. 하지만 고작 23메가잖아? 그거 지워서 뭐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