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st of 2022 #0: All My Folkish Dreams Came 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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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My Folkish Dreams Came True는
2022년의 A리스트 베스트 플레이리스트입니다.


1. 아뤼 – La Vie Est Une Rose (La Vie Est Une Rose #01)

2. 그랜트 – Feel Love (Truth & Consequences #01)

3. 리디아 클로우스 – Lose You (My Blood #01)

4. 미야 폴릭 – Nothing to See (2007 #03)

5. 므랜대 – Harness (Harness #02)

6. 제스카 훕 – Hatred Has a Mother (Order of Romance #03)

7. 미아 베륵 – Heartache Oblivion (Sleepwalkers at noon #08)

8. 피비 스타 – Everything (Heavy Metal Flower Petal #03)

9. 제마 로렌스 – Watchdog (Lavender #05)

10. 브라이드 – Still (Shadow) (Still #09)

11. 페리스와 실베스터 – Flying Visit (Superhuman #03)

12. 고디 – Visitor (Inhuman #04)

13. 제시 리드 – Time Goes By (Other Hand #02)

14. 로지 카니 – tidal wave (I wanna feel happy #06)

그 동안 내 베스트 플레이리스트에는
당해 다른 베스트 플레이리스트에 비해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A리스트 플레이리스트가 비공식적으로 있어왔습니다.
2021년의 A, 2020년의 관점의 교차부, 2019년의 Raw Paws,
2016년의 해화로운 기념물 등이 바로 그것이죠.

보통 A리스트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좀 제각각인데,
해화로운 기념물은 원래 전, 후반기 하나씩의 연간 베스트 플레이리스트로,
그것도 ‘전반기에 기반을 깔고, 후반기에 꽃피웠다’는 테마로 기획되었지만,
프라임 시즌에 폭격을 맞으면서 3개, 4개….로 확장 되었기 때문이고
Raw Paws은 그냥 신인 트랙들로만 잘랐는데, 그해 신인 성취가 특별히 높았던 거고,
관점의 교차부는 정석적이고 균형잡힌 노래들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작년의 A는 처음부터 A to F로 기획했고,
당연히 A for achievement이 성취로는 다른 플레이리스트들을 압살해야 정상이죠.
어쨌든 이 지난 A리스트 플레이리스트들은
‘A리스트 플레이리스트’를 의도하고 만들어진 건 아닙니다.
A는 좀 의도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종류의 의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이 AMFDCT는 처음부터 A리스트를 의도했고,
부정할 수 없는 A리스트로 완성 됐습니다.

이 플레이리스트의 목적은:
아뤼, 로지 카니, 미아 베륵, 그랜트, 피비 스타, 브라이드, 므랜대, 고디 등의
올해 탑 30급 트랙을 두 개 이상 뽑아온 음악가들에게
베스트 플레이리스트에 두 개의 트랙을 올릴 기회를 주고,
또한 지나치게 많은 포크팝, 포크락 트랙들을 좀 미리 털어서
이후 플레이리스트들에 압력을 줄이려는 것이었습니다.

네, 이건 올해의 특수한 상황:
내가 오래 지켜봐 온 포크팝 음악가들이
갑자기 풀포텐을 터뜨린 노래를 두세개씩 쏟아 부은 상황에
맞춰서 만든 특별한 지위의 플레이리스트이고,
앞으로 굳이 A리스트 플레이리스트를 따로 만들 생각은 없습니다.

AtoF 2022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Achievement변덕스런 친구들Are We Gonna Be Alright?
Boldness피비 스타Heavy Metal Flower Petal
Creativity그랜트Truth & Consequences
Developability로런 히버드Garageband Superstar
Expertness므랜대Harness
Fascination로지 카니i wanna feel happy

+
올해 A to F은 진짜 어려웠던 게,
특정 속성 하나를 압도적으로 들이박은 앨범이 거의 없고,
이 속성 저 속성 다 걸쳐서 시너지를 쌓은 앨범이 대부분이라
비교가 너무 힘들었다.

top prospects 2022

Categories 어린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Posted on

TP는 한해 동안 내 마음에 드는 싱글을 내놓은 유망주들을 정리하는 연간 스레드입니다.


1. 아뤼 (노르웨이/1993/뷔: 라름/2022년 데뷔)

2. 로지 카니 (아일랜드/1997/-/2022년 소포모어)

3. 미아 베륵 (노르웨이/1995/뷔: 라름/2022년 데뷔)

4. 리디아 클로우스 (영국/????/-/데뷔전)

5. 제시 리드 (영국/1992/-/데뷔전)

6. 제마 로렌스 (미국/1993/-/2022년 소포모어)

7. 피비 스타 (호주/1985?/SXSW/2022년 데뷔)

8. 미야 폴릭 (미국/1989/-/2018년 데뷔)

9. 테닐 타운스 (캐나다/1994/CCMA/2020년 데뷔)

10. 피에 (노르웨이/1995/뷔: 라름/2022년 소포모어)

11. 스콧 (스웨덴/1991/BBC/2020년 데뷔)

12. 므랜대 (미국/1997?/-/데뷔전)

13. 어릴때 (아일랜드/1989/-/2019년 데뷔)

14. 베이커 그레이스 (미국/2000/-/2020년 데뷔)

15. 케일리 모어그 (미국/1998/-/2022년 데뷔)

16. 알리시야 블루 (미국/1992/-/2020년 데뷔)

17. 리지 리드 (영국/1996/-/데뷔전)

18. 트루스데일 (미국/1997/-/데뷔전)

19. 뤼스 (스웨덴/1997/이외르겐 엘룹손/2018년 데뷔)

20. 그냥 캣이야 (아일랜드/????/-/데뷔전)

21. 클로이 애덤스 (영국/1998/유튜브/데뷔전)

22. 메이지 피터스 (영국/2000/유튜브/2021년 데뷔)

23. 사미라 매너스 (스웨덴/2000/-/데뷔전)

24. 이 지 (덴마크/????/뷔: 라름/2022년 데뷔)

25. 도브 캐머런 (미국/1996/소녀와 꿈올가미/데뷔전)

26. 을리카 브란스투릅 (노르웨이/1995/스톄른캄프/데뷔전)

27. 애니카 베넷 (미국/1998/-/데뷔전)

28. 마틸다 맨 (영국/2000/-/데뷔전)

29. 시그리 로버 (노르웨이/1997/뷔: 라름/2022년 소포모어)

30. 뷜로 (네덜란드/2000/-/데뷔전)

31. 미안 (영국/1998/뷔: 라름/2022년 소포모어)

32. 홀리 험버스톤 (영국/2000/-/2022년 데뷔)

33. 리지 믹알파인 (미국/1999/-/2022년 소포모어)

34. 헬렌 가냐 (영국/1990/눈밭에 나온 개/2022년 소포모어)

35. 미아 글래스톤 (미국/1999/-/데뷔전)

36. 블러섬 칼다런 (영국/1999/-/데뷔전)

37. 케이 (미국/1986/샬린 케이/2020년 커리어 리셋)

38. 매기 로저스 (미국/1994/퍼렐 윌리엄스/2022년 소포모어)

39. 탤리 스피어 (영국/1995/-/데뷔전)

40. 빅토리아 캐널 (스페인/1998/-/데뷔전)

41. 와일즈 (영국/1997/엘라 워커/데뷔전)

42. 그레이스 데이비스 (영국/1997/엑스팩터/데뷔전)

43. 헤일로 키치 (미국/1996/-/데뷔전)

44. 유니 하벨 (노르웨이/1993/뷔: 라름/2020년 데뷔)

45. 이다 라우흐버흐 (덴마크/2000/-/데뷔전)

46. 조그만 바지 아저씨 (노르웨이/1982/넷웍/2022년 소포모어)

47. 마리사 메이노 (미국/1997/-/2020년 데뷔)

48. 딜런 (영국/2000/나즈/2022년 데뷔)

49. 테아 왕 (노르웨이/????/-/2022년 데뷔)

50. 새러 클로즈 (영국/1995/유튜브/데뷔전)

51. 캐슬린 (미국/1994/케이트 브래디/데뷔전)

52. 티나 뢰플러 (독일/????/-/데뷔전)

53. 그레타 아이삭 (영국/1995/-/데뷔전)

54. 나즈 (네덜란드/1998/-/데뷔전)

55. 이사벨 플레스 (미국/2001/-/데뷔전)

56. 소피아 알렉사 (영국/2006/-/데뷔전)

57. 멕 스미스 (미국/1999/-/데뷔전)

58. 오스턴 (미국/1996/-/2021년 데뷔)

59. 미셸 트레이시 (캐나다/1996/레이디 가가/데뷔전)

60. 허니글레이즈 (영국/????/뷔: 라름/2022년 데뷔)

61. 도디 (영국/1995/유튜브/2021년 데뷔)

62. 멀홀랜드 (호주/2000/-/데뷔전)

63. 질리언 레이크 (캐나다/????/-/2022년 데뷔)

64. 카모디 (영국/1995?/-/2022년 데뷔)

65. 알렉시스 캐스트로지오바니 (캐나다/????/-/데뷔전)

66. 스코르 (노르웨이/1998/동키보이/데뷔전)

67. 베일리스 (덴마크/1997/에스터흐 묄러 포그/데뷔전)

68. 한나 미왼 (노르웨이/1995/-/데뷔전)

69. 애시 (미국/1993/-/2022년 소포모어)

70. 위노나 오크 (스웨덴/1994/-/2022년 데뷔)

71. 루비 (영국/2000/-/데뷔전)

72. 되씨 (노르웨이/1995/뷔: 라름/2022년 데뷔)

73. 빅토리아 비글로우 (미국/1994/-/데뷔전)

74. 린 래피드 (미국/2002/-/데뷔전)

75. 모씨카 (미국/1995/-/2020년 데뷔)

76. 페리스와 실베스터 (영국/1996/이씨 페리스/2022년 데뷔)

77. 틸리 (미국/????/그레이스 켈리/데뷔전)

78. 핀들레이 (영국/1991/TV commercial/2022년 소포모어)

79. 클레어 로진크랜즈 (미국/2004/틱톡/데뷔전)

80. 카일리 오데타 (미국/1997/-/2014년 데뷔)

81. 엘라 제인 (미국/2001/-/2022년 데뷔)

82. 조다나 (미국/2000/-/2020년 데뷔)

83. 메이 메이 (미국/????/-/데뷔전)

84. 다스 보디 (노르웨이/1996/뷔: 라름/2020년 데뷔)

85. 루나 오러 (미국/1992/-/데뷔전)

86. 애너 소피아 (캐나다/2003/-/데뷔전)

87. 앨리스 머튼 (캐나다/1993/-/2022년 소포모어)

88. 수줍은 마틴 (스웨덴/1993/마이크 페리/데뷔전)

89. 제시 머프 (미국/2004/틱톡/데뷔전)

90. 롤 엘 (캐나다/1992/-/2021년 데뷔)

91. 줄여서렌 (캐나다/2002/-/2022년 데뷔)

92. 세실리아 캐슬먼 (미국/2000/-/데뷔전)

93. 스텔라 도넬리 (호주/1992/-/2022년 소포모어)

94. 프루켸 (네덜란드/2001/-/데뷔전)

95. 제네비브 스톡스 (미국/2001/-/데뷔전)

96. 릴리 윌리엄스 (영국/1992/-/데뷔전)

97. 베스네 (뉴질랜드/1995?/엘리자베스 스톡스/2020년 소포모어)

98. 줄리아나 매드릿 (미국/2001/-/데뷔전)

99. 클레아 (독일/1997/유튜브/데뷔전)

100. 바하리 (미국/1997/노바스코티아/데뷔전)

101. 첼시 제이드 (뉴질랜드/1989/바이스/2022년 소포모어)

102. 엠엑스엠툰 (미국/2000/-/2022년 소포모어)

103. 사과꽃 (폴란드/1989/-/2021년 소포모어)

104. 홀리 콜 (호주/1995/트리플 J/데뷔전)

105. 제시카 카터 앨트먼 (미국/1990/린다 카터/데뷔전)

106. 도라 자 (미국/1996/-/데뷔전)

107. 그레이시 에이브람스 (미국/1999/-/2021년 데뷔)

108. 캐로베이 (미국/1996/-/2022년 데뷔)

109. 로런 히버드 (영국/1997/-/2022년 데뷔)

110. 엘리 듀에 (미국/1992/유튜브/데뷔전)

111. 플로리 (영국/1988/제노마니아/데뷔전)

112. 아만다 텐퓨륻 (노르웨이/1997/뷔: 라름/2022년 데뷔)

113. 잭 리버 (호주/1992/-/2023년 소포모어)

114. 우지니 (프랑스/1994/유니버셜/데뷔전)

115. 애니 오말리 (미국/2000/-/2022년 데뷔)

116. 캐롤 에이즈 (미국/1996/캐롤라인 페넬/데뷔전)

117. 업살 (미국/1999/-/2021년 데뷔)

118. 서하라 벡 (호주/1996/-/2016년 데뷔)

119. 수키 워터하우스 (영국/1992/배우커리어/2022년 데뷔)

120. 그리프 (영국/2001/워너/데뷔전)

121. 샘 드로사 (미국/1991/유튜브/데뷔전)

122. 금/라듐 (스페인/2002/-/2021년 데뷔)

123. 로 (호주/????/-/데뷔전)

124. 룹이라고 불러 (영국/1989/조지아 뷰캐넌/데뷔전)

125. 칼리 핸슨 (미국/2000/-/2022년 데뷔)

126. 린지 로미스 (미국/2002/-/데뷔전)

127. 하프라이브스 (이탈리아/1994/린다 바틸라니/2017년 데뷔)

128. 인디고 스파크 (호주/????/에이드리앤 렝커/2022년 소포모어)

129. 폭시스 (미국/1993/줄리아 로렌/2022년 데뷔)

130. 걸리 (영국/1997/유튜브/2019년 데뷔)

131. 케이틀린 타버 (미국/1989/니켈로디언/2021년 데뷔)

132. 모건 세인트 진 (미국/1996/-/데뷔전)

133. 애니 해밀턴 (호주/1992/리틀 메이/2022년 데뷔)

134. 올리비아 리드 (미국/1999/-/데뷔전)

135. 밸런티나 사이 (미국/1998/-/2022년 소포모어)

136. 그레이스 밴더월 (미국/2004/갓 탤런트/2017년 데뷔)

137. 미셸 듀크레이 (뉴질랜드/????/-/데뷔전)

138. 파울라 이이벤 (스웨덴/2003/뷔: 라름/데뷔전)

139. 소여 (미국/1995?/-/데뷔전)

140. 로즈 그레이 (영국/1996/-/2021년 데뷔)


+
대체 언젯적 피비 스타야? 이 아가씨 아직도 데뷔 앨범도 안 냈다고? 테뉴어 발급 신청서야 뭐야?
…라고 생각하면서 저 노래를 걸었고, 곧 내가 애초에 이 아가씨를 핀업한 이유를 절감했다.
테뉴어요? 저런 노래를 만들어오는데 앨범을 내든 안 내든 테뉴어가 나올 리가 있겠나요.

+
아뤼, 피비 스타, 케일리 모어그…
이 뭐… 2021년 테뉴어 발급 대기자 트리니티입니까?
진짜 뭐지?
작년 초만 해도 어우 이제는 종신잉여년 딱지 하나씩 붙여야겠다 했던 애들이…
++
생각해보면 베이커 그레이스도 딱히 대놓고 삽을 안 떠서 그렇지 이대로 계속 갔으면 테뉴어 발급 대기자 목록*에 올라갔을 거고…

* 내가 하도 이것저것 목록을 유지하다보니 이런식으로 말하면 착각하는데, 이건 실재하는 목록 아닙니다-_-

+
확실히 요즘 TP가 재미없었던 게,
다 거기서 거기 똑같은 얼굴이나 그 릴레이티드 애들 뿐이었는데,
밋찌한테 일곱명 수혈 받아 왔더니 리스트가 확 예뻐졌다.
어차피 요즘 숙제 해도 건지는 거 없다고
밋찌 풀에서 50명 박박 긁어내 고작 일곱명 건졌을 때는
내가 너무 과했나 싶었는데…
저 일곱명이 이렇게 리스트 예쁘게 만들어주는 거 보면 앞으로도 종종 긁어내야겠다.

++
카모디 저 개잉여년이 저렇게 업그레이드 돼서 온 건 진짜 신기하긴 하다.

+
안 그래도 밋찌 풀이 풀이라서 포크 위주로 많이 땡겨 오기도 했는데
거기다 로지 카니, 제마 로렌스, 미아 베륵 풀 포텐 터뜨리고
제시 리드 리지 리드가 한 트랙 씩 양념 쳐주니까
뭔가 포크팝으로 도배 된 느낌이다.

이게 그 주 장르가 포크가 아닌 애들도…
아뤼도 오랜만의 비사팝 트랙이고,
피비 스타도 앨범 안에서 제일 포키한 트랙이고,
미야 폴릭도 포크 락 트랙이고,
테닐 타운스도 컨트리 색 빼니까 좀 소울/포크/블루스의 루트 색이 살짝 비치는 느낌이고,
아니 심지어 스콧도 맨날 스탠더드 팝으로 밀어붙이다 꽤 비사 냄새 나는 트랙을 내놓은 거였네?
어릴때도 안티포크고,

그렇네.
그냥 탑 텐이 피에 빼고 전부 포크 + 포크 기반이니까
이렇게 묵은내가 진동하는 거였군.
확실히 이런 일이 별로 없었던 게,
TP는 워낙 미쳐날뛰는 얼터너티브 트랙과
꼬맹이들 예쁘게 뽑은 팝 트랙에 주목해주던 리스트였는데,
올해는 굳이 밋찌한테 뜯어온 애들 언급하지 않더라도 (거의 중위에 있으니)
확실히 포크 트랙들이 풀도 넓고 완성도도 높아.

++
그러고보면
로지 카니, 제마 로렌스, 미아 베륵, 브라이드, 카모디, 피비 스타가
갑자기 없던 풀 포텐 만들어서 터뜨렸는데…
(브라이드 정도는 있던 포텐이고, 다 터뜨리지도 못하긴 했다.)
이게 이 정도로 한 장르에서 펑펑 터지는 건
무슨 이유가 있긴 있을 텐데,
뭔지 모르겠다.
엔테나 캐런한테 뭔가 털어보면 나올 것 같긴 한데,
엔테 요즘 뭐하지?

브로드웨이HD 연말 할인을 보고…

Categories 플린스의 뒷이야기Posted on

어,
그러게
지난 몇 년 간, 한국에 안 들어온 뮤지컬들 보려면
저거 끊기는 해야할 것 같은데?
하면서 타이틀 목록을 죽 훑어 봤다.

음…
어…
그…

네?

250개요?
전부 250개?
지금 서비스 5년차인데 250개?
시작할때 200개로 humble하게 시작한다고 안 했나?
지난 한 달 간 추가된 타이틀이 2개?
아니 잠깐?
저 둘 중에 하나는 2017년작 뮤지컬 메슈가넛크래커고,
다른 하나는 1967년작 영화 크루시블이야?
………
이게 뭐지?
근데 할인해서 1년에 100달러를 받겠다고요?

미친놈들인가?
타이틀 목록 쭉 훑어보면서,
이걸 저 가격에 파는 놈들이 미친 놈들인가,
이 가격에 사는 놈들이 미친 놈들인가 심히 헷갈리는데?

아니 무슨, 브로드웨이 공연 동시 업로드 같은 건 바라지도 않고,
놓친 공연 챙겨 볼 수도 없는 수준의
성기디 성긴 타이틀 확보에,
이건 뭐 같은 연극/뮤지컬 캐스트 구분도 안 하고 그냥 냅다 서너개씩 올려대질 않나.
아니 그…….
이걸 대체 뭐에 쓰려고 구독하지?

아니 그, 이 정도면 그냥 공연 블루레이 구매보다 효율이 안 나오는데?
저게 대체 무슨 시장성이 있어서 성립할 수 있냐고?
저 돈 주고 누가 봐 대체?

글쎄, 이래서야 불멸할 수 있겠어요?

Categories 플린스의 뒷이야기Posted on


예술은 불멸한다.
가장 모독적이고, 가장 선정적이고,
그에 앞서 가장 뻔한 예술만이 불멸한다.
그 안에 담긴 가치와는 아무 관계 없이.
이에 대해 논하라.

언뜻 고교수준 논술 평가 논제 제시문처럼 보이는 이 문장은,
샘 발로우의 여정을 지금껏 따라온 사람들에게는 별로 놀랍지 않게도,
샘 발로우의 신작 이모탈리티의 주제문입니다.
아, 물론, ‘언뜻 논술 평가 제시문처럼 보이는’ 거지,
정말로 논술 평가 제시문 같지는 않죠.
일반적으로 우리가 논술 평가 문제를 낼 때는
훨씬 좁은 영역에서 논술을 하도록 유도하거든요.
저렇게 모호하게 가치판단이 어려운 단서들을 달지도 않고요.
뭐, 그건 그렇게 해야 채점하기 쉽기 때문이긴 하지만 말이에요.

네, 이건 지나치게 넓은 논제입니다.
저 논제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은 예술이 무엇인가부터 논하기 시작할 것이고,
어떤 사람들은 예술의 내재 가치가 무엇인가부터 논하기 시작할 테고,
어떤 사람들은 늘 그렇듯이, 돈 이야기를 할 겁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저 논제는 정답이 있기는커녕 논의점조차 하나로 모이지 않는 질문이 됩니다.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논하는 사람과 예술을 파는 법에 대해 논하는 사람 사이에
어떤 논쟁이 성립할 수 있나요?
저 논제를 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논쟁조차 성립하지 않기에,
이 게임은, 샘 발로우의 게임이 늘 그렇듯, 지독하게도 개인적인 게임이 됩니다.

샘 발로우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플레이어가 게임의 주인공을 플레이하지 말고,
스스로 게임의 주인공이 되기를 요구했습니다.
게임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현실에서 형사수첩을 펼치고 (물론 나는 실제로 종이에 기록하기보다는
모니터 구석 구석에 스티커 노트를 붙이는 쪽을 선호하지만 어쨌든)
게임이 보여주는 정보를 꼼꼼히 기록하면서 정리하고 추론하여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게임을 만들었죠.
그리고 이 게임은, 기존의 샘 발로우 문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단순히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는 것이 아니라,
겹겹이 둘러쳐진 혼란스러운 이야기의 맥락 속에서 저 게임의 주제문을 찾는 것을
게임의 첫 단계, 혹은 첫 두 단계로 만들어 놓았거든요.
그렇기에 게임의 이 ‘개인적인’ 속성은 전작들보다 훨씬 강화되었습니다.
전작은 그래도 게임을 플레이한 사람들끼리 의미 있는 논의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렇지 않아요.
당장 내가 저게 이 게임의 주제문이라고 선언하면
‘마리사의 영화들이 개봉되지 않은 이유를 찾는 게임이 아니었어?’
혹은 ‘불멸자와 다른존재의 뒷 이야기를 파악하는 게임이 아니었어?’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이건 예술, 좀 더 좁게는 이야기의 불멸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더럽다고 물로 씻겨도, 불온하다 십자가에 못박아도 살아 남습니다.
불에 태우는 것은 어느 정도 유효해 보이지만,
인류사의 숱한 분서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그 책을 태우던 어떤 권위들보다도 오래 살아 남았습니다.
기껏해야 이야기와 비슷한 불멸성을 가진 권위는 종교 정도인데,
샘 발로우는 이 게임 전체에서 종교도 결국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독자의 머릿속에 욱여 넣습니다.
(사실 이 ‘종교도 결국 이야기다’를 공리로 삼는 방식은
이 게임 안에서 가장 세련되지 못한 부분입니다.
정말로 저걸 공리로 삼으려면 훨씬 더 뻔뻔했어야 합니다.
‘이게 종교 모독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지만
누구누구는 종교도 결국 이야기라고 하고,
그게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가 아니라
‘종교는 이야기다, 이 당연한 사실을
왜 언급해야하는지조차 모르겠다’가 됐어야 했어요.)

이모탈리티는 그 이야기의 불멸성에 관한 다양한 논점을
이 불멸자의 삶이라는 은유를 통해서 독자에게 던집니다.
예술은 독자 없이 성립, 존재할 수 없는가?
없다면, 그 의존도는 얼마나 되는가?
예술은 독자를 선도하는가, 독자가 예술을 이끌어 내는가?
예술이 불멸의 가치를 만드는가? 독자가 불멸의 예술을 만드는가?
예술성이란 무엇인가?
예술의 내재된 가치란 무엇이고,
독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내재 가치에 존재 의미가 있는가?
표준적인 대중이 좋은 독자인가,
예술의 숨겨진 가치를 잘 알아보는 것이 좋은 독자인가?
뭐, 표면만 훑어도 끝이 없군요.

문제는, 저 질문들의 깊이가 전적으로
플레이어 개인의 예술관과 철학에 의존한다는 겁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지금 위에 꼽아놓은 표면적인 질문의 아래층으로는 내려 들어가지도 못할 겁니다.
당장 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다는 것만도
십수년간 꾸준히 저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자신의 세계관, 예술관, 가치관과 현실 세계의 충돌을
조정하고 또 조정한 뒤에야 할 수 있는 일인데,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문화예술계 밥을 10년 넘게 빨아 먹고 있는 불한당들이거나,
10년 넘게 밥벌이 없이도 어떻겐가 살아 남은 날백수 무뢰배들이거나,
평생 밥 굶는 걸 걱정해본 적 없는 유한계급 기생충들이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저 아래에 놓인 질문들을 던지기 위해서는
이 표면적인 질문에 먼저 답을 달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렇죠, 샘 발로우는 언제나 플레이어의 세계관 안에서
완전히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하는,
개인적인 게임을 만들어왔습니다.
당장 허 스토리부터 ‘이야기가 흥미롭지 않아서
그냥 첫 영상을 보고 게임을 끄는 것’도 게임의 엔딩으로 취급했죠.
이모탈리티 역시 마리사 맥거핀에 낚여서
그냥 영상들만 찾아다니며 마리사의 진상을 추적하든,
불멸자 맥거핀에 낚여서
백워드 트래킹만 열심히 하며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헤매든,
이 대체 무슨 의미 없는 헛소리냐 하며 바로 게임을 끄든,
플레이어 자신의 예술관을 보강하고 표명하는 게임플레이로 취급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이모탈리티가 무슨 게임인가,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하는가에 대한 답은,
누군가 짧게 요약해 전달할 수 있는 게 아니게 됩니다.
더 정확하게는, 플레이어 본인이 느끼고 해석한 그대로의 게임이 되어
전달할 수 없게됩니다.
누누이 이 게임이 지독하게 개인적인 게임이라고 하는 것은 그래서입니다.
그냥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는 똥겜 같다면,
맞습니다, 그런 게임이에요.
마리사의 이야기를 추적하다 길을 잃게 되는 느슨하고 불친절한 게임 같다면,
맞습니다, 그런 게임이에요.
잘 모르겠지만 뭔가 예술적이고 어려운 게임 같다면,
맞습니다, 그런 게임이에요.
인류 역사에 남을 완벽한 예술작품인 것 같다면………..어….. 어….. 어……..
아니 솔직히 그건 아닌 것 같지 않아요?

이모탈리티가 요구하는 게임플레이는,
이 게임을 접하고, 자신의 예술관을 되돌아보고,
변경할 곳이 있으면 변경하여, 다시 정립하는 것입니다.
단지, 그 뿐입니다.
마리사의 배우 커리어가 왜 그렇게 엉망이었는지 그 이유를 찾을 필요도 없고,
불멸자와 다른 존재가 어떻게 존재해 왔는지
세부사항을 파헤칠 필요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앞서 주제문이라고 뽑아놓은 논제에 참여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당연히, 굳이 찾지 않을, 파헤치지 않을, 참여하지 않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보이는 그대로, 나아가서 보고 싶은 그대로 보고,
받아들이고 싶은 그대로 받아 들이라는 것이 이 게임의 요구입니다.

다시, 조금 좁은 영역으로 되돌아와서,
이 게임은 그 수행이 깔끔한 게임은 아닙니다.
저런 포스트모던한 게임플레이를 목표로 두었다면,
좀 더 세련되이 다듬어야 할 부분이 여럿 있어요.
하지만 그런 부분을 조명하는 것은
1972년에 퐁의 비디오 게임으로서 세련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우린 저걸 어떻게 세련되게 만들 수 있는지,
그런 게임을 만들어본 적도, 플레이해 본 적도 없어서 제대로 지적할 수가 없어요.
허 스토리가 나왔던 2015년, 우리는 이게 1995년에 만들 수 있었던 게임인데
20년이나 늦게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는, 지금쯤이면 우리가
제대로된 허 스토리 비평을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지금까지도, 허 스토리와 비슷한 시도라도 한 게임은
스티븐의 소시지 롤과 파이어 정도가 고작이고,
(폴른 오더의 ‘플레이어가 플레잉 캐릭터를 돌아서게 조작하는 게 아닌,
플레이어 본인이 돌아설 때 서사가 반전되는’
미묘한 텔링 구조 역시 ‘시도는 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대규모 서사가 필요한 중대형 게임의 한계라고 해도
그렇게 좁은 영역의 텔링 구조를 살짝 꼬아놓은 것을
이런 플레이어가 등장인물에게 이입하지 않고
스스로 주인공이 되는 시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네요.
사실 파이어는 정말 말도 안되는 대규모 서사에서
파리한 페이(혹은 시시한 셰이, 혹은 헝클어진 케이, 혹은…)의 해방이라는 과제
하나만으로 저걸 성공시켰는데도,
결국 독자가 게임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 때문에 그저 시도라고 말하는데,
폴른 오더 정도의 독립장치를 시도라고 말하기는 뭐하죠.)
샘 발로우는 저 멀리 달려가서 더욱 더 비평할 수 없는 게임을 안겨주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게임이었고,
인류 모두가 한 번은 플레이해 볼 가치가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게임은 아닌 것 같고, 플레이 해 보고 싶지 않다고요?
그렇다면 애석하게도:
(그 누구도 업적이나 트로피나 게이머 점수를 챙겨주지는 않겠지만)
당신은 이미 이 게임을 한 번 플레이한 겁니다.
어디가서든 거리낄 것 없이
‘이모탈리티? 나 그 게임 엔딩 봤는데 나랑 안 맞더라’라고 말해도 됩니다.
분명히, 그 역시 이모탈리티를 접하고 나서
자신의 예술관을 다시 정립하는 행동을 한 거니까요.

이렇게 이 게임에 관한 정보를 대충 훑어보고
‘난 이런 게임 딱히 하고 싶지 않아’라고 결정하는 것조차
게임이 요구하는 궁극적 게임플레이의 완성이라는 것이,
이 게임을 완성시킵니다.
쉬이 무의미해질 수 있는, 대중과 지나치게 괴리된 포스트모더니즘의 함정
―― 모든 독자의 해석을 존중하지만, 어떤 독자도 존재하지 않는 ――에서
스스로 구해내 존재 자체를 의미 있게 만듭니다.

+
사실 이 게임의 완성에 가장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게임패스 데이 원 발매 계약입니다.
허 스토리나 텔링 라이스와 달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번 뭔 게임인지라도 알아볼까?’ 하는 영역에 발을 들인
결정적인 이유가
게임패스 데이 원 발매이니까요.

“저딴 노래를 대체 왜 듣는 거지?”

Categories 플린스의 뒷이야기Posted on

내가 레나 마를린과 후버포닉과 태러 맥레인과 피오나 애플을 듣던 그 99년.
내 동급생들은 모두 확연히 다른, 그리고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S는 신해철을 중심으로 한국 얼터너티브 락을 들었다.
우린 애초에 서로 듣는 노래를 경멸했다;
C는 클래식만 들었다.
특히 클래식 악기의 위대함에 대해서 나와 가장 말이 통했지만,
결코 말이 통하지 않았다;
K(not that K)는 메탈리카를 숭앙했다.
그리고 역시 서로 듣는 노래를 경멸했다;
T는 린킨 팍을 중심으로 오프스프링이나…
그 갑자기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90년대 말에 유명했던 얼터너티브 락, funk 밴드를 즐겨 들었다.
대체로 서로 우호적인 척 했지만 사실은 서로 경멸했다;
U는 패닉이나 자우림 같은 국내 얼터너티브 영역과
엔싱크 따위의 주류 팝을 들었다.
나는 이적이 좋은 음악가라는 점에,
U는 레나 마를린이 훌륭한 작곡가라는 점에 동의 했다.
그 외에는 서로 듣는 노래를 경멸했다;
P는 하드코어와 인더스트리얼 테크노를 들었다.
이렌 레펜의 나타스 프린세서를 극찬했고,
나와는 좀 극단적인 반대성향에서 비롯하는 유사점이 있어서
불가침 조약 같은 것을 맺었다.
“나는 네가 듣는 노래의 ㅈ같음을 언급하지 않을 테니
너희 장르에서 리드믹한/멜로딕한 노래가 나오면 나한테 가져와 주렴.”

이건 음반을 사서 들어야 했던,
그리고 등하교와 자습 시간 동안 하루에 다섯 시간씩 노래를 들어야 했던
우리 세대의 굴레였다.

우린 백 장을 채우지는 못하는 정도의, 직접 산 음반을,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CD가 긁혀 인식되지 않을 때까지 들었다.

장르가 의미 있었고,
음악가의 브랜드가 의미 있었다.
우린 앨범을 살 때 거기에 어떤 노래가 들어있는지를 듣지 못한채 예측해야 했고,
영화표 두 장과 고등학생 사정에 당연한 3~5천원짜리 저녁식사 두 끼.
즉 한 주말 데이트 비용에 상당하는 돈을 갈라 산 CD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음에 들게 될 때까지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취향을 갖추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남의 취향을 경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린 각자의 이어폰 안에 구분되어 갇힌 채로
오직 스스로의 관점과 대면할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모두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지만,
또한 모두가 그 자신의 관점 안에 갇혀 다들 아래로만 깊이 파고 내려갔다.
그렇기에 서로의 취향을 이해할 수 없었지.

우린 서로 노래를 추천하지 않았다.
대충 대학 신입생 때까지는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서로 경멸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누구도 서로 노래를 추천하지 않았다.
괜히 감정 쌓일 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남이 추천하는 노래는 진지하게 들어보지도 않았지.

내가 이 블로그에서 정말 거침 없이 노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그런 세대였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이 지지리도 소설을 안 읽는 아이들에게,
내가 보르헤스가 대단하다고 말하면 보르헤스를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애들도,
그 픽션들과 알렙은커녕 불한당들의 세계사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지
감 잡지 못한 애들도
보르헤스를 읽어보고는 ‘어려워서 이해를 못하겠어’라고 말했다.
결코 ‘대체 이딴 글에 뭔 의미가 있다고?’라며 경멸하지 않았지.
그렇기에 내 세계가 완성된 이후로
난 어디에서도 소설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누가 소설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할 때나 윌리스나 김영하 정도의,
타임킬러이면서도 타임킬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다쟁이들을 집어내 주는 것 정도 말고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는 달랐다:
하루 다섯시간씩 노래를 듣는 훈련을 거쳐온 모두가 전문가였고,
모두가 서로의 취향을 경멸했다.
그렇기에 난 노래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늘어 놓아도
누군가 거기에 영향 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저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를 모르던 아이들이
보르헤스를 읽게 만든 건 좀 미안하다.
지금은, 미친듯한 양의 쓰레기 정보가 인터넷을 누비고 다니는 지금은,
누구나 바벨의 도서관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 안에 모든 정보가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 안에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하지만 그 때 저 아이들은 인터넷을 충분히 접한 상태가 아니었고,
인터넷도 가까스로 하이퍼텍스트의 틀을 잡아가고 있던 시대였지.)

그리고 저 아이들을 마주하고는, 당혹해 하는 거지:
학창시절의 하루 다섯 시간을 노래를 듣는데 낭비하지 않는 아이들.
자기 취향을 모르고, 자기 취향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아이들.
그리고 메타 크리티시즘의 압제 아래
자기 취향을 만들지도 못하는 아이들.
나아가서, 심지어는,
이 블로그에서 자기 취향의 초석을 빌려다 깔고 자빠진 아이들.

난 저게 너무나 끔찍해서 참을 수가 없는데,
그 모든 게 저 아이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 세대가 너무나 뒤틀려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다만,
그저 다만,
더 이상 장르가 필요 없는 세상,
음악가 브랜드가 필요 없는 세상,
스포티파이의 자동장치가 큐레이팅을 해주는 세상에서;
왜 저 아이들이 평론가 따위의 말에,
무엇보다도 나 따위의 말에,
의미를 두는지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

알고는 있다:
우리의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소리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려는 시도가,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세상을 불러왔다는 것은.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에서 열심히 역설했던 그 ‘모든 정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우리가 세상을 이 모양 이 꼴로 망쳐놨다는 것은.
저 아이들은 그저 그 우리가 저지른 죄악의 산물이라는 것은.

하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다만,

+
근데 지금 되새겨보니까…
나 하드코어 듣는 애들이랑 되게 우호적이었네?
메탈 듣는 애들이랑 진짜 경멸이 뭔지 재정의하는 감정을 주고 받은 반면…
하드코어는 서로 그냥 아 저런 것도 노래구나 재밌네. 하면서 넘어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