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을 평가한다고 생각해보죠.

Categories 플린스의 뒷이야기Posted on

어떤 사람은, 단편 소설은 개별로 읽어서는 안 되고
한 권의 단편 소설집 전체로만 읽어야 하고,
그렇기에 응당 단편 소설집은 그 전체에 유기적인 구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개개의 단편 소설이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느냐보다,
소설집 전체의 유기적인 구성이 중요하다고 하죠.

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러냐고요?
대중음악 평론 판에 널리고 널린 게 그런 사람이잖아요.
앨범 완성도가 싱글 트랙 완성도보다 중요하다는 사람들.

앨범과 단편 소설집의 존재 이유는 똑같습니다.
원래 플레이타임 2분이었던 실린더 하나에 꾸역꾸역 늘려 들어가던 3-4분짜리 노래,
손바닥만한 소책자로 엮여 들어가던 5천 단어 남짓의 소설이
가판대에서 팔리던 19세기 말 20세기초의 혼란이 가라앉고,
30분 넘는 플레이타임을 욱여 넣는 게 가능해진 레코드 플레이트들과
2-4만 단어 수준의 중편 소설 분량 페이퍼백 제본이 출판의 기본이 되면서
팔기 마땅치 않아진, 하지만 여전히 생산 되고 있던 싱글 트랙 노래와 단편 소설을
모아서 상품으로 만든 거예요.
물론, 그 모음집에 유기적인 구성이 있다면 장점이 되겠죠.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듣고 읽는 게 더 재미있다면,
나쁠거야 없죠.
하지만 그뿐이라는 거예요.

단편 소설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는 독자가
단편 소설을 하나씩 취사해서 읽는 독자보다 좋은 독자는 아닙니다.
작가의 입장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이어서 읽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 배치 순서에 의미를 두고 구성을 만드는 거지,
독자에게 그 이상의 요구를 해서도 안 됩니다.

난 내 소설의 중후반부에 힌트를 두고 그 힌트를 바탕으로 내가 지정한 초반부로 돌아가서
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 문장을 배치해놓는,
그리고 그 문장의 바뀐 의미가 결말에 영향을 주는 트릭을 즐겨 씁니다.
보통 내 독자들은 내가 박아 놓은 힌트를 보고 그 장치를 알아차리기보다는,
그냥 그 소설을 두 번째 읽을 때 그 문장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깨닫곤 하죠.
만약 내 의도를 알아보고, 처음 읽을 때 그 장치를 파악하는 독자가 있다면,
난 그 독자를 정말 예뻐 할 거예요.
(저 짓거리를 자주하다보니 중반 좀 넘으면
의식적으로 앞 부분을 다시 살피는 독자는 있긴 한데,
아직 내 힌트를 바탕으로 지정 위치를 찾아 내는 독자는 잘 없더라고요.
있더라도 일단 내게 그거 찾았다고 자랑하는 독자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내가 독자들에게 내 소설을 그렇게 읽을 것을 요구해서는,
그렇게 읽는 독자들만이 진정한 내 독자라고 주장해서는 안 되는 거죠.
그건 그냥 병신 머저리 새끼잖아요.
(언젠가 말했지만,
내 독자의 멍청함을 경멸하고 힐난하는 것은
내가 텍스트 외로 부차적으로 제공하는 주 서비스 중 하나이기에,
저 병신 머저리 짓에 근접하는 짓을 좀 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나도 저기까지는 안 해요.)
오히려 내가 어느 독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구성을 만든 것을 자책하고
어떻게하면 더 많은 독자가 그러한 구조를 파악하고,
해석함으로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할 지를 고민해야죠.
내 소설은 이렇게 읽어야 해요! 내가 그렇게 썼잖아요!
하고 자빠져 있으면 안 돼요.

마찬가지로,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어야 의미를 갖는 구성을
단편소설집 전체에 깔아뒀다고 해도,
독자에게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읽는 것을 강요할 수는 없어요.
그럴 거면 애초에 그걸 구분 지어서 단편 소설로 만들면 안 되는 거죠.
처음부터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내야 당연한 거죠.

앨범에 요구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만약, 음악가가 정말로 자기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 들어야 의미가 있고,
그렇게 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절대로 트랙 구분을 하면 안 되죠.
아, 트랙구분은 팔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타협이라고요?

어…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
팔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타협은 앨범 제작 아니었나요?
적어도 50년 전에는 분명히 그랬거든요.
자, 잊어버린 것 같아서 다시 말할게요.
단편 소설이 주예요. 소설집은 팔기 위해 만들어진 부차적인 도구예요.
소설집 전체의 구성이 훌륭하다면 좋겠지만, 그뿐이에요.
싱글 트랙이 주예요. 앨범은 팔기 위해 만들어진 부차적인 도구예요.
앨범 전체의 구성이 훌륭하다면 좋겠지만, 그뿐이에요.

독자가 작가가 의도한 대로의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가 의도한 지적/감정적/정서적 동요를 경험한다면,
그거야 훌륭한 독자-작가간 소통이겠죠.
하지만 독자가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경험을 한다고 해서,
그 경험이 의미 없는 게 되지 않아요.
작가가 몰아 대는 대로 움직이며 그 의도 대로 작품을 보는 양 떼 같은 독자가
그렇지 않은 독자보다 좋은 독자도 아니고,
작품은 작가의 의도대로만 가치를 지니지도 않아요.

우리 세대는,
노래를 카세트 테입으로 접하고 소비해온 우리 세대는,
CD에서 트랙 역시 셔플이나 트랙 건너뛰기의 의미 밖에 없었고,
컴필레이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음질 저하를 감수하며 새로 복사/녹음을 해야 했던
우리 세대는,
‘파티 셔플’을 위해 CD가 6장 올라가는 트레이가 달린 플레이어 따위를 만들어 팔고
그런 병신같은 기기를 비싸게 사서 자랑하고
저딴 게 대체 뭔 필요야 하며 신포도를 외치던 우리 세대는,
결국 앨범에 영혼이 묶여 있을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앨범의 구성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죠.
하지만 우리조차도 단편 소설집의 구성에는 과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요.
책은 목차 보고 필요한 부분만 취사해서 읽고 덮는데 큰 문제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너희는,
아니잖아요.
거기 얽매일 필요가 없잖아요.
자기가 원하는대로 트랙을 배치해서 노래를 들을 수가 없는 세상 따위
경험해본 적도 없잖아요.

그런데 왜 스스로의 영혼을 앨범에 묶으려고 그 난리를 치는 거예요?

WfGA 후보 선별이나 해봅시다.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올해는 일단 베스트 제작 전에 이것부터 해놓고 가기로 했어요.
베스트는 금방 끝날 거 같은데, 컴플먼트가 올해 안에 안 끝날 거 같아서…

1. 종말의 시작

뭐, 서배나 코늘리 확정이죠?
서하라 벡….은 소포모어야.
다른 데뷔 앨범이 근접도 못해.
이건 확정이네요.

2. Jinx Sinks to the Brinks

여기도…. 앤지 믹머흔 확정이죠?
에멜리아 홀로는 좀 자격이 없어.
어릴때, 잭 리버도… 잭 리버는 후보 가능하긴 하겠구나.
그리고는 서하라 벡.
앤지 믹머흔이야. 그것 밖에 없어요.

3.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후보는 이 정도일텐데,
그냥 이미지 자체가 보기 좋은 건 안티아 듀버캇이고
보기 흉하지만, 앨범의 방향을 정말 잘 표현한 건 라이자 앤,
그리고 롤 엘이 그 중간에 있네요.
매기 마일스랑 흑당밀도 꽤 좋은 후보여서
이번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누가 받아갈지 좀 감이 안 잡히네요.

4. Mytube Likable

서배나 코늘리의 More than Fine 뮤직비디오가 지닌 장점은
노래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아트 디렉션과 스토리보드,
그리고 그 스토리보드를 효과적으로 영상으로 옮긴 촬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디 던컴의 다른 촬영에서 이런 잘 정제된 페이싱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건 아무래도 아트 디렉터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소피아 머티내자드의 작품 같아요.

그리고, 단점은…. 어…
올해 최고의 노래에 걸맞는, 올해 최고의 뮤직비디오가
2월에 나와버려서 김 새게 만들었다는 거 정도일까요?

제니비브 스톡스의 Book of Memories 뮤직비디오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돈을 쥐뿔도 안 들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쥐뿔도 안 들인 돈이, 제니비브 스톡스 사정에서 최대한의 예산이라는 것도요.

영상에 소소한 단점들은 있어요.
초신성 ‘특수효과’는 특수효과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고,
불길 장면에서 첫번째 풀샷은 마땅히 불이 붙어 있어야
스토리보드가 말이 되는데 안 붙어 있죠.

하지만 영상에서 바로 티가 나는 이 빡빡한 저예산 촬영은
그런 걸 단점이라고 지적하기 민망하게 만들어요.
이게 최선입니다. 이 예산에선 어쩔 수 없어요.
우연히 싼값에 고용한 촬영 감독이 가벼운 특수효과 처리도 잘 해줄수 있다면
같은 값에 훨씬 좋은 영상을 뽑을 수 있었겠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진가요?

물론, 건물 대여 비용을 제외하면 돈 더 적게 들였을게 분명한
More than Fine 뮤직비디오가 그 장점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긴 하지만 말이죠.

애니 해밀턴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는 게으르기 그지없습니다.
노래 제목이 다이너마이트야? 그럼 채석장에 캠퍼 의자 하나 들고 가서
존나 badassy한 클립 몇 개 찍어 오지, 뭐.
영상이 심심해?
그럼 저작권 풀린 옛날 영화에서 관련 장면 좀 잘라붙이지.

그런데, 그 게으르기 그지없는 영상이
이 노래에는 정말로 잘 어우러지죠.
그리고 애니 해밀턴은 저 게을러 터진 촬영에서도
존나 badassy합니다.

네, 어떤 영상은,
공들여 만들 필요가 없어요.
그냥 자연히 자연하죠.

홀리 험버스톤의 안티크라이스트는
다이너마이트와 정확히 대척점에 있는 뮤직비디오입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고작 ‘출구 없이 끝없이 이어지는 복도’를 표현하고자
그래픽 작업까지 했어요.
처음에 대놓고 보여주는 씬 말고도 중간중간 비쳐지는 끝없는 복도는
단순히 촬영 트릭으로 소실점이 어긋나게 찍은 게 아니라,
후보정으로 더 길게 늘리고 소실점을 흔들어 놨죠.

서너개 씬은 아주 면밀히 들여다봐야 보정이 됐음을 알아볼 수 있는데
그걸 꼼꼼하게 고쳐놓고 있어요.
대체 뭘 위해서죠?

그냥 돈을 바른 게 아니라
정말 꼼꼼하고 열심히 만든 뮤직비디오죠.
그리고 의도한 바에 제대로 성공하고 있기도 해요.
여전히, 저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에요.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된 스토리보드가 있는 뮤직비디오를 찍었지만
그 스토리보드의 요구에 맞출 능력도 개념도 없는 하찮음이
이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저게 스토리 보드가 요구하는대로 깨진 거울처럼 탁탁 맞아 떨어졌으면
이 가사의 하찮음이 잘 전달이 안 됐을 거예요.

우리는 에밀리 본이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떻게 스타일링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싸워 온 지난 8년간의 전쟁에서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우리의 위대한 승리를 기리는 승전 기념비입니다.
이번 앨범 판매량을 보면 이겼다기보단 진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겼고, 승전 기념비는 세울 수 있을 때 세워야 하는 겁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살짝살짝 드러나는
에밀리 본의 ‘내가 ㅈ같아서 이런 거 해준다 얼마나 팔릴지 두고보자고’하는 표정이나
‘내가 정상적인 드레스 따위를 입어 줄 것 같아?’하는 의도가 보이는
시스루 드레스야말로
부정할 수 없이 확실한 우리 승전의 증거입니다.

그… 에밀리 본 이번 앨범 좀 많이 들어주세요.
우리가 이 전쟁에 이길 수 있게 해주세요.
여러분의 눈먼 스포티파이 재생 한 번, 유튜브 재생 한 번이
에밀리 본의 저 싫은 표정을 더 오래 볼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줄거랍니다.

아, 좀 이기게 해줘요.
이건 옳고 그름이 확실한 전쟁이란 말이에요.
우리가 지면…..
쟤 또 이상한 반의반토막 탱크탑에 하이라이즈 나팔바지 입고
디스코 뽕짝 하러 갈 거란 말이에요.
키도 조막만한 년이 하이라이즈는 왜 그렇게 좋아해 진짜.

응? 벌써 이 최근 뮤직비디오에서 옷 입은 꼬라지를 봐…
이번 앨범 투어 끝나자마자 원상 복구할 준비하고 있잖아.

음, 그러니까, 이 뮤직비디오 때깔은 곱긴 한데,
난 아직 이 뮤직비디오가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의미인지 짐작이 안 되니
두 화면에서 이건 딱 맞아 떨어져야 하지 않나 하는 요소도 어긋나는 것도
의도된건지 아닌건지 모르겠고.

.. 코로나가 박살 내놓은 영화시장 인력들이
수도 없이 뮤직비디오 쪽으로 흘러 들어왔기에
2020년 말부터 뮤직비디오의 촬영 수준은 엄청나게 올라왔죠.
그게 작년에 결실을 맺었기에, 더 이상 올해의 촬영상…. 같은 건 없습니다.
(사실 원래 없었고, 있었던 적이 없…)
그 대신,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가 좀 많네요.

제대로 된 스토리 보드를 갖추고, 촬영에도 신경 쓴 마틸다 맨 뮤직비디오요?
그럼 더 이상 (얼굴이)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를 할 필요가 없잖아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2)

(조금 붉은기가 덜하긴 하지만) 오번 브루넷과 주근깨는 내 강력한 약점 중 하나,
아니, 둘이죠.
하지만 이 뮤직비디오가 mytube likable 후보에 올라간 건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같은 말은 안 할 거예요.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4)

어,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조금 문제가 많아요.
식상한 아이디어를, 잘 수행했지만, 결과물의 완성도가 좀 떨어집니다.
클로이 애덤스의 자기 경멸이 담긴 표정 연기 같은,
부분부분은 좋은 요소들이 있지만, 그 좋은 요소들이 서로 시너지를 못 내고 무너집니다.
갖은 치명적인 척 하는 연기를 ‘잘’ 하지만, 결국 여전히 어린애인
클로이 애덤스의 한계에 더 초점을 맞춰서 더 유머러스한 영상을 만들던가
아니면 제대로 정련해야 했어요.
(신부 역할의 배우가 저렇게 연기를 못해서야 어느 방향이고 쉽지 않긴 하죠.)

이런 영상을 만들 때 참고할만한 레퍼런스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마히나 케이의 Twisted 정도의 퀄리티는 뽑아 줘야 이야기가 통하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다 큰 척 하는 어린애는 저 빨간머리에 주근깨도 넘어서는,
내 가장 커다란 취약점이죠.
그래서, 결국,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5)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6)
어쩔 수 없어요. 이공대치고는 여학생이 많고,
과학고 시절부터 거의 6년간
그 여학생들과 생활 대부분을 공유하는 카이스트 출신들은
저런 공대 여학생 의상에
추억과 친근함이 섞인 페티시를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아니 심지어 거기에 자전거를 탄다고?
저격인가?

(어째선지 자기 노래에서와는 달리 노래를 존나 잘하는 댄 스미스가)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7)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8)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9)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10)

5. 빗나간 융단폭격

이거…
에멜리아 홀로 단독 후보임?
일단 7포인터까지는 없어.
6포인터를 빗나간 융단폭격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6포인터에는 비치스가…. 아.
7포인터에서 에밀리 본이 뭐랄까,
빗나간 융단폭격은 아니어도 하기 싫은 융단폭격 정도는 되긴 하네

에멜리아 홀로보다는 에밀리 본이 더 적당한 거 같기도?

6. Needed to be Needed

9포인터들은 뭐 잘 팔리진 않았지만,
이 바닥에서 팔만큼 팔았어.
제네비브 스톡스는 엄청 잘 팔았고,
홀리 험버스톤은 이름값에 걸맞게 팔고 있진 못하지만
저런 스탯으로 여기 낄려고 하면 안 되지.
어릴떄가 좀 못 팔긴 했는데, 역시 이거 받아갈 만큼은 아니야.
생ㅇ도 막 나쁘진 않네
안티아 듀버캇이 진짜 미친듯이 못 팔긴 했는데,
홍보 채널도 없는 중견 포크 음악가가 뭘 어떻게 팔겠어.
여기 올리는 건 오버지.
… 서하라 벡이네.
와… 저거 진짜야? 저 숫자가 진짜야?
저렇게 못 팔았다고?
서하라 벡이 안티아 듀버캇보다 실제로 못 팔았다고?
아니 ㅅㅂ 이게 말이 돼?
안티아 듀버캇이 절대치가 엄청 낮을테니까
정 없으면 안티아 듀버캇 줘야지 하고 계산기 두들기기 시작한 건데,
서하라 벡이 절대치가 모자란다고?
와… 그래도 미국이란 건가?
홍보 채널도 없는 미국 중견 포크가수가
그래도 호주 인디 팝 가수보단 사정이 낫단 건가?

진짜와 가짜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연간 베스트 정리하면서 롤 엘의 Burning Out을 여러바퀴 돌리다 보니,
뭔가 이상한 게 왜 이 노래의 클립트 노이즈는
케이시 힐 때처럼 거슬리지 않는지 의아해졌다.

그래서 오랜만에 케이시 힐 재작년 앨범을 훑어 봤는데…

응. 진짜는 다르구나.
예고 없이 시작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해서 훅훅 넘어지는 저게
어떻게 의도대로 완벽히 제어된 연기라고 생각이 돼?

반면 이건 노래 시작하고 2분이나 지나서, 넘어지기 15초 전부터
자, 넘어집니다. 넘어질 거예요. 비틀거리는 거 보이죠, 넘어질 수 밖에 없겠죠?
…하고 있으니 당황을 할 리가 있나?

사실 생각해보면,
케이시 힐이 날 일깨워-_- 주기 전까지는,
난 저런 노이즈를 칭찬해 왔다.
그런데 이제 돌아보면,
저건 가짜야.
모든 방향에서 거짓말이잖아.
“엄마, 나 파산했고, 개인회생은 이래서 안 된대.”가 충격적인 거지,
“엄마, 놀라지마, 놀라지마, 놀라지마, 나 학교 연극에서 거지 역할을 하게 됐어.”가
어떻게 충격적일 수 있겠어.

그건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연기잖아. 거짓말이잖아.
“그게 정말이니?”가 아무 의미도 없는 의문이잖아.

난 케이시 힐 이전에는 아무 자각도 없이 안전망 안에서
거짓말이든 정말이든 아무 의미도 없는 헛소리를 칭찬하고 있었던 거야.

근데 케이시 힐 재작년 앨범에서도 저 노래는 진짜
신경을 제대로 거스르는 뭔가가 있다.
정말 정밀하게 전기적, 전자적, 코드적 노이즈 하나 하나가 툭툭 치고 지나가는데,
오랜만에 들을 때마다 흠칫흠칫 놀란다.
막 엉터리로 쏟아 부어 넣은 게 아니라 특정한 문제가 있을 때
생기는 노이즈를 정밀한 위치에
살짝 들려주고, 살짝 들려주고, 어? 문제 있나? 싶을 때 제대로 한방씩 떄리는 게…

스내치가 23년 된 영화라는 건 알고 있는 거죠?

Categories 기예가 미란다에게 미친 영향Posted on

14.
아니 플루토 애니메이션 왜 이럼?
왜 이렇게 느림?
만화는 컷 탁탁탁 돌리는 장면들이 왜 죄다
타아아아악……….. 타아아아아아악………….. 타아아악이 되어 있음?
페이싱이 왜 이 따위인 거임?

아니 정말로 이해 안 되는 게,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는 그냥 존나 빠르잖아.
대사가 적지, 화면은 존나 빠르게 돌아가잖아.
근데 왜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하면 느려 터진 거야?

저 사람들은 저 컷 배분을 느긋하게 주위를 돌아보는 걸로 보는 건가?
한 순간에 여기 저기 거기 툭툭툭 돌아가면서 보여주는 컷 배분을
한 10초간 침묵하는 주위를 주욱 돌아보는 장면으로 만들어놓으면 어쩌자는 거야?
터져서 흩어져 나가는 부속을 빠르게 스캔하는 장면을
천천히 흩날리는 부속 하나 하나를 쳐다보는 장면으로 만드는 건 대체 뭐지?

+
정말로 이해가 안 되는 건, 난 만화를 정말 느리게 보는 사람이라는 거다.
난 남들이 만화책을 두 권, 세 권 보는 시간에 한 권을 붙들고 있다.
그런데 난 애니메이션은 느려터져서 못 보겠는데,
저 나보다 두 배 세 배 빠르게 만화를 보는 애들은 애니메이션이 느리다는 걸 이해를 못한다.
대체 왜일까?

15.
개발이 왜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다고?
아니 당연한 거 아냐?
추억팔이를 해서 돈 빼먹겠다고 프로젝트를 돌리는데,
심지어 그 대상이, 게임에 돈 써 본 적 없고
게임이 뭔지도 잘 모르는 40대 라이트 게이머다?
저런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능력이 있으면 안 되지. 다른 훨씬 좋은 할 일이 있을테니까.
열정이 있으면 안 되지. 아니 그건 애초에 말이 안 되잖아.
양심이 있으면 안 되지.
기본적인 도덕관이 뒤틀리지 않은 이상 저런 걸로 돈 벌 생각을 왜 하겠어?
결과적으로 존엄이 있으면 안 되지.
그래서 능력도 열정도 양심도 존엄도 없는 사람들 모아다 뭘 할 수 있겠어?

16.
아니 진짜 얼마나 빡대가리여야 이게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가 있지?
길이 하나고 최적화 심도가 6밖에 안 되는데?
경우의 수 자체가 지독하게 적고 거기에 답이 있다는 보장이 있는데
난이도가 어떻게 높아?

17.
어… 베스트 거의 확정해놓고 생각해보니
앤지 믹머흔이 rightful에 들어가는 게 맞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게, 쟤가 왜 rightful이야? prodigal이면 prodigal이지,
이 prodigal은 회개 안 해야하니까 더 정확히는 adopted여야겠지.
굳이 어펜딕스 말고 베스트에 들어가야한다고 해도
rightful보다는 reliable이 맞고.

아니 근데 올해 앤지 믹머흔은 rightful에 들어가 있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너무 당당하다.
내가 앤지 믹머흔을 데뷔 싱글부터 지켜봐오긴 했고,
세번째 싱글이자 첫번째 수공예질-_-인 keeping time부터
눈여겨 보긴했지.
부정할 수 없는 내 장르의, 거의 정수에 가까운,
심지어 디지나 마틸다 맨보다 더 정수에 가까운 노래를 하고 있고…

rightful이라면 rightful일 수 있지만….
그러니까.
데뷔 앨범 때 호적에서 팠잖아.
근데 어떻게 rightful이야-_-
외면하고 기대 안했지만 스스로 자격을 만들어 온 reliable이 맞지….

reliable에서 멕 스미스 정도면 rightful로 자리 바꿈 할 수 있겠는데….
근데 멕 스미스는 4번인데?
저기 4번 자리 비우고 앤지 믹머흔이 들어가면 구멍이 좀 큰데…?
멕 스미스가 rightful에서 좋은 퍼포먼스 보여주는 노래를 만들어 온 것도 아니고…

아니 그냥, 우기면 안 될까?
호적에서 파다니요, 그럴리가요.
1년에 한트랙 씩 수공예로 걸작을 깎아온 딸내미를 내가 내쳤을 리가 있나요?
심지어 15년 가까이 공석인 레나 마를린의 자리를 채워줄 적장녀를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아요.

우길만 한데? 먹힐 거 같은데?
이글루스 날아가서 증거도 없는데?
응. 그렇지. 난 한 번도 앤지 믹머흔이 뭔가 해낼 거라는,
레나 마를린의 빈자리를 채워 줄거라는 기대를 거둔 적 없어.
정말임. 양심에 손을 얹고 맹세하건대 정말임.

+
아니, 지금 보니까 제스 윌리엄슨은 왜 reliable에 있어?
얘야 말로 rightful이잖아.
얘가 reliable에 들어갈 건 그 언제냐 2018년이지.
그 이후로 부침은 있어도 항상 내 라이브러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어우, 근데 얘 빠지면 reliable에 6번이 없는데…..
reliable이 애초에 6번 나오기가 힘든데, 얘마저 빠지면….
어, 작년 앨범 4+ 줬잖아?
그 정도면 나한테 외면 받았다고 해도 되지 않아?
이것도 우기자.

18.
매사에 호기심을 가지란 말처럼 웃기는 말이 없다.
호기심을 가지려 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닌데.

난 단 한 번도 호기심을 가지려 해 본 적이 없다.
그냥,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보면 호기심이 생기는 거지.
그리고 그건 그저 이해하지 못하는 시스템을 보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난 새로운 시스템을 보면, 그 구조를 바로 바로 이해해왔다.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어린 시절부터, 설령 그 이해가 틀렸을지언정,
보는 즉시 그 구조를 합리적인 체계로 파악했다.
내가 그러려고 노력해서 하는 게 아니다.
그냥 되니까, 하는 것일 뿐이지.
이해하려고 기를 쓰고 생각하고 경험을 검토하는 게 아니라,
그냥 보는 순간, 아, 저건 이렇게 되어 있겠구나
하고 알아차리니까, 새로운 걸 볼 때마다 의식 아랫단계에서
그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거다.
그러다 막히면 경고가 탁 뜨는 거지.
저거 뭐야? 왜 저렇게 돼? 난 모르겠는데?
그리고 그게 신기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
자기가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을 보면 호기심을 갖는
그 결과물만 흉내내라고 하면 어떡하나?
대체 그게 아이의 사고능력 증진에 어떻게 도움이 되나?
추론 능력을 키워야,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이 줄어들고,
그래야 그 얼마 안 되는 이해하지 못하는 대상에 호기심을 갖는 거지.

19.
컴플르먼터리 코드 정하는데,
orphan은 o, adopted은 a, bastard은 b, prodigal은 p 하나씩 갈라가고,
rightful과 reliable이 r로 겹치니까
reliable을 뭔가 다른 단어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rightful을 바꿀 수는 없으니)

trutworthy? 아니지. 그렇게 거창한 신뢰를 보내는 상황이 아냐.
douce이 겁나 땡기기는 하는데, 이렇게 잘 안 쓰는 단어 쓰면
나중에 코드만 보고 뭔 단어였는지 기억 안 나, 틀림 없이.
근데 d면 decent? decent이 맞나? decent은 좀 아니긴 한데…
solid? 그럴 리가….
그리고도 한참 몇 개 단어를 찾아 고민하다
결국 douce으로 가야 하나 하고 있는데,

아니,
good이잖아.
the good daughter잖아.
이거.
애초부터 reliable이 아니라 good이 들어갈 자리잖아!
good이잖아!
the prodigal daughter 반대도 the good daughter고,
그냥 저 reliable은 영어 표현이 아니라 한국어 표현이야.

아… 나 뭐한 거지?

20.
도브 캐머런 앨범 반토막 나온 건
아예 안 나온 걸로 치고 내년에 나머지 반토막 나오면
같이 처리해야겠다.
응, 올해 카이사 시익 전례도 있고…
저거 잘하면 8++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뭐 컴플먼트 따위로 해체 해놓으면 안 될 것 같아.

21.
TP를 다시 쭉 훑어 보고 오니,
올해 More than Fine TP 1번 고정은 너무 큰 특혜를 준 것 같긴 하다.

물론 More than Fine은 올해의 앨범에 담긴 올해의 노래고,
서배나 코늘리는 데뷔 때부터 내가 숨죽이고 지켜봐온
TP의 정수 같은 아이다.

TP의 정수가 마침내 결실을 내줬으니
1번 고정을 시켜준 건데,
지금까지 TP 1번 자리는 신인 다운 과감한 진취성이 제일 강조되는 자리였다는 거지.

DB인 제니비브 스톡스나
BF인 조이 고면 그럴 법한데,
심지어 역시 DB인 키티 노블이라도 그럴 법한데,
FA, 혹은 FCA인 서배나 코늘리의 올해 작업이 1번 자리는 좀 아니긴 하다.
뭐… 어쩌겠어.

22.
롤 엘은 자기 앨범으로 들을 때는
뭐지…
왜 노래가 뭔가 뾰족한 게 없지…. 싶었는데,
이거 컴플먼트에 들어가니까 막 미쳐 날뛰네-_-

안 그래도 good으로 구분해서
과하게 반짝거리는 노래가 적은 풀에 들어간 데다
계속 같은 솔루션이 반복되는 게 재미없었던 건데,
컴플먼트에 넣느라 쪼개서 뿌려놓으니
노래가 되게 예쁘네.

3번 10번 줄줄이 때워 주는 게 진짜 이런 효녀가 없어요-_-

+
그나저나 올해 컴플먼트는 왜 이렇게 잘 풀리지?
뭔가 어려운 느낌이 없이 벌써 9/18 끝냈어.

23.
어…. 인빈시블 2시즌 이거 개같이 못 만들었는데 이거 맞음?
아니 진짜 너무 못 만들어서 어이가 없는 수준인데?
리미티드 미친듯이 깐 거 보면 예산도 없는 거 같은데
예산도 못 받았는데 스크립트 이 따위로 쓰면 3시즌은 캔슬이겠는데?

아니 진짜 제정신인가 싶은 구성이 너무 많이 나오는데,
이거 작가진 딴에는 존나 신선하다고 생각하고 이짓거리를 한 거겠지?
대체 심리 묘사를 왜 하려고 하는 거야?
저런 거 넣으면 ‘그냥 사람 찢어 놓는 고어 애니메이션’이
‘작품성 높은 치밀한 드라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 마크의 배신감과 정체성 문제에 집중하라고.
대체 데비의 배신감과 정체성 위기를 왜 다루는데?
그건 극복할 장치가 없잖아.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그걸 이야기에서 왜 언급해야 해,
시간이 해결해줄 걸?
그리고 장치로 극복시킬 수 있는 마크나 서맨다의 절망은
굳이 플레이타임 낭비해가며 묘사할 필요가 없다고.

아…
그러고보니
프라임 비디오가 프라임 비디오 한 거였구나.
그렇네.
이 새끼들 요즘 1시즌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
2시즌 개판 막장으로 시리즈 수명 날려 먹고
또 새 시리즈만 만드는 새끼들이란 걸 잊고 있었어.

골리앗 4시즌, 플리백 시리즈2,
이쯤 되니 선녀로 보이는 마블러스 미시즈 메이즐 3시즌…
그리곤 제대로 뽑힌 후속 시즌이 하나도 없는 놈들이었지.
결국 데이비드 E 켈리, 피비 월러브리지, 에이미 셔먼팔라디노.
S급 제작자 없이는 후속 시즌 관리가 아예 안 된다는 거.

24.
컴플먼트 정리하다 진짜 엘리나는 미친건가 싶은 게
아니 어떻게 미성 음색 원툴….
그냥 음색 원툴도 아니고 미성 음색으로 저걸 하는 거지?
존나 개성 없고 재미 없어야 하잖아.
미성 음색 원툴인데, 어떻게 개성이 있고 재미가 있어?

근데 있어.
롤 엘이랑 비슷하게 앨범에선 서로 머리 꼬리 잡아먹으며 지루하게 깎여 나간 노래들
컴플먼트로 흩어 놓으니까 화사하게 살아나는데,
저 상한 하한 뻔하게 정해져 있어야 할 미성 음색이 완전 흥미로워.

저게 왜 되지?
왜 되는 거지?

I’m back

Categories 어린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Posted on

저 3번 찾기로 망가진 유튜브 추천 목록을 되돌리느라
며칠간 빡쎄게 히스토리 지우고 피드백 먹여서 정상화를 시켰다.

그렇지.

우리 골목 애들은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적어도 노래를 한다.

가끔 이렇게 이런 것도 노래야? 싶은 걸 하는 애가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어쨌거나 노래를 하려고 하다 실패한 거지, 노래 아닌 걸 하려고 한 게 아니야.

그렇지.
이래야 내 추천 목록이지.
둘러 볼 가치는 없을 지 몰라도
그냥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잖아.
여기가 내 골목이잖아.

아. 며칠간 이상한 애들 오르내리는 거
근래 유튜브의 낮은 조회수 우선 추천 알고리듬과 맞물려서 진짜 흉악한 꼴 보다
우리 골목으로 돌아오니 좋네.

그나저나 매디 잼 쟤는 개잉여년 아니었나?
어디서 몇 번 본 거 같은데……… 응, 훑어보니
예전 노래들 몇 개 듣고 아잇 이게 뭐야 한 게 있네.
저 노래는 잘 뽑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