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딴 노래를 대체 왜 듣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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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레나 마를린과 후버포닉과 태러 맥레인과 피오나 애플을 듣던 그 99년.
내 동급생들은 모두 확연히 다른, 그리고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S는 신해철을 중심으로 한국 얼터너티브 락을 들었다.
우린 애초에 서로 듣는 노래를 경멸했다;
C는 클래식만 들었다.
특히 클래식 악기의 위대함에 대해서 나와 가장 말이 통했지만,
결코 말이 통하지 않았다;
K(not that K)는 메탈리카를 숭앙했다.
그리고 역시 서로 듣는 노래를 경멸했다;
T는 린킨 팍을 중심으로 오프스프링이나…
그 갑자기 기억이 안 나지만
어쨌든 90년대 말에 유명했던 얼터너티브 락, funk 밴드를 즐겨 들었다.
대체로 서로 우호적인 척 했지만 사실은 서로 경멸했다;
U는 패닉이나 자우림 같은 국내 얼터너티브 영역과
엔싱크 따위의 주류 팝을 들었다.
나는 이적이 좋은 음악가라는 점에,
U는 레나 마를린이 훌륭한 작곡가라는 점에 동의 했다.
그 외에는 서로 듣는 노래를 경멸했다;
P는 하드코어와 인더스트리얼 테크노를 들었다.
이렌 레펜의 나타스 프린세서를 극찬했고,
나와는 좀 극단적인 반대성향에서 비롯하는 유사점이 있어서
불가침 조약 같은 것을 맺었다.
“나는 네가 듣는 노래의 ㅈ같음을 언급하지 않을 테니
너희 장르에서 리드믹한/멜로딕한 노래가 나오면 나한테 가져와 주렴.”

이건 음반을 사서 들어야 했던,
그리고 등하교와 자습 시간 동안 하루에 다섯 시간씩 노래를 들어야 했던
우리 세대의 굴레였다.

우린 백 장을 채우지는 못하는 정도의, 직접 산 음반을,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CD가 긁혀 인식되지 않을 때까지 들었다.

장르가 의미 있었고,
음악가의 브랜드가 의미 있었다.
우린 앨범을 살 때 거기에 어떤 노래가 들어있는지를 듣지 못한채 예측해야 했고,
영화표 두 장과 고등학생 사정에 당연한 3~5천원짜리 저녁식사 두 끼.
즉 한 주말 데이트 비용에 상당하는 돈을 갈라 산 CD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마음에 들게 될 때까지 들었다.

그런데 어떻게 취향을 갖추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 남의 취향을 경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린 각자의 이어폰 안에 구분되어 갇힌 채로
오직 스스로의 관점과 대면할 시간을 가졌다.
그래서 모두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깨달을 수 있었지만,
또한 모두가 그 자신의 관점 안에 갇혀 다들 아래로만 깊이 파고 내려갔다.
그렇기에 서로의 취향을 이해할 수 없었지.

우린 서로 노래를 추천하지 않았다.
대충 대학 신입생 때까지는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게 서로 경멸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누구도 서로 노래를 추천하지 않았다.
괜히 감정 쌓일 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남이 추천하는 노래는 진지하게 들어보지도 않았지.

내가 이 블로그에서 정말 거침 없이 노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그런 세대였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이 지지리도 소설을 안 읽는 아이들에게,
내가 보르헤스가 대단하다고 말하면 보르헤스를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애들도,
그 픽션들과 알렙은커녕 불한당들의 세계사가 뭔 얘기를 하고 있는지
감 잡지 못한 애들도
보르헤스를 읽어보고는 ‘어려워서 이해를 못하겠어’라고 말했다.
결코 ‘대체 이딴 글에 뭔 의미가 있다고?’라며 경멸하지 않았지.
그렇기에 내 세계가 완성된 이후로
난 어디에서도 소설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누가 소설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부탁할 때나 윌리스나 김영하 정도의,
타임킬러이면서도 타임킬러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다쟁이들을 집어내 주는 것 정도 말고는,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는 달랐다:
하루 다섯시간씩 노래를 듣는 훈련을 거쳐온 모두가 전문가였고,
모두가 서로의 취향을 경멸했다.
그렇기에 난 노래 이야기를 아무렇게나 늘어 놓아도
누군가 거기에 영향 받을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사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저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를 모르던 아이들이
보르헤스를 읽게 만든 건 좀 미안하다.
지금은, 미친듯한 양의 쓰레기 정보가 인터넷을 누비고 다니는 지금은,
누구나 바벨의 도서관을 이해할 수 있을 거다.
그 안에 모든 정보가 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그 안에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하지만 그 때 저 아이들은 인터넷을 충분히 접한 상태가 아니었고,
인터넷도 가까스로 하이퍼텍스트의 틀을 잡아가고 있던 시대였지.)

그리고 저 아이들을 마주하고는, 당혹해 하는 거지:
학창시절의 하루 다섯 시간을 노래를 듣는데 낭비하지 않는 아이들.
자기 취향을 모르고, 자기 취향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아이들.
그리고 메타 크리티시즘의 압제 아래
자기 취향을 만들지도 못하는 아이들.
나아가서, 심지어는,
이 블로그에서 자기 취향의 초석을 빌려다 깔고 자빠진 아이들.

난 저게 너무나 끔찍해서 참을 수가 없는데,
그 모든 게 저 아이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우리 세대가 너무나 뒤틀려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기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다만,
그저 다만,
더 이상 장르가 필요 없는 세상,
음악가 브랜드가 필요 없는 세상,
스포티파이의 자동장치가 큐레이팅을 해주는 세상에서;
왜 저 아이들이 평론가 따위의 말에,
무엇보다도 나 따위의 말에,
의미를 두는지는 정말로 이해가 안 된다.

알고는 있다:
우리의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소리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려는 시도가,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세상을 불러왔다는 것은.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에서 열심히 역설했던 그 ‘모든 정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착각했던 우리가 세상을 이 모양 이 꼴로 망쳐놨다는 것은.
저 아이들은 그저 그 우리가 저지른 죄악의 산물이라는 것은.

하지만,
그렇지만,
그렇지만,
다만,

+
근데 지금 되새겨보니까…
나 하드코어 듣는 애들이랑 되게 우호적이었네?
메탈 듣는 애들이랑 진짜 경멸이 뭔지 재정의하는 감정을 주고 받은 반면…
하드코어는 서로 그냥 아 저런 것도 노래구나 재밌네. 하면서 넘어갔어.

이건 그냥, 노래를 못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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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미건 스미스라고?

이게 미건 스미스라고?

이게, 미건 스미스라고?

세상에.

이건 그냥 노래를 못하는 거잖아?
전처럼 대단한 노래를 쓰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노래를 할 줄 모르게 된 거잖아?

이게 감정을 절제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끝까지 밀어 넣어야지.
음정이 무너져도 좋고,
목소리가 갈라져도 좋으니까,
그냥 끝까지 두들겨 박아야지.

넌 그래야만 의미 있는 보컬이란 말이야.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13년 전의 미건 스미스는 정말로 어디로 갔어?
불안한 음정, 빈약한 성량, 가까스로 무너지지 않는 음역에 흔들리면서도,
그 절벽끝에서 망설임 없이 온 힘을 다 쏟아 노래 부르던 그 미건 스미스는 어디로 갔냐고?
진짜 같은 사람이긴 한 거야?

+
괜히 미건 스미스 데뷔 앨범을 다시 돌려보며 훑어 보니,
2009년의 8포인터, 9포인터 목록은 진짜 무시무시하다.

레나 마를린, 눈썹에 붙일 박쥐, 버티 블랙먼, 브랜디 칼라일,
샨탈 크레비어적, 에린 믹칼리, 플기계, 진 위그모어, 레드라 채프먼, 광휘양, 리사 미첼,
미건 스미스, 레베카 카리유드.
각기 다 다른 스타일로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레베카 카리유드를 제외한 전원이 자기 커리어 문 닫았….-_-

와…
어쩌면…
와…..

10년차+ 중견, 소포모어, 신인…
가리지 않고 펑펑 터뜨리고는 스스로도 펑펑 터졌….
………..
……………

++
(2015-2016년 전까지는) 이런 성취 높은 앨범이 많이 나온 해도 드물었고,
저 8포인터들도 다른해들은 7점이냐 8점이냐를 고민한 게 많은데,
2009년은 9점이냐 8점이냐를 고민한 게 많다.
9- 포인트 받아간 앨범들 말고도,
눈썹에 붙일 박쥐, 에린 믹칼리, 리사 미첼, 미건 스미스가 전부 8+1.0이나 8+1.1 주냐마냐를 놓고 많이 고민했지.
그리곤 진짜 다 터졌어.
스스로 할 일 다 했다고 내려놓은 레나 마를린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 9포인터 후보였던 넷은 다 당연히 커리어가 눈부시게 빛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
데뷔 앨범(박쥐는 소포모어)만 반짝하고 다 터질 줄이야.
사샤 시엠은 앨범 두 개라도 냈지.
-_-

+++
이게 당황스러웠던 건, 저 중에 안정적인 수행 능력으로 완성도 높은 노래를 뽑아낸 경우가 많아서이기도 하다.
다만 에린 믹칼리는 그게 순전히 프로듀서 빨이었고,
진 위그모어는 성공의 축배를 마시다 보니 자기가 좀 더 대중적인 노래를 만들면 돈을 더 벌 수 있을 거란 한심한 착각에 빠졌고,
광휘양은 노래 좀 듣는다고 자부하는 멍청이들의 혐오와 악플에 지쳐서 스스로를 부정하게 됐고,
레드라 채프먼은 그냥 스스로 자아낼 수 있는 멜로디가 다 떨어졌다. 다음 EP에 바닥까지 긁어다 쏟아 붓고는 끝나 버렸지.
미건 스미스는 당시에는 고전적인 곡에 취해서 착각했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여러가지 면에서 굉장히 불안정했다.
리사 미첼은…
리사 미첼은…
리사 미첼은….
시발 리사 미첼은 왜지?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저게 이 모양 이 꼴이 될 수 있는 거지?
아니 시발 말이 안 되잖아.
데뷔 앨범에서 리사 미첼의 장점은,
실로폰, 토이 피아노 등의 소품 악기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만,
말도 안 되게 개성 있는 음색으로 그 진부한 멜로디에 개성을 부여하고,
능란한 기악 배치로 지루함 없이 곡을 끌고나가는 거였는데….
….
아니 말이 안 되잖아?
쓸 클리셰가 더 이상 없어? 아니.
음색이 나갔어? 아니.
기악 배치 감각이 무뎌졌어? 아니.
근데 왜…. 왜지?
왜 리사 미첼은 저 바닥에서 허덕이고 있는 거지?

++++
내가 리사 미첼 데뷔 앨범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 사이드킥은…
저게 클리셰가 몇 개야?

클리셰로 시작해서, 클리셰 인서트, 인서트, 인서트…. 이 지랄을 한 30번 하는데,
하나도 안 진부하잖아.
정말로 어떻게 저런 노래 만들던 아가씨가 지금처럼 의미 없게 내려앉냐고요!?

++
사실 이렇게 된 건,
2009년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작업을 한 음악가들은,
결국 그 새로운 시대에 적응할 수 없었다는 이유가 크겠지.
자기서 유일하게 생존한 레베카 카리유드도 가수가 아니라 작곡가라서
3년 후에 그 작곡 기본기 다 쏟아부은 앨범 하나 내고 리타이어 한 거지, 살아남았다고 하기 뭐하지.

+++
이 ‘새로운 시대’의 주된 환경 변화는….
스트리밍의 보급,
유튜브의 약진,
중대형 레이블들의 대량 도산-인수-통폐합,
수 없는 개인 레이블들과 함께
쏟아져 들어온 인디 가수들과,
프로듀서와 레이블의 여타 지원 없이 혼자서 노래를 완성해야 하는 위치로 내려온
입지 모호하던 가수들인데…
저 사람들이 저 시장 변화에 적응 못할 이유가 다 하나씩은 있지.

WfGA 2021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WfGA는 Wain for Gain Awards의 약어로,
한 해 동안 내 마음에 쏙 드는 작업을 하여
주류로 성공할 가능성을 영영 잃어버린
한심한 음악가들을 질책하는 의미에서 주는 상입니다.

내가 20년간 들은 노래를 정리한 2 decades 시리즈에서 이어져,
2015년 처음으로 2014년 발표된 노래들을 대상으로 수상을 시작했습니다.
상은 “종말의 시작”, “Jinx Sinks to the Brinks”,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Mytube Likable”, “빗나간 융단폭격”의 본상 5개 부문과
WfVA의 특별상에 해당하는 대상 “Needed to be Needed”까지 6개가 수여됩니다.
아직 기금이 마련되지 않은 상이라서 부상은 없고,
값을 매길 수 없는 영예를 부상으로 드리며,
한국어 상 이름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WfGA 2021 Artist Works
Beginning of the End Maria Kelly the sum of the in-between
Jinx Sinks to the Brinks ISÁK Roasut
Not an Image, but a Damage Elizabeth & the Catapult sincerely, e
Mytube Likable Savannah Conley Being Around You
Carpet Bombing Missed Kacy Hill Simple, Sweet, and Smiling
Needed to be Needed Golda May Rotten

첫 앨범부터 스스로 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나락으로 걸어들어가는
한심한 음악가들은 어느 해를 막론하고 여럿이 있습니다.
“종말의 시작”은 그 한심한 음악가들 중 가장 싹수가 노란 이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2014년의 수상자인 샤를롯터 콸러의 대표곡,
The Beginning of the End에 헌정하는 상이기도 합니다.
2021년의 종말의 시작은 아일랜드의 포크팝 가수
마리아 켈리의 the sum of the in-between에 수여합니다.
2021년의 데뷔 앨범들은 참 뭐랄까 다들 이 상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애시, 에멜리아 홀로, 엘라 그레이스 등이
한 해 최고의 앨범 후보에 올라갈만한 데뷔 앨범들을 뽑아왔지만,
뭔가 다들 예상 가능하고 시원치 않았어요.
의외성 없는 데뷔 앨범이란 게 과연 어떤 가치가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 앨범들은 최고의 앨범 후보로는 적합하지만,
최고의 데뷔 앨범 후보로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마리아 켈리의 tsotib가 눈에 밟힌 것은 그래서였습니다.
사실 예비 포스트를 쓸 때 내가 마리아 켈리를 빼먹었던 것은,
이 아가씨가 안정적인 수행을 바탕으로 한,
신인 답지 않은 노회함이 돋보이는 음악가이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다른 후보들이 오랜 데뷔 전 활동을 통해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를 다 보여준 반면,
마리아 켈리는 자기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보여주고
이 앨범에서 바로 그 노회함을 완성해왔죠.
네, 다른 음악가들의 ‘신인답지 않음’은 이미 수 년에 걸쳐 소모되었지만,
마리아 켈리의 앨범은 예상하지 못한 능숙함으로 충격을 줬죠.
결국, 그래서, 마리아 켈리에게 2021년의 종말의 시작을 수여합니다.

수상 목록으로 ▲

음악가가 앨범을 두 장쯤 낼 때는, 그건 노래를 진지하게 해보겠다는 뜻입니다.
이걸로 돈을 벌어야 해요.
하지만 두 번째 앨범을 내면서도 성공과는 담을 쌓은 한심한 족속들이 가끔 있죠.
“Jynx Sinks to the Brinks”은
이 정신을 못차리는 바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의미로 수여하는 상입니다.
이거 보세요? 이대로 가면 안 돼요. 커리어가 끝장난다고요!
2021년의 Jynx Sinks to the Brinks은,
마침내 자신의 문화적 기반인 사미 음악을
완전히 조화시킨 스타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노르웨이의 얼터너티브 루오티 밴드 이삭에 바칩니다.
설명이 필요한가요? 난 필요없다고 봐요.

수상 목록으로 ▲

사실 앨범을 파는데 있어서, 앨범 아트의 기여도는 꽤 높은 편입니다.
목록(어떤 목록이든!)을 훑어보며 한번 들어볼만한 노래를 고를 때,
사람들이 참고하는 몇 안 되는 기준 중에는 이 앨범 아트가 들어가 있죠.
하지만, 그 앨범 아트에 나같은 사람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깔아놓아
스스로 판매량을 급감시키는 바보들이 있습니다.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이 놀라운 바보들에게 내리는 경고입니다.
2021의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는
엘리자베스와 사출기의 sincerely, e에 수여합니다.
뭐, 여러 경쟁자가 있는 것처럼 언급해왔지만,
사실 아니에요.
난 저 커버를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고,
rgf 카드도 전에 없이 일일이 라인 따가면서 2색 기반으로 만들었죠.
내가 제정신으로 그런 귀찮은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footage. 해당 앨범의 rgf 카드

이게 단순히 짙은 파랑색 바탕 안에 있는 글자만 색반전 한 걸로 보이겠지만,
사실 레이더 차트 안에 들어간 짙은 파랑색 부분 외곽선을 한 올 한 올 잡아서
연한 바탕 위에 올라간 레이더 차트, 짙은 바탕 위에 올라간 레이더 차트 배경,
짙은 바탕 위에 올라간 레이더 차트 오브젝트, 세 개 영역을 다른 레이어로 분리하고
블렌딩 옵션을 따로 줘야 저렇게 자연스럽게 나와요.
보통 rgf 카드들을 만들때는 그냥 흰색이나 검은색 반투명 레이어를 대서
별다른 작업 없이 텍스트와 레이더 차트가 잘 보이도록 하죠.
필요하다면 60% 넘어가는 불투명도의 레이어로 덮어가면서까지 만들어요.
하지만 이 앨범 아트는 반투명 레이어로 가릴 수가 없었어요.
나 스스로 용납이 안 됐죠.
저걸 일일이 수작업으로 영역 따서 조절하는 걸 감수할 정도로요.
(심지어 캔버스 텍스쳐가 색을 점점이 흩어 놓은데다
경계선 양쪽에 같은 색상이 섞여 있어서
마법봉으로는 영역 선택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손으로 다 따야 했어요.)

수상 목록으로 ▲

유튜브의 성공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사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이 더 접근성이 높은 세계로 넘어왔습니다.
뮤직비디오는 이제 단순한 프로모션 수단이 아니라,
노래의 정체성을 규정하게 되었죠.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뮤직비디오에
나나 좋아할 법한 영상을 깔아놓는 변태들이 있습니다.
“Mytube Likable”은 그렇게 유튜브가 아닌
마이튜브에서나 통할 뮤직비디오에 수여되는 상입니다.
2021년의 Mytube Likable은 미국의 포크 팝 음악가
서배나 코늘리의 Being Around You에 수여합니다.
예비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사실 이 뮤직비디오는 ‘2021년 최고의 촬영’에 가깝지,
전체적인 완성도가 다른 뮤직비디오보다 빼어난 것이 아닙니다.
뮤직비디오 전체를 롱테이크로,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깔끔한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지
감탄이 나오는 촬영은 압도적이지만,
그 외의 요소가 딱히 대단한 건 아니죠.
물론 그 촬영이 진짜 황당할 정도로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 상을 받아가는 게 이상하지 않지만,
예비포스트에 강력한 후보로 언급한 마리아네의 Hush이나,
차점자인 그레이시 에이브람스의 Mess It Up이 촬영에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단순히 압도적인 촬영만으로 이 상을 받아가는 건 이상합니다.
그래서 나도 당연히, Hush에 상을 주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마지막으로 후보를 점검하다 생각지도 않았던 이 상의 대전제를 다시 떠올렸죠.
‘그래서 망했냐고요’
네.
(그레이시 에이브람스는 물론이고,) 마리아네는 대중에게 외면받지 않았어요.
점점 대중의 관심을 잃어가던 이 2인 밴드는
저 Hush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강렬한 색 대비와
거기서 드러나는 마리아 자도야의 날카로운 매력에 힘입어
다시 대중적 인기를 회복하기 시작했죠.
단순히 대중적으로 실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저 뮤직비디오야 말로 이 밴드가 다시 대중적 주목을 받게 된 주춧돌이에요.
반면 서배나 코늘리는…………..
어, 그냥, 단순히 압도적인 촬영만으로 이 상을 받아가는 건 이상하다는 것으로
언급을 끝내도록 하죠.
뭐 어쨌든, 2021년의 Mytube Likable은 Being Around You에 돌아갑니다.

.. footage: Hush

수상 목록으로 ▲

내가 공식적으로 싫어하는 속성이 잔뜩 들어간 노래 중에도,
사실은 내가 비밀리에 좋아하는 노래들이 있습니다.
네, 참, 안타까운 일이죠. 성공을 위해 내가 싫어해 마지 않을 노래를 만들었는데!
내가 그걸 좋아한다니 말이에요.
“빗나간 융단폭격”은 이렇게 내가 싫어하는 요소를 융단폭격했으나,
애석하게도 한 점이 빗나가서 내가 그걸 싫어하게 하는데 실패한,
정말 불쌍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주는 상입니다.
2021년의 빗나간 융단폭격은 케이시 힐의 Simple, Sweet, and Smiling,
좀 더 정확히는 Simple, Sweet, and Smiling의
마지막 트랙 Another You에 수여합니다.
케이시 힐의 이번 앨범은 전자기 간섭으로 발생하는 왜곡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평생을 디지털 패킹 오류 노이즈와 전자기 간섭 노이즈를 두고 싸워온
일종의 전자 음향기사-_-인 난
이 앨범을 들으면서 끊임 없는 조건반사적 전신 경련에 시달려야 했죠.
그리고 이 마지막 트랙 Another You는
다른 트랙에 비해서도 확고하게 강조된 전자기 소음으로 날 경악시켰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앨범을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어요.

수상 목록으로 ▲

2 decades 시리즈에서 underknown of the year을 이 상에 어떻게 반영해야할 지는
날 꽤 오래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Needed to be Needed”은 당해 내게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그리고 대중에게 자기 이름을 알리는데 가장 크게 실패한 앨범에 돌아가는 상입니다.
따라서 이건 WfVA의 특별상 같은 느낌이 되어야겠죠.
2021년의 Needed to be Needed은 골다 메이의 데뷔 EP, Rotten에 수여합니다.
이건 내가 꼽는 2021년 최고의 산물입니다.
작년 앨범 최고 평점은 염소녀가 가져갔지만,
AtoF 최고 분야도, 댐드시네이터 베스트 크리에이션도 모두 이 EP가 차지했죠.
그리고 2021년 내 라이브러리 안에서 가장 적게 팔린 앨범입니다.
아니요, 손에 꼽히는 것도 아니에요.
내가 판매량 데이터를 아예 얻을 수 없는 로컬 밴드를 제외하고는
말 그대로 제일 적게 팔렸어요.
저 잡다한 무명 가수들의 앨범이 즐비한 내 라이브러리에서 말이죠.

수상 목록으로 ▲

WfGA 2021 예비 포스트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1. 종말의 시작

일단 눈에 띄는 데뷔 앨범을 들고 온 음악가는…
에멜리아 홀로
엘라 그레이스
애시
케리 왓
도파
정도인데,

뭐…
음…
그…

없잖아?

대체 누굴 주지?
애시가 맞나?
애시가… 맞나?

2. Jinx Sinks to the Brinks

염소녀
이삭
토리 포사이드
로빈 셔웰

이건 뭐 그냥 이삭이고.

3. 이미지가 아니라 대미지죠

줄리아 스톤과 엘리자베스 지만 정도인가?
골다 메이가 좀 아쉽다.

4. Mytube Likable

가장 강력한 후보는 마리아네.

그냥 미술, 촬영, 연기, 스토리보드 모두 최고급이다.
특히 저예산 제작으로 이 정도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것도 점수를 더 받을만하고.

그레이시 에이브람스는 마이튜브 라이커블에서 크게 점수를 주는,
영상이 노래 내용을 보강하고 더 메시지를 또렷이하는 비디오를 뽑아왔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1)

(얼굴이)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2)
사실 모든 컷이 마틸다 맨 클로즈 업이었다면 이거 줬을지도-_-

이게 촬영상이라면 응당 받아가야할 영상.
전에도 말했듯이 이건 촬영상이 아니다….만,
워낙 미친 촬영이라 마리아네나 그레이시 에이브람스 촬영이 조금만 삐끗했으면
주요 후보로 올라섰을 듯.
+
이게 촬영이 정말 미친 게,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뒤의 80초는 편집점이 아예 없는데
(굳이 촬영이 쉬운 앞부분을 끊어서 찍고 미친듯한 짜깁길 하느니
그냥 죽 이어서 찍는 게 더 쉬울테니 3분 전체 롱테이크일거다.)
마지막 클라이막스 40초 촬영은 시발 이게 대체 몇 번 찍어야 저런 게 나오는 거야 싶은 수준.
핸드 헬드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피사체와 거리와 방향을 크게 조정하면서,
싸구려 오토포커싱 카메라*로 초점을 꼭 잃어야만 하는 곳에서만 잃으면서
깔끔하게 잡아내는 게…
그냥 순전히 운에 맡기고 찍었는데 저렇게 잘 뽑혔을 수도 있지만…
글쎄다.
* 이게 딱히 많이 근접하지도 않은 특정 거리에서 항상 초점이 나가버리는 거 보면
적어도 오토 포커싱에 커다란 결함이 있는 카메라로 찍은 건데…
촬영자가 그 초점 나가는 거리를 정확히 알고
필요한 때 거리 조절해서 활용하는 게 장난 아니다.

같은 날 찍은 듯한 이 영상을 보면
촬영자가 저 포커스 나가는 거리를 아주 철저하게 지각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고.

보랏빛 나날은 액면만 놓고보면 꽤 강력한 후보가 될 수 있었는데,
촬영이 돈을 한참 더 바르고도 저 서배나 코늘리의 하위호환이라 경쟁력이 확 죽어 버렸다.

5. 빗나간 융단폭격

에멜리아 홀로와 케이시 힐의 경쟁인데…
이리스와 줄리아 스톤도 있지만,
이리스는 좀 너무 약하고, 줄리아 스톤은 뭐랄까 음…
아니구나, 줄리아 스톤도 비슷한 급 후보구나.

에멜리아 홀로, 케이시 힐, 줄리아 스톤이라…
셋을 놓고 보니 에멜리아 홀로는 좀 급이 처지는 듯.

+
하지만 케이시 힐과 줄리아 스톤은 좀 마땅치 않은 게,
난 여전히 케이시 힐의 그 전자기 간섭 소음이 싫고,
줄리아 스톤이 이 새 스타일 노래들 때문에 엄청난 가능성을 압류당한 게 싫다.
둘의 융단 폭격은 날 완전히 초토화시키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빗나가지는 않았다.

6. Needed to be Needed

이건 골다 메이 확정.
마리아 켈리 정도를 빼고는 뭐 갖다 댈만한 후보도 없는데,
그 마리아 켈리조차 골다 메이보다 낮은 성취로 골다 메이보다 3-4배 더 많이 팔았음-_-

the Complements of 2021 AF, BA, CB, DC, ED, FE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2021년의 마지막 컴플르먼트 플레이스트 세트입니다.

the Complement of 2021 AF: heArt cAn’t switch thAt FAst

the Complement of 2021 BA: the numBers in my heAd

the Complement of 2021 CB: the hollow of your Collar Bones

the Complement of 2021 DC: funny how the worlD Comes Crushing Down

the Complement of 2021 ED: likE thE way you DiD

the Complement of 2021 FE: saFEr to stay and wait for thE day

the Complements of 2021 AE, BF, CA, DB, EC, FD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2021년의 세 번째 컴플르먼트 플레이스트 세트입니다.

the Complement of 2021 AE: wAy thAt thEy tAught mE to lovE

the Complement of 2021 BF: ‘Bout time that i Felt it

the Complement of 2021 CA: existing just to be unCleAr

the Complement of 2021 DB: ‘D faDe into the Blue

the Complement of 2021 EC: in thE CornEr, on thE outsidE

the Complement of 2021 FD: can’t Forget the way we useD to 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