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 Done Homework) On Some Borrowed Time은 지난 12월말에 나온 앨범들과 지난 숙제를 하면서 새로 핀업 된 음악가들의 작년 앨범들, 그리고 저 숙제를 하면서야 내가 트랙을 놓쳤다는 것을 알아차린 로라 펠 데뷔 앨범 트랙들로 만든 2020년의 마지막 컴플먼트입니다.
숙제를 하면서 가장 의아했던 게, 로라 펠이 매치3 요건으로 올라왔다는 거였다. 아니, 아무리 포키시 드림팝의 최대 기대주라곤 해도, 앨범은커녕 공식 싱글 하나 안 내놓아 스트리밍 이력 자체가 없는 음악가에서 무슨 연관도를 뽑아내서 수집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러고 생각해보니, 내가 작년 중반에 로라 펠을 핀업하면서 묘한 생각을 했다는 게, 그 기억이 거의 다 지워진 채로 내 머리 속에 그림자만 몇 개 남기고 있다는 게 떠올랐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로라 펠이 그 빌어먹을 11월 20일에 앨범 낸다는 기대주였다는 거지. 그렇지. 이상했어. 11월 20일에 앨범이 안 나왔잖아. 내가 분명히 누구 때문에 11월 15일에 마감을 안 하고 11월 20일까지 기다렸는데, 11월 20일에는 해너 그레이스 앨범 리이슈, 라킨 포 커버 앨범, 피시스 오브 유 25주년판. 이 셋 말고는 지친 사자 소포모어 앨범 하나 밖에 안 나왔어. 지친 사자 소포모어는 올해 나올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작년 내내 찾아보지도 않았어. 그럼 대체 뭐였지? 11월 20일에 앨범 낸다는 강아지가?
로라 펠이었다고! EoS이 대체 뭘 했는지는 몰라도 내가 굳이 마감까지 늦추게 했던 로라 펠 데뷔 앨범을 놓쳤던 거지. (그리고 분명히 하나 더 있음. 내가 ’11월 20일에 낸다는 앨범이 잔뜩이고’ 같은 말을 했던 건, 이 로라 펠 데뷔 앨범, 피시스 오브 유 25주년판, 그리고 다른 정규 앨범 하나가 11월 20일 예정이었기 때문이거든.)
그리고, 저 로라 펠 데뷔 앨범을 이제서야 듣고 나니, 이 빌어먹을 컴플르먼트를 하나 더 만들어야만한다는 결론이 나왔고, 그래서 만들었음.
+ 로라 펠의 TP 데이터베이스 핀업 일자 2020-07-11 로라 펠 유튜브 채널 등록 일자 2020-08-31 –-;;; 그냥 두달만 늦게 핀업 했으면 됐을 것을-–
+ 사실 EoS의 가장 큰 문제가 이거다. 정상 작동 하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추적이 너무 힘들어. 뭔가 버그가 있어서 특정 플랙에 달린 음악가들 새 작업물들을 통째로 건너 뛰어도, 어느 플랙에 문제가 생겨서 어떤 그룹이 날아간 건지 추적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간혹 이렇게 빼먹은 음악가들을 챙기면서 소스를 다시 훑어보고, 플랙 구분 스트링을 하나 하나 달아 추적해봐도… 결국 모든 음악가가 주기적으로 뭔가 내놓는 게 아니기 때문에 추적이 안 된다.
교차곡선들, 와형곡선들, 현수선들, 렘니스케잇들은 2020년의 두번째 컴플르먼트 패키지: 8 direct and an indirect approaches의 후반부입니다.
8 direct and an indirect approaches의 마지막 플레이리스트인 나선들은 원래부터 다른 열네 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남은 트랙들의 짬통-_- 플레이리스트인데다, 유튜브 버전에선 일부트랙이 현수선들에 땜빵 들어가야하는 관계로 공개하지 않습니다. 굳이 an indirect approach이 덧붙은 이유가 이 플레이리스트의 존재 때문이긴 하지만, 뭐 어쩌겠어요? 애초에 짬통인 걸.
the Complement of 2020 K: the Nodous Nodaries
폭좁은 교차곡선들은 빼어난 성취를 보인 앨범/싱글을 내놓았지만 여러 이유로 주지해주지 못한 음악가들: 해너 그레이스, 마틸다 맨, 그레이스 길레스피, 지친 사자 등의 컴플르먼트입니다.
the Complement of 2020 L: the Cockled Cochleoids
껍질 덮힌 와형곡선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었으나 그 기대치를 한참 넘어선 뭔가를 만들어 온 음악가들: 수줍은 마틴, 테닐 타운스, 엘렌 크라우스, 카일리 오데타 등의 컴플르먼트입니다.
한나 리이스의 DMSH 월드판 수록곡들이 이 컴플르먼트에 포함 된 것은, 내가 이 앨범이 월드 발매가 될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고, 독일계 음악가들이 많이 포함된 것은 의도된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독일계 신인들은 웬만해선 2선으로 밀어버리는 버릇이 있어서 저 ‘크게 기대하지 않으나 동향을 지켜보는 음악가’의 카테고리에 독일계 음악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the Complement of 2020 M: the Categorical Catenaries
단정적인 현수선들은 자기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고 남의 기준에 끌려다니는 중견 음악가들: 하루살이, 아요, 루머, 안나 이흘리스 등의 컴플르먼트입니다. 하지만 하루살이 복귀 EP가 유튜브에 없는 관계로, 위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는 하루살이 자리를 데일리스와 잉가비외륵 브라틀란이 대신 메꾸고 있습니다.
the Complement of 2020 N: the Lemonish Lemniscates
좀 맛이 간 렘니스케잇들은 신인 주제에 정신빠진 것 같은 노래를 만들어 온 음악가들: 미아 글래스톤, 딜런, 캐로베이, 애너 소피아, 조다나의 컴플르먼트입니다.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19년의 종말의 시작은 캐나다의 팝락 가수 에마 라몽타인의 Uncomfortable Eye Contact에 수여합니다. 이번 WfGA가 Mytube Likable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목록을 훑어만 보고도 수상자가 결정된 반면, 이 종말의 시작을 자아 존중에 줘야할지, 에마 라몽타인에 줘야할지는 꽤 오래 고민을 했어요. 자아 존중은 중고 신인이고, 결국 앨범의 성취가 에마 라몽타인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게 문제였고, 에마 라몽타인은 좀 더 적절한 부문의 상이 확정적이고, 결국 내가 에마 라몽타인을 그렇게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였죠. 에마 라몽타인이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전적으로 Eulogy at a Funeral 때문입니다. 난 내가 에마 라몽타인을 좋아하는지 아직 확신이 없어요. 하지만 이 Eulogy at a Funeral만큼은 내가 Flying Visit과 함께 2019년 최고의 두 트랙으로 꼽을 노래이고,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사람’을 좋아한다고는 확언할 수 있어요.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19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CCM 가수의 잔향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자기 스타일을 확립하는데 성공한 미국의 포크팝 가수 매디슨 커닝햄의 Who are You Now에 수여합니다. 압력 높은 베이스 드리븐 팝락의 틀을 빌려, 저 20년전에 빌 벨과 다브넷 도일, 혹은 40년 전에 에드 샌포드 등이 하던 작업을 승계한 이 앨범은, 당연하게도 내 마음에 쏙 들었죠. 물론 매디슨 커닝햄은 마이클 믹도널드라면 또 몰라도 에드 샌포드가 누군지도 모를테지만, 뭐, 어쨌든 말이죠.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19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애시의 Moral of the Story EP 두 장에 수여합니다. 사실 EP 두 장의, 두 개의 앨범 아트로 스토리텔링을 한 음악가에, 이 상을 넘기는 것은 조금 불공정하긴 합니다. 1컷 만화와 4컷 만화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Moral of the Story: Chapter 1의 앨범 아트만으로도 작년의 별볼일 없는 앨범 아트 중에서는 비견할만한 게 별로 없으니, 불공정하다 할 게 없죠.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19년의 Mytube Likable은 영국의 얼터너티브 팝락 밴드 미안의 Right Round the Clock에 돌아갑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후보가 넘쳐나고 Mytube Likable의 후보가 전무했던 2018년과 반대로, 2019년에는 수도 없이 많은 Mytube Likable의 후보작들이 쏟아져 나왔죠. 개중 핍 블롬의 Daddy Issues, 디지의 Twist, 그리고 이 미안의 Right Round the Clock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 각기 그 영역을 대표할만한 수준의 영상이 뽑혀 나왔고, 그래서 오랫동안 수상작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결국 이 상을 받아간 RRtC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장점은, 영상이 노래의 가사 전달력을 압도적으로 높여줬다는 점입니다. 네, RRtC는 정말 가사를 못 쓴 노래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게 뭔 의미가 있는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 노래였죠. 아니 그러니까 you가 누구고 she는 누구야? 보컬 둘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거야 아니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 멋대로 뒤엉킨 엉터리 가사를, 영상은 아주 간단하게 정돈해 냅니다. 그리고 그걸 저 가사보다 더 엉터리로 뒤엉킨 영상으로 해낸다는 게 놀라운 거죠. Daddy Issues나 Twist가 영상이 없이도 잘 뽑힌 노래에 좋은 영상이 덧붙은 것과 대비해, RRtC는 영상이 노래를 완성하는 뮤직비디오이고, 이 때문에 다른 둘 대신 RRtC에 상을 수여합니다. .. 사실 이건 WfGA2015에서 The House 대신 Lemon Eyes에 Mytube Likable을 준 보상 수상인 것도 같아요.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19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에마 라몽타인의 데뷔 앨범, Uncomfortable Eye Contact에 수여합니다. 에마 라몽타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정석을 거부하는 황당한 기악구성입니다. 답안 이 따위로 써오면 0점 처리해야할 말도 안 되는 접근을 하는데, 기묘하게 답이 맞길래 검토해보면 이 아가씨가 써놓은 말도 안되는 답안 한 줄 한 줄이 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어요. 난 저게 어떻게 노래가 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19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당연하게도, 이 상의 취지와 완전히 똑같은 맥락의 WfVA2019 특별상: ‘유명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을 수상한 영국의 포크팝 가수 엘리 포드의 Light. Repeated.에 수여합니다. WfVA의 대상격인 특별상과 WfGA의 대상격인 NtbN이 한 사람에게 동시 수여되는 일이 앞으로 언제 다시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