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빈 모래상자는 아니에요: 유리장이 새 앨범

Categories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Posted on

6+0.1
귀찮아서 rgf 카드는 생략합니다.
연말에 시간이 남으면 만들어 달 수도 있겠네요.

유리장이가 지난 2013년에 내놓은 소포모어 앨범에 대해
내가 했던 평은 간단했습니다:

유리장이는 새로운 걸 만들어낼 지성도 경험도 없고,
모종삽으로 빈 모래상자의 모래를 퍼서
스카이스크래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멍청이다.
적어도, 그 빈 모래상자라도 채우지 않고는 어떤 의미 있는 시도도 하지 못할 거다.
소포모어라는 게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게 변명이 되려면 그 모래상자에 단 한 톨의 모래라도 들어있었던 적이 있어야만 한다.

10년이 지났고,
난 내가 저런 평을 했다는 것도 잊어 버렸죠.
아니, 유리장이가, 캐머런 매저로가 누군지조차 잊어 버렸어요.
사실, 저 0말1초의 소위 아트팝 음악가 중에 기억 씩이나 해줘야할 사람이 몇이나 있었나요?
그리고 이 앨범이 떨어졌습니다.
난 ㅅㅂ 이건 누구야? 하고 이번 주의 마지막 앨범으로 이 앨범을 걸었죠.

훌륭한 앨범이었나요?
아니요.
좋은 앨범이었나요?
글쎄요.
그럼 굳이 이 간이 리뷰를 쓰는 이유가 뭐죠?
평점도 6.1점 정도 주면서?

글쎼요.
명확한 건, 내가 유리장이에게 했던 말 하나는 물러야겠다는 겁니다.
유리장이는 더 이상 그 빈 모래상자에 모래 한 톨 채워 본 적 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10년의 세월과 함께, 배운 게 있긴 있는 모양이죠.
뭔가 의미 있는 시도가 여럿 보여요.
게다가 Easy는 흥미롭기까지 하고,
Drift은 하고자하는 것을 아주 정확하게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대체 83년생 15년차 음악가한테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는 하지만,
뭔가 가능성이 보여요.

사실 이 간이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놀라웠던 게,
앨범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트랙이 Vine까지 딱 3개 트랙이었는데,
그 셋이 다 싱글이었다는 거였죠.

보통 이 정도로 나와 지향점이 안 맞는 음악가는
싱글 끊는 감각도 많이 어긋나는데, 이건 왜?

어쨌든, 난 이게 케잇 하브너뷕이 &i에서 보여준 것의
마이너 카피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기서 내가 보는 가능성을 그대로 발전시키면 결국 그 종착역에는 &i가 있죠.
하지만 유리장이는 내가 보는 길을 따라가지 않을 게 뻔하고,
그게 뻔하다면 기대가 안 되는 게 보통인데,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기대가 돼요. 뭔가 보여줄 그림이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지금 이대로도 흥미로운 트랙인 Easy가 3번에 자리잡고 있어서인 것 같긴 하지만…
뭐 그 이상이 필요한가요?
그리고 그렇기에, 내가 유리장이에게 했던 악담은 반드시 물러야겠죠.

미…. 미….
미친년아, 그래도 그건 아니지. 진작 좀 이랬으면 좀 좋아?

.. footage. “그거”

※ 2000년 노래, 뮤직비디오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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