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rd time’s a charm: 핍 블롬 새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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핍 블롬의 세 번쨰 앨범에 많은 것을 기대했다하면 거짓말이겠죠.
물론 Is This Love?은 훌륭했지만,
훌륭한 싱글 내놓고 앨범 꼴아 박는건 핍의 주특기였는걸요.

앨범 전체를 꿰뚫는 스타일이나 주제가 없다는 건 문제가 이닐 정도로,
핍은 앨범을 쓸데 없이 자주, 쓸데 없이 길게 만들었어요.
퀄리티 컨트롤이 전혀 안 되는데, 노래를 찍어내면 뭐하나,
그거 찍히는 대로 10곡씩 끊어서 앨범이랍시고 묶는 건 대체 왜인가…. 싶었죠.

앨범은 원래 그렇게 찍는 거였긴 했죠.
50년대엔 말이에요.
지금에 와서 70년 전 감각으로 앨범을 찍을 거면 차라리….

그런데, 정말로 삼세번은 마법인지,
이 핍 블롬의 세 번쨰 앨범은 핍이 지금까지 싱글에서 보여주던 매력을
잘 갈무리해 담아내고 있어요.

스타일이 하나로 잘 일치하기까지는 않더라도,
많이 개선 됐죠.
특히 기존 앨범에서는
Taxi Driver나 Daddy Issue 같은 핵심 싱글에는 넘쳐 흐르는 장난기가
다른 노래에선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게 제대로 해소 됐어요.
Tiger – Red – Kiss Me by the Candlelight의 3연타는
단순히 장난기를 표출하는 게 아니라
진심인 척 농담인 척 구분하기 힘들게 만드는 밀당이 전에 없던 긴장감을 만들어 주죠.

나아가서, 이 긴장감이 앨범 전체를 ‘듣기 즐거운’, 재미 있는 앨범으로 만들어줘요.
I Can Be Your Man 같은 노래는 스탠덜론으로는 뭔가 싶은
밋밋하고 재미없는단순한 노래죠.
(+ 생각해보니 ‘재미없는’은 잘못된 단어 선택이에요. 재미없진 않아요.
전달하는 메시지에 비해서 너무 길고 비어 있다 싶지, 스탠덜론으로도 재미 없지는 않죠.)
하지만 저 T-R-K 3연타 뒤에 붙은 이 노래는
‘앞에 한 거 다 농담인 거 알잖아’라고 말함으로써 그 의도를 더 헷갈리게 만드는 노래예요.
정말 순수한 농담이라면 저런 말을 덧붙이는 게 더 이상해지니까요.

그래요, ‘듣기 즐거운’은 이 앨범에서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핍 블롬의 첫 두 앨범은, 그리고 그 이전의 EP들조차,
그 디스크들은 죄다 숙제처럼 느껴졌어요.
아, 10 트랙 채워야 하는데….하는 강박에 그냥 막 쥐어짜는 게
그저 한 발 뒤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숨이 턱턱 막히게 만들었죠.

하지만 이 앨범은 그렇지 않습니다.
트랙들은 전부 그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있지만,
누구도 억지로 하고 있지 않아요.
대단히 새로운 시도도 없고,
잘 깎인 완벽한 성취가 있지도 않지만,
다들 왁자지껄 재미있게 놀고 있기 때문에 흥미가 생기는 거죠.
그리고 그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에
Is This Love?을 한 발 당겨 배치해 놓은 것은 정말 좋은 선택이에요.
내가 저 싱글이 나왔을 떄 먼저 듣지 않았다면,
‘아, 이게 다 구나, 대단한 건 없구나’ 하고 있다 제대로 한 방 먹었을 거예요.

맞아요, 사실 잘 뜯어 보면 결국 Is This Love?과 Tiger 정도를 제외하면 별 것 없잖아?
라고 할 수도 있어요.
기술적으로 잘 만든 앨범은 결코 아니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할 수 없는 것을, 해선 안 되는 것을 한 앨범도 아니고요.
하지만 난 이 42분간의 승선 동안 정말로 즐거웠어요.
앞으로 대여섯번 더 탈 의향도 있어요.
컴플먼트 시스템이 제대로 체계를 잡은 이후로
내가 반복해서 돌리는 앨범은 몇 개 되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닌가요?
아, 그건 7+1.5점이어야 할 이유지, 8+0.8점일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요?
그렇지 않아요,
세상엔 정수부 숫자를 바꿔야할만큼 가치 있는 즐거움도 있어요.

더 이상 빈 모래상자는 아니에요: 유리장이 새 앨범

Categories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Posted on

6+0.1
귀찮아서 rgf 카드는 생략합니다.
연말에 시간이 남으면 만들어 달 수도 있겠네요.

유리장이가 지난 2013년에 내놓은 소포모어 앨범에 대해
내가 했던 평은 간단했습니다:

유리장이는 새로운 걸 만들어낼 지성도 경험도 없고,
모종삽으로 빈 모래상자의 모래를 퍼서
스카이스크래퍼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멍청이다.
적어도, 그 빈 모래상자라도 채우지 않고는 어떤 의미 있는 시도도 하지 못할 거다.
소포모어라는 게 변명이 되지 않는다.
그게 변명이 되려면 그 모래상자에 단 한 톨의 모래라도 들어있었던 적이 있어야만 한다.

10년이 지났고,
난 내가 저런 평을 했다는 것도 잊어 버렸죠.
아니, 유리장이가, 캐머런 매저로가 누군지조차 잊어 버렸어요.
사실, 저 0말1초의 소위 아트팝 음악가 중에 기억 씩이나 해줘야할 사람이 몇이나 있었나요?
그리고 이 앨범이 떨어졌습니다.
난 ㅅㅂ 이건 누구야? 하고 이번 주의 마지막 앨범으로 이 앨범을 걸었죠.

훌륭한 앨범이었나요?
아니요.
좋은 앨범이었나요?
글쎄요.
그럼 굳이 이 간이 리뷰를 쓰는 이유가 뭐죠?
평점도 6.1점 정도 주면서?

글쎼요.
명확한 건, 내가 유리장이에게 했던 말 하나는 물러야겠다는 겁니다.
유리장이는 더 이상 그 빈 모래상자에 모래 한 톨 채워 본 적 없는 사람은 아니에요.
10년의 세월과 함께, 배운 게 있긴 있는 모양이죠.
뭔가 의미 있는 시도가 여럿 보여요.
게다가 Easy는 흥미롭기까지 하고,
Drift은 하고자하는 것을 아주 정확하게 성공시키고 있습니다.
대체 83년생 15년차 음악가한테 이게 무슨 의미인가 싶기는 하지만,
뭔가 가능성이 보여요.

사실 이 간이 리뷰를 쓰기 시작하면서 놀라웠던 게,
앨범에서 내 마음에 들었던 트랙이 Vine까지 딱 3개 트랙이었는데,
그 셋이 다 싱글이었다는 거였죠.

보통 이 정도로 나와 지향점이 안 맞는 음악가는
싱글 끊는 감각도 많이 어긋나는데, 이건 왜?

어쨌든, 난 이게 케잇 하브너뷕이 &i에서 보여준 것의
마이너 카피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기서 내가 보는 가능성을 그대로 발전시키면 결국 그 종착역에는 &i가 있죠.
하지만 유리장이는 내가 보는 길을 따라가지 않을 게 뻔하고,
그게 뻔하다면 기대가 안 되는 게 보통인데,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기대가 돼요. 뭔가 보여줄 그림이 있을 것 같아요.
결국 지금 이대로도 흥미로운 트랙인 Easy가 3번에 자리잡고 있어서인 것 같긴 하지만…
뭐 그 이상이 필요한가요?
그리고 그렇기에, 내가 유리장이에게 했던 악담은 반드시 물러야겠죠.

미…. 미….
미친년아, 그래도 그건 아니지. 진작 좀 이랬으면 좀 좋아?

.. footage. “그거”

※ 2000년 노래, 뮤직비디오 아님

정말 20년 짬을 뻘로 먹었다고 생각했나요?: 안티아 듀버캇 새 앨범

Categories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Posted on

사실 EoS에서 이 앨범을 봤을 때 안티으 쇼마커 앨범인 줄 알았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서 안티아 듀버캇이 7년만에 내놓은 앨범이라는 것을 깨닫고
묘한 기분이 들었지.
지난 주는 풀 앨범이 열여섯개나 나온 프라임 시즌의 개막 주였기 떄문에,
난 이 20년차 잉여년이 7년만에 내놓은 앨범 따위를 듣고 있어줄 시간이 없었다.

포크일까 컨트리일까 궁금해 하며 타이틀 트랙을 찍었고,
앨범의 유일한 얼트컨트리 트랙인 이 트랙을 훑어 들으며 패스하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컨트리이길 기원하며 찍은 거 같다.
New Wild West면 컨트리겠지, 하고
아무리 타이틀 트랙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1번도 3번도 아닌 6번 트랙을 찍어 훑고,
컨트리 앨범이네 하며 패스한 거지.

그리고 한 주가 지나고, 오늘 발매 앨범 목록을 보고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7 풀앨범, 3EP? …. 프라임 시즌인데?
심지어 아나 브른 rarities, 자그마치 “2”, 로렌 알레이나 EP, 자그마치 “리패키지”
마음에 안 드는 듀오 프로젝트, 뭐 이런 저런 거 거르고 나면
말 그대로 제니 오웬 영스 앨범 하나 밖에 안 남아.
어, 그럼 지난 주에 제껴 놓은 앨범…. 들어야겠지?

그리고 그렇게 이 앨범을 걸어놓고,
자책과 자조와 자학으로 수놓아진 40분을 보내야만 했지.
이런 앨범을. 패스했다고?
프라임 시즌 중간에 우연찮게 다들 일정이 엇갈려 펑크가 나지 않았다면
이걸 들어보지도 않은 채로 그냥 넘겼을 거라고?
고작 마리아 메나와 피에와 개틀린 따위 때문에?
(아니, 피에는 빼자. 솔직히 Judy Law 내놓은 피에의 기대치는
당연히 높았을 수 밖에 없잖아.
전성기 끝난지 10년이 넘은 마리아 메나나 평생 paris 한 트랙 해놓은 개틀린이랑
커리어 준수하게 쌓으면서 근래에 킬러 트랙까지 내놓은 피에를 동렬에 둘 수는 없지.)
지니 아노트와 미셀 스토다트도 나쁘지 않은 앨범을 뽑아오긴 했지만,
이거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
제스 클라인이나 레이첼 세르마니 같은 애진작에 끝난 가수들 앨범도
트랙당 40초씩 잘라 듣기라도 했으면서
1번이나 3번을 10초만 들었어도 ‘어? 이거?’했을 앨범을 패스했다고?

물론, 사실 안티아 듀버캇은 단 한 번도 내 1선에 올라온 적이 없는 가수긴 하다.
장장 6년간 탑라이너였던 마리아 메나는 물론이고,
레이첼 세르마니와 비교해도 크게 어필한 적이 없지.
하지만 그래도, 다른 노래도 아니고 beauty의 작사가잖아.
앨범을 냈으면 들어 봤어야지.
심지어 안티으 쇼마커면 들었을 거잖아.
지금껏 해놓은 거 하나 없는 그 애새끼 앨범이면 들었을 거잖아.
심지어 이게 안티으 쇼마커가 아니라 안티아 듀버캇 앨범이란 걸 안 것도
어? 분명히 구매할 때는 내가 안티으 쇼마커 앨범을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왜 없지?
하면서 그 스무 개 넘는 앨범과 EP들을 뒤적거려 찾아서 안 거잖아.

이걸 날릴 번 했다고?

아니 이 아줌마는 성악까지 배운 양반이…

Categories 이모젠식 정의Posted on

그냥 생목으로 노래 부르는 거 개 열받네?

아니 저기요, 굴리지 않을 거면 적어도 당기라고요.
당기라고.
당기는 법 몰라요?
모를 리가 없잖아.

10년전엔 잘만 당기던 사람이…
심지어 굴리고 당기고 밀어 말고 아주 개 난장을 치던 사람이…

+
아니 안 당기는 건 근다치고, 진짜 허밍도 안 굴러가는 이유는 뭐야? 응?

ZZ 워드는 왜 늘 이 모냥인거지?

Categories 로빈 굿펠로우의 전언Posted on

이 아가씨는 뭔가 싱글 내놓을 때는 와 이런 노래도 하네,
이번에는 이런 방향으로 가 볼 생각인가? 재미있네…. 싶은데,
왜 앨범만 내놓으면 전에 하던 거 그대로지?

저번 앨범에서 Help Me Mama 잘라 먹은 걸로 시작해서
뭔가 개성 있는 트랙들은 전부 앨범에는 빼버리고
그냥 뻔한 변주와 흥미롭지 않은 자기복제로 앨범을 채운다.
그게 아니라면 진짜 말도 안 되는 재편곡이나 오더 헛짓거리로 노래를 묻어 버려.

저 개성 있는 싱글들 반응이나 성적이 나빴냐면 그런 것도 아냐.
이번 앨범에서도, Sex & Stardust랑 the Dark은 어디다 떼어 먹은 건데?
아니 ㅅㅂ 메인스트리머였던 시절 노래 제외하면
스포티파이 최대 재생수가 저 두 싱글인데,
그걸 왜 이번 앨범에 안 넣어?
Tin Cups은 넣었잖아.

아, 그게 주목을 받아봐야 메인스트리머 시절 노래보다 못하니
하던 노래 계속 해야겠다고?

아니, 하… 진짜….

그거 듣고 있는 애들이 네 신곡을 듣겠냐?
지금 너 먹여 살려주는 건 그 10년전 노래를 아직까지 퍼먹고 있는 애들이겠지만,
걔네는 네 신곡 안 찾아 듣는다니까?

하, ㅅㅂ 이러면 S&S랑 the Dark은 싱글을 사야하잖아.
아니 빼는 김에 baby don’t도 빼지? 그건 왜 넣니?
그리고 벌크 트랙에서 랩 헛짓거리 하는 건 대체 뭐임?
아니 ㅅㅂ 4년 동안 연구한 건 다 폐기하고 랩이나 하고 자빠져 있는 건 대체 뭐냐고?
앨범을 일관성 있게라도 만들던가!

OQOP: 2023 3rd +oqtp

Categories 페르디난드의 제안Posted on

one quarter, one playlist은 각 사분기의
뮤직비디오와 리릭비디오 등을 정리하는 연재물입니다.

3, 4, 10번 전멸은 좀 심하지 않았나…싶지만,
그나마 훌륭한 8, 9번이 좀 있어서 땜빵은 잘 된 편이고,
전체적으로 균형은 잘 잡혀서 마음에 든다.

사실 이번 분기에 두드러지게 많이 나온 건
8, 9번보다는 7, 13, 14번인데…
그래서 oqtp, any of the other sides은
3, 6, 8, 9번을 제외하고 모두 13번 후보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덕에, honorable mentions도 몇 곡 생겼다.

다음은 OQOP에선 아쉽게 밀렸지만, oqtp 정도에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던,
13번 후보가 아닌 곡들임.

소피와 거인들은 9번, 6번 후보였고, oqtp가 일반적인 구성이었다면
oqtp 11번 자리 정도에서 살아남았겠지만,
안타깝게도…

그저 시인들뿐은 강력한 2번, 8번 후보였고,
마지막까지 OQOP 2번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갑툭튀한 아이스테르의 자리를 만드느라 밀려났다.

라임 정원은 아주 확고한 6번 후보였고,
역시 마지막까지 oqtp의 6번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마리카 핵먼이 OQOP에 넣어야 하지만 자리가 영 마땅치 않은 노래를 들고 온 덕에
애니 해밀턴이 OQOP 6번에서 oqtp 6번으로 밀리고,
라임 정원은 아예 자리를 빼게 됐다.

+
1분기 OQOP 만들 때는, More than Fine을 굳이 OQOP에 욱여 넣는 것보다
테마가 맞아 떨어지는 Body Better, Als Ik God Was, Raincatcher 등이 있는
oqtp로 넣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그리 미뤄뒀는데,
이제 이렇게 되고 보니 뭔가 참 모양새가 우습게 됐다.
2분기, 3분기 OQOP 모두 서배나 코늘리 노래가 들어가는데,
정작 올해 서배나 코늘리가 내놓은 최고의 트랙인
More than Fine이 OQOP에 안 올라간 건 확실히 좀…