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GA 2020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20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Woodes Crystal Ball
Jinx Sinks to the Brinks Dizzy The Sun and Her Scorch
Not an Image, but a Damage Matilda Mann If That Makes Sense
Mytube Likable MIA GLADSTONE CHANGE THE CHANNEL
Carpet Bombing Missed Tally Spear Tally
Needed to be Needed Laura Fell Safe from Me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0년의 종말의 시작은 호주의 팝가수 우즈의 Crystal Ball에 수여합니다.
우즈의 데뷔 앨범은 정석적인 팝 음악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완성도 높은 대중적인 멜로디와 보편적인 상황에 대해 깊이 성찰된 가사로 구성된,
모난 곳 없이 미려한 앨범이죠.
물론, 내가 선호하는 진취적이고 무서운 것 모르는 어린애의 앨범은 아니죠.
하지만 결국 작년 데뷔 앨범 중 우즈의 성취에 근접하는 것은 없으니까요.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20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보컬과 밴드의 불협화음을 정리하고 완전히 자신의 스타일을 정돈해내는데 성공한,
캐나다의 포크팝, 드림팝 밴드 디지의 The Sun and Her Scorch에 수여합니다.
디지의 보컬 케이티 먼쇼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음색을 타고난 최상급 보컬이었지만,
이 밴드에 갓 들어와서 데뷔 앨범을 내놓았을 때는,
밴드와 겉돌면서 그 훌륭한 음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며 무의미하게 낭비되었죠.
하지만 이 보컬의 매력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던 밴드는
그로부터 1년 반의 짧은 기간동안 빠르게 스타일을 조정하여
케이티 먼쇼의 보컬을 완벽히 활용할 수 있는 노래를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 밴드의 대표곡 Twist이
이 소포모어 앨범에 실리지 않았다는 건 내 분노를 사긴 했지만,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 Twist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다른 소포모어 앨범들을 압도합니다.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20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마틸다 맨의 If That Makes Sense에 돌아갑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20년의 Mytube Likable은 미국의 얼터너티브 팝 음악가
미아 글래스톤의 Change the Channel에 수여합니다.
사실 이 상의 가장 강력한 후보는 노가 에레즈의 You So Done이었죠.
기계팔에 조종/유도 되어 정해진 레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가 에레즈의 모습을 그린 이 뮤직비디오는
비슷한 소재를 다룬 그 어떤 영상보다 더 많은 논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성공했고,
몇몇 소소한 편집 문제를 제외하고는
작년 뮤직비디오 대부분을 커다란 차이로 압도했습니다.
처음 이 미아 글래스톤의 Change the Channel을 후보로 언급할 때만 해도,
그건 의미 있는 대항마로 생각하다기보다는 그냥 병풍으로 몇 개 꼽아 본 거였어요.
하지만 이걸 Mytube Likable 후보로 언급하다보니,
전에는 주목하지 못했던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밟히더군요.
이 뮤직비디오의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는 중심에 놓인,
화면을 찢어 돌리고 뒤트는 영상 효과는
애니메이션 감독인 그레이스 윌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과감함이 뿜어내는 매력이 자꾸 눈에 밟히는 거였죠.
You So Done은 오랜 경력의 영상 감독이
정말 잘 뽑힌 스토리보드를 나쁘지 않게 영상으로 옮긴 것이고,
Change the Channel은 이제 졸업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이
(가장 자신감과 과단성이 떨어지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할 수 있으나 누구도 하지 않는’ 기법을 과감하고 독창적으로 활용하여
자기가 하고자하는 표현을 해내는데 성공한 영상입니다.
그리고 저런 영상 자체의 속성이 You So Done은 노가 에레즈에게 어울리지 않지만,
Change the Channel은 미아 글래스톤에게 딱 맞아 떨어지죠.
그리고 그렇기에, 이 상은 Change the Channel에 돌아가는 게 맞겠죠.

.. footage: You So Done

수상 목록으로 ▲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20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탤리 스피어의 두 번째 데뷔 EP, Tally에 수여합니다.
2017년, 2018년 고전적인 포크팝 싱글 Just Don’t Know와
(첫 번째) 데뷔 EP Fade to White로 내게 극찬을 받은 탤리 스피어는
이 데뷔 EP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히자,
2019년 초 얼터너티브 팝락으로 장르를 옮겨 경력 세탁을 시작했죠.
내 장르의 꼬꼬마가 팔리지 않는 노래에 절망하여 떠나가는 일은 늘 벌어지는 일이지만,
이 아이는 정말 포크팝의 정수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에 이건 날 제대로 낙담시켰죠.
하지만, 결코 탤리 스피어가 하는 새 노래들을 싫어하게 되진 못했어요.
오히려, 이 장르에서도 최고급의 성과를 뽑아내 준 덕에,
난 이 아이에게 깊은 애증을 품게 되었죠.
뭐, 이 아이는 결코 자기 노래를 잘 팔 수는 없는 운명인 모양이죠.

수상 목록으로 ▲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20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영국의 포키시 드림팝 가수 로라 펠의 데뷔 앨범, Safe from Me에 수여합니다.
사실 2020년 나온 앨범 중 가장 성취에 비해 대중적으로 실패한 앨범은
카리 하른에샤의의 Deeper / Further입니다.
단순히 이 앨범이 내게 크게 어필을 했다를 넘어서, 그냥 객관적인 스탯들만 봐도
이만큼 잘 뽑아서 이만큼 망한 앨범은 지난 수년 간을 훑어봐도 찾기 힘들어요.
하지만 결코 카리 하른에샤의에게 이 상을 줄 수는 없었어요.
그건 다 2012년부터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카리 하른에샤의 본인이 꾸준히
자기 노래를 사 듣는 사람들의 기대를 배반했기 때문이거든요.
네, 여기다도 결국 카리 하른에샤의가 2012년 데뷔 앨범을 내놓았을 때 받았던 기대와,
그 이후로 저지른 만행에 대한 사설을 두 문단 넘게 적어나가다
이게 그럴 자리가 아니란 걸 자각하고 다시 지워야 했을 정도로,
난 카리 하른에샤의가 그렇게 잘 만든 앨범을 전혀 못 판 게,
온당하고 공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래서, 이 상은 차점자인 로라 펠에게 돌아가야만 하겠죠.
왜 로라 펠이 차점자인지 설명하는 건 지면 관계상 생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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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A 2020 예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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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종말의 시작

우즈
켈시 카터
스코르
한나 리이스
미안
드림와이프
유니 하벨
조다나

정도가 후보이고,
우즈가 압도적인 퀄리티를 가지고 있지만,
켈시 카터나 드림와이프가 이 상의 테마에 더 잘 어울리긴 한다.
문제는 켈시 카터가 드림와이프보다 다양한 방향으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데,
이 아이는 마케팅에도 감각이 있는 편이라 뭘 해도 결국 안 팔릴 리가 없다는 거.
힐다 스코르는 우즈는 너무 안전하다는 쪽에서 의미 있는 후보이긴 한데,
결국 힐다 본인도 너무 안전해.

결선 후보는 우즈와 켈시 카터 정도가 되겠네.

2. jinx sinks to the brinks

디지
걸뢰낯짝
시브 야콥센
해너 그레이스
마히나 케이
로렌 아퀼리나

후보 대부분이 fascination 속성이 강해서 잘라 고르기가 힘들어.
결국 올해 내게 가장 어필한 건 디지이지만,
twist 빼놓은 게 아직도 용서가 안 되기 때문에 뭔가 애매하다.
성과로만 따지면 당연히 해너 그레이스이지만,
해너 그레이스가 만든 이 15트랙 앨범은…
그러니까, 올해 중반에 내놓았다 폐기한 9트랙 앨범은
성과는 대단치 않았지만 잘 뽑힌 앨범이었다.
여기에 6트랙을 덧붙여 다시 내놓은 이 앨범은… 성과는 미쳐 날뛰지만,
앨범으로선 딱히… 그, 벌크트랙이 너무 많아졌다는 거지.
이걸 그냥 단순히 6트랙을 덧붙이는 게 아니라
5트랙 정도 넣고 2트랙 정도 빼서 12트랙 앨범을 만들었으면 해너 그레이스가 당연한데…
시브 야콥센은 돌아온 탕아라서 여기 있는 거지,
솔직히 올해 최고의 소포모어 앨범 같은 거 만들어온 적 없다.
마히나 케이나 로렌 아퀼리나는 말 그대로 병풍으로 갖다놓은 거고.

디지, 걸뢰낯짝, 해너 그레이스가 결선 후보가 될 거고,
여긴 진짜 누가 받아가도 이상하지 않다.

3.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마틸다 맨, 세인트 세이비어, 매디슨 커닝햄 정도가 최종 후보가 될 것 같고,
다른 둘이 점수깎일 요건들이 하나씩 있어서 (앨범 내용과의 괴리, 커버 EP)
마틸다 맨이 좀 압도적이다.
그랜트가 저 이상한 문양 안 달고 왔으면 여기에 끼일 수 있었을텐데,
저 수은 느낌 문양이 너무 별로야.

4. Mytube Likable

이거 노가 에레즈말고 후보 있나?
이게 뭐 하나 접히는 게 있어야 다른 후보를 언급하지,
촬영 급도 올해 제일 높고, 스토리보드 완성도도 제일 높고,
노래와 비디오의 유기성도 제일 높고…
-_-;;;

어쨌든 병풍이라도 후보를 둘러보자면…

미아 글래스톤은 스토리보드+촬영+편집에서
노가 에레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만한 걸 만들어오긴 했다.
문제는 스토리보드가 비주얼적으로는 잘 뽑혔지만
그 메시지에서는 급이 한참 떨어진다는 거.

케잇 밀러-하잇키의 딜루디드는 잘뽑힌 스토리보드가 어설픈 촬영에 묻혀 버린 게 안타깝다.
좀 더 타이티한 촬영과 말끔한 편집이 필요한 스토리보드였는데.

엉터리 9말0초 레트로의 물결 속에서,
드림 와이프의 제대로된 ‘2000년으로의 회귀’는 눈에 띌 수 밖에 없다.

우즈의 Close은 노래가 다하는 느낌은 있지만,
이 예산 죄다 로케이션에 꼬라박은 비디오가
올해 보기 힘든 방향으로 잘만든 비디오기도 하니.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2)
마지막 아이리스 아웃을 헤다가 아니라 토이 리코더 쪽으로 조였으면 이거 줬을듯.
정말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3)
사실 이건 조명에서 돈 없는 티가 너무나서 안타깝다.
돈 좀 더 있었으면, 조명 조금만 더 박을 수 있었으면 진짜 잘 찍을 수 있었을텐데…

5. 빗나간 융단 폭격

미아 글래스톤
피오나 애플
바네사 칼튼
아우네스 오벨
탤리 스피어
마틸다 맨
딜런

후보 정리해보기 전에는 당연히 아우네스 오벨이나 바네사 칼튼인 줄 알았는데,
탤리 스피어네.
탤리 스피어가 내 애정으로부터 빗겨나고자 하는 작업을 3년째 해왔지.
그냥 너무 당연해져서 저 작업들이 올해에서야 EP로 묶여 나왔다는 걸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

6. needed to be needed

미아 글래스톤
카리 하른에샤의
시브 야콥센
헤다 매
유니 하벨
칼리 페이지

가장 안 팔린 건 물론 카리지만…
카리는 솔직히 본인의 원죄지.
내가 ‘기부한다 생각하고 산’ 카리 하른에샤의 앨범이 대체 몇 장인가?
세 장? 네 장? 그것도 죄다 8트랙 앨범.
노르웨이 음원은 구하기도 힘들었던 2012년부터.
생각해보니까 열 받네? 난 이 앨범을 받아들게 되기까지 150달러를 32트랙에 박았다고.
늘 슬롯 하나 남을 때 마다 그냥 기부한다고 생각하고 샀던 나도 참기 힘들었어.
이 아가씨한테 기대를 해 온 그 누가 지금까지 남아 있겠어?
솔직히 150달러 박은 거 생각하면 이 앨범이 그걸 다 보상해주는 것도 아냐.

그 다음은 유니 하벨과 칼리 페이지.

유니 하벨은 안 팔릴 법해서 안 팔린 거고,
칼리 페이지는 충분히 팔릴 법한데 안 팔린 거.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해봐야할 것 같다.
유니 하벨이 아예 확연히 덜 팔렸다면 유니 하벨일텐데…
칼리 페이지 저렇게 안 팔린 건 진짜 충격이라서.
예쁘장한 어린애가 가볍게 예쁘게 잘 뽑힌 노래를 내놨는데….

WfGA 2019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19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Emma Lamontagne Uncomfortable Eye Contact
Jinx Sinks to the Brinks Madison Cunningham Who are You Now
Not an Image, but a Damage Ashe Moral of the Story
Mytube Likable Sorry Right Round the Clock
Carpet Bombing Missed Emma Lamontagne Uncomfortable Eye Contact
Needed to be Needed Ellie Ford Light. Repeated.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19년의 종말의 시작은 캐나다의 팝락 가수 에마 라몽타인의
Uncomfortable Eye Contact에 수여합니다.
이번 WfGA가 Mytube Likable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목록을 훑어만 보고도 수상자가 결정된 반면,
이 종말의 시작을 자아 존중에 줘야할지,
에마 라몽타인에 줘야할지는 꽤 오래 고민을 했어요.
자아 존중은 중고 신인이고,
결국 앨범의 성취가 에마 라몽타인에 미치지는 못한다는 게 문제였고,
에마 라몽타인은 좀 더 적절한 부문의 상이 확정적이고,
결국 내가 에마 라몽타인을 그렇게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는 게 문제였죠.
에마 라몽타인이 이 자리를 차지한 것은 전적으로 Eulogy at a Funeral 때문입니다.
난 내가 에마 라몽타인을 좋아하는지 아직 확신이 없어요.
하지만 이 Eulogy at a Funeral만큼은
내가 Flying Visit과 함께 2019년 최고의 두 트랙으로 꼽을 노래이고,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사람’을 좋아한다고는 확언할 수 있어요.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19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CCM 가수의 잔향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자기 스타일을 확립하는데 성공한
미국의 포크팝 가수 매디슨 커닝햄의 Who are You Now에 수여합니다.
압력 높은 베이스 드리븐 팝락의 틀을 빌려,
저 20년전에 빌 벨과 다브넷 도일,
혹은 40년 전에 에드 샌포드 등이 하던 작업을 승계한 이 앨범은,
당연하게도 내 마음에 쏙 들었죠.
물론 매디슨 커닝햄은 마이클 믹도널드라면 또 몰라도
에드 샌포드가 누군지도 모를테지만,
뭐, 어쨌든 말이죠.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19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애시의 Moral of the Story EP 두 장에 수여합니다.
사실 EP 두 장의, 두 개의 앨범 아트로 스토리텔링을 한 음악가에, 이 상을 넘기는 것은 조금 불공정하긴 합니다.
1컷 만화와 4컷 만화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법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Moral of the Story: Chapter 1의 앨범 아트만으로도
작년의 별볼일 없는 앨범 아트 중에서는 비견할만한 게 별로 없으니, 불공정하다 할 게 없죠.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19년의 Mytube Likable은 영국의 얼터너티브 팝락 밴드
미안의 Right Round the Clock에 돌아갑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후보가 넘쳐나고
Mytube Likable의 후보가 전무했던 2018년과 반대로,
2019년에는 수도 없이 많은 Mytube Likable의 후보작들이 쏟아져 나왔죠.
개중 핍 블롬의 Daddy Issues, 디지의 Twist, 그리고 이 미안의 Right Round the Clock은
전혀 다른 영역에서 각기 그 영역을 대표할만한 수준의 영상이 뽑혀 나왔고,
그래서 오랫동안 수상작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결국 이 상을 받아간 RRtC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장점은,
영상이 노래의 가사 전달력을 압도적으로 높여줬다는 점입니다.
네, RRtC는 정말 가사를 못 쓴 노래고,
이게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그게 뭔 의미가 있는지 하나도 이해가 안 되는 노래였죠.
아니 그러니까 you가 누구고 she는 누구야?
보컬 둘이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거야 아니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야?
이 멋대로 뒤엉킨 엉터리 가사를, 영상은 아주 간단하게 정돈해 냅니다.
그리고 그걸 저 가사보다 더 엉터리로 뒤엉킨 영상으로 해낸다는 게 놀라운 거죠.
Daddy Issues나 Twist가 영상이 없이도 잘 뽑힌 노래에 좋은 영상이 덧붙은 것과 대비해,
RRtC는 영상이 노래를 완성하는 뮤직비디오이고,
이 때문에 다른 둘 대신 RRtC에 상을 수여합니다.
.. 사실 이건 WfGA2015에서 The House 대신
Lemon Eyes에 Mytube Likable을 준 보상 수상인 것도 같아요.

수상 목록으로 ▲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19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에마 라몽타인의 데뷔 앨범,
Uncomfortable Eye Contact에 수여합니다.
에마 라몽타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정석을 거부하는 황당한 기악구성입니다.
답안 이 따위로 써오면 0점 처리해야할 말도 안 되는 접근을 하는데,
기묘하게 답이 맞길래 검토해보면 이 아가씨가 써놓은 말도 안되는 답안 한 줄 한 줄이 죄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어요.
난 저게 어떻게 노래가 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수상 목록으로 ▲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19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당연하게도,
이 상의 취지와 완전히 똑같은 맥락의 WfVA2019 특별상:
‘유명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지 않은’을 수상한
영국의 포크팝 가수 엘리 포드의 Light. Repeated.에 수여합니다.
WfVA의 대상격인 특별상과 WfGA의 대상격인 NtbN이
한 사람에게 동시 수여되는 일이 앞으로 언제 다시 있을 수 있을까 궁금하네요.

수상 목록으로 ▲

WfGA 2018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18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EUT Fool for the Vibes
Jinx Sinks to the Brinks Lucy Swann Blue, Indigo, Violet and Death
Not an Image, but a Damage Taken by Trees
Lucy Swann
Yellow to Blue
Blue, Indigo, Violet and Death
Mytube Likable Taken by Trees Doin’ Time
Carpet Bombing Missed Bryde Like an Island
Needed to be Needed Gretta Ray Here and Now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18년의 종말의 시작은 네덜란드의 인디 팝락 밴드 EUT에 수여됩니다.
2018년은 네덜란드 음악가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였죠.
네덜란드의 문화 시장 구조에 대해서는 벨기에보다도 아는 게 없는 고로,
이게 대체 무엇 때문에 촉발된 현상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쨌든 핍 블롬과 나즈를 필두로 한
네덜란드 얼터너티브 팝락의 새 물결은 그저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개중 가장 먼저 열매를 맺은 게 이 EUT의 데뷔 앨범이죠.
EUT는 어느 장르라고 구별해 말하기 모호한 입지:
얼터너티브라기엔 별로 대안적이지 않고, 팝이라기엔 별로 대중적이지 않고,
락이라기엔 당장 대부분의 노래가 ‘처진3박’이고,
그렇다고 3박이 흔한 포크나 루트계통에 발을 들이고 있지도 않은,
리드믹하면서 말랑하고, 부드러우면서 거칠고,
조용하면서 시끄럽고, 가녀리면서 힘 있는 노래를 붙들고는
그 모든 모호함을 선명하게 대표 이미지로 새겨냈죠.
사실 2018년에는 에이미 샤크나 펜 릴리처럼
내게 더 높은 평가를 받은 데뷔 앨범을 내놓은 음악가들도 있죠.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합니다.
에이미 샤크나 펜 릴리와 달리,
EUT는 결코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할 가시밭길을 가고 있어요.
그리고 안타깝게도, 내게 가장 어필하는 게
바로 그 맨발로 가시밭길을 걷는 미친년놈들이라는 거죠.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18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8년만에 데뷔 앨범의 오점을 완벽하게 교정한 소포모어 앨범을 내놓은,
노르웨이계 영국인 일렉트로팝 가수 루시 숸에게 돌아갑니다.
네, 이건 이견의 여지 없이, 지난 수 년 간 나온 소포모어 앨범 중,
‘최고의 소포모어 앨범’입니다.
네? 모니카 헬달이요? 아뇨, 모니카 헬달의 소포모어는 그냥 ‘최고의 앨범’이죠.
이건 소포모어 앨범이 소포모어 앨범으로서 해야할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수행한 앨범이에요.
그게 8년이나 걸렸다는 건 좀 반칙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아니요, 이렇게 완벽하게 데뷔 앨범의 오점을 교정할 수 있다면,
그깟 8년, 걸려도 됩니다.
99%의 음악가들은 그 8년간 세번째, 네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그 오점을 교정하지 못하는 걸요.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18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루시 숸과 스웨덴의 프릭 포크 가수 수목에 이끌려의 공동 수상입니다.
사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의 후보는 너무 많았죠.
그리고 루시 숸이 JSttB의, 수목에 이끌려가 Mytube Likable의 수상을 확정한 뒤에,
이 둘을 배제한 다른 후보중에서 수상자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WfGA에 중복 수상 불가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만고만한 선에서 비교가능한 급이라면
다른 상을 받지 못한 후보가 받는 게 나을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많은 후보들 중,
이 둘은 특별히 한 급 높은 위치에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그리고 그래서, 결국 공동 수상을 결정했습니다.
어차피 아직 부상도 없는 상이렇게나 영예로운 상을, 두 개 주면 뭐 어때요!?
루시 숸의 Blue, Indigo, Violet and Death의 커버 아트는
앨범의 속성을 굉장히 잘 지시해줍니다.
흑백으로 가라앉은 기본 이미지에 원색의 페인트 덧칠을 통해,
이 앨범의 노래들이 어떤식으로 화사한 색채를 드러내는지를
간략하면서도 정밀하게 프리젠테이션 하고 있죠.
특히 루시 숸 본인의 얼굴을 지워버린 카민 덧칠은
이 앨범이 루시 숸 본인의 특색을 어떻게 가리고
다른 색을 입혔는지를 완벽하게 그려내줍니다.
반면 수목에 이끌려의 Yellow to Blue의 커버 아트는
앨범의 각 트랙들에 새로운 관점을 입혀주는, 정반대 속성의 표지입니다.
이 open-casket 장례의 이미지를 받아 쓴 커버 아트에서
빅토리아 베리스만은 삶을 상징하는 연노랑색과
죽음을 상징하는 군청색의 보색 대비를 통해,
앨범 안에서 따로 노는 트랙들의 메시지를 하나로 말끔하게 기워내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난 아래에서 얘기할 Doin’ Time의 뮤직비디오를 찾기 전까지는
이게 BIVaD의 커버보다는 한 급 낮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Doin’ Time 뮤직비디오와 이 커버 아트의 시너지는
이 커버를 BIVaD 이상의 뭔가로 만들어줍니다.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18년의 Mytube Likable은 수목에 이끌려의 Doin’ Time에 돌아갑니다.
지난 예비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Mytube Likable의 후보는 정말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난 이 제대로된 후보를 찾느라 작년에 나온 뮤직비디오들을 전수검사했죠.
정말 말 그대로 모든 후보군 음악가를 유튜브에서 검색하며
수천개의 뮤직비디오를 하나 하나 훑어봤어요.
그리고 마침내, 안구건조증, 편두통, 멀미를 유발하는 100시간 넘는 사투 끝에,
이 꽁꽁 숨겨져 있던 수목에 이끌려의 새 채널에 올라와 있던 뮤직비디오를 찾았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대한 오마쥬/이미지 대여로 시작하는 첫부분에서
난 사실 바로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려고 생각했어요.
근래 플로리다 프로젝트 베껴쓰기에 대해서 딱히 좋은 시선을 유지하기 어려웠으니까요.
그리고 0초와 8초에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연노랑색 화면 채우기를 22초에서는 제대로 지각했죠.
그리고 그게 저 앨범의 커버아트와 어떤 연결점을 갖는지를 깨닫고는,
숨죽이고 뮤직비디오를 지켜봤죠.
네, 그리고 바로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건 내가 전수검사-_-한 수천개의 2018년 뮤직비디오 중, 최고의 뮤직비디오입니다.
물론 평년 같으면 뭐가 최고다 하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울 테죠.
하지만 2018년은 다릅니다. 진짜 저 수천 개를 전수 검사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괜찮은 뮤직비디오가 없어요. 그리고 이것 하나만이 특출납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이미지를 빌려서 이야기를 확장하고 빈 공간을 채우는 것도 놀랍고,
앨범의 반대 방향으로 군청에서 연노랑을 끄집어내는 게 자연스럽고 뭔가 거스르는 게 없죠.
네, 연노랑에서 군청을 끄집어 내는 것과,
군청에서 연노랑을 끄집어 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작업입니다.
누구나 어떻게 삶에서 죽음으로, 활성에서 안정으로,
열의에서 냉소로 향하는지 알고, 그걸 쉽게 그려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에서 삶으로, 안정에서 활성으로,
냉소에서 열의로 향하는 길은 억지를 쓰지 않고는 그려내기 쉽지 않아요.
당장 그 모든 게 최소 액션 원리에 배치 되는, 자연스럽지 않은 일들이란 말이죠.
그런데 그걸 이렇게 자연스럽게 성공시켜
앨범에서 마무리 짓지 못한 순환을 완료시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거죠.
네, 이 뮤직비디오는 이 노래의 존재하지 않았던 절반을 완성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앨범 전체에 새로운 가능성을 쥐여주고 있죠.
난 이 수목에 이끌려의 작년 앨범에 8-1.3점을 줬죠.
이 뮤직비디오를 발견하고는,
저걸 어떻게든 8포인트로 올려야하지 않을까를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결국은 뮤직비디오를 보아야만 의미를 제대로 확장할 수 있는 앨범에
정수부 9점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내버려뒀지만,
이건 그만큼 훌륭한 뮤직비디오입니다.
(* 이 뮤직비디오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일단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빅토리아 베리스만이 지정한 연노랑과 군청,
션 베이커가 플로리다 프로젝트에서 지정한 물색과 라벤더가
이 뮤직비디오에서 활용되는 방식을 유심히 뜯어 봐야 합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모두가 봐야만 하는’ 2017년 최고의 영화이니 일단 보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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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18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새러 하웰스의 새 프로젝트,
브라이드의 데뷔 앨범 Like an Island에 돌아갑니다.
이건 내가 평할 수 없는 앨범이라는 평가는 유효하고,
그래서 따로 더 말을 덧붙이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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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18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호주의 팝 가수, 그레타 레이에게 수여됩니다.
그레타 레이의 두 번째 EP, Here and Now는 EP 만점은 8+0.9점이라는 내 규칙을 깨게 만든,
그야말로 완벽한 7트랙 구성을 가진 EP입니다.
네, 이건 언제나 어중간하다고 볼멘 소리를 들어온
바로 그 7트랙 앨범이 어떤 구성을 가져야 하는지 정답을 제시한 ‘앨범’입니다.
난 EP를 앨범이라고 부르는 것을 웬만해선 기피하는 편이지만,
이건 그 어떤 풀앨범보다 더 나은,
완벽한 구성을 가진 앨범이라고요.
그레타 레이는 지금까지 이 NtbN을 받아간 음악가 중 가장 성공한 음악가일 겁니다.
하지만 이런 앨범에 고작 이 정도 인지를 받은 것을 성공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저 모독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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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GA 2018 예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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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시 WfGA 후보가 너무 많이 나와서, 그 정리를 위해 하는 예비 포스트입니다.

a. 종말의 시작
에이미 샤크
내도
브라이드
EUT
펜 릴리
염소녀
미야 폴릭

에이미 샤크는 안전한 선택이지만,
종말의 시작이라기에는 에이미 샤크 본인이 너무 노회하다.
내도를 신인 취급하는 건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거고,
브라이드는 중고 신인인데다 딱히…
EUT와 펜 릴리가 가장 적합한 후보인데,
펜 릴리는 결국 대중에게 팔릴 거다.
EUT는 안 팔리겠지.

이거 정리하기 전까지는 당연히 에이미 샤크겠지, 했는데,
정리해보니 확실히 EUT네.

b. jinx sinks to the brinks
루시 숸
율리아 피에트루하

닥치고 루시 숸인듯.
일단 소포모어 특성상 후보 자체도 별로 없지만
뭐가 나와도 루시 숸의 ‘8년만에 내놓은 소포모어가 데뷔 앨범의 결점을 교정하는’ 상황을 뒤집을 수가 없지.

c.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기본적으로 저 페인트 덧칠이 너무 마음에 든다.
색감도 앨범 테마에 맞춰 완벽하고,
저 페인트 덧칠로 흑백 이미지의 단조로움을 비웃는 것도.

그냥 내가 좋아하는 구도에
저 긁힌듯한 벽 텍스쳐가 딱 내 취향.
하지만 3트랙 EP라서 커버아트가 별 다른 기능을 못한다는 게 큰 단점이다.

수목에 이끌려는 이 open-casket 장례 연출로
앨범내의 모든 트랙을 한 단계 끌어올려 놨다.

니나 시네르트는 여전히 예쁘다.
그게 이제는 연출되고 보정된 사진에서만이지만.

프뢰커달 하앍하앍….하면 변태로 보겠지?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평소라면 무난하게 받아갔을지도.
하지만 올해는 다른 후보들이 꽤 강력하다.

자, 이것만큼 미야폴릭이 어떤 가수이고,
이게 어떤 앨범인지 잘 드러내주는 커버아트를 상상할 수 있나?
앨범이 결국 커버아트를 못 따라갔다는 것은 커다란 단점이지만.

결국 루시 숸 아니면 제시 레예즈가 될 것 같긴 한데…

d. Mytube Likable
올해 커버아트들은 굉장히 잘 뽑힌 게 많지만,
뮤직비디오들은 확고하게 급이 떨어지는 게,
2016년 후보 중 4~5순위였던 보카의 Answer Me가
올해 후보들은 다 콜드 스코어로 바른다.

그 와중에 현재 가장 강력한 후보는

홀리차일드의 이 제대로 미친 비디오.
이 노래의 가장 큰 문제는 제정신 아닌 가사에 비해
곡이 너무 얌전하다는 건데…
이 뮤직비디오에서는
영상이 가사 수위를 너댓배 넘어서는 미친짓을 해대는 덕에
저 얌전한 곡의 단점을 지워준다.
단점은 리즈 니스티코 본인이
이렇게 막가는 것을 사실은 감당 못하는 소심한 아가씨라는 거다.
난 살짝 불안한 게, 이건 미친년이 본성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미친년 코스프레를 하던 정상인이 정말로 미쳐가고 있다는 흔적이 보인다는 거다.
그리고 그건 확실히 내겐 딜 브레이커다.
난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라서,
누군가가 자신의 영혼을 팔아가며 쥐어짜낸 것을 찬양할 수가 없다. 🙂
(+ 난 25년차 미친년 진단학 전공의니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내 판단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리즈 니스티코는 미친년이 아니라 보상 받지 못하는 미친년 코스프레를 하다 지쳐
정말로 미쳐가고 있는 영혼파산자다.)

좀 더 안전한 후보는 미야 폴릭 쪽이다.

이 본인의 매사에 불만있는 이미지를
반대방향으로 활용한 뮤직비디오는 확고하게 멋진 위상 충돌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그 이미지 활용을 결국은 별로 의미 없게 낭비했다는 게 커다란 문제.

케이트 내시의 Life in Pink는 좀 심하게 안전한 쪽이지만,
이 비디오의 장점은 이게 리즈 니스티코가 감독한 영상이라는 거다.
홀리차일드 대신 이걸 고르는 것은 어느 정도 명분이 있어.

페리스와 실베스터의 장점은 급이 다른 화면 연출을 보여준다는 거다.
올해 나온 뮤직비디오들이 좀 연출이 고만고만한 편인데,
(+ 사실 이건 후보에 니스티코 양의 연출작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다.
니스티코의 장점은 키치와 아마추어리즘이니까.)
개중 이것만 평년이라도 상당한 간극의 최상급 연출이다.
문제는… 그 좋은 연출과 촬영으로 예쁜 이미지를 만들어내지만,
그뿐이라는 거다. 딱히 가사에 대단한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 가사에 딱 맞춰 날카롭게 연출된 영상도 별다른 의미가 없어.

아나 캘비는 촬영에 커다란 단점이 있고,
이미지 구성이 페리스와 실베스터보다는 확실히 못해도,
역시 연출 수준이 올해 뮤직비디오들 중에는 꽤 튀는 편이다.
그런데… 딱히 이 노래가 그렇게까지 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라서.

고동은 참 재미있는 노래와 비디오를 만들었고,
마지막 자막 연출은 확고하게 포인트를 뽑아낸다.
하지만, 일단 촬영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
홀리차일드 같은 경우는 저 저예산 촬영이 오히려 강점이 되지만,
이건 돈 더 발라서 촬영 수준을 제대로 올렸어야 해.
이 뻔뻔함은 매끄러운 완성도를 바탕으로 해야하기에
이렇게 완성도가 떨어지면 가치가 죽어버린다.
조명 도배해서 평면화한 이미지를 찍은 다음 후처리로 명도를 낮춰야 했는데,
그냥 조명을 덜 깔아서 저 그림자들이 미친듯이 거슬린다.

장점: 9말0초 틴팝 레트로는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교과서적 작품
단점: 그래서 9말0초 틴팝 레트로가 나한테 뭔 의미가 있는데?

장점: 올해의 촬영상 같은 게 있다면 응당 받아가야 할 비디오.
단점: 이 상은 올해의 촬영상이 아님,
영화 필름에서 잘라온 영상의 촬영수준을 놓고 칭찬하는 것도 무리가 있고.

+
물론 이건 영화 필름을 그대로 활용한 거지만,
일반적인 사운드트랙 뮤직비디오와는 궤가 다른 결과물이다.
모든 장면이 노래와 딱 맞아 떨어지는 걸.

장점: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단점: 딱히 그렇게 내 취향인 것도 아님.

e. 빗나간 융단폭격

이건 뭐 그냥 뻔하게 브라이드가 받아가는 거고,

f. Needed to be Needed

이것도 그냥 그레타 레이 확정인듯.

WfGA 2017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17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Norma Jean Martine Only in my Mind
Jinx Sinks to the Brinks Tina Dico Count to Ten (Ten Years and Counting)
Not an Image, but a Damage Lilly Among Clouds Aerial Perspective
Mytube Likable I Am Harlequin Hooked
Carpet Bombing Missed Frida Sundemo Flashbacks & Futures
Needed to be Needed Shelly Fraley The Beat Goes On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17년의 종말의 시작은 미국의 팝 블루스 음악가 노마 진 마틴에게 수여됩니다.
노마 진 마틴은 이미 2년 전에 이 WfGA의 한 자리를 예약했고,
그게 2016일지, 2017일지,
종말의 시작일지, Needed to be Needed일지만 남아 있는거나 다름 없었죠.
이 최소한의 기악과 최소한의 멜로디로 최대의 효과를 내놓는 미니멀리스트는,
당연히, 그해 최고에 근접하는 앨범을 내놓을 수 밖에 없었고,
그 대단함을 제대로 주목 받지 못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정말로, 노마 진 마틴은 2016년의 최고에 근접하는,
2017년 최고의 앨범을 내놓았고,
당연하게도, 그 대단함을 전혀 주목 받지 못했답니다.
그러게 2년 전부터 내 주시를 사지 말았어야죠 :p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17년에 나온 소포모어-비스무리 앨범들 중 내가 높이 평가한 것들은,
라킨 포의 Peach, 대도의 Capacity,
시지 로켓의 Hot Summer, 케이 플레이의 Every Where is Some Where 정도가 있죠.
굳이 꾸역꾸역 몇 개 더 집어넣으면 마고 프라이스, 마리카 핵먼,
도리 프리먼, 백해의 소포모어 앨범 정도가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 중 어느 하나도 ‘날 만족시킨 소포모어’는 아니었다는 거죠.
라킨 포는 워낙 여러번 커리어를 갈아 엎었기에, Peach은 어떻게 세느냐에 따라서
이 아가씨들의 여섯번째 앨범(모든 풀앨범 다 카운트)일 수도 있고,
다섯번째 앨범(2EP 2LP 합본 자가 앨범 Band for Every Season을
첫 풀앨범으로 카운트)일 수도 있고,
네번째 앨범(자가 앨범은 카운트 하지 않음)일 수도 있고,
세번째 앨범(톰 헬 작업에 참여한 앨범, 혹은 리팩키지인 resKINned을
풀앨범으로 카운트하지 않음)일 수도 있고,
두번째 앨범(KIN과 이 앨범만을 풀 앨범으로 카운트)일 수도 있고,
첫번째 앨범(대부분의 스트리밍에서 내려진 KIN도
풀앨범으로 카운트하지 않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 와중에 커버 앨범이에요.
(고로 TP 기준에 따르면 이 아가씨들은
‘아직 풀앨범을 한 장도 내지 않은 14년차 신인가수’입니다!
로벨 시스터스에서도 프론트/메인 보컬이
라킨 포에는 빠진 언니님 제시카 로벨이기 때문에,
내년부터 적용될 밴드 프론트/메인 보컬의 커리어 리뉴얼에 대한 제약도 받지 않는…
생짜 신인가수 취급이에요.
내년에 TP 기준 더 손봐야 한다는 경고 같은 느낌이네요-_-)
대도의 Capacity는 대도의 두 번째 앨범이지만,
이 밴드의 주축인 에이드리엔 랭커는 이미 기존 커리어가 있습니다.
시지 로켓의 Hot Summer은 공식적으로 믹스테입입니다.
케이 플레이의 Every Where is Some Where은 공식적인 소포모어 앨범이지만,
케이 플레이는 공식 커리어 이전에 2개의 앨범과 2개의 믹스테입을 내놨죠.
마고 프라이스와 마리카 핵먼은 ‘내가 높이 평가한’ 보다는
‘내가 마음에 들어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WfGA의 성향상 적당하지 않습니다.
도리 프리먼은 커버 앨범이고,
백해의 모건 키비는 이미 10년전에 내 탑라이너였던 중고 음악가죠.
그래서 결국, JSttB를 받아갈만한 소포모어 앨범이, 2017년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하지만 소포모어가 아닌 앨범은 있었죠.
2017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내 9.6점 앨범 중 하나인 Count to Ten을 어쿠스틱 라이브로 다시 녹음한
Count to Ten 10주년 기념 에디션 보너스 디스크: Ten Years and Counting에 수여합니다.
네, 이건 아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음악가’가 아니라
앨범, 혹은 디스크에 수여하는 JSttB일 겁니다.
굳이 두번째 기회를 만들어 다시 녹음한 라이브 앨범이,
또 다시 내 마음에 쏙 들게 된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17년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독일의 챔버 팝 가수 구름 속의 릴리의
데뷔 앨범 Aerial Perspective에 돌아갑니다.
자연스러운 웨이브의, 빨간색이 튀지 않는 오번 머리칼,
빨간머리 특유의 탁하고 창백한 피부와 주근깨,
굳게 다문, 불만이 가득한 입,
살짝 숙인 고개와 치켜뜬 틸 블루 눈,
두텁고 빳빳한 소재의 연 코발트 계통 셔츠,
굵은 내로우 산세맆 폰트, 둥근 점선 가로 구획선.
모두 내 위크 포인트입니다.
이런 외모와 성향을 가진 게 죄는 아니죠.
하지만 저렇게 모든 요소가 내 약점을 파고드는 사진을
앨범 커버에 박아놓고 성공을 바란다면 파렴치한 겁니다.
그리고… 실제론 저렇게 안 생겼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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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17년의 Mytube Likable은
독일계 얼터너티브 음악가 어릿광대올시다의 Hooked에 돌아갑니다.
좋아요, 이건 내가 싫어하는 영상효과들을 수도 없이 집어 넣은 뮤직비디오입니다.
프레임 글리치, 색상맵 글리치, 카메라 회전 등을 비롯한 ‘MTV식’ 화면 전환,
하여튼 이 영상에 아주 떡칠 된 기초적이면서도 과한 영상 효과들은
모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하고 보잘 것 없는 영상 효과를 통해,
이 뮤직비디오는 꽤 정밀하고 깔끔한 이미지를 연출해냅니다.
마치, 이런 거 대체 어디다 쓰는지 궁금했지? 여기다 쓰는 거야.
하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p프레임 글리치의 활용은 정말로 밑줄을 그어둘 법 합니다.
이 뮤직비디오에서 p프레임을 여러장 날려서
중간 중간 가볍게 깨지는 프레임 글리치 노이즈로
정적인 영상에 역동성을 부여하거나
보통은 색분열로 만들곤 하는 고스팅 효과를 대체하는 것은
정말로 화려하면서도 효과적입니다.
이런 저예산 뮤직비디오가, 이렇게 노래와 잘 어우러지면서
압도적인 기능을 해내는 것은 정말 보기 쉽지 않은 일이죠.
더군다나 이렇게 굉장한 손품이 들어가지 않는 한 싼티가 날 수 밖에 없는
기초적인 영상효과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여, 그 ‘싼티’를 오히려 장점으로 활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정도로 형용하기 힘든 일입니다.
오랫동안 나에게서 미친년의 상징이자 정수로 언급되어온 어릿광대올시다가,
그 노래의 격에 맞는, 이렇게 제대로 미친 뮤직비디오를 뽑아왔는데,
내가 그걸 전폭적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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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17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스웨덴의 신스 팝 가수 프리다 순데모의 Flashbacks & Futures에 수여합니다.
프리다 순데모는 정말로 내가 싫어할 법한 모든 요소를 집어넣은,
뻔하디 뻔한, 지독하게 ‘스웨덴스러운’ 신스팝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난 주마다 쏟아져 나오는 트로피컬 하우스와
여타 레퍼런스 하우스들의 상지랄에 지쳐가고 있었고,
이 ‘스웨덴스러운’ 안전한 신스팝을 오히려 신선하게 느낄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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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17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미국의 팝 가수 셸리 프랠리의 The Beat Goes On에 수여합니다.
긴 말 하지 않을래요.
아무리 12월에 나왔고, 영상에는 별 가치가 없다고 해도,
이 Words Can 공식 리릭 비디오의 조회수가
150회도 안 된다는 건 인류가 저지르고 있는 중범죄입니다.
그래요, 쉽게 잘 만든, 듣기 편하고 가벼운, 대중들이 들으면 분명히 좋아할 법한 노래가
홍보 부족과 미디어 외면으로 아무도 모르게 묻혀 있는 거야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사실 흔하디 흔한 일이죠.
하지만 5개월간 145회요? 진짜로? 이건 너무하잖아요.
2014년 Needed to be Needed의 강력한 후보였던 셸리 프랠리가 마침내
더 외면 받아서 이 상을 받아간 건 좀 아프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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